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obile garage2023. 5. 7. 23:17

제가 이 녀석과 처음 만난 것은 2020년 3월 9일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번호를 등록한 날은 하루 뒤인 3월 10일부터지만요.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이 녀석의 생일은 그보다 한참 전인 3월 4일로 적혀있는데 이는 화성 공장에서 만들어진 직후 충주로 내려가 개조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싸제 개조가 아닌 정규 옵션에 해당하는 순정사양 개조이지만요.

 

 

 

대략 10년 전, 실질적인 제 첫 차인 스파크[링크]를 처음 봤을 때는 이미 차량번호 등록까지 끝난 상태였지만 K3 GT는 임시번호판을 단 상태에서 탁송 캐리어에서 갓 내려온 상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명의로 등록된 행정적 의미에서의 첫 차이기도 하죠.

 

 

 

 

 

그렇게 스파크를 보낸 이후 K3 GT와 함께 달린 기록이 시작됩니다.

 

 

 

 

 

- 이 차에는 뭘 손댔습니까?

 

 

원초적인 날것 그 자체였던 스파크 때와는 달리 2010년 후반대 기준의 상식적인 편의사양을 모두 갖춘 차였기에 사실 별로 손댈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를 짚어보자면...

 

2020년 11월경, 순정출고(OE) 타이어인 미쉐린 PS4로는 겨울철의 저온 노면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절기 대응을 위해 미쉐린 PS AS4로 교체했습니다. 이 차의 첫 파츠 교체이죠.

 

PS AS4를 굴려보고 성능이 나쁘지 않다면 그대로 눌러앉고 아니라면 2021년 봄에 다시 PS4로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결국 PS4는 매각하고 PS AS4로 계속 타게 되었습니다. PS4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퍼포먼스 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명색이 UHP급이라고 올시즌 타이어 치고는 제법 괜찮은 운동성능을 만들어줬습니다. 일단 계절 따라 타이어 안 갈아줘도 된다는 점에서 먹고 들어가죠.

 

 

 

 

흔한 덕질.jpg

 

K3 GT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라는 이름의 순정 튜닝파츠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성품 중 빌스타인 쇼크업소버, aFe 흡기 시스템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조달하는 파츠가 아닌 수입품이다보니 시기에 따라 패키지 구성과 가격이 바뀌는 횟집 싯가 모듬회같은 녀석입니다. 이 때문에 제가 K3 GT를 구입할 당시에는 패키지 2의 aFe 흡기 시스템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판매되는 후기형 K3 GT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가 통째로 사라졌더군요.

 

aFe 흡기 시스템을 출고 후에 장착하려고 모비스 네트워크를 뒤져봤지만 아반떼 스포츠를 비롯한 현기 1.6T 오너들이 물량을 죄다 쓸어가면서 순정품 주제에 시중에서 씨가 말라 구할 수 없어 한동안 신포도로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어느 모비스 대리점에서 창고에 대량으로 짱박아둔 순정 튜닝파츠들을 떨이로 처분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aFe 흡기 시스템을 가져왔습니다. 아마 모비스튠 좀 해보신 사람들은 이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렇게 구한 aFe 흡기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제작은 aFe가 하긴 했지만 원통형 습식 흡기필터에 맞는 흡기 인테이크 파이프와 하우징을 제조사 순정품으로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매력이죠.

 

aFe의 모멘텀 GT 시스템은 3종의 필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K3 GT 순정으로 납품되는 사양은 '프로가드 7'이라는 이름의 노란색 습식필터입니다. 그런데 이 물건은 3종 중 흡기량을 소폭 희생하고 먼지 여과성능에 능력치를 몰빵한 필터로 aFe의 본진인 미국에서는 디젤엔진 또는 오프로드 차량에 적용되는 사양입니다.

 

이걸 왜 고성능 지향 온로드 차량에 넣었는지 의문이 드는데 매년 봄철 한반도를 찾아오는 황사폭풍을 버티기 위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는 항상 해당 차량이 판매되는 환경에서 최악의 조건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aFe 흡기 시스템을 장착한다고 해서 성능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제 선에서는 섀시 다이나모나 서킷 랩타임같이 데이터화 시킬 수 있는 자료를 얻지 못했기에 실 주행에서는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 슈욱- 하고 엔진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며 엔진이 호흡하는 듯한 내연기관 갬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 이 물건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운행패턴과 멍청한 블랙박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고사 직전이 된 순정사양 MF 배터리를 AGM 배터리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배터리 교체 작업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자동차 배터리 자가교체 작업기 feat. K3 GT]

 

적어놓고 보니 스파크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손댄 부분이 없군요. 일단 실내를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이죠.

 

 

 

 

 

- 이 차는 어떻게 탔습니까?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녀석이니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때 좀 탔다 싶으면 세차하고...

 

사진에서는 철분제거제로 블루베리 주스를 우려내고 있는데 K3 GT를 타면서 버킷 세차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되어 약빨 잘 받는다고 소문난 케미컬을 하나둘씩 써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차를 타면서 자동세차는 단 한 번도 돌리지 않았네요. 세차장 가도 거품솔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K3 GT는 정비소에 의뢰하여 소모품 교체 등의 경정비를 할 때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차입니다. 심지어 그 정비소가 기아 오토큐일지라도요.

 

K3 GT는 실내 구성과 편의장비는 기본형 K3와 거의 동일하지만 파워트레인을 비롯하여 자동차의 주행과 관계되는 주요 파츠 대부분을 기본형 K3와 다른 파츠를 사용하고 당연히 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소모품이 호환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의 정비소에서는 K3 GT도 어차피 똑같은 K3라고 생각하는지 K3 GT에 K3의 부품을 장착 또는 주입하려는 상황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비사가 부품 포장을 뜯는 단계까지 직접 확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장 골때리는 상황은 휠 얼라인먼트인데 다수의 타이어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교정 장비인 헌터 호크아이의 데이터베이스에는 K3 GT의 서비스 데이터가 아예 없습니다. 이 때문에 헌터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에 작업을 맡기면 K3 GT가 아닌 K3의 서비스 데이터를 적용하게 됩니다. 저도 이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 한 번 당했고요.

 

K3의 데이터로 휠 얼라인먼트를 작업하고 굴려보면 전반적인 주행 안정성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집니다. 멀티링크로 설계된 차에 토션빔의 데이터를 넣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그래서 이 녀석의 휠 얼라인먼트 의뢰를 위해서는 GSW에서 제공하는 정비지침서에 적힌 데이터를 정비사에게 보여주고 이대로 작업하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정비지침서를 일반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기아를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소비자가 직접 정비지침서까지 찾아봐야 하는 상황에 한탄을 해야할지...

 

 

 

 

 

aFe 흡기 시스템에 적용되는 원통형 습식필터는 유의미한 파손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입니다. 대신 교체를 위한 탈부착, 세척, 오일링을 직접 해야 하죠. 오토큐 갈 때마다 접수대에 에어클리너 필터 갈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은 덤이고요.

 

aFe가 제공하는 매뉴얼에는 50000km 주행 후 세척하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사진의 오른쪽에서 보시다시피 30000km 정도 타면 잘 구운 숯덩이가 됩니다. 한국에서 오프로드용 필터를 순정품으로 제공하는 이유를 납득하게 되는 장면이죠.

 

 

 

 

 

 

 

 

 

 

 

스파크 때와 마찬가지로 적산거리 12000km를 찍고 리뷰도 써봤습니다.

[2020년형 기아 K3 GT 5도어 리뷰]

 

 

 

 

 

그리고 주차하고...

 

 

 

 

 

주차하고...

 

 

 

 

 

낮에도 달리다가 주차하고...

 

 

 

 

 

밤에도 달리다가 주차하고...

 

 

 

 

 

주차하다가 바닥 안 긁는지도 확인합니다. 숏 스트로크 타입의 쇼크업소버인 빌스타인 B8 스프린트와 여기에 맞춘 로워링 스프링이 매칭되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의 영향으로 지상고가 상당히 낮아져 방심하다가 언더커버 긁기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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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보이는 컬러풀 양카 두 대는 현재 각각 아반떼 N과 ○○○로 진화했습니다.

 

 

 

 

 

 

 

 

 

종종 차 좋아하는 불알친구들과 함께 퇴근 후 드라이빙을 하기도 합니다.

 

 

 

 

 

 

 

 

 

 

 

 

K3 GT를 타면서 제 일상에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레이싱 스쿨을 찾아다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차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운전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고 이 때를 기점으로 인천 BMW 드라이빙 센터, 인제 스피디움, 태안 HMG 드라이빙 센터를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갔습니다. 인제 스피디움은 그렇게 자주 찾아갔는데 정작 쓸만한 사진이 없네요.

 

그리고 K3 GT를 더 잘 알기 위해 달렸던 레이싱 스쿨이 K3 GT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단계가 될 줄은 이 때에는 몰랐습니다.

 

 

 

 

 

- K3 GT는 어떤 차였습니까?

 

 

K3 GT는 리뷰편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GT라는 이름과는 달리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GT, 즉 그랜드 투어러와는 거리가 있는 차입니다. 오히려 고성능 해치백인 핫해치로서의 성격에 더 가깝죠.

 

기본적인 성향은 매우 정직한 차입니다. 밟는대로 달리고 밟는대로 멈추고 돌리는 대로 꺾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들이 매우 직관적이라는 것이 이 녀석의 특징입니다.

 

스티어링의 성향은 차의 가격과 체급을 생각하면 상당히 날카롭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조정된 기어비의 영향도 있겠지만 튜온 서스펜션 패키지에 포함된 듀얼 컴파운드 부시+숏 스트로크 서스펜션+고장력 로워링 스프링의 영향으로 하체의 세팅이 통상적인 K3 GT보다도 한층 더 단단하게 조여져 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핸들링 또한 그 악명높았던 C-MDPS가 이제는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인지 어지간한 유압식 스티어링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았고요.

 

당연히 코너링 퍼포먼스 또한 한두 체급 위의 비즈니스 세단 정도는 가볍게 잡아먹을 수 있을 수준이지만 LSD의 지원을 받는 아반떼 N이나 벨로스터 N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습니다.

 

 

 

 

 

파워트레인은 스파크 때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어느정도의 이해가 필요한 차입니다.

물론 1.4톤에 못 미치는 가벼운 차에 204마력 27kgm.f의 엔진을 얹었으니 힘은 남아돌지만 이 힘을 끌어내는 1.6T 엔진과 7단 건식 DCT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1.6T 감마 엔진은 저배기량에 고출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 터빈의 용량이 배기량 대비 큰 편입니다. 당연히 저회전 영역에서의 터보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세팅이죠. 터보랙을 줄이고 엔진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터보차저 인테이크를 트윈스크롤로 구성하고 전자식 웨이스트 게이트를 장착하는 등 꽤 많은 공을 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보랙은 상당히 느껴지는 편입니다.

 

 

7단 건식 DCT는 타 브랜드의 DCT를 경험해본 사람이든, DCT를 처음 타는 사람이든 여러 모로 이해가 필요한 물건인데 타 브랜드의 DCT를 타본 사람이라면 DCT 치고는 둔한 응답과 부드러은 직결감에 의문을 가질 것이고 DCT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수동변속기 마냥 말타기를 하고 후진기어 넣었는데 종종 인히비터 스위치가 크리핑 모드를 넣어주지 않아 차가 안 움직여서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이 차의 DCT는 여러 모로 내구성과 승차감에 타협한 물건입니다. 당연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세팅이겠지만 결론적으로 매니아들에게도, 평범한 소비자들에게도 의문을 가져다주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DCT의 숙명이랄까요.

 

K3 GT를 탈 때 가장 무서운 도로는 고속도로도, 구불구불한 산길도 아닌 대형마트 주차장 경사로였습니다. 경사로에서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경고 레벨을 향해 치솟는 변속기 온도계를 통해 변속기 클러치가 갈려나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일리카로 탈 때도, 펀카로 탈 때도 여러 모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입니다. 다만 동승자가 있을 때는 이야기가 좀 많이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K3 GT의 승차감은 꽤 단단합니다. 거기에 제 차는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가 들어가면서 안 그래도 단단한 차가 더 단단해졌죠. 노면의 큰 충격은 단 한 번의 바운스로 끊어내고 잔진동은 거의 대부분 거르지 않습니다. 노면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죠. 거기에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롤링, 피칭 등도 상당히 강하게 억제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승차감만 놓고 보자면 경차와 비견될 정도로 험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 영역에 들어가면 높은 주행 안정성을 바탕으로 되려 체감으로 느껴지는 승차감이 더 좋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앞서 설명한 DCT의 영향과 함께 시가지 운행이 좀 많이 고달픈 차입니다.

 

 

 

 

 

 

 

아무튼 멋진 녀석이고 재미있게 탔습니다. 주차장 투어만 했던 스파크 때와는 달리 레이싱 스쿨 수강을 위해 한반도 종단과 횡단을 골고루 찍으면서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었고 GT라는 이름에 아깝지 않은 행적을 남겼습니다. 단 하나, 스파크에 이어 이 녀석에게도 미안한 점이 있다면...

 

 

스파크 때와 마찬가지로 조수석에 여자친구를 태운 적이 없습니다. 이 포스트를 쓰는 현재 시점까지 모태솔로입니다.

 

 

 

못난 차 주인을 둔 K3 GT에게 정말 미안하다!

 

 

 

 

 

 

-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차를 샀길래 K3 GT를 보냅니까?

 

 

 

 

 

 

이 포스트의 제목이 'GT to GT'인 이유입니다.

 

K3 GT의 뒤를 이을 녀석은 스팅어 GT로 결정했습니다. 기아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통해 스팅어를 처음 접하면서 매력적인 차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도 수 차례 스팅어를 몰게 되면서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차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현대차그룹의 엔진연구센터 폐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산 고성능 내연기관은 더이상 진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정되었고 뒤이어 들려오는 메이저 자동차 브랜드들의 내연기관 연구 포기 소식, 그리고 내연기관 시대를 장식한 명차들의 파이널 에디션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엔진 빠와!!!를 외치던 페트롤헤드들은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기 전에 꼭 타봐야 할 차가 어떤 것인지,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을 함께 장식할 차는 어떤 녀석인지 말이죠.

 

그렇게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스팅어입니다. 그 중에서도 3.3T 엔진이 장착된 GT, 그리고 후륜구동 사양이죠. 고배기량 엔진이 장착된 제대로 만든 후륜구동 자동차를 탈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드림카로서, 그리고 GT로서 K3 GT의 뒤를 잇는다는 컨셉도 반영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23년 3월 31일, 단종 직전의 스팅어를 데려오게 됩니다. 계약일이 2023년 2월 14일인데 정확히 1주일 뒤인 2월 20일에 신차 계약이 종료되었으니 최후의 스팅어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죠.

 

공교롭게도 K3 GT의 계약일이 2020년 2월 14일, 스팅어의 계약일이 2023년 2월 14일인데 사실 이것도 어느정도 의도된 컨셉질입니다.

 

 

 

 

 

- K3 GT를 팔기로 결정하고 나서 뭘 했나요?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죠. 연차 하루 내고 차 사진 찍기 좋은 장소 몇 군데를 돌며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삼각대 세워서 무선 리모트 찍은 사진입니다. K3 GT를 찍은 사진은 제법 많은데 정작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없다시피 합니다. 셀카 찍기 싫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서 말이죠. 

 

 

 

 

 

 

 

 

 

 

 

- GT의 마지막과 시작을 좀 소개해 주십쇼.

 

 

네. 이번에도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세차합니다. 세차 끝나자마자 비가 내리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K3 GT의 마지막 행선지는 주민센터입니다. 중고차 매매해보신 분들은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매도인감을 떼러 왔습니다. 이로서 K3 GT도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주차장으로 복귀하고 트렁크의 짐을 스팅어로 인수인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게 남았는데... 사실 이건 aFe 흡기 시스템을 장착하고 남은 순정 에어클리너 케이스와 흡기 인테이크입니다. aFe 흡기 시스템이 관리 면에서 좀 귀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혹시 다음 차주가 원상복구를 원한다면 작업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K3 GT의 스마트키에 달린 넘버태그를 제거합니다. 어쩌다보니 스팅어에도 똑같은 넘버태그를 사용하게 되었네요.

 

 

 

 

 

2020.03.10. ~ 2023.04.13. 총 누적 주행거리 49,543km

 

3년하고도 한 달이군요. 스파크를 보내고 K3 GT를 데려올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보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K3 GT를 만족하면서 타고 있었기에 이 녀석에게는 그저 미안할 뿐이군요. 주행거리 50000km를 채 찍지 못했는데 회사 발령지가 바뀌면서 차를 주말에만 타는 환경이 된 탓이 가장 큽니다.

 

스파크가 잘 만든 자동차를 타는 맛을 알게 해주었다면 K3 GT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자동차의 스포츠 드라이빙에 눈을 뜨게 해준 녀석입니다. 펀 드라이빙의 맛을 알게 해주면서도 데일리카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죠. 그리고 이 녀석을 통해 생전 팔자에도 없을 것 같았던 전국 횡단을 하게 되었고요.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K3 GT는 제 손을 떠났습니다. 새 주인을 만나도 잘 달려줘야 한다 임마. 내가 너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사실 제 아버지께서 이 녀석의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셨습니다. 제가 이 녀석을 얼마나 아끼면서 탔는지를 잘 아시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저 타는 어르신의 입맛에는 너무나도 험악한 승차감이었기에 결국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3년간 함께 해서 고마웠다. 잘 가게나 친구여.

 

 

 

 

 

 

그리고 저에게 있어 K3 GT에 이은 2대 GT인 스팅어 GT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실 사진 찍으려고 전날에 세차 빡세게 해놨는데 밤중에 송화가루를 뒤집어 쓰면서 색감이 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스팅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트렁크 해치의 GT 엠블럼이 구형으로 바뀐 것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2023년형 스팅어 GT는 EV6 GT에서 선보인 신형 GT 엠블럼을 사용하지만 저는 구형 GT 엠블럼으로 교체했는데 이렇게 바꾸게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스팅어 GT와 EV6 GT가 함께 등장한 광고 때문입니다.

 

 

 

 

 

스팅어 트리뷰트 에디션이 주인공인 이 광고를 통해 기아는 스팅어에 대해 진심이었음을 아주 강렬하게 표현했죠. 그리고 이 광고의 1분 45초에서 등장하는 두 GT의 엠블럼 교차 장면이 여러 모로 뇌리에 꽂혔습니다.

 

 

 

 

 

 

 

GT will continue the legacy.

 

그렇습니다. 저도 이 장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GT에서 GT로 이어지는 상징성을 나타내기에는 이 정도의 연출은 있어야겠죠. K3 GT로서의 이야기는 끝이지만 스팅어 GT로서 페이지를 이어서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 GT.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