Review pad2020. 11. 24. 21:07

 

#0. 그 시절 그 괴짜 녀석들의 최신작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몇 가지의 뚜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세단 타입과 SUV 타입이 아닌 승용차량에 대한 대접이 굉장히 박한 편입니다. 그래서 해치백이라는 카테고리는 언급하기 무섭게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부연설명을 달고 시작하죠.

 

그리고 이런 해치백을 의외로 끈질기게 판매 라인업에 올리는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죠.

 

 

한국 자동차 역사 중 최악의 사건으로 손꼽히는 1981년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에 의해 한국의 모든 자동차 회사는 정부가 지정한 차종만 생산할 수 있었고 기아는 5톤 이하의 승합차, 화물차 생산을 독점하는 대신 승용차 생산을 금지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아는 생산 가능한 차량 중 자가용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인 봉고에 회사의 운명을 걸어야 했죠.

 

1987년, 통합조치가 해제되고 기아가 승용차 시장에 복귀하면서 칼을 갈고 내놓은 야심작이 B 세그먼트 해치백인 프라이드였고 이후로도 B 세그먼트와 C 세그먼트에 걸쳐 꾸준히 해치백 모델을 내놓습니다. 공교롭게도 프라이드를 제외하면 모두 시장에서 그렇게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도 기아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그나마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이후에 나오는 녀석들은 나름대로 정통 해치백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기아가 90년대에 내놓은 해치백들은 하나같이 괴짜들이었습니다. 세피아 레오를 시작으로 슈마, 스펙트라 윙으로 이어지는 테라스 해치백 시리즈, 누가 봐도 스테이션 왜건인 녀석을 해치백이라고 사기 치는 리오 RX-V가 그 훌륭한 예시죠.

 

 

뜬금없이 시작부터 라떼를 말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녀석이 그 녀석들의 최신작이라서 그렇습니다. 기아가 오래간만에 이상한 해치백 만들던 시절의 감성을 제대로 살렸고 90년대 기아의 변태같은 작품들을 좋아했던 저는 이 녀석의 출시 소식을 보자마자 "이건 내 차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서론이 길어졌군요. 지금부터 괴짜 친구들의 최신작, 기아 K3 GT를 소개합니다.

 

 

 

 

 

 

 

#1. Introduction : K3, 그리고 GT

 

 

K3 GT는 코드네임 BD인 2세대 K3(이하 본 포스트에서 지칭하는 'K3'는 추가 설명이 없는 한 2세대 BD를 지칭합니다.)의 고성능 트림에 해당하는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K3 GT라는 독립된 차종이 아니라 K3의 GT 트림인 것이죠. 기아는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차종에 GT 또는 GT-Line 트림을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고성능 이미지를 취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같은 그룹 내의 현대가 N을 별도의 퍼포먼스 디비전으로 분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죠.

 

제조사 불문하고 뭐시기 Line 붙는 트림이 으레 그렇듯이 GT-Line은 GT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드레스업 트림으로 기아는 한국 시장에서 GT-Line 트림을 출시하지 않는 대신 자사의 튜닝 브랜드인 튜온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GT-Line용으로 공급되는 스타일 킷을 제공합니다. 다만 K3의 경우 해외에서 GT-Line 트림이 판매됨에도 별도의 스타일 킷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모비스 튠을 통해 알아서 작업하라는 의미일까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녀석을 K3의 GT 트림이 아닌 'K3 GT'라는 독립된 차명으로 분리하여 홍보하고 있습니다. K3의 캐치프레이즈인 'Driving Delight'를 살짝 비틀어 'Dynamic Delight'라는 전용 캐치프레이즈까지 달아줬죠.

 

해외 시장에서는 기본형 트림으로도 출시되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을 GT 트림 전용으로 배정하면서 한국에서는 K3 5도어=K3 GT라는 공식이 생겼고 어째 저째 기본형 K3와는 뭔가 다른 녀석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K3 GT는 4도어 세단 모델도 존재하지만 기아차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도 계약분의 80% 이상이 5도어였다고 하니 많은 소비자들이 5도어 해치백을 K3 GT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로 인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해치백의 무덤인 한국에서 말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모델은 2020년형 K3 GT 5도어입니다. 2020년 3월에 출고한 녀석으로 2020년 4월에 2021년형이 출시되면서 지금은 구형이 되었죠. 2018년 10월 첫 출시 이래로 줄곧 잡소리 같은 자잘한 품질 이슈만 수정해오다 2021년형부터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변화는 4도어 모델의 단종입니다. 가뜩이나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려운 K3 GT인데 그중에서도 4도어는 더더욱 안 팔린다는 것을 확인사살해버렸죠. 그리고 제 차의 색상인 오렌지 딜라이트도 2021년형 출시와 함께 단종되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차량은 GT 플러스 트림에서 선루프만 제외하고 모든 옵션을 선택한 사양입니다. 2020년형까지는 트림 구성이 GT 베이직/GT 플러스의 2단계였다가 2021년형부터는 다른 기아차들처럼 각각 프레스티지/시그니처로 명칭이 변경되고 옵션 구성이 조정되었습니다. 풀 옵션 넣으면 사실상 GT 플러스나 시그니처나 같은 녀석이 됩니다.

 

 

제 차는 2020년형 가격표 기준으로 3030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자랑합니다. 실 구입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양책 중 하나인 개별소비세 인하에 힘입어 약간 더 낮았지만 어쨌든 C 세그먼트 준중형차로서는 비싼 가격이죠. 아닌 게 아니라 이 값이면 K5 사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심지어 기아차 영업사원에게까지 말이죠. 

 

이 차를 타고 달린 거리가 대략 12000km를 넘은 시점에서 과연 이 녀석이 중형차 뺨따귀를 풀스윙으로 때리는 가격만큼의 가치를 가질지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 Exterior : 지금까지 이런 차는 없었다. 이것은 왜건인가 해치백인가

 

 

 

 

 

 

 

 

 

워밍업으로 자동차 쇼룸의 360도 VR마냥 한 바퀴 죽 둘러봤습니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컬러 톤이 상당히 크게 바뀌는 편인데 일조량에 영향을 크게 받는 유채색 메탈릭 도료임을 감안해도 변화의 폭이 상당한 편입니다. 이 차에 적용된 색상은 기아차 전체를 통틀어 K3 GT에만 사용되는 컬러인 '오렌지 딜라이트'로 제가 이 색상을 고르게 된 데에는 저 위엄 돋는 'GT 전용'이라는 문구에 낚인 탓이 큽니다.

 

사실 이 색상은 이름에 오렌지가 들어가긴 하지만 이 사진들과 같은 강렬한 오렌지빛을 볼 수 있는 날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흐리멍덩한 날씨가 되면 이 녀석은 홍시 비슷한 짙은 다홍색을 띠게 되고 흐린 날이 되면 흙당근색에 가까울 정도로 채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제가 이 색상에 이름을 붙였다면 '시나바 딜라이트'나 '버밀리온 딜라이트' 정도로 정했을 것 같군요.

 

아무튼 이 때문인지 제 차의 자동차 등록원부에는 이 차의 색상을 '빨강(주홍)'으로 애매모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인들도 제 차를 칭할 때 거의 대부분 '빨간 차'로 부르고는 하죠. 제가 이 차를 타는 동안 '주황색 차'라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시차 실물은커녕 카탈로그에 샘플사진 하나 없는 색상을 덥석 고르게 만든 원흉은 저 코딱지만한 <※ GT 전용>이라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이 색상으로 계약서 송부하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주문 제대로 넣은 거 맞냐고 확인 전화가 왔습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강한 색상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컬러로 홍보하는 편인데 기아는 어째서인지 그래비티 블루를 K3 GT의 커뮤니케이션 컬러로 선정하고 오렌지 딜라이트는 TV CF, 카탈로그 등 광고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상이 되었습니다. 캐치프레이즈에서 이름을 딴 전용 컬러이면서도 어째 대접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친척 뻘인 아반떼 스포츠의 전용 컬러인 블레이징 옐로우처럼 가장 먼저 단종되는 사태를 맞이하긴 했습니다만 이로서 제 차는 한층 더 레어해졌습니다.

 

 

 

 

 

 

우선 전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외하면 기본형 K3에 풀옵션 넣은 모습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기아의 C 세그먼트 스페셜티카 계보의 선배들인 포르테 쿱, K3 쿱은 전용 범퍼와 바디킷을 적용했고 아반떼 스포츠는 헤드램프,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등 꽤 많은 곳에 포인트를 줬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사실 제가 잘 팔리는 색상 다 제쳐두고 오렌지 딜라이트라는 색상을 고른 이유는 GT로서의 차별화를 색상으로나마 더해주고 싶었던 의도가 큽니다. 까놓고 말해서 다른 색상이라면 앞만 봐서는 GT임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기아가 BD의 데뷔 당시 '리틀 스팅어'라는 별칭을 달아 홍보했을 정도로 스팅어를 시작으로 패밀리룩으로 확립된 디자인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문제라면 데뷔 당시에는 꽤나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당시 경쟁상대였던 AD 삼각떼를 가볍게 압살했는데 지금은 아반떼가 7세대 CN7으로 삼각형에 한이 맺힌 강렬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BD는 되려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가 되었다는 거죠.

 

 

 

 

 

 

프런트 마스크에서 유일하게 GT임을 어필하는 요소는 라디에이터 그릴입니다. 기아의 패밀리룩인 호랑이코 그릴을 구성하는 크롬 파츠는 다크 크롬으로 교체되었고 그릴 메쉬 내측의 레드 포인트는 도색이나 별도의 인서트 삽입이 아닌 이중사출 플라스틱으로 구현했습니다. 기아차로서는 이중사출 성형을 도입한 첫 사례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GT 엠블럼으로 이상한 차임을 어필하는 화룡정점을 찍습니다. 자고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제조사 엠블럼 말고 다른 거 붙어있는 차들은 이상한 차들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이중사출을 구현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 금형을 새로 만들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왕이면 K3와 같은 V자 패턴의 그릴 메쉬 대신 옆동네 N라인들처럼 GT 전용 패턴으로 만들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아가 요즘 '그래비티'라고 해서 SUV 라인업의 최상위 트림에 그래비티 전용 패턴이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아주는 걸 보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헤드램프는 바이펑션 사양의 2구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진 구성입니다. 2구 구성임을 감안하면 헤드램프 베젤이 꽤나 넓은 편인데 이는 하위 사양에 적용되는 할로겐 헤드램프가 4구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4구 구성이 2구 구성보다 상위 취급인 것을 감안하면 꽤나 독특한 구성이죠. 아무튼 베젤이 널널하기 때문에 가니쉬 등의 장식 요소가 꽤나 많이 들어갔는데 의외로 베젤 옆구리에 있을 법한 [KIA LED SYSTEM] 같은 문구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차폭등 겸용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를 중심으로 눕힌 X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데 기아는 이를 'X-Cross LED DRL'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어째 등짝에 X자 형태의 날개 달린 로봇이 날개를 접어서 부메랑 마냥 던지면서 외칠 것 같은 이름이군요. 적고 보니 건담 X의 새틀라이트 캐논에 달린 리플렉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바이펑션 헤드램프의 가장 큰 약점은 하이빔을 켰을 때 로우빔이 꺼져 하이빔을 켜도 의외로 충분한 광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4구 모노펑션 구성과 마찬가지로 하이빔과 로우빔을 동시에 켤 수 있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아무래도 할로겐 벌브보다는 LED 소자가 발열 관리에 좀 더 유리한 모양입니다.

 

 

 

 

 

 

 

프런트 범퍼의 구성은 기본형 K3와 같습니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방향지시등이 내장된 에어커튼,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에는 에어 인테이크와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에어스커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에어커튼의 경우 내측에 에어덕트가 뚫려있어 통기가 가능한 구조로 전륜 브레이크의 냉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에어 인테이크에는 안개등과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 전방 감지 레이더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안개등은 할로겐 벌브를 사용하는 프로젝션 타입인데 저는 이게 미니 계열 차종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드라이빙 램프와 비슷한 이미지로 보여 그럭저럭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K3 동호회 등지에서는 이 안개등이 모닝을 연상하게 한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이 때문인지 스파이샷으로 유출된 K3의 페이스리프트를 보면 안개등이 사선 형태의 LED로 변경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조등은 백색광을 사용하더라도 안개등만큼은 미황색 할로겐 벌브를 유지하는 것이 악천후 조건에서의 시인성 확보 면에서 더 좋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차의 개성과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모습이 옆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국산차 중에서 K3 GT 외에는 이런 프로포션을 가지는 차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지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C필러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꺾여 내려오는 패스트백 디자인의 루프라인입니다. 여기에 도어를 관통하는 유연한 캐릭터 라인도 측면을 더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죠.

 

대개 해치백이라 하면 일반적인 세단에서 트렁크 리드를 수직으로 잘라낸 듯한 라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고 이런 특성 탓에 후륜 중심선에서 리어 범퍼 끝단까지의 거리인 리어 오버행이 극히 짧아집니다. 하지만 K3 GT 5도어의 경우 해치백이면서도 리어 오버행을 상당히 길게 잡고 C필러를 한껏 눕혀 왜건은 물론 쿠페의 스타일까지 어느 정도 흡수한 크로스오버 성격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치백에서 패스트백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로 정말 오래간만에 기아의 변태적인 취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기본형 K3는 바디 컬러와 동일한 사이드 미러 커버를 사용하지만 K3 GT는 바디 컬러에 관계없이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염과 스크래치에 취약한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나름대로 차별화를 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사이드 미러에는 요즘 차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LED 사이드 리피터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윈도우 몰딩은 창문 전체를 두르는 형태이며 반광 크롬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말이죠...

 

 

 

 

 

 

제 차만의 문제인지 K3 GT 5도어 전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쿼터 글라스가 약간 비뚤게 조립되어 있어 특정 각도에서는 윈도우 몰딩에 꽤나 큼직한 단차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차 검수할 당시에는 두꺼운 몰딩 보호커버가 붙어있어 방심했습니다.

 

이걸 사업소 손 타지 않고 자가로 고쳐볼까 하고 GSW에 올라온 정비지침서를 뒤져보니 쿼터 글라스 자체는 볼트만 풀면 간단히 조정할 수 있지만 이 볼트를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리어 시트 탈거를 시작으로 2열 내장재를 반쯤 털어내야 가능하더군요. 멀쩡한 새 차 내장재를 뜯어내는 건 좀 아니다 싶어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실내 클리닝 등의 이유로 리어 시트를 뜯게 되면 그때 겸사겸사 작업하도록 하죠.

 

 

 

 

 

 

로커 패널에는 사이드 스커트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GT에만 제공되는 전용 사양입니다. 사이드 스커트의 하단에는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의 가니쉬가 붙어있는데 자칫 둔탁해 보일 수 있는 사이드 스커트를 얇고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착시효과를 제공합니다.

 

 

 

 

 

 

타이어는 225/40ZR18 규격으로 올시즌 컴포트 타이어인 금호 마제스티 솔루스 KU50이 K3 GT의 기본 출고 타이어이지만 옵션으로 미쉐린의 맥스 퍼포먼스급 서머 타이어인 파일럿 스포츠 4(이하 'PS4')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옵션이 고작 25만원입니다. PS4의 가격을 생각하면 사실상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는지라 겨울에 출고하는 게 아닌 이상 PS4를 무조건 고르라고 연구진과 상품기획팀이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이 차를 3월에 출고한 이유도 PS4를 옵션으로 선택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차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 2가 적용된 사양으로 전륜 브레이크에 330mm 30T의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로터와 대용량 1P 캘리퍼가 적용됩니다. 대용량 캘리퍼에는 고성능 브레이크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우레탄 도장이 되어있는데 1P 캘리퍼 특유의 없어보이는 외관 탓에 어째 싸제 도색 느낌이 풀풀 납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좀 더 이어가기로 하고...

타이어와 매치되는 휠은 GT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입니다. 기아가 즐겨 사용하는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을 적용한 전면가공 휠로 허브캡에는 빨간 포인트를 넣었습니다. 이 빨간 허브캡은 나중에 출시된 셀토스도 써먹게 되죠. 잘 빠진 디자인의 휠이긴 한데 스포크가 무려 20개나 되다 보니 세차할 때는 지옥을 선사합니다. 문제라면 대용량 브레이크 세트와 매칭 된 로우스틸 패드가 무지막지한 금속 분진을 뿜어내서 휠이 순식간에 새까매진다는 거죠. 이 차를 타는 차주는 휠 세차의 달인이 되어야 합니다.

 

 

 

 

 

 

전륜구동 차량인 만큼 후륜의 규격은 전륜과 같습니다. 전륜과의 차이가 있다면 후륜의 브레이크는 풀 옵션을 넣어도 기본형 K3와 동일한 규격이 적용됩니다. 262mm 10T 솔리드 디스크 로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전륜의 거대한 330mm 로터와 심히 비교됩니다. 그리고 후륜의 캘리퍼에는 우레탄 도장이 적용되지 않아 전륜 캘리퍼가 더더욱 싸제 도색처럼 보이게 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지요.

 

뭐 그래도 K3 GT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딱히 손대지 않은 지금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는지라 현재로서는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K3 GT 5도어는 완만한 곡선으로 전체적인 라인을 만들어내는 측면과는 달리 후면은 수평선을 중심으로 한 간결한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테일램프를 얇게 조형하고 조밀한 디테일이 들어간 요소를 모두 범퍼 끝단으로 밀어내면서 시각적으로 차고는 더 낮게, 차폭은 더 넓게 보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래 봬도 전고와 차폭은 기본형 K3와 동일합니다.

 

 

 

 

 

 

K3 GT는 4도어 세단과 5도어 해치백 모델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개 K3 GT라면 5도어 해치백을 지칭하고 판매량 또한 해치백 사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아무래도 4도어 세단만 생산되는 기본형 K3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겠죠. 단언컨대 이 녀석의 빵댕이는 국산차 중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최근에는 K5 DL3, 쏘나타 DN8 등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몇몇 세단에서 리어 글라스에서 트렁크 라인이 꺾이는 노치백 대신 패스트백을 적용하고는 하고 있는데 패스트백을 접목한 해치백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입니다. 사실 국산차 중 패스트백 해치백은 현대 아이오닉이 더 먼저 선보이긴 했는데 이 쪽은 (자칭)라이벌인 토요타 프리우스의 잔향이 짙게 깔린 스타일링 탓에 패스트백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포티함은 그리 강하지 않았죠. 해외로 나가면 친척 뻘인 i30 패스트백이 K3 GT와는 또 다른 실루엣이지만 패스트백을 해치백과 접목시킨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리어 글라스 바로 아래에 도브테일 형태로 짧게 솟아오른 데크는 리어 스포일러의 역할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쪽에 볼륨이 들어간 짤막한 데크 하나가 이 차의 후면부 라인을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들죠.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 글라스를 감싸는 형태로 데크와 마찬가지로 좌우측에 약간의 볼륨을 넣어 심심함을 줄였습니다. 사이드 스커트에서 써먹었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C 필러를 좀 더 얇고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스포일러의 측면은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되어 있으며 LED 보조 제동등과 리어 와이퍼용 워셔 노즐이 상단에 매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GPS, DMB, FM 라디오 수신을 담당하는 샤크핀 안테나도 기본형 K3와는 달리 바디 컬러에 관계없이 모두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이 적용됩니다. 거 참 블랙 하이그로시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군요.

 

 

 

 

 

 

테일램프는 기본형 K3와 마찬가지로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이 브레이크등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차량이라면 리플렉터가 들어가는 자리에 방향지시등이 들어갔는데 리플렉터가 브레이크등 바로 아래에 자리 잡은 것을 보면 디자인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니쉬로 분리한 구성입니다.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 사이의 범퍼 패널에는 후측방 감지용 레이더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브레이크등의 그래픽은 4도어 사양에 적용된 화살촉 형태의 애로우 라인을 5도어 특유의 데크 라인에 맞춰 다듬은 형태입니다. 4도어 사양 테일램프의 경우 트렁크 리드에 부착된 램프의 그래픽 라인 내측 절반이 점등되지 않는 더미 램프 구성인데 5도어 사양의 경우 그래픽 라인 내외측이 모두 LED로 점등됩니다.

 

 

 

풀 옵션 램프가 고자라니! (feat. 4도어)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4도어 테일램프의 트렁크 리드 측 더미 램프는 해외 사양에서 후방 안개등이 들어가는 위치입니다. 5도어 사양의 경우 리어 디퓨저 한가운데에 1개의 후방 안개등이 붙어있지만 후방 안개등이 불필요한 한국에서는 생략되어 있는데 다행히 더미 램프 같은 걸로 막은 게 아니라 아예 후방 안개등이 들어가는 몰드 자체를 없앴습니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다듬은 후면이지만 리어 범퍼는 꽤나 과격한 구성입니다. 리어 스커트를 디퓨저 형태로 구성하고 최근 유행하는 페이크 머플러가 아닌 진짜 듀얼 머플러를 설치하여 이 차가 한 성질 하는 녀석임을 어필합니다. 배기음은 벨로스터 N같은 고성능 팝콘기계는 아니지만 1600cc 소형 엔진 치고는 제법 그르렁거리면서 낮게 깔리는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이 차의 성격을 잘 나타내 줍니다.

 

다만 냉간 시의 콜드 스타트 상태에서의 배기음은 꽤나 우렁찬 편이라 소음에 민감한 곳에 주차했을 경우 어느 정도 민폐가 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콜드 스타트가 끝나고 rpm이 안정화되면 소리는 곧 얌전해지지만요.

 

 

덤으로 이 화려한 리어 범퍼는 의외로 GT 전용 사양이 아닙니다. K3 5도어는 해외에서 포르테 5(Forte 5 : 북미 지역) 또는 쎄라토 해치(Cetaro Hatch : 북미 이외의 해외 지역)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한국과는 달리 GT 사양이 아닌 기본형 사양의 5도어도 판매됩니다. 그런데 리어 범퍼를 포함한 후면의 디테일이 GT와 기본형이 아예 동일합니다. 유일한 차이라면 기본형 사양에는 싱글 머플러가 적용되어 왼쪽 머플러는 더미 몰딩으로 막혀있다는 거죠.

 

4도어의 경우 GT에만 디퓨저를 적용하고 빨간 몰딩을 더해 나름대로 차별화 요소를 준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기본형 5도어가 판매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5도어 자체가 차별화 요소라 딱히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요.

 

 

 

 

 

 

2세대 K3는 방향지시등 위치가 낮아서 시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방향지시등의 높이 자체는 1톤 트럭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도로에서 만나는 1톤 트럭들이 방향지시등 위치가 너무 낮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안 켜서 문제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을 얻어먹는 이유는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나뉘면서 시선 분산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브레이크등 근처에 방향지시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이걸 가지고 입을 대는 소비자들이 많은데도 BD의 페이스리프트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리어 범퍼에 방향지시등이 설치되고 이전까지 콤비네이션 타입의 테일램프를 사용하던 카니발도 4세대 KA4부터는 방향지시등을 리어 범퍼로 분리한 것을 보면 피터 슈라이어 옹을 비롯한 기아의 디자이너들은 이게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듯합니다. 어쨌든 그 까다로운 국토교통부령 자동차관리법을 비롯한 국내외 법규를 모두 충족하니 말이죠.

 

사실 저는 지금과 같은 테일램프의 레이아웃에 딱히 불만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를 통해 북미 사양 그대로 수입되는 미국차들이 브레이크등을 점멸시켜 방향지시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알면서 봐도 적응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K3 GT의 외관을 한 바퀴 훑어봤습니다. K3 GT 5도어는 국산차는 물론 해외의 C 세그먼트 모델들 중에서도 비슷한 녀석을 찾기 힘든 독특한 실루엣을 지닌 패스트백 디자인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정통 해치백보다는 크로스오버에 좀 더 가까운 성격이죠.

 

현대기아차 그룹은 꾸준히 C 세그먼트 스페셜티카를 내놓고 있는데 그중 대차게 망한 모델을 하나 꼽자면 아반떼 쿠페가 있습니다. 스타일링이 베이스 모델인 아반떼 MD와 지나치게 유사해서 그냥 문짝 2개인 아반떼 MD로만 인식되었고 결국 이런 차가 있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대중 모델을 베이스로 삼는 스페셜티카는 기본형 모델과는 차별화된 요소를 어필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데 K3 GT는 한국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해치백을 GT만의 특화 요소로 적용하는 강수를 둡니다. 그리고 이는 제대로 먹혀들어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프런트 마스크만은 좀 더 변화를 주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3. Interior : 숨은 GT 찾기

 

 

외관을 살펴봤으니 이제 실내 차례입니다. 실내에는 GT만의 특별한 요소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찾아봅시다.

 

 

 

 

 

 

1열 도어를 열면 레드 스티치로 장식된 GT 전용 가죽시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기아는 이를 튜블러 시트라고 명명했는데 사이드 볼스터와 쿠션 볼스터를 두툼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신체를 시트에 고정하는 버켓 시트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급격한 코너링에서 허리와 허벅지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좀 무리하게 꺾었다 싶어도 운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게 잡아주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에 큰 도움을 줍니다.

 

시트 조절의 경우 운전석 시트는 전동식, 조수석 시트는 레버식 수동 조절입니다. 어차피 제 차는 조수석에 사람이 타지 않으니 딱히 상관없습니다.

 

 

 

 

 

1열 시트에는 레드 스티치로 GT 엠블럼을 그려 넣었고 시트와 헤드레스트의 테두리도 레드 스티치와 레드 파이핑으로 장식했습니다. 지금의 시트도 꽤 잘 어울리지만 이왕이면 2세대 K5의 GT 사양처럼 블랙+레드 투톤 시트를 적용했으면 좀 더 개성이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시트의 가죽이 이 정도로 광택이 잘 나는 물건은 아닌데 이건 가죽 드레싱을 바른 뒤 제대로 버핑하지 않아서 번들거리는 겁니다. 실제 광택은 이보다 좀 더 매트한 편입니다.

 

 

 

 

 

 

 

 

 

 

 

 

실내의 레이아웃을 비롯한 세부 구성요소는 기본형 K3와 대부분을 공유합니다. 센터페시아가 좌우대칭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운전석 방향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얇고 심플하게 디자인한 구성요소들과 크래시패드를 길게 가로지르는 가니쉬 구성을 보면 BMW의 1시리즈, 3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K3의 경우 옵션 선택에 따라 인테리어 컬러를 블랙과 브라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K3 GT는 옵션 선택에 관계없이 블랙 인테리어가 적용됩니다. 하기야, 이 차의 컨셉을 생각하면 브라운 인테리어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버건디 레드라면 모를까요.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곳곳이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되어 있는데 저는 이게 상당히 불만스럽습니다. 지문 남게시리... 카본 패턴이나 메탈릭 헤어라인으로 마감했다면 멋과 편의성을 동시에 챙기지 않았을까 싶군요.

 

 

 

 

 

 

스티어링 휠은 원형 혼캡을 중심으로 한 기아 특유의 3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리모콘의 버튼 배치는 기아차 또는 현대차를 탔던 사람이라면 설명서 없이 숙달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배치입니다. 9시 15분 방향 그립에는 반타공 가죽을 씌워 그립감을 향상하고자 한 흔적이 보입니다.

 

스포크 위에는 움푹하게 썸레스트를 파놨는데 나름대로 그립감을 향상하기 위한 요소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썸레스트를 너무 깊게 판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스포츠 지향의 모델은 스티어링 휠을 두툼하게 만들어 그립이 손에 꽉 차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스포츠 지향 모델의 전매특허인 D컷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차는 탑승할 때 무릎이 스티어링 휠에 닿을 정도로 레그룸이 극단적으로 좁은 차는 아니지만 간단한 리터치만으로 스포츠 감성을 살리기에는 이만한 물건도 없죠. 6시 방향 스포크는 GT 엠블럼으로 장식했고 스포크 전체를 새틴 크롬으로 마감했습니다. 시트와 마찬가지로 레드 스티치도 적용되어 있지요.

 

 

 

 

 

 

3시, 9시 방향 스포크에는 패들 시프트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조작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패들이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군요. 덧붙여 이 사진에 보이는 + 패들은 수동변속 모드에서 1초 이상 당기면 자동변속 모드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내용이 사용설명서에 적혀있지 않습니다. 일해라 기아야...

 

 

 

 

 

 

 

 

계기판은 기본형 K3와 동일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차의 실내에서 가장 큰 불만이 있다면 바로 이 계기판인데 명색이 고성능 트림이면서 고성능으로서의 어필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풀 LCD 클러스터는 어차피 제 취향이 아니라 아날로그 계기판인 것 자체는 불만이 없는데 고성능 모델로서의 감성적인 요소가 꽝입니다.

 

 

 

바늘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feat. 아반떼 스포츠)

 

예시를 몇 가지 들자면 아반떼 스포츠는 계기판의 구성 자체는 K3 GT와 같지만 스피도미터와 타코미터를 비롯한 계기판의 바늘을 6시 방향에서 시작하도록 만들어 고성능의 이미지를 심었고 K3 GT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쏘울 부스터, K3 GT의 유럽 사양이라 할 수 있는 씨드 GT/프로씨드 GT는 계기판 중앙의 슈퍼비전 클러스터에 터보 부스트 게이지와 토크 게이지를 표시할 수 있게 만들어 시각적 요소는 물론 기능성도 챙겼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터보 부스트 게이지는 왜 빼먹은 건가요 기아놈들아.

 

K3 GT를 비롯한 현대기아차의 건식 DCT 적용 차량은 슈퍼비전 클러스터에 변속기 온도계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상 유일한 GT 전용 메뉴인지라 평상시에는 이 변속기 온도계를 띄워놓고 운전하게 됩니다. 물론 내비게이션 표시, ADAS 작동 표시 등 슈퍼비전 클러스터로서의 다른 기능은 기본형 K3와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스티어링 컬럼 좌측 하단의 패널에는 조명과 ADAS를 제어하기 위한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풀 옵션이면서도 멍텅구리 버튼이 하나 있는데 이 멍텅구리 버튼의 원래 역할은 해외 사양 BD들을 뒤져보고서야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양 BD인 K3에 적용된 TPMS(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는 타이어 내부의 센서를 통해 공기압을 체크하는 직접식 TPMS입니다. 그런데 몇몇 국가에서 판매되는 BD는 휠 스피드 센서를 통해 타이어의 공기압 이상 유무를 추측하는 간접식 TPMS가 적용되어 있는데 이 간접식 TPMS는 조건에 따라 오작동이 발생하고 이때 리셋 버튼을 눌러 초기화를 시켜야 정상화됩니다. 그 리셋 버튼이 저 멍텅구리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죠. 즉, 원가절감 때문에 있던 기능 빼고 저렇게 만든 거 아니니까 안심하고 타셔도 됩니다.

 

 

 

 

 

 

브레이크 페달, 액셀 페달, 풋레스트는 메탈 플레이트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GT 전용 사양입니다. 액셀 페달은 통상적인 서스펜디드 타입인데 오르간 타입이 아니라 불만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스펜디드 페달도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히 유감은 없습니다. 서스펜디드 페달을 오래 사용하다 보니 오르간 페달의 조작감이 되려 더 어색하기도 하고요.

 

 

 

 

 

 

 

When Mama Isn't Home.mp3

 

크래시패드 가니쉬를 중심으로 센터페시아는 상단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하단에 에어벤트와 공조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플로팅 타입의 8인치 심리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며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8인치 디스플레이 채용 모델들과 동일한 표준형 5세대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등장 당시에는 최첨단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한 구성이었지만 K3 GT가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현재의 기준으로는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밀려 한물 간 느낌입니다. 저야 뭐 이전 차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체가 없는 차를 탔던지라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만... BD의 멕시코 사양과 중국 사양은 지금도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것을 보면 한국 사양도 페이스리프트 때는 10.25인치로 디스플레이가 커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K3는 실내의 은색 장식이 모두 새틴 크롬으로 마감되어 있지만 GT의 경우 크래시패드 가니쉬와 에어벤트 가니쉬는 마감 소재가 메탈릭 페인트로 변경됩니다. 크래시패드 가니쉬는 GT 전용 사양이라 그렇다고 쳐도 에어벤트 가니쉬는 어째서 바꾼 걸까요. 크래시패드 가니쉬와의 깔맞춤?

 

크래시패드 가니쉬에는 GT 엠블럼이 새겨져 있는데 뜬금없이 GT 엠블럼이 저기에 들어간 이유는 말이죠...

 

 

 

 

 

 

크래시패드 가니쉬의 GT 엠블럼과 사이드 에어벤트 바로 옆의 도어핸들 가니쉬에는 가변형 LED를 사용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국산 C 세그먼트 중에서는 최초로 앰비언트 라이트를 적용한 사례죠. 사진에 나온 파랑, 초록, 주황, 보라 4가지의 색상 외에도 빨강, 하양을 포함하여 총 6색으로 작동하며 드라이브 모드 변경에 따라 연동시킬 수도 있는데 이 때의 색상은 각 모드의 상징 색상이 됩니다.

 

 

 

 

 

 

나름대로 기본형 K3와 차별화되는 요소이긴 한데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된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지라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거기에 센터페시아의 백라이트는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상과 관계없이 항상 기아 특유의 레드가 적용되는지라 앰비언트 라이트가 폭넓게 적용된 차량들처럼 실내 분위기를 좌우하지는 못합니다. 제 경우는 센터페시아 백라이트의 연장선 삼아 레드 컬러로 사용합니다.

 

 

 

 

 

 

공조장치는 듀얼 오토 에어컨이 적용됩니다. 몇몇 차종의 경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공조장치 정보를 표시하는데 K3는 별도의 세그먼트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여 편의성을 좀 더 챙겼습니다. 공기청정 기능을 지원하는데 작동 버튼에 별도의 아이콘이 표시되지 않아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지 않으면 공기청정 기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세그먼트 디스플레이의 상단에는 조수석에 탑승자가 없음을 표시하는 솔로 표시등이 있습니다. 이런 거 안 만들어놔도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확인사살을 해주시는 기아자동차의 악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공조장치 패널 하단에는 2단 구성의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단 수납함은 무선충전기가 내장되어 Qi 무선충전 규격을 지원하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량용 무선충전기가 대부분 그렇듯 발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급속충전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충전 중 발열이 심해질 경우 휴대폰이 식을 때까지 자동으로 충전을 멈추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 두면 충전램프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단 수납함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한 AUX 단자와 USB 포트, 12V 전원 포트와 충전 전용 USB 포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충전 전용 USB 포트의 경우 퀄컴 퀵차지 2.0 규격의 급속충전을 지원합니다.

 

 

 

 

 

 

기어 레버는 K3와 동일한 디자인을 사용합니다. GT 전용 사양으로 기어 부츠에 레드 스티치가 들어가긴 했는데 이왕이면 기어 노브에 GT 엠블럼 하나 정도는 박아주는 게 어땠을까 싶군요. 덤으로 K3의 수동변속기는 한국 내수 사양에서는 K3 GT 4도어만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 존재 자체가 GT 전용이긴 합니다.

 

열선시트와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의 작동 버튼이 기어 레버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운전 중에 사용하려면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죠. 공조장치 패널 바로 아래 정도의 위치에 버튼을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을 위해 편의성을 희생한 요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때문에 버튼을 보지 않고 손가락의 감각만으로 통풍시트를 작동시키려다 앗 뜨거를 외치는 사태가 가끔 나옵니다.

 

 

 

 

 

 

주차 브레이크는 고전적인 핸드 파킹 방식입니다.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아 EPB를 기반으로 한 편의 기능인 오토 홀드와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를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따다닥 하고 당기는 손맛이 있는 핸드 파킹 방식을 더 선호합니다. 다만 계기판에는 EPB를 적용하려고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걸 보면 런칭 당시에는 단가 문제로 EPB를 적용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마 페이스리프트 때는 가격 인상과 함께 EPB를 옵션으로 넣을지도 모르겠군요.

 

카페인과 멘톨을 상비하기 위한 컵홀더는 급격한 코너링에도 음료가 쏟아지지 않도록 내부에 스프링 클립이 붙어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주차 브레이크 레버와 컵홀더가 위와 같이 세로로 배치된 탓에 기어 레버와 센터 콘솔 암레스트와의 거리가 꽤나 먼 편입니다. 기어 노브를 D 레인지에 넣고 손으로 잡았을 때 암레스트에 팔꿈치를 걸칠 수 있는 정도죠. 이 때문에 2021년형에서는 슬라이딩 콘솔 암레스트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부품만 구해서 개조해보려고 정비지침서를 찾아보니 센터 터널을 죄다 뜯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라 그냥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센터콘솔 내부에는 뜬금없이 USB 포트가 들어있는데 센터페시아에 있는 녀석과 마찬가지로 퀵차지 2.0을 지원하는 급속충전 전용 포트입니다. 내부에 분리식 파티션 하나 정도를 넣어줬으면 활용성이 더 높아졌을 것 같군요.

 

 

 

 

 

 

GT 전용...이라고 하긴 뭐하긴 하지만 기본형 K3의 경우 블랙 인테리어일 경우 그레이 헤드라이닝, 브라운 인테리어일 경우 블랙 헤드라이닝이 적용됩니다. 뭔가 이상한 구성인데 K3 GT는 블랙 인테리어에 블랙 헤드라이닝을 조합하여 완벽한 블랙 깔맞춤을 완성시킵니다.

 

오버헤드 콘솔은 선루프가 적용되지 않은 사양이라 선글라스 케이스, 핸즈프리용 마이크, 실내등 정도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야박하게도 LED 실내등은 선루프를 선택해야 적용되는 사양인지라 그냥 전구를 싸제 LED로 교체했습니다. 리어뷰 미러는 흔히 볼 수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 내장형 ECM 룸미러입니다.

 

선바이저는 여느 현대기아차에서 볼 수 있는 구성과 동일합니다. 슬라이딩 커버가 달린 배니티 미러와 주차권, 통행권 등을 꽂을 수 있는 티켓 홀더, 상단의 배니티 램프까지 심히 익숙한 구성이지요.

 

 

 

 

 

 

글러브 박스는 잠금장치가 없는 것은 그러려니 해도 램프까지 없는 것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도어 트림의 구성은 K3와 동일하며 암레스트에는 레드 스티치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왕이면 암레스트 위의 스티치도 빨간색으로 바꿨으면 더 좋을 뻔했군요. 하단에는 보틀 홀더와 맵포켓이 적용되어 있고 그 옆에 보이는 도어 커티시 램프처럼 보이는 물건은 실제로는 점등 기능이 없는 리플렉터입니다.

 

운전석 도어에도 당연히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되어 있는데 문제는 기본형 K3의 경우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가는 도어핸들 가니쉬에 운전석 메모리 시트 버튼이 있다는 겁니다. 즉, K3 GT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핑계로 메모리 시트 기능이 삭제된다는 이야기죠. 에라이...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을 선택할 경우 크렐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K3 GT에 적용되는 크렐 사운드 시스템은 1인치 트위터 2개+6인치 우퍼 4개+3.15인치 센터 스피커 1개+듀얼 서브우퍼 1개의 8채널 구성을 사용합니다.

 

크렐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명가로 알려졌지만 AV 쪽에 취미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카탈로그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이 많을 겁니다. 당장 저도 그렇고 말이죠. 크렐은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브랜드이지만 카오디오 시장에 진입한 시기는 2013년으로 의외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현시점에서 크렐 카오디오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기아, 현대, 그리고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어큐라까지 달랑 셋에 불과하죠.

 

크렐은 카오디오 시장에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현대모비스와 협업을 맺고 현대기아차 그룹의 신차에 적극적으로 크렐 오디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카오디오 브랜드인 액튠이 날아가고 현대기아차에 꾸준히 카오디오를 공급하던 JBL도 주도권을 뺏기게 됩니다. 여기에 렉시콘과 보스까지 가세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카오디오 공급 라인은 전쟁터가 되었죠.

 

카오디오 버전 크렐은 클래식 등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장르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강한 비트를 사용하는 일렉트로니카, 락 등의 장르와는 그다지 조합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는데 K3 GT에 적용된 시스템의 경우 의외로 저음역대의 파워가 강하게 튜닝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차의 성격을 감안한 튜닝인 것 같은데 이 때문인지 종합적인 밸런스 면에서는 썩 좋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아, 물론 저는 헤비메탈, 하드코어 테크노 같은 장르를 주로 듣기 때문에 이 세팅이 더 좋습니다.

 

 

 

 

 

 

이제 뒷좌석으로 넘어가 봅시다. 앞좌석에서 할 말을 거의 다 해서 뒷좌석은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2열의 공간은 국산 C 세그먼트가 그렇듯 의외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합니다. 어지간한 장신이 아닌 이상 헤드룸과 레그룸도 충분한 편이고요.

 

 

 

 

 

 

2열 시트는 사이드 볼스터가 강조된 1열의 튜블러 시트와는 달리 평범한 벤치 시트입니다. 그래도 1열 시트와 동일한 패턴으로 몰드를 넣고 헤드레스트와 백레스트, 쿠션의 모서리에 레드 스티치를 넣어 1열과 테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레스트 스티치의 상당 부분이 안전벨트에 가려서 티가 잘 안 나는군요. 차의 성격 상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지만 2열 시트에는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하기 위한 ISOFIX 마운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안전벨트 하니 생각나는데 현대의 1.6T 204마력 모델들은 빨간색 안전벨트를 넣어주는데 K3 GT도 안전벨트가 빨간색이었다면 꽤나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승용차의 2열 벤치 시트가 대부분 그렇듯 가운데 좌석의 백레스트를 접어 암레스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암레스트에는 컵홀더가 매립되어 있는데 1열과는 달리 스프링 클립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하기야, 뒷좌석에 사람 태우고 음료가 쏟아질 정도의 와일드한 주행을 할 사람은 극히 드물겠죠.

 

 

 

 

 

 

센터 콘솔의 뒤편에는 2열 승객을 위한 에어벤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왕이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에어벤트 아래에 충전 포트 두어 개 정도를 넣어줬으면 좋았을 뻔했군요. 뜬금없이 센터콘솔 안에는 충전 포트를 넣어주더만...

 

시트백 포켓은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그물망 형태입니다. 그런데 이 쪼잔한 놈들이 조수석에만 시트백 포켓을 달아놨군요. 저 그물 쪼가리가 그렇게도 아까웠을까요.

 

 

 

 

 

 

2열의 도어 트림은 1열의 것과 같은 구성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2열에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없고 도어 커티시 램프인 척하던 리플렉터도 빠졌다는 것 정도군요.

 

 

 

 

 

 

마지막으로 체크할 공간은 트렁크입니다. 5도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트렁크 리드는 테일게이트 해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테일게이트 차량이 대부분 그렇듯 운전석에는 조작 스위치가 없고 후방카메라 바로 뒤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 해치를 열 수 있습니다. 해치는 전동식 액추에이터 대신 일반적인 가스 리프터를 사용하며 이 때문에 4도어 모델에서 지원하는 스마트 트렁크가 5도어에서는 삭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트렁크에 갇혔을 때 내부에서 트렁크 리드를 열어 탈출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마련합니다. K3 GT의 경우 트렁크 내부에서 해치를 열 수 있긴 한데 맨손으로는 불가능하고 스마트키에 내장된 비상키가 필요합니다. 혹시 이 차의 트렁크에 들어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차주와 함께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해치백이면서도 리어 오버행을 길게 잡은 덕분에 시트 폴딩을 하지 않아도 넉넉한 트렁크를 확보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5도어 사양의 트렁크 용량은 428L로 4도어의 502L와 비교하면 꽤 줄어들긴 했지만 현대 i30의 3세대인 PD가 395L의 트렁크 용량을 갖추는 것을 감안하면 해치백으로서는 충분히 넉넉한 공간입니다.

 

휠 하우스가 트렁크 룸을 크게 침범하는 세단들과는 달리 휠 하우스에 의한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이 직육면체에 가까운 공간을 확보하여 용량 대비 활용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트렁크 룸의 우측에는 6.5인치+5.25인치 구성의 듀얼 서브우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코엑셜 스피커 1개는 콘이 2개니까 2스피커라고 우기는 쉐보레 모 차종과는 달리 크렐의 오디오 시스템은 듀얼 서브우퍼도 스피커 1개로 간주합니다.

 

4도어 사양에는 8인치 싱글 서브우퍼가 적용되는데 서브우퍼의 울림통 역할을 하는 트렁크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차이를 두고 구성한 것이 아닐까 싶군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정비지침서에 의하면 서브우퍼 바로 옆에는 448W 출력의 8채널 외장앰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트렁크 플로어를 들어올리면 추가 수납공간과 함께 스페어 타이어를 대체하는 러기지 트레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 지급되는 비상 삼각대와 트렁크 네트는 보통 여기에 수납하게 됩니다.

 

 

 

 

 

 

러기지 트레이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측에는 타이어 리페어킷을 비롯한 OVM 세트가 들어있습니다. 이전에 타던 M300 스파크는 견인고리가 별매품이었는데 여기에는 앞뒤 종류별로 2개나 들어있는 것을 보니 당연하다 싶은데도 어째 고맙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스파크는 M400으로 넘어오면서 견인고리가 기본 지급품으로 변경되는 대신 후기형부터 타이어 리페어킷이 삭제되었습니다.

 

 

 

 

 

 

해치백은 대부분 동급 세단보다 트렁크 용량이 적은데도 공간 활용성을 무기로 내세웁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시트 폴딩을 통해 2열 공간을 트렁크 공간과 합쳐 통째로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2열 시트는 6:4 분할 폴딩과 풀 플랫 폴딩을 모두 지원하며 위와 같이 풀 플랫으로 시트를 접을 경우 세로 방향으로 150cm 가량의 길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1열 시트를 앞으로 밀어내고 매트를 깔면 성인 두 명 정도는 충분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최근 캠핑의 대세가 되고 있는 차박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커버링 쉘프를 떼어낸 후 수납할 수 있는 별도의 기믹은 마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통 커버링 쉘프는 트렁크 노출 면적이 작은 해치백이나 소형 SUV에서 사용하는 구성인데 이 녀석은 해치백 치고는 커버링 쉘프가 가려야 할 면적이 꽤나 넓고 그만큼 커버링 쉘프의 사이즈도 큽니다. 사용 자체는 커버링 쉘프가 더 편리하지만 수납을 고려한다면 커버링 쉘프가 아닌 러기지 스크린을 챙겨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K3 GT의 실내를 둘러봤습니다. 기본적인 틀은 K3와 공유하지만 나름대로 GT만의 개성을 주기 위해 실내 곳곳에 손을 댄 요소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튜블러 시트로 명명된 세미 버켓 시트가 단순히 것멑만이 아니라 실제로 스포츠 드라이빙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해치백 특유의 공간 활용성 덕분에 스포츠성을 강조한 모델이면서도 실용성을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이 차를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저에게 있어 꽤나 매력적인 요소죠.

 

다만 조금만 더 디테일한 부분을 챙겨줬다면 지금보다 좀 더 스포티한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저 평범의 극치를 달리는 촌티 나는 계기판은 손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4. Performance : 6000+ GO LIKE HELL

 

챕터 제목이 이 모양인 이유는 이 녀석의 최고출력이 6000rpm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명대사처럼 7000rpm까지 밟았다가는 엔진 블로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의 계기판에서 보셨듯이 6500rpm부터 레드 존이거든요.

 

이제 둘러볼 곳은 다 둘러봤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 차의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차로서는 지금 소개하는 K3 GT가 두 번째 차이지만 꽤 다양한 렌터카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소위 말하는 메인스트림 국산차 다수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금 비틀어 말하자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는 제법 타봤지만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스포츠성을 가진 차를 제대로 운전해본 적은 딱히 없습니다. 있다고 하면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의 스팅어 GT AWD,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의 330i MSP 정도군요.

 

리뷰어의 조건이 이렇다 보니 K3 GT가 고성능 지향의 모델로서 가지고 있는 성격을 상세하게 말씀드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각 잡고 제대로 타는 건 이 녀석이 처음이니까요. 그냥 평범한 차를 타던 사람이 K3 GT를 탔을 때의 감상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K3 GT에 탑재되는 엔진은 4기통 1600cc의 배기량을 가진 감마 T-GDI 엔진입니다. 현대기아차의 감마 엔진은 다양한 파생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엔진은 그중 G4FJ 형식이 적용됩니다. G4FJ 형식은 1세대 감마 엔진의 터보 사양으로 연료 제어 시스템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GDI, 밸브 제어 시스템은 CVVT를 사용합니다.

 

G4FJ 형식 내에서도 터보차저의 용량과 배기가스 흡입방식, 흡배기 시스템 등의 구성에 따라 몇 가지 선택지가 나뉘는데 그중 K3 GT에 탑재된 녀석은 G4FJ 형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kgf.m로 1600cc 소형 엔진으로써는 충분히 강력한 축에 속하는 엔진입니다.

 

204마력 G4FJ 엔진을 탑재한 차종은 꽤 많습니다. 1세대 벨로스터 터보를 시작으로 K3 쿱, 아반떼 스포츠, i30 N라인, 쏘울 부스터, 2세대 벨로스터 1.6T, 그리고 K3 GT가 있죠. 그런데 이 차들에 탑재된 엔진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 엔진이 처음 탑재된 벨로스터 FS 터보는 강력한 출력이 무색하게 서킷을 한 바퀴도 채 완주하기 전에 엔진이 오버히트로 퍼질 정도로 부실한 냉각계통 탓에 차덕후들로부터 혹평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냉각계통을 대대적으로 개수하면서 인터쿨러 용량 증가, 흡배기 매니폴드 형상 변경, 압축비 변경, 터보차저 용량 증가 등 크고 작은 업그레이드가 이어졌고 K3 GT에 탑재되는 G4FJ 엔진은 1세대 감마 계열 엔진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량된 최종형이라 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K3 GT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차종으로는 벨로스터 JS 1.6T가 있습니다.

 

 

 

 

 

 

K3 GT에 적용되는 G4FJ 엔진의 특징으로는 터보차저의 부스트압을 끌어올려 일시적으로 토크를 증가시키는 오버부스트를 공식적으로 지원한다는 겁니다. 비록 오버부스트가 터져도 토크는 고작 1kgf.m가 증가하여 최대 28kgf.m의 토크를 만들어냅니다만 초창기에는 오버히트로 뻗어대던 엔진이 이제는 오버부스트까지 끌어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안정화되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무튼 최후의 1세대 감마 엔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K3 GT는 감마 엔진을 탑재한 차량 중 가장 빠른 가속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아차 공식 블로그인 카피엔스에서 공개한 자료[링크]로는 제로백 6.9초를 기록하고 있지만 유튜브 리뷰 영상, 미디어 시승기 등의 자료를 참조하면 실제 제로백은 6.8초, 제로이백은 27초 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식 자료보다 실측 자료들이 약간 더 빠른데 이 정도 차이는 측정오차나 흡기온도, 노면온도 등의 주행조건 차이에 의한 결과라도 봐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참고로 6세대 아반떼 스포츠의 후속인 7세대 아반떼 N라인부터는 2세대 감마 엔진인 G4FP 형식으로 변경됩니다. 이 엔진은 밸브 제어가 CVVD로 변경되고 저압 EGR 탑재, 열관리 시스템의 개선 등 강화된 환경규제 충족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엔진의 퍼포먼스 향상에는 딱히 반영되지 않는 요소들인지 카탈로그 스펙은 204마력에 27kgf.m 토크로 동일하고 가속력 싸움에서도 2세대 감마 엔진인 아반떼 N라인이 1세대 감마 엔진인 K3 GT와 오차범위 수준의 차이만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반떼 N라인이 3세대 J7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차체에서 꽤나 많은 무게를 덜어냈는데도 말이죠.

 

 

 

 

 

 

액셀 페달을 통해 스로틀을 열었을 때 K3 GT가 보여주는 반응은 민첩하고 경쾌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G4FJ 엔진이 1600cc이긴 해도 출력만 따지자면 2500cc 자연흡기 엔진을 상회하는 수준인데 이 엔진을 공차중량 1400kg가 채 되지 않는 C 세그먼트 차량에 올렸으니 힘이 남아돌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겠죠.

 

제원 상으로는 6000rpm에서 최고출력 204마력, 1500~4500rpm에서 최대토크 27kgf.m를 발휘합니다. 넓은 영역대에서 최대토크를 만들어내는 특성상 대부분의 주행영역에서 터보 엔진 특유의 펀치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터보 엔진의 특성에 따라 엔진의 회전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DCT와의 조합으로 변속 또한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버부스트를 지원하는데 벨로스터 N의 NGS처럼 별도의 버튼을 사용하지 않고 풀 스로틀(속칭 '풀악셀')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 냉각수 온도, 흡기 온도 등의 조건이 적합 범위일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풀 스로틀 상태에서 오버부스트의 도움을 받아 시원하게 뻗어나가지만 정작 오버부스트가 정확히 언제 터지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게 계기판에 터보 부스트 게이지를 넣었어야 한다니까...

 

 

엔진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힘을 뿜어내는 괴물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조작을 하든 그 조작을 그대로 받아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물건입니다. 평범한 승용차만 타던 사람에게 "스포츠 드라이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메세지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출력대의 중형~대형 승용차와는 다른 감각을 전달합니다.

 

흔히 회전질감이라 말하는 엔진의 반응은 살짝 거친 편입니다. 그렇다고 엔진이 부서질 것 같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고 고회전 영역대에서 얘 성질 좀 더럽구나 싶은 느낌을 전달합니다. 제가 스파크로 6000rpm까지 올려봤을 때의 엔진 반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저속에서 두드러지는 터보랙입니다. G4FJ 엔진의 204마력 사양은 셀토스와 코나에 탑재되는 177마력 사양 대비 터보차저의 용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터보랙을 줄이기 위해 트윈 스크롤 터보를 사용하는데 이것만으로는 터보랙을 완전히 잡지 못합니다. 저배기량 고부스트 엔진의 숙명과도 같죠. 흡기량이 충분하지 않은 저속에서는 한 박자 숨 고르고 힘을 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터보랙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리바운드로 터보랙 직후의 발진가속이 좀 더 빠르게 느껴지는 반사이익도 있긴 합니다.

 

 

 

 

 

 

 

변속기는 7단 건식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됩니다. K3 GT에는 수동변속기 사양도 있지만 4도어 GT 베이직 트림만 선택할 수 있어 5도어는 수동변속기 사양이 없고 그나마도 4도어 자체가 단종된 현재는 더이상 수동변속기가 달린 K3 GT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

 

형식명 D7UF1으로 명명된 이 변속기는 G4FJ 엔진을 비롯하여 현대기아차의 1400cc~1700cc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차종에 폭넓게 적용됩니다. G4FJ 엔진과 마찬가지로 초창기에는 욕을 푸짐하게 얻어먹었다가 점차 성능이 개선되었고 현재는 D7UF1-2라는 개량형이 등장한 상태입니다. 아쉽게도 K3 GT는 개량 직전의 녀석이 들어갑니다.

 

DCT는 자동화 수동변속기의 한 부류로 수동변속기에 근간을 두는 만큼 변속 과정에서 특유의 직결감과 그에 따른 울컥거림이 생깁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은 이 직결감을 변속 충격이라 하여 기계적인 특성이 아닌 일종의 결함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직결감이 강하게 남아있는 유럽식 DCT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가깝게 참고하여 만든 현대기아차의 초기형 DCT인 D6GF1/D7GF1은 아주 박한 평가를 받았죠.

 

한국 시장, 북미 시장 등 승차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기아차가 선택한 방법은 클러치를 미트시키는 단계에서 반클러치를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직결감을 줄이고 변속 감각을 토크 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덕분에 D7GF1 시절에 얻어먹던 욕을 어느 정도 희석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구성 면에서는 불안요소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고 DCT 특유의 감각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기대했던 운전자들에게는 반대로 DCT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연유로 K3 GT의 변속기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꽤나 부드럽습니다. 초기 발진 시에는 특유의 직결감이 어느정도 살아있지만 5단 이상의 오버 드라이브 기어비로 넘어가면 아예 토크 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와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직결감을 억눌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CT로서 기대할 수 있는 빠른 변속이 살아있다는 점은 꽤나 매력적이군요.

 

패들 시프트를 당겨 수동으로 변속했을 때 계기판의 타코미터가 한 발짝 먼저 움직여 시각적으로 변속기가 좀 더 신속하게 응답하는 듯한 세팅을 사용하는데 DCT의 변속이 그 속도를 따라잡으면서 계기판의 눈속임을 체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거기에 수동변속기 구조에서 얻는 높은 동력 전달 효율까지 그대로 지니고 있어 카탈로그 스펙이 204마력이면서 섀시 다이나모 테스트에서의 휠마력이 190마력 초반대를 상회하는 성능을 만들어냅니다.

 

 

다만 이 변속기는 건식 DCT 고유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변속기의 냉각을 공랭에 의존하는 건식의 특성상 발열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계기판에 변속기 온도계를 제공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꾸준히 달릴 수 있는 환경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정차가 잦고 반클러치 크리핑의 사용빈도가 높은 시가지 구간에서는 변속기 온도가 스멀스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차는 시가지 주행과는 궁합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또한 수동변속기 기반의 변속기인지라 오르막에서 정차 후 재출발이 어렵다는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HSA(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2초 정도는 잡아주기 때문에 그 안에 출발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 HSA가 미처 개입하기도 전의 짧은 정차 후 재출발은 이 특성을 모른 채로 운전했을 때 당황하기 딱 좋습니다. 고속도로 오르막은 만나면 반갑지만 마트 지하주차장 오르막은 만나면 무섭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차량이 대부분 그렇듯이 K3 GT도 통합 주행모드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모드 선택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의 응답,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변경되는 시스템으로 기본 주행모드인 컴포트, 연비 향상을 최우선으로 삼는 주행 모드인 에코, 이 차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 마지막으로 현재의 주행 조건에 따라 에코↔컴포트↔스포츠 모드 중 하나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스마트까지 총 4종의 모드를 지원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스마트 모드로 두면 딱히 모드를 바꿀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스마트 모드의 세팅이 꽤나 보수적이라 일상 주행에서는 스마트 에코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녀석은 에코 모드가 발동하면 파워트레인의 응답이 크게 느려지고 체감 성능 또한 1600cc 자연흡기 엔진 수준으로 대폭 떨어집니다. 저는 이게 싫어서 어지간해서는 컴포트 모드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식으로 운전합니다. 에코 모드는 외지로 여행 갔다가 주행거리 계산에 실패해서 연료는 점점 바닥나는데 주유소는 황천 문턱 너머라 네 발로 기어가야 할 때 사용합니다.

 

모드 변경은 변속 레버 왼쪽에 위치한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버튼으로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렌터카로 이 차를 접한 사람이 K3 GT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고 말한 후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려면 뭘 눌러야 하냐면 말이죠...

 

 

 

 

 

 

D 레인지에서 변속 레버를 왼쪽으로 꺾어 S 레인지에 넣어주면 스포츠 모드로 변경됩니다. 이전까지의 주행 모드에 관계없이 S 레인지에서는 무조건 스포츠 모드로 진입하는 구성인데 이게 의외로 손맛이 쏠쏠합니다. 한 번 밟아볼까 하고 레버를 탁 꺾어주는 즉시 반응이 올라오는데 과장 조금 섞어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이버 머신들의 부스터 레버를 작동하는 듯한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변속 레버로 스포츠 모드 켜는 아이디어 만든 분을 존경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위치도 애매하고 크기도 작아 누르기 힘들지만 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패들 시프트를 지원하는 차량인 만큼 D 레인지에서는 패들 시프트로 수동변속이 가능하고 S 레인지에서는 패들 시프트와 기어 레버 모두 수동변속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동변속 모드를 임의로 해제하는 것은 패들 시프트로만 가능합니다.

 

 

 

 

 

 

스포츠 모드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엔진 회전수가 오르면서 그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가 반겨주는데 사실 스포츠 모드를 켜자마자 거칠어지는 엔진음은 ESG(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만들어내는 가상음입니다. 초기형 ESG는 카오디오의 스피커로 만들어냈지만 K3 GT의 ESG는 와이퍼 박스 아래의 카울 패널에 부착되어 진동을 발생시켜 조금 더 실제 엔진음에 가까운 부가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아주 가끔이지만 ESG의 진동이 다다닥 하고 잡소리를 만들기도 하죠.

 

컴포트 모드에서는 닭가슴살에 후추를 치듯 향만 살짝 잡아주는 정도로 개입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본격적으로 ESG가 작동해서 1600cc 엔진에서는 듣기 힘든 스포티한 음색을 만들어냅니다. 이 가상음은 엔진 회전수와 연동하여 꽤나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몇몇 상황에서는 확연한 이질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엔진 본연의 음색을 가린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꽤 많아서 ESG를 끄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녀석은 에코 모드를 넣는 것 외에는 ESG를 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에 대한 민원이 많았는지 2020년형은 이전 연식 대비 ESG의 음량이 줄어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을 다른 모드보다 더 높게 잡아 액셀 페달의 조작에 엔진이 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증가한 엔진 회전수만큼 터보랙 또한 줄어듭니다. 컴포트 모드로도 충분한 출력을 발휘하지만 엔진의 힘과 기민함을 함께 이끌어내는 스포츠 모드는 이 차의 운전자로 하여금 충동적으로 변속 레버를 왼쪽으로 꺾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자동변속 모드에서 변속기를 빠르게 탑 기어로 올리는 다른 주행 모드와는 달리 스포츠 모드에서는 자동변속 모드에서 저단 기어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합니다. 킥다운을 넣지 않고 항속주행했을 때 다른 모드에서는 70km/h 언저리에서 이미 7단 기어를 돌리고 있다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120km/h가 넘도록 6단 기어를 물고 있지요. 여기에다 변속기의 미트 속도 또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빨라져 차량의 전체적인 응답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의 변속 제어 로직이 업시프트 뿐만 아니라 다운시프트에도 꽤나 보수적인 편이라 스로틀 조건에 따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슬라럼 코스 등 연속으로 이어진 급격한 코너 공략을 위해 일시적으로 속도를 줄였을 때 rpm을 밀어붙여 재가속 직전 다운시프트 시 레브 매칭의 효과를 노리는 등 조금 더 공격적인 운영을 하도록 세팅되었으면 지금보다 만족감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명색이 수동변속기 기반이라고 스포츠 주행을 할 때는 직접 패들 시프트와 액셀 페달로 수동변속을 하게끔 만드는군요.

 

 

 

 

 

 

조향 시스템은 랙&피니언 방식을 사용하며 컬럼 구동형 EPS(전자식 파워 스티어링)가 적용됩니다. 현대기아차에서는 C-MDPS라 칭하는 시스템이죠. 2010년 초반대까지만 해도 이 MDPS의 조향감각은 아주 끔찍했습니다. 게임기용 레이싱 휠만도 못하다는 평이 결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경차 주제에 핸들링이 걸출한 것으로 유명한 M300 스파크를 타다가 회사 차로 아반떼 MD를 타면 그 한심한 핸들링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었지요. 스티어링 휠을 꺾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보타를 넣어주지 않으면 직진조차 제대로 못 합니다.

 

그러다가 아반떼 AD를 기점으로 MDPS의 조향감각이 일취월장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족한 부분도 없어 적어도 중간은 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K3 GT의 조향 시스템은 그 연장선에 있지요. 

 

K3 GT는 공식적으로 스티어링의 기어비를 높여 기본형 K3 대비 민감하게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치 상으로는 기본형 K3가 60mm/rev, K3 GT가 63mm/rev인데 이론적으로는 기어비가 높아지면 작은 조작으로도 스티어링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여 숏 코너에서 더욱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속 영역에서의 민감한 스티어링은 직진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기어비를 조정한 덕분인지 K3 GT의 핸들링은 다른 C 세그먼트 차량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예리합니다. 스티어링의 답력은 상당히 묵직하게 세팅되어 있으며 스포츠 모드를 걸면 좀 더 무거워집니다. 여기에 후술 할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특성이 더해져 스티어링을 꺾는 대로 전륜이 정직하게 움직여주면서 우직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조금 욕심을 내서 코너에서 밀어붙여도 "아니, 이게 된다고?"라고 의문 섞인 감탄사를 내뱉게 되죠.

 

전륜구동 차량답게 기본적인 스티어 특성은 언더 스티어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차량들보다는 약간 더 뉴트럴 스티어의 성격을 내고 있으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내내 이 특성은 일관적으로 유지됩니다. 급격한 코너링으로 타이어의 접지 한계를 벗어나면 급격하게 오버 스티어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PS4의 접지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조향이 털릴 정도의 극한 상황을 겪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가벼운 전륜구동 해치백임에도 코너링에서 후륜이 휙휙 날아가는 연출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치백 중에서는 리어 오버행이 긴 편에 속하기 때문에 그만큼 후차축의 무게가 꽤 나가는 편입니다. 전륜과 후륜의 무게 배분이 약 6:4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면 전륜구동 차량에서는 밸런스 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죠. 그만큼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지만 요(Yaw)를 팍팍 만들면서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하드코어 레이서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세팅입니다.

 

K3 GT의 핸들링과 코너링은 제가 그동안 몰아봤던 차들과 비교하면 단연 우수한 축에 속합니다. 다만 코너링에서는 K3 GT보다 i30 N라인이 조금 더 좋은 평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i30 N라인이 K3 GT보다 리어 오버행이 짧아 리어의 움직임이 더 가볍고 i30 N라인에 ATCC라는 이름으로 탑재된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K3 GT에도 ATCC가 적용되었으면 어떤 움직임을 보여줬을지 궁금해지는군요.

 

 

 

 

 

여러분께서는 지금 볼트 하나 손대지 않은 순정 차량의 하체를 보고 계십니다.

 

현가장치로는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후륜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합니다. 기본형 K3에는 후륜에 토션빔 서스펜션이 장착되지만 토션빔 서스펜션은 혼다 시빅 타입-R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 로드 홀드 능력이 떨어져 스포츠 주행에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K3 GT에서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변경되는 것은 예상된 결과죠.

 

그건 그렇고 서스펜션이 심히 컬러풀한데 이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 1을 선택한 결과물입니다.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 1(이하 '튜온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빌스타인의 대표적인 역립식 모노튜브 쇼크업소버인 B8 스프린트가 적용되고 여기에 스프링 강성이 증가한 로워링 스프링이 매칭됩니다. 그리고 스테빌라이저 바의 강성 또한 한층 더 강해지며 로워 암, 트레일링 암, 어시스트 암의 부시가 듀얼 컴파운드 사양의 강화 부시로 변경됩니다. 컨트롤 암 세트가 파란색으로 도색되어 있는데 각각의 컨트롤 암에 부착된 부시만 변경되었을 뿐 컨트롤 암의 재질이 변경된 것은 아닙니다.

 

튜닝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튜온 서스펜션의 설명을 읽었을 때 코너링 성능을 대폭 향상하기 위한 세팅임을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승차감이 흉악해진다는 것도 말이죠.

 

 

튜온 서스펜션은 '딱딱하다'보다는 '탄탄하다'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고 할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유연합니다. 이 성격은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특히 두드러지는데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면서 노면의 요철에 의한 바운드를 신속하게 끊어내고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롤링? 피칭? 그거 먹는 건가요?

 

특히 하드 성향의 서스펜션이 큰 요철을 밟았을 때 리바운드에 의해 타이어가 접지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튜온 서스펜션은 단 한 번의 바운드만 매우 빠르게 흡수하고 뒤따르는 리바운드를 억제하면서 타이어를 지면에 강하게 눌러주는 부분이 꽤 인상 깊습니다. 서킷과 같이 잘 정리된 노면뿐만 아니라 대형 상용차들의 잦은 통행으로 울퉁불퉁해진 노면에서 빠르게 달려도 그립을 놓치지 않는다는 거죠.

 

튜온 서스펜션의 단점이라면 역시 승차감입니다. 빌스타인 B8 스프린트와 로워링 스프링이 조합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댐핑 스트로크가 짧아져 노면의 상태를 아주 정직하게 읽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이 캐빈으로 넘어오는 일이 허다하고 탑승자가 받는 부담 또한 그만큼 늘어납니다. 특히 운전자는 노면의 상태를 시각으로 미리 읽은 후 충격을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심리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승객의 입장에서는 꽤나 험악한 승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저는 터널의 노면 포장이 평평하지 않고 규칙적인 요철이 있다는 것을 이 차를 타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탔던 C 세그먼트는 물론 D 세그먼트 이상의 상급 차량들과 비교해도 이 정도로 고속주행과 코너링에서 안정감을 주는 차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면 스포츠 주행을 위한 세팅은 일상 주행을 위한 세팅과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튜온 서스펜션이 성능을 발휘하는 데에는 타이어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쉐린 PS4를 사실상 기본 사양에 가까운 헐값에 제공하는 데다 신차 발표 미디어 시승회를 시작으로 기아의 공식 홍보매체에서 PS4를 빼먹지 않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기아에서도 PS4를 K3 GT의 기본 타이어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어의 카테고리는 용도와 성능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PS4는 스포츠 주행을 중시하는 퍼포먼스 타이어, 그중에서도 일상 주행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도 서킷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맥스 퍼포먼스 급에 속합니다. 이보다 더 성능이 높은 타이어는 익스트림 퍼포먼스 급으로 분류되는데 EP급이 되면 공도 주행은 거의 불가능한 서킷 전용 타이어라고 보시면 무방합니다.

 

PS4는 MP급 타이어 중 입문형 격으로 300마력 이상의 고성능 차량의 성능을 받아주기는 약간 부족하지만 200마력대 준고성능 차량에서는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매칭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일상 주행에서 적당히 매운맛을 더한 K3 GT와는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K3 GT의 출력과 서스펜션 성능을 모두 받아주면서 K3 GT의 운동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게 해 주면서 단단한 사이드월이 코너링에서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타이어의 성능이 떨어진다면 제아무리 잘 세팅된 서스펜션과 강력한 엔진을 올렸더라도 풀 스로틀에서 휠스핀을 팍팍 내며 파워를 갉아먹고 코너를 공략할 때 타이어가 횡그립을 감당하지 못해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과 키스하게 되겠죠.

 

이렇게 훌륭한 매칭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K3 GT를 구입하는 오너들 중 PS4를 선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제 차가 2020년 3월에 제작된 차임에도 타이어는 2019년 9월에 생산된 재고품이 장착되었고 기아에서 이 규격의 PS4를 사용하는 차는 K3 GT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PS4가 그만큼 안 팔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니, 25만원이면 진짜 거저 주는 거라니까요?

 

 

 

 

 

 

기본형 K3는 전륜에 280mm 25T, K3 GT는 305mm 25T 디스크 로터를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 2(이하 '튜온 브레이크')를 선택하면 330mm 30T 로터와 대용량 1P 플로팅 캘리퍼로 교체되고 브레이크 패드의 소재는 NAO에서 로우스틸로 변경됩니다.

 

K3 GT에 기본 적용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공도 주행에서는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하나 서킷 주행과 같은 고부하 조건에서는 발열이 누적되면서 한계를 보이는 반면 튜온 브레이크를 적용할 경우 서킷에서 세션 단위로 뛰어도 충분히 버텨줄 정도로 열용량에 여유가 생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각 리뷰 매체들마다 다른 건 몰라도 브레이크만큼은 흠잡을 부분이 없는 최상급이라는 평을 내리고 있지요. 물론 이 강력한 제동력에는 미쉐린 PS4도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제동 감각은 대부분의 현대기아차들이 적용하는 초반에 제동 답력이 크게 걸리는 세팅과는 다르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만큼 제동력이 리니어하게 걸리는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여타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강력한 물건이다 보니 초반에 제동력을 몰아주면 언제 어디서나 급제동을 유발하게 되겠죠. 이 특성 외에는 의외로 일반적인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제동 감각을 보입니다. 액셀 페달처럼 아주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사실 이 튜온 브레이크는 2세대 K5인 JF의 GT 사양인 K5 GT에서 처음 선보인 브레이크로 현재 이 브레이크를 옵션 파츠가 아닌 기본 사양으로 사용하는 차량은 벨로스터 N 기본 사양이 있습니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을 구입하는 오너들은 거의 대부분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하면서 브레이크를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볼 일이 거의 없는 물건이죠. 동호회 등지에서는 'K5 GT 브레이크'로 알려진 물건인데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좋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을 튜닝 파츠로 사용하는 속칭 '모비스 튠'의 인기 품목으로 손꼽힙니다.

 

헌데 이 브레이크 세트, 원래는 전륜과 후륜 모두 대용량 사양이 제공되는데 K3 GT에는 어째 전륜에만 적용됩니다. BD의 북미 사양인 포르테 GT, 그리고 J6 플랫폼을 BD와 공유하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씨드 3세대의 GT 사양인 씨드 GT/프로씨드 GT의 경우 후륜에도 K5 GT용 300mm 디스크 로터를 적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국 사양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옵션의 성격 상 후륜 대용량 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아서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좋아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을 텐데 말이죠.

 

 

 

 

 

다른 것보다도 저 통짜 흡기 인테이크와 모멘텀 GT 엠블럼이 참 탐나지 말입니다...

 

덧붙여 2019년까지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 2를 선택하면 대용량 브레이크 외에도 aFe POWER(이하 'aFe')에서 제작한 흡기 시스템이 패키지에 포함되었다가 2019년 연말부터 패키지에서 빠졌습니다. 이 흡기 시스템은 튜온 몰에서 51만원에 별도로 판매하기도 했지만 마찬가지로 2020년부터 더 이상 재고가 입고되지 않아 현재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aFe의 플래그십 제품군인 모멘텀 GT를 G4FJ 엔진의 규격에 맞춰 제작한 물건으로 습윤식 원통형 필터에 전용 격벽과 흡기 인테이크까지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보면 aFe 필터 특유의 흡기음과 함께 고속 영역에서의 응답성이 소폭 증가(휠마력 기준 4~5마력 향상)하는 효과가 있어 감성 튜닝으로나 퍼포먼스 튜닝으로나 효과는 분명히 있는 물건이라고 합니다. 다만 중저속 영역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보기 어렵고 유지관리가 매우 귀찮다는 문제도 함께 가지고 있어 결국에는 단종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호기심에 한 세트 마련해보려고 여러 방면에서 알아보다가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aFe의 홈페이지에서 현대기아차에 납품한 사양과 동일한 제품[링크]을 팔긴 하는데 aFe 브랜드가 아니라 서브 브랜드인 'Takeda'로 판매됩니다. 미국 회사 브랜드 이름이 타케다라니 이 무슨... 타케다는 aFe에서 제작한 일본산 스포츠카용 파츠에 붙는 브랜드인데 어째 한국산 차량용 파츠에 타케다 브랜드가 붙는 걸 보면 aFe 놈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아시아권이라 일본삘 나는 이름이 익숙하겠거니 하고 묶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브랜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구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 사실 처음 리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성능 챕터에서 말이 이 정도로 많아질 줄은 몰랐는데 키보드를 잡고 보니 내용이 술술 나오는군요. 그만큼 K3 GT의 드라이빙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제로백 16.8초짜리 차를 타던 사람이 제로백 6.8초짜리 차를 타게 되니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 당연하지요.

 

말 수백 마리를 엔진에 구겨 넣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중적인 승용차에 익숙한 사람에게 있어 K3 GT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그동안 운전의 재미를 딱히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적당히 익숙해지면 내 의도대로 차가 움직여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펀 드라이빙'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단순한 드레스업 파츠가 아닌 애프터 마켓 수준의 본격적인 퍼포먼스 튜닝 파츠를 팩토리 튠드로 제공하는 것 또한 이 차의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죠. 물론 이게 상위 단계의 고성능 차량으로 넘어가게 하는 발판임을 깨닫게 된다면 이미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개미지옥에 빠진 뒤일 겁니다. 외쳐! 스팅어!

 

 

 

 

 

 

 

#5. Et cetera : 일상에서, 서킷에서,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K3 GT의 연료 계통은 옥탄가 RON 91+를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즉, 일반 휘발유를 먹이면 됩니다.

해외 사양 BD의 사용설명서를 참조하면 가소홀*을 사용할 경우 E10까지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고 무수에탄올 함량이 15%를 초과하는 가소홀은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가소홀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이 내용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사실 고압축비 터보 GDI 엔진이 적용된 차량이 91+ 세팅인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GDI 엔진은 구조적으로 LSPI(저회전 조기점화)라는 현상에 취약합니다. LSPI는 통상적인 노킹과 발생 원리는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연료의 이상점화에 의해 노킹과 유사하게 엔진에 대미지를 누적시키며 고압축비 엔진일수록 LSPI가 치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수의 터보 GDI 엔진들은 LSPI를 비롯한 이상점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RON 95+ 이상의 고옥탄가 휘발유를 주유하도록 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유소는 해외 주유소들과는 달리 RON 95+ 상당의 휘발유를 판매하지 않고 RON 91+인 일반 휘발유, RON 98+인 고급 휘발유만 판매하기 때문에 RON 95+ 차량을 보유한 오너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고급 휘발유를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GDI 엔진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은 고옥탄가 휘발유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GDI 차량이라도 일반 휘발유만 먹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시장의 이런 조건 때문에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생산하는 GDI 차량들은 성능을 약간 희생하더라도 일반 휘발유 세팅을 하거나 노킹 센서가 일반 휘발유에 의한 이상점화를 감지하면 ECU에서 연료 점화시기를 조절하여 일반 휘발유에 대응하는 대신 성능을 낮추는 가변 세팅을 사용합니다. K3 GT는 전자에 해당하긴 하지만 10:1의 고압축비 엔진인 만큼 여건이 된다면 고급 휘발유로 관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조금 더 이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소홀(gasohol) : 휘발유와 무수에탄올을 혼합한 연료로 가소홀의 규격을 표기하는 E값은 무수에탄올의 함유량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E10 가소홀은 휘발유 90%, 무수에탄올 10%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곡창지대를 보유한 지역에서는 식물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에탄올을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어 북미 및 남미 지역에서는 보편화된 연료이지만, 에탄올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자동차의 연료 계통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아 각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해당 차량에 사용 가능한 가소홀의 규격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K3 GT 5도어의 공인 연비는 12.1km/L이며 미쉐린 PS4 옵션을 선택할 경우 11.9km/L까지 떨어집니다. 타이어의 접지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구름저항이 증가하여 연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최근 출시되는 1600cc 가솔린 차량들은 디젤 차량 부럽지 않은 연비를 뽑아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딱히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제원 상의 도심 연비는 10.7km/L이지만 실제 시가지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면 7~8km/L 수준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어 7단 걸어두고 80~90km/h 선에서 느긋하게 달리면 제원을 훌쩍 뛰어넘어 위와 같이 18km/L에 근접하는 연비를 볼 수 있습니다.

 

연비놀이 할 거면 애초에 K3 GT 대신 다른 차를 샀어야 하는 게 정답입니다만 아무래도 땅 파서 기름은 나오지만 기름값이 나오는 건 아닌지라 신경을 어느 정도는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의 연비는 정말 무심하게도 도로 조건에 따라 큰 격차를 나타냅니다. 그냥 연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려놓고 타는 수밖에 없군요.

 

 

 

 

 

트렁크에 골프백은 모르겠고 타이어는 4개까지 들어갑니다.

 

테일게이트 차량의 특권으로 위와 같이 시트 폴딩을 하지 않아도 세단으로는 따라 하기 힘든 화물 적재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수치 상으로는 세단보다 부족한 트렁크 용량임에도 트렁크 공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물론 위와 같이 리어 글라스를 가릴 정도로 화물을 적재한다면 후방 시야 확보 문제가 생기고 작은 화물을 이 정도 높이까지 쌓는다면 화물이 2열 헤드룸을 타고 넘어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여 저 타이어들은 제 차에 달려있던 PS4인데 리뷰를 적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동절기에 대비하여 미쉐린의 신상품 올시즌 타이어인 파일럿 스포츠 올시즌 4(이하 'PS AS4')로 타이어를 교체한 상태입니다. PS AS4가 쉐보레 콜벳 8세대의 OE 타이어로 사용되고 올시즌 타이어 중에서는 최상급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가 있어 선택해봤는데 내년 여름에도 PS AS4를 달고 있을지, 아니면 PS4로 복귀할지는 두고 봐야겠군요.

 

 

 

 

 

 

K3 GT는 기아차의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유보(UVO)를 지원합니다. 사실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이름만 다른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아쉽게도 기아 페이, 디지털 키 등 K3 GT가 출시된 이후 상용화된 최신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때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와 함께 업그레이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보가 지원하는 기능 자체는 타 차종에 탑재된 것과 동일합니다만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예열과 후열에 신경 써야 하는 K3 GT는 유보에서 제공하는 무선 시동 기능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유보에서는 K3 GT나 기본형 K3나 같은 차로 취급하는군요.

 

 

 

 

 

 

ADAS는 K3 GT가 출시된 시점인 2010년 후반대의 최신 기술을 거의 대부분 탑재하였습니다. FCA(전방 충돌방지 보조), LKA(차선 이탈방지 보조), BCW(후측방 사각지대 경고), DAW(운전자 주의 경고), NSCC(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어지간한 차들 부럽지 않을 수준으로 눌러 담았는데 반자율주행의 일종인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기아차 연구원의 코멘트에 의하면 K3 GT의 ADAS를 관제하는 소프트웨어와 제어 유닛은 HDA 구동이 가능한 사양이지만 전자제어로 정차 후 재출발을 구현할 때 필요한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탑재되지 않아 HDA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덧붙여 2020년형부터는 제어 유닛의 하드웨어가 변경되어 이전 연식 대비 ADAS의 전체적인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 사진의 작동 화면에는 LDW(차선 이탈 경고)로만 작동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차선을 이탈할 경우 조향에 개입해서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LKA 또한 지원합니다. 제가 자동 개입을 싫어해서 사용하지 않을 뿐이죠.

 

 

 

 

 

 

K3 GT, 특히 튜온 서스펜션과 미쉐린 PS4 옵션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 차의 승차감과 정숙성은 어떤 방향으로든 당신의 예상을 벗어난다는 겁니다. 스포츠 세단, 핫해치 등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을 여럿 타본 지인은 K3 GT의 승차감이 의외로 유럽차들과 유사한 감각을 낸다면서 예상보다 괜찮았다는 평을 내렸지만 컴포트 지향의 대중적인 모델만 타다가 이 차를 타게 되면 이게 과연 2020년에 만들어진 승용차가 맞는가 싶은 의심을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차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보다 민첩하고 날카로운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해 기본형 대비 높은 비용을 투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서스펜션이 주는 탄탄함과 뛰어난 로드 홀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승차감이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특히 왕년에 하체 튜닝 좀 해봤다 하시는 분들은 순정부품으로 빌스타인 B8이 들어간다는 대목에서 이 차의 승차감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성능에는 딱히 관심 없고 패스트백 스타일링과 공간 활용성만 고려하는 실용적인 패션카로서 K3 GT에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노면의 정보를 가감 없이 운전자에게 피드백하는 K3 GT의 승차감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데일리카이자 패밀리카로 사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정숙성은 사실 기본형 K3와 동일한 NVH 저감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윈드 노이즈 등 기본적인 정숙성 면에서는 기본형 K3 대비 그렇게까지 험악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엔진이 기본적으로 고회전 중심의 운영을 하게 되는 만큼 엔진음도 제법 있으면서 기본형 대비 터프하게 손질된 배기음도 들리고 PS4 특유의 로드 노이즈도 바닥을 타고 꽤 또렷하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하기야, 일부러 엔진 소리를 만들어내는 ESG가 탑재된 차에 정숙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군요.

 

내장재의 조립 품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지 내장재가 만들어내는 잡소리가 종종 거슬리게 만드는데 유감스럽게도 4도어보다 5도어 사양이 잡소리가 발생하는 빈도가 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산량이 적다 보니 개선품이 들어갈 여지도 적어지는 것이겠죠. 그래도 동호회 등을 통해 유출되는 패치 노트에서 연식변경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의장품 성형 개선에 의한 조립 품질 향상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기아에서 손 놓고 바라보지만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입하기 전에 시승을 해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K3 GT는 2019년 하반기 경에 시승차가 모두 중고로 매각되어 현재는 기아 영업소를 찾아가도 시승차가 없습니다. 저도 시승 한 번 못해보고 3천만원을 들이붓는 도박을 저질렀지요. 그나마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도심지에서의 K3 GT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심지 운행의 비중이 대부분이라면 다른 차를 구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도심지 정체구간 운전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입니다. 하지만 K3 GT의 경우 여기에 더해 변속기가 정체구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DCT 특유의 직결감을 억제하고 부드러운 변속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클러치를 적극 개입시키는 세팅이 시가지 주행에서는 변속기의 지속적인 반클러치 사용 및 클러치판의 슬립을 사실상 강제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포츠 주행에서도 쉽게 오르지 않는 변속기 온도가 시가지에서는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변속기의 내구성 면에서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여기에 더해 정체 구간에서의 변속기 운영 로직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시가지 주행에서 기어를 넘길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변속기를 통제하기 위해 수동변속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클러치 페달이 없어 법적으로는 자동변속기로 간주되기 때문에 2종 자동 운전면허를 보유한 사람이라도 K3 GT의 DCT를 운전할 수 있지만 자동화 수동변속기의 특성상 부분적으로 수동변속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 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동변속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반면 장거리 주행에서는 시가지 주행에서 겪는 고충이 모두 없던 일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 차의 매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정직한 핸들링, 차체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서스펜션, 그리고 충분한 출력을 갖춘 파워트레인이 조합되면서 고속도로에서는 피쉬테일 따위로 휘청거리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을, 굽이진 산길 지방도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꺾는 대로 라인을 밟아나가는 날카로운 주행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넉넉한 출력이 주는 여유로움도 빠뜨릴 수 없는 장점이죠.

 

장거리 주행에서 신경 쓸 부분은 딱 하나, 하드한 승차감의 영향으로 운전자가 비교적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가끔 휴게소 들러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하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 1에서 가장 피 말리는 컨텐츠는 서킷 주행이 아닌 폭스 헌팅입니다.

 

본격적으로 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스포츠 주행은 정작 제 차로는 못 해봤습니다. 사실 공도에서는 제대로 된 스포츠 주행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이 녀석을 본격적으로 달리게 할 곳을 찾아봤습니다. 바로 서킷이죠. 하지만 인제 스피디움 서킷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서킷을 마음껏 탈 만한 실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합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매년 인제 스피디움에서 KARA(대한자동차경주협회) 공인 레이싱 스쿨인 H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개최합니다. 각 과정은 현대, 기아, 제네시스로 분리되어 있는데 작년까지는 K3 GT로도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 3까지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올해는 어째서인지 레벨 1로만 K3 GT를 운영하게 되어 아쉽게나마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쏘나타 센슈어스를 통해 이수했던 레벨 1을 K3 GT로 재수강했습니다.

 

사실 레벨 1은 슬라럼, 회피 제동 등 드라이빙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고 서킷에서도 하중을 사용하는 그립 주행 같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가벼운 주행만 이루어지지만 딱 하나, 기아 레벨 1에만 존재하는 레벨 1 유일의 경쟁 컨텐츠인 폭스 헌팅만큼은 K3 GT의 한계를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간략화된 짐카나 코스에서 언더 스티어가 걸릴 때까지 전륜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 녀석의 하체가 얼마나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버텨주는지, 숏 코너 탈출 후 급가속에서 파워트레인이 어떤 응답을 보이는지 등은 공도에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이죠. 이를 통해 K3 GT는 C 세그먼트 치고는 상당히 전투적인 차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준비한 K3 GT는 튜온 패키지가 빠져있고 타이어도 미쉐린 PS4가 아니라 기본 OE 타이어인 금호 마제스티 솔루스입니다. 이 때문에 하체는 충분히 버틸 여력이 남아 있지만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낮아 그립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겪었습니다. 만약 모든 튜온 패키지가 들어간 사양에 PS4 타이어였다면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지 궁금해지는군요. 

 

 

 

 

 

 

K3 GT는 활용성이 높은 C 세그먼트 해치백을 기반으로 삼는 자동차입니다. 그런 만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갖춘 수많은 조건의 도로에서 달리게 됩니다. 물론 오프로드는 제외하고 말이죠. 대부분의 도로에서 K3 GT는 뚜렷한 주관을 드러내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얌전한 녀석은 아니기 때문에 이 녀석의 성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이 차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6. Gallery : K3 GT를 찍기 시작해서 그냥 많이 찍었습니다

 

리뷰용으로 써먹으려다 결국 리뷰 본편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진들을 몇 장 모아봤습니다.

리뷰 분량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여기에도 들어가지 못한 B컷 사진들은 별도 포스트[링크]로 분리했습니다.

 

 

 

 

 

 

 

 

 

 

 

 

 

 

 

 

 

 

 

 

 

#7. Conclusion : Dynamic Delight - 기아가 말하는 Grand Touring이란

 

 

일단 이 차를 언급함에 있어 'GT'라는 단어를 조금 풀고 넘어가겠습니다.

 

GT는 통상적으로 'Grand Tourer(또는 이탈리아어 Gran Turismo)'의 줄임말로 사용됩니다. 근대 유럽에서 귀족 집안의 자제들이 마차를 타고 여러 선진국들을 여행하며 문화를 배우는 '그랜드 투어'가 그 유래로 여기에 사용되는 마차는 당연히 호화롭고 안락해야 하며 장거리 여행을 위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원이 이런 만큼 현대에서의 그랜드 투어러는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으면서도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춘 럭셔리 스포츠카'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뛰어난 성능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퓨어 스포츠카와는 성격이 다르죠.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그럼 내가 그동안 봐왔던 GT는 다 뭐지?'라는 의문이 들 겁니다. 우리 주변에는 GT라는 이름을 단 수많은 자동차를 볼 수 있지만 그중 위에서 이야기한 그랜드 투어러의 정의에 부합하는 차는 거의 없을 거거든요. 그렇다면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통해 잘 알려진 포드 GT40는 GT가 아닌 걸까요? 플레이스테이션의 간판 타이틀 중 하나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 자동차로 세계를 유람하는 게임일까요?

 

20세기에 들어 GT에는 또 다른 정의가 추가되었습니다. GT카는 F1으로 대표되는 오픈휠 레이싱카가 아닌 시중에 시판되는 차량을 베이스로 하는 레이싱카, 통칭 투어링카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됩니다. GT카가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일정 수량 이상 생산 또는 판매된 양산차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규정이 있기 때문에 호몰로게이션 통과를 위해 경기용 스펙으로 제작된 차들이 그대로 시판되기도 합니다. 안락함과는 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슈퍼카들이 GT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은 대부분 이 케이스입니다.

 

 

GT라는 수식어를 단 차들은 제각각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의 공통점을 공유합니다. 바로 통상적인 모델 대비 더욱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갖춰 한층 더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는다는 거죠. 대중 모델을 베이스로 한 GT 모델들은 넉넉한 출력을 통해 운전자로 하여금 한결 여유로운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GT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차량에게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핫해치의 대선배 격인 폭스바겐 골프 GTI가 여기에 해당하는 가장 적절한 예시가 아닐까 싶군요.

 

기아가 K3 GT를 비롯하여 국내외 시장에서 GT 트림을 선보이는 데에는 이런 성격에서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선은 있는지 기아가 판매하는 모든 모델에 GT 트림을 만들지는 않고 'GT'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어울릴 법한 모델에만 GT 트림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뭐, K3 GT는 성능과 수납공간을 잡았으니 반쯤은 그랜드 투어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데 럭셔리와는 거리가 꽤 있고 승차감이 점수를 좀 많이 까먹는군요.

 

 

 

 

 

 

혓바닥이 길면 실속이 없다는데 말이 너무 많은 게 아니었나 싶군요. 이쯤에서 K3 GT의 장단점 세 줄 요약 갑니다.

 

 

▶ 장점

- 가속력, 제동력, 핸들링, 코너링 등 탄탄한 섀시와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준수한 운동성능

-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유사품을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스타일링

- 준고성능 모델로서는 높은 수준의 공간 활용성

 

▶ 단점

- 일반적인 승용차에 익숙하다면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승차감

- 프런트 마스크, 계기판 구성 등 기본형 K3 대비 차별화가 부족한 일부 요소

- 시가지 정체구간, 지하주차장 출구 등 일상 속의 가혹 조건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는 DCT

 

 

 

K3 GT의 장단점은 비교적 확실합니다. 이에 따라 어떤 관점에서 이 차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타더라도 모두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이른바 80점 전략의 차는 아니라는 거죠.

 

K3 GT의 공식적인 카테고리는 C 세그먼트 5도어 해치백이지만 좀 더 상세하기 분류하고자 하면 딱 이렇다 하고 맞아떨어지는 정의가 나오지 않는 이른바 세그먼트 버스터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녀석을 해치백과 슈팅브레이크의 혼종이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통상적으로 300마력 전후의 고성능 해치백에는 보통 '핫해치'라는 칭호가 붙고 핫해치라 불리기에는 조금 미지근한 성능의 해치백은 보통 '웜해치'라 칭합니다. 그런데 K3 GT의 경우 세간에서 말하는 핫해치와 웜해치의 중간 정도의 성능이라 바디 스타일만큼이나 한 가지로 정의로 분류하기 애매모호한 녀석입니다.

 

이 애매모호한 차는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분명히 조금 더 잘 달립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잘 달리기 위해 몇몇 요소를 희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희생한 요소들이라는 게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차를 고를 때 반드시 따지는 요소들입니다. 이 컨셉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K3 GT는 꽤나 괜찮은 솔루션이 될 겁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데일리카로서의 실용성도 고려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K3 GT의 가성비를 꽤 높게 평가하실 겁니다.

 

반면 여기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저 불편하고 시끄럽고 연비 안 나오면서 비싸기만 한 차입니다. 이런 요소를 포기할 수 없다면 그냥 비슷한 가격의 K5나 쏘나타를 사는 게 더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3 GT를 타게 되면서 가지게 된 목표가 하나 있습니다. 운전을 좀 더 제대로 배워서 이 차의 진짜 성능을 끌어내 보고 싶다는 거죠. BMW 드라이빙 센터의 스타터 팩을 시작으로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까지 진도를 조금씩 밟아나가고 있는데 스포츠 드라이빙을 배우면 배울수록 운전대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K3 GT는 분명히 일반적인 승용차보다는 좀 더 손이 많이 갑니다. 터보 엔진+DCT 조합인 만큼 배기량 대비 강력한 파워를 얻는 대신 유지보수 면에서 신경을 더 써줘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섀시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한계치 또한 크게 올라간 만큼 이 차의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려면 운전자로 하여금 일정 수준 이상의 운전 실력을 요구합니다.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자동차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K3 GT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입문하기 위한 발판으로든, 데일리카에서 약간의 자극을 주고 싶은 경우든 말이죠.

 

 

지금까지 K3 GT에 대해 소개해봤습니다. 어째 제 첫 자동차 리뷰[링크]와 마찬가지로 주행거리 10000km 달성 기념으로 준비했지만 12000km를 찍고 리뷰를 올리게 되는군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페이스리프트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K3 GT가 어떤 컨셉을 두고 접근하는 차인지에 대한 소개는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상, 서식지에서 서킷이 너무 멀어 손맛이 고픈 리츠 블레이즈였습니다.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