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obile garage2022. 8. 11. 21:27

#0. 한 쿨 건너뛰고 4년 만에 돌아온 부산국제모터쇼

 

매 짝수 해마다 개최되는 부산국제모터쇼임을 감안하면 2020년에 행사가 열렸어야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발을 묶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2018년 행사보다 규모를 키웠다고 주최 측에서 호언장담했던 2020년 행사는 별 수 없이 취소되었죠.

 

이어서 2021년, 서울모터쇼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2020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기에 종전 대비 축소한 규모로나마 모터쇼가 개최되었는데 이 행사부터 '서울모터쇼'는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자동차의 전동화와 자율주행화 추세를 다분히 염두에 둔 작명이죠.

 

사실 이 때문에 '부산국제모터쇼'도 이번 행사부터 이름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국제' 타이틀 달고 볼거리가 없다고 매번 볼멘소리가 나오던 행사이다 보니 타이틀 변경을 계기로 행사의 체질을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이번에도 부산국제모터쇼라는 이름을 유지했습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초소형 전기차와 이륜차 제조사들을 제외한 완성차 제조사는 단 6개, 자동차 그룹으로만 치자면 현대차그룹과 BMW 그룹 단 둘만 참여하는 당혹스러운 규모가 되었습니다. 특히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부산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르노코리아(舊 르노삼성)의 불참은 많은 관계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인만큼 부산시와 모터쇼 조직위원회가 다른 회사는 몰라도 르노코리아만큼은 어떻게든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죠.

 

아무튼 시작하기 전부터 김이 한껏 빠진 행사이지만 아무튼 가까운 거리에서 열리는 행사인만큼 올해도 연장 챙겨서 벡스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후기는 행사가 끝난 지 한참 지나서야 작성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약칭을 다수 사용할 예정입니다. 기본적인 약칭은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 BEV(Battery Electric Vehicle) : 별도의 연료 주입 없이 배터리로만 전력을 얻는 전기자동차를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별다른 수식어 없이 'EV'라는 약칭을 사용하는 차량은 십중팔구 BEV를 의미합니다.

 

- HEV(Hybrid Electric Vehicle) : 내연기관과 모터 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HEV라는 약어보다는 '하이브리드'라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MHEV(Mild Hybrid Electric Vehicle) : 통칭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불리며 통상적인 HEV보다 낮은 출력의 모터를 사용하는 HEV입니다. 모터는 내연기관의 출력을 보조하는 역할만 수행하며 다른 HEV와는 달리 모터 단독으로 차량을 구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방식으로 BEV처럼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HEV입니다. HEV 중에서는 모터의 출력이 가장 높아 그만큼 모터 동력의 비중이 높은 방식으로 경우에 따라 내연기관은 구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발전기 가동에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얻는 전기자동차입니다. 연료전지를 통해 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사이즈는 BEV 대비 소형화된 대신 연료전지를 가동하기 위한 수소 연료탱크를 사용합니다.

 

 

 

 

 

#1. 모터쇼 관람 보고서

 

▶ 현대자동차

이전까지는 제네시스와 묶어서 소개했지만 이번에는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제네시스 따로 소개해도 분량이...

아무튼 이번 모터쇼 유일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를 내놓으면서 모터쇼 조직위원회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살려준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사실 현대 입장에서도 한 행사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상황이니 어떻게 보면 의도하지 않은 윈윈이죠.

 

 

 

 

이번 모터쇼의 월드 프리미어는 현대가 전기자동차 전용 서브 브랜드인 '아이오닉'으로 내놓는 두 번째 모델인 아이오닉 6입니다. 보통 국산차 브랜드의 월드 프리미어는 턴테이블에 전시하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인데 아이오닉 6는 준비된 차량을 모두 플로어에 배치하여 일반인 관람객들이 직접 탑승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가려지지 않은 풀샷은 단 한 컷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볼 거 없다고 한들 주말 인파는 사진쟁이 입장에서는 무섭기 짝이 없군요.

 

 

 

 

 

아이오닉 6는 컨셉트카 '프로페시'를 기반으로 한 모델입니다.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작품인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적용하였지만 플랫폼 특유의 긴 휠베이스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프로포션은 공통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대의 헤리티지 모델인 포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45 EV 컨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했다는 찬사를 받은 아이오닉 5와는 달리 아이오닉 6는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여론이 꽤 나오는 중인데 비판 여론 중 상당수는 헤드램프를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컨셉트카 시절에는 풀 픽셀 그래픽이었던 헤드램프가 양산화 과정에서 프로젝션 램프+픽셀 LED 구성으로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를 부자연스럽게 쌓은 형상이 되면서 전면부의 인상이 크게 바뀌었지요.

 

범퍼 하부의 에어 인테이크를 액티브 셔터로 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공력 특성을 개선하여 전비를 높이기 위한 구성이겠지만 범퍼에 이것저것 기믹과 가니쉬들이 추가되면서 프로페시에서 선보인 절제의 미를 살린 디자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면 양산화에서 검토해야 할 현실적인 요소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레 체감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 있는데 다름 아닌 현대 엠블럼입니다. 아이오닉 6부터 현대의 신규 엠블럼이 적용되는데 기본적인 포맷은 유지하되 입체 요소가 제거된 평면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동화 시대에 발맞춘다는 이유로 엠블럼 단순화 및 2D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현대도 이 흐름에 올라탄 것이죠.

 

덤으로 먼저 엠블럼을 변경한 기아가 도입하여 호평을 받은 헤어라인 가공 알루미늄 소재도 적용되었습니다. 확실히 저런 평면 디자인에는 기존의 크롬보다 알루미늄이 더 어울리긴 하네요.

 

 

 

 

 

 

 

 

 

후면부의 디자인은 프로페시에서 선보였던 날렵한 패스트백 라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다만 테일램프에 대한 해석은 크게 바뀌었는데 프로페시의 픽셀 램프를 디퓨저 디테일로 넘겨버리고 긴 가로배치의 픽셀 LED를 메인 램프로 넣었습니다. 이 가로배치 픽셀 램프가 특유의 패스트백 라인+웨일 테일 스포일러와 조합되면서 영락없이 포르쉐 911의 이미지를 따온 모양새가 되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굉장한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사실 상당히 의외였던 부분은 트렁크 도어인데 뒷유리가 함께 열리는 테일게이트로 구성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도어만 열리는 트렁크 리드 구성입니다. 캐빈(실내 거주구)과 트렁크가 분리된 세단 구조라는 거죠. 사실 DN8 쏘나타나 DL3 K5처럼 세단에도 패스트백 성격을 가미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이지만 대놓고 패스트백 디자인인 모델이 세단 구조인 것은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군요. 당장 국산 패스트백의 대표 격인 스팅어만 해도 스포츠 세단으로 홍보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리프트백이 적용된 해치백이었으니...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에 이어 세 번째 아이오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컨셉트카 세븐입니다.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두고 개발 중인 아이오닉 7의 미리보기 포지션인 모델이죠.

 

세븐이 공개되기 전에는 아이오닉 브랜드 티저 이미지에서 선보인 실루엣을 보고 현대가 풀사이즈 SUV에 도전한다는 예측도 있었으나 세븐의 실물이 공개된 이후에는 그저 예측일 뿐이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팰리세이드 정도의 덩치에 대응하는 미드사이즈 SUV입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대형 SUV지만요.

 

그나저나 다른 아이오닉들은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적용했는데 이 녀석은 사이드미러 자체가 보이지 않는군요. 아무리 컨셉트카라고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닙니까...

 

 

 

 

 

 

 

 

 

기본적인 디자인 언어는 현대가 최근에 선보이는 SUV 및 MPV들과 유사합니다. 특히 엠블럼 아래를 길게 가로지르는 라이트 바는 스타리아를 연상시키는데 이래저래 스타리아가 전동화 시대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오닉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여겨지는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가 적용된 것도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만 이것도 어째 스타리아 냄새가 납니다.

 

부스 배경을 대나무로 장식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라운지 컨셉으로 나무와 직물 소재를 폭넓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전시된 모델은 도어를 개방하지 않아 통유리 테일게이트를 통해 비쳐 보이는 목재 가니쉬를 통해 실내가 나무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덧붙여 LG전자가 냉장고, 스타일러 등의 자사 가전제품을 아이오닉 7에 맞춰 개수하여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V2L이 도입된 이후 자동차로 다룰 수 있는 전기기구가 늘어나면서 생활양식 또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겠지요.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EV6로 아크 용접기 돌리는 사진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대는 2014년부터 매년 RM(Racing Midship)이라는 이름이 붙은 테스트카를 제작합니다. 이름 그대로 벨로스터를 미드십 구조로 개수하고 온갖 마개조를 적용하면서 현대가 WRC와 WTCR 등 국제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차량이죠. 현대는 이 RM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연구소(Rolling Lab)'로 칭했습니다. RM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어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로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N 모델에만 적용되는 e-LSD, 마찬가지로 N 전용으로 튜닝된 8단 DCT 정도가 있겠군요.

 

대대로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나 2020년의 RM20e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벨로스터 기반의 RM 프로젝트는 등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이 지나고 한 해 건너뛰어 등장한 RM은 이제 RM이 아닌 RN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새로운 롤링 랩은 바로 지금 소개하는 RN22e입니다.

 

 

 

 

 

 

현대가 벨로스터의 뒤를 이어 테스트 베드로 선택한 모델은 아이오닉 6입니다. 최후의 RM이었던 RM20e가 내연기관 자동차인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고성능 BEV였다면 RN22e는 태생부터 e-GMP 플랫폼이 적용된 BEV죠. RM이 RN으로 바뀐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구동계 배치는 미드십이 아닌 듀얼 모터 AWD 구조가 되었는데 레이아웃이 바뀐 이유로는 플랫폼의 영향도 있지만 RN22e를 통해 획득한 기술을 좀 더 빠르게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MR(미드십 후륜구동) 차량의 운동 특성은 일반적인 FF나 FR과는 다를 테니까요.

 

 

RN22e는 서킷 주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는 모델인 만큼 지금까지 등장한 BEV들이 서킷에서 보인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방열 시스템입니다. 기존의 BEV들은 모터의 압도적인 토크 덕에 초반 가속에서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월등히 앞서지만 방열 시스템과 배터리의 전력공급이 따라주지 못해 서킷에서 장시간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은 내연기관 대비 크게 떨어졌지요.

 

기본적으로는 전기자동차 투어링 대회인 ETCR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겠지만 많은 차덕후들은 이 차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6 N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RN22e가 아이오닉 6 N의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라 보고 있고요.

 

 

 

 

 

 

 

 

 

 

 

 

 

 

 

 

 

RN22e가 처음 공개된 것은 모터쇼 직전에 현대가 유튜브에 공개한 N Day 2022 영상[링크]입니다. 이 영상을 통해 두 대의 테스트카가 공개되었는데 하나는 앞서 소개한 RN22e,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의 차덕후들을 뒤집어지게 만든 N Vision 74입니다.

 

이 무슨 국뽕TV에서나 볼 법한 멘트인가 싶지만 실제로 N Vision 74가 공개된 뒤의 반응은 엄청났습니다. 1974년 등장 당시부터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결국 양산 직전에 프로젝트가 폐기된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면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타임머신으로 등장한 드로리안 DMC-12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추억과 충격을 동시에 가져다준 엄청난 디자인을 선보였죠. 그 드로리안의 원본 격이 포니 쿠페였으니...

 

아쉽게도 N Vision 74는 이번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N 굿즈의 티셔츠로만 이런 차가 나왔다는 흔적을 남겼을 뿐이죠. 아마 모터쇼에 전시되었다면 벡스코 입구에 기저귀 가판대를 세웠다면 매출이 쏠쏠했을 겁니다.

 

 

N Vision 74는 사실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FCEV+BEV 하이브리드 구성입니다. 즉, 수소연료전지+전기 하이브리드죠.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FCEV와 장거리 지속성이 떨어지는 BEV의 약점을 상호 보완하는 강력한 레이스카를 목표로 개발 중으로 작년에 공개한 FCEV 스포츠카 프로토타입인 Vision FK의 후속 격인 프로젝트입니다. FK는 스팅어의 어퍼 바디를 얹은 테스트 뮬로 스팅어의 외관으로 공개되긴 했지만 N 전용 모델을 가지고 싶은 현대를 통해 양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이를 반영하듯 후속 프로젝트는 현대의 환상종인 포니 쿠페의 외관을 가져왔습니다.

 

 

 

 

 

현대의 첫 경차 아토스가 마티즈에게 완패하면서 경차 시장에서 발을 뺐던 현대가 19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경차 캐스퍼는 출시와 함께 기존의 터줏대감들이었던 모닝과 스파크를 철저하게 박살냄은 물론 경차 시장의 체질을 바꿔놓았습니다. 경차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천만원의 벽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경차 시장의 트렌드를 기존의 동글동글한 해치백에서 1.5박스 MPV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죠. 이 덕분에 높은 가격으로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레이가 모닝의 판매량을 추월하는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 덕분에 카니발이 독점하고 있는 MPV 시장의 판도를 엎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았던 스타리아의 판매 성적은 현재로서는 전작인 스타렉스의 포지션을 이어받은 데에 그치고 있습니다. 추후 HEV 사양과 FCEV 사양이 추가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카니발도 비슷한 행보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카니발 천하를 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스타리아의 디자인만큼은 현대 디자인의 터닝 포인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스타리아 이후에 등장하는 현대차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차세대 모빌리티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정작 BEV 사양은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 못 박은 것은 아이러니이긴 합니다.

 

 

 

 

 

2019년부터 상업 운행을 시작한 FCEV 시내버스인 일렉시티 FCEV에 이어 현대에서 두 번째로 내놓는 FCEV 버스는 유니버스 FCEV입니다. 유니버스 FCEV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셔틀버스로 첫 선을 보였고 올해 하반기 중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고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FCEV 노선버스라는 타이틀을 토요타에게 뺏긴 현대가 이번에는 세계 최초의 FCEV 고속버스라는 타이틀을 따내려나 싶었는데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미 미국의 신생기업인 하이존이 작년에 시판한 하이플로어 코치가 있군요. 아이고 현대야...

 

모터쇼에는 폴딩 도어 사양이 전시되었지만 작년의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사양이 스윙 도어였던 것을 감안하면 디젤 사양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선택 출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수소탱크의 위치 선택이 가능한데 하부 탱크 사양의 경우 화물칸에 수소탱크가 들어가며 상부 탱크 사양을 선택할 경우 위 사진처럼 루프를 높여 수소탱크를 적재합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확실한데 고속버스 사양은 운전의 난이도가 높아지더라도 승객 화물 적재공간을 위해 별 수 없이 상부 탱크 사양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최초의 FCEV 대형트럭인 엑시언트 FCEV는 현재까지 경쟁자가 없는 절대강자의 입지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 말고는 아직 성공적으로 데뷔한 FCEV 트럭이 없거든요. 혜성처럼 떠올랐던 니콜라가 시제차 조작 논란으로 한 방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이 현대가 조용히 시장을 선점했지요.

 

현대 최초의 독자모델 대형트럭인 슈퍼트럭 출시 전까지 미쯔비시의 기술 제휴를 받아오면서 일본식 트럭에는 나름 짬밥이 붙은 현대였지만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이 등장할 정도로 쟁쟁한 트럭 제조사가 포진한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웨덴의 트럭 명가 스카니아와의 기술 제휴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엑시언트는 디젤엔진 사양은 유럽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지만 FCEV 파워트레인을 얹은 뒤 유럽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지요. 정작 스카니아는 전기 트럭으로 BEV만 내놓았을 뿐 아직까지 FCEV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덧붙여 유니버스 FCEV와 엑시언트 FCEV의 옆구리에 'HTWO'라는 엠블럼이 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이 자사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붙인 브랜드입니다. 수소의 화학식인 H2에서 따왔음이 분명한 이름이 꽤나 직관적이죠. 현시점에서는 현대의 대형 상용차뿐만 아니라 이베코가 개발 중인 차세대 대형버스에도 HTWO 시스템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WO의 경쟁자인 니콜라가 이베코 S-웨이를 기반으로 FCEV 트럭을 개발 중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외의 선택이지요.

 

 

 

 

 

아마 로봇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를 잘 아실 겁니다. 이 회사의 로봇들은 하나같이 충격과 공포를 몰고 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뜬금없이 모터쇼에 등장한 이유는 2020년 부로 현대차그룹에 인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이전 주인들이었던 구글, 소프트뱅크가 로봇과는 딱히 접점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자동차 제조를 위한 산업용 로봇을 다수 운용하는 현대가 인수하면서 공정 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획기적인 변화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얼굴마담이라면 로봇 개 '스팟'을 꼽을 수 있는데 spot은 한국어로 치자면 '바둑이' 정도의 흔한 개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은 의도로 지어진 작명입니다. 모터쇼 중간중간에 이 녀석이 실제로 움직이는 시연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타이밍을 못 맞춰 시연을 보지 못했습니다. 덧붙여 모터쇼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현대차 인수 이후 스팟의 공장 무인경비 사양이 개발되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 기아

작년에 못생기기로 악명 높았던 엠블럼을 갈아치우면서 사명 또한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고 '기아'로 변경했는데 이는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종합 모빌리티 기업을 지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새로운 모빌리티를 어떤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입니다.

 

 

 

 

올해 9월 출시를 앞둔 EV6 GT가 공개되었습니다. 외관 자체는 몇몇 디테일을 제외하면 작년에 먼저 출시된 EV6 GT-Line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사실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소위 차덕후들이 아닌 이상 한눈에 GT임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EV6와 아이오닉 5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 관계이고 기술적으로 대동소이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EV6과 아이오닉 5 중 하나를 고르라면 EV6를 고를 것인데 이는 EV6가 아이오닉 5보다 좀 더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적인 취향을 섞되 내연기관의 레이아웃을 최대한 살린 인테리어, 풀옵션을 넣어도 카메라가 아닌 거울을 사용하는 사이드미러 등...

 

하지만 EV6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성을 잇는다고 생각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EV6의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 영상[링크]의 구성입니다. 당대 슈퍼카들과 EV6 GT의 드래그 레이스 배틀이 짤막하게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EV6 GT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어떤 시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는지를 간결하게 설명해줬죠.

 

 

 

 

 

 

 

 

 

 

이전까지 등장했던 기아의 GT 트림 모델들은 포인트 컬러로 레드를 사용했습니다. 브랜드 컬러부터가 '기아 레드'였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겠죠. 하지만 엠블럼 변경과 함께 기아는 브랜드 컬러를 블랙으로 변경했고 이 기조가 EV6 GT에도 이어지나 싶었는데...

 

EV6 GT는 실내외의 GT 전용 요소에 라임 그린 컬러를 적용했습니다. 과연 라임 그린은 현대 N의 뽕따색퍼포먼스 블루에 이어 기아의 퍼포먼스를 상징하는 색이 될 수 있을까요?

 

 

 

 

 

 

 

 

 

기아는 2011년에 선보인 GT 컨셉트 이후로 GT 트림 모델에 전용 엠블럼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아 엠블럼이 바뀌면서 서브 엠블럼 또한 모두 통일화 및 간소화시키면서 GT 엠블럼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바뀐 기아 엠블럼이 호평받는 것과 달리 새로운 GT 엠블럼에 대해서는 불호 의견이 많습니다. 다른 서브 엠블럼들과 폰트를 통일시킨다는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고성능 특화 트림이라는 GT의 컨셉을 생각하면 기존의 스포티한 엠블럼을 유지하는 편이 여러 모로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V6 GT는 제조사 공식 제로백 3.5초로 국산차 최초로 3초대 제로백에 진입한 모델입니다. 출시가 예고된 아이오닉 5 N 또한 EV6 GT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내연기관 시절에는 현대 N의 마이너 취급이었던 기아 GT가 드디어 N과 동일한 선상에 섰다고 볼 수 있죠. 일단 남양연구소 측에서는 기반 시스템만 동일할 뿐 EV6 GT와 아이오닉 5 N의 지향점은 다르다고 설명했으니 두 차가 출시되어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기아의 수석 디자이너인 카림 하비브는 EV6 GT가 스팅어 GT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저도 그렇고요. 물론 EV6 GT가 퍼포먼스 면에서는 GT라는 이름을 잇기에 충분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중차인 EV6의 고성능 사양인만큼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헤일로 카로서의 역할은 과연 EV6 GT가 스팅어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담당 큐레이터에게 EV6 GT 이후 GT 트림의 후속작 출시 여부를 문의해봤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현재로서는 EV6 GT 이후의 GT는 예정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Vision FK가 현대로 넘어간 시점에서 기아도 제대로 된 의미에서 스팅어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모델을 준비해줬으면 좋겠군요.

 

 

 

 

 

EV6 GT는 시스템 출력 584마력(=430kW)에 달하는 듀얼 모터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8기통 슈퍼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출력인데 이런 괴물 같은 출력을 갖춘 동력 시스템임에도 후드를 열었을 때의 감흥이 없다는 것이 감성적인 측면에서 전기차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합니다. 비슷한 출력의 내연기관 엔진룸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워보이들이 "V8! V8!"을 외치며 엔진이 짐승처럼 울부짖는 모습이 절로 연상되지만 애석하게도 모터는 그렇지 않죠.

 

 

 

 

 

EV6에 이어 기아가 두 번째로 준비하는 E-GMP 기반 EV는 컨셉트 EV9입니다. 앞서 소개한 현대 세븐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컨셉트카 단계로 이 녀석의 양산형인 EV9이 아이오닉 7보다 먼저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EV9 테스트카의 스파이샷도 몇 차례 유포되었죠.

 

아이오닉 7과 같은 미드사이즈 SUV 포지션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S 엔진의 한계로 유로 7 환경규제 적용과 함께 단종이 확실시되는 모하비의 포지션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들이 줄기차게 도입을 요구했던 텔루라이드와 모하비의 통합 후속 모델이라고 봐도 좋을 모델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가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EV9과 텔루라이드가 함께 판매되겠지만요.

 

 

 

 

 

피터 슈라이어가 도입한 이후 기아차의 상징이 된 호랑이코 그릴은 별도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존재하지 않는 전기차의 특성에 따라 EV6부터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라는 명칭으로 재해석되어 프런트 마스크 전체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EV9도 그 기조에 따르고 있지요.

 

컨셉트 EV9은 슬로건을 '자연에서 온 혁신'으로 정하고 그 중에서도 물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을 반영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컨셉트 뿐만 아니라 폐어망, 페트병 등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내장재를 적용하면서 지속 가능한 소재를 통한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지요. 어째 기업용 ESG 포트폴리오에 어울릴 법한 녀석입니다.

 

 

 

 

 

컨셉트 EV9은 어째서인지 턴테이블에 올려두고도 턴테이블을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평일이라면 모르겠는데 관람객이 밀려드는 주말에도 턴테이블을 가동하지 않는 의도를 알 수가 없군요. 어차피 디자인 공개 다 된 마당인데도 뒤는 극비사항이다 이건가요.

 

 

 

 

 

 

 

 

 

 

 

 

 

 

 

 

 

 

 

 

 

 

 

 

 

데뷔와 동시에 오랫동안 소형 SUV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티볼리의 아성을 무너트린 셀토스의 페이스리프트가 이번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았던 모델인 만큼 페이스리프트 또한 기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패밀리룩인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요소를 입히는 정도로만 가볍게 손질했습니다.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삭제된다는 예측이 있었던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뻗어 나온 주간주행등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먼저 페이스리프트된 코나와 마찬가지로 셀토스에도 1.6T CVVD 엔진이 적용되면서 출력이 177마력에서 198마력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변속기도 7단 DCT에서 8단 자동변속기로 변경되면서 셀토스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DCT로 인한 승차감 이슈 또한 해소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코나와는 달리 HEV 사양은 출시되지 않는데 기아에는 이미 셀토스와 같은 체급인 니로가 HEV와 BEV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가 기업 CF를 통해 줄기차게 강조하는 PBV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의 약칭입니다. 말 그대로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맞춤으로 제작하는 모빌리티라는 의미죠. 그리고 기아의 공식적인 첫 PBV는 지금 소개하는 니로 플러스입니다.

 

니로 플러스는 현재 출시된 2세대 니로(SG2)가 아닌 1세대 니로 EV를 기반으로 제작된 물건으로 프로젝트명 또한 이를 반영하여 DE PBV EV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지붕을 높여 승하차를 편하게 하고 실내 거주성을 높인 하이루프 사양인데 이런 녀석이 만들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택시입니다. 자신의 승용차가 똑같은 모습의 택시로 팔리는 데에 불만을 가지는 오너들이 많기에 택시 전용 모델의 출시는 오래전부터 던져졌던 떡밥인데 한국에서는 기아가 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사실 기아 입장에서는 이 녀석을 좀 더 일찍 내놓았어야 했는데 택시 사양이 출시되지도 않은 EV6가 개인택시로 다수 출고되면서 야심 차게 내놓은 EV6에도 택시 이미지가 씌워진 것이 꽤나 뼈아프게 되었습니다.

 

 

 

 

 

니로 플러스는 경제성이 중시되는 택시 전용 모델로 기획된 만큼 원가를 낮추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당장 2세대가 아닌 1세대 니로를 베이스로 삼은 것부터가 그 증거죠. 루프랙과 선루프 또한 지붕에 택시 표시등을 부착하기 위해 삭제되었습니다.

 

니로 플러스는 택시 사양과 업무용 사양 둘로 나눠 출시되는데 업무용 사양은 말이 업무용이지 캠핑용 장비를 순정 옵션으로 판매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넓은 실내공간을 무기로 차박 수요를 노리는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업무용에만 V2L 옵션을 넣어준 것을 보면 확신범 수준이죠.

 

현재는 경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에서 위탁생산 하지만 기아가 PBV 전용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발표하면서 이 차의 생산지 또한 신설 공장으로 변경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언젠가는 나왔어야 할 택시 전용 모델이 PBV라고 거창하게 타이틀 달고 나오는 것도 좀 의아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택시 전용 모델임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토요타 재팬 택시처럼 원본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풀 스킨 체인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렇게 했다면 디자인 가격이 그대로 원가에 반영되어 더 비싸졌겠죠. 

 

 

 

 

 

 

 

 

 

사실 기아가 니로 플러스를 첫 번째 PBV로 소개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녀석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PBV라고 봅니다. 바로 레이 1인승 밴이죠. 초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최초로 1인승으로 등록된 자동차로 조수석까지 짐을 가득 싣고 다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아예 조수석을 떼고 화물칸으로 만든 사양입니다. 대체 불가라는 이유로 안전규제와 환경규제를 모조리 무시하고 연명하다 불귀의 객이 된 다마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군요.

 

레이는 2세대 모닝의 파생 프로젝트로 개발되었지만 모닝이 3세대로 넘어간 뒤에도 큰 변화 없이 데뷔 10년을 넘긴 장수만세 차종입니다. 그리고 올해 9월 중으로 2차 페이스리프트의 출시가 예고되어 있지요. 2차 페이스리프트 때는 잠시 출시되었다 단종된 BEV 사양이 부활하고 차박 캠핑족을 노린 전 좌석 풀 플랫 시트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제네시스

한국 시장에서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방구석 여포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한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인지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제조사 3사 중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초에 생산 차종 자체가 많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요.

 

 

 

 

여느 브랜드들이 그렇듯 제네시스의 대표 상품은 세단이고 대표 밥줄은 SUV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종종 이들과 관계없는 스포츠카 컨셉트를 내놓고는 하는데 이번 모터쇼에서는 X 스피디움 쿠페라는 모델을 이미지 리더로 내놓았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년에 등장한 제네시스 X의 후속 프로젝트에 해당합니다.

 

 

 

 

 

트렁크 리드가 길게 늘여진 노치드 쿠페였던 전작과는 달리 X 스피디움 쿠페는 캐빈의 부피를 늘리고 완만한 패스트백 라인을 적용하면서 슈팅브레이크에 가까운 형상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몇몇 브랜드들의 영향으로 패스트백 라인을 적용한 쿠페형 왜건을 슈팅브레이크로 정의하는 사례가 늘어났는데 보수적인 의미에서의 슈팅브레이크는 2도어 스포츠 쿠페를 베이스로 제작된 왜건을 의미하죠.

 

X 스피디움 쿠페는 양산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통상적인 컨셉트카와는 달리 디자인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 그대로 컨셉트로서의 모델입니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제원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플랫폼조차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담당 큐레이터 또한 이 차의 플랫폼이 E-GMP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양산되더라도 체급은 현재 공개된 모델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죠. 다만 파워트레인은 트리플 모터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귀띔이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현재까지 공개된 국산 BEV 중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갖춘 EV6 GT를 가볍게 뛰어넘을 듯하군요. 

 

 

 

 

 

 

덤으로 차명에서 짐작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차명은 한국의 레이싱 서킷 중 하나인 인제 스피디움에서 따왔습니다. 테크니컬 스펙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모델임에도 인제 스피디움을 달려본 사람이라면 차명에서 이 차의 성격이 그랜드 투어러보다는 퓨어 스포츠카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 차에 적용된 색상의 명칭은 '인제 그린'입니다. 당연히 한라산 그린일 줄 알았는데 한 방 먹었군요.

 

프로젝트명 BK인 제네시스 쿠페의 뒤를 이어 K자 돌림 후속 프로젝트로 G70(IK)가 등장하긴 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쿠페는 오랫동안 후계자가 없었는데 과연 제네시스는 브랜드 런칭 로드맵에서 밝혔던 대로 럭셔리 스포츠 쿠페를 출시할지, 만약 출시한다면 X 스피디움 쿠페의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제네시스 쿠페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가격에 납득할 수 있는 성능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이미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붙은 이상 적절한 가격은 물건너갔겠죠?

 

 

 

 

 

 

 

 

 

 

 

 

 

G70의 왜건 사양인 G70 슈팅브레이크는 사실 유럽 전략 모델로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되었던 모델입니다. 아마 현대차 울산공장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연구용 임시번호판 달고 위장막도 씌우지 않은 채 태연하게 굴러다니는 이 차를 작년부터 여러 차례 목격하셨을 겁니다. 왜건은 나오자마자 망하기 바쁜 한국 시장의 섭리에 따라 한국에는 당연히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한국 출시가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경유 가격이 미쳐 돌아가는 최근의 추세에 따라 2.2 디젤은 제외되고 2.0T 모델만 출시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모로 물음표가 그려지는 모델인데 첫 번째는 휠베이스를 연장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3.3T 엔진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G70는 좁은 2열 좌석이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이유로 단점이 희석되는 모델인데 실용성을 중시하는 왜건을 파생형으로 내놓으면서도 2열의 거주성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 모로 의문입니다. 아, 물론 루프 라인이 수정되면서 헤드룸은 좀 여유가 생기긴 했습니다.

 

3.3T 엔진을 내놓지 않는 것도 의문인데 후축의 하중이 늘어나면서 떨어지는 운동성능을 보완해줄 요소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을 받던 2.0T 엔진에 왜건까지 얹어버리면서 스포츠성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BMW 3시리즈 투어링같이 실용성과 퍼포먼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고성능 왜건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G90의 롱 휠베이스 사양인 G90 LWB는 국산 세단 중 가장 크고 가장 비싼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리무진 하면 흔히 떠오르는 B 필러가 연장된 스트레치드 리무진이 아니다 뿐이지 G90 리무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리어 도어를 포함한 2열의 거주공간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풀사이즈 세단에는 별 흥미가 없지만 이 차는 한 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다름 아닌 파워트레인 때문입니다.

 

에쿠스 계보의 4세대에 해당하는 RS4 G90는 에쿠스 계보의 플래그십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V8 엔진이 삭제되었습니다. 모든 라인업이 3.5T 엔진으로 통일되었는데 G90 LWB의 경우 늘어난 하중을 커버하기 위해 '일렉트릭 슈퍼차저'라 명명된 48V MHEV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MHEV로서의 동력보조 역할도 수행하지만 이름 그대로 엔진 동력이 아닌 전기로 슈퍼차저를 돌려 터보차저의 터보랙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트윈차저 구성이자 제네시스의 첫 HEV 파워트레인인데 이 시스템에 대한 오너들의 평가는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전에 제가 오너를 만나 인터뷰를 할 일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다만 일렉트릭 슈퍼차저 덕분에 3.5T 엔진으로도 V8 5.0 엔진 수준의 출력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8기통 엔진을 포기했다는 점은 여러 모로 유감스럽습니다. 아무리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는 하지만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세단만큼은 고전적인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유지하는 이유를 제네시스의 마케팅 부서가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덧붙여 G90를 마지막으로 내연기관을 탑재하는 제네시스는 더 이상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미 출시된 내연기관 제네시스의 페이스리프트 정도까지는 나오겠지요. G90의 경우 일렉트리파이드 G80와 같은 BEV 사양은 출시되지 않을 예정인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동화 구성요소를 끼워넣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죠.

 

일렉트리파이드 G80는 트렁크 공간에 리어 모터를 배치하고 캐빈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했는데 이 때문에 시트 공간에 제약이 생기면서 2열 통풍시트와 같은 일부 편의장비가 삭제되었습니다. 오너 드리븐의 비중이 높은 G80라면 납득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회장님을 모셔야 하는 쇼퍼 드리븐인 G90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가 되죠.

 

 

 

 

 

 

▶ BMW

종종 이슈가 터지기는 하지만 BMW만큼 한국 시장을 챙기는 해외 자동차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는 데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전용 서킷을 갖춘 드라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주력 라인업의 월드 프리미어 모델을 한국에서 공개하는 등 경쟁 브랜드 대비 한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쌓기에 많은 정성을 들이는 BMW 그룹은 해외 브랜드 중 이번 모터쇼에서 유일하게 참가를 결정하면서 부산국제모터쇼의 '국제'를 홀로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BMW는 전기자동차용 서브 브랜드로 i를 사용합니다. 기아의 전기자동차 네이밍인 EV만큼이나 단순 명료한 작명이죠. BMW는 이번 모터쇼에서 i 시리즈를 대거 등장시켰는데 그중 대표 격인 모델은 플래그십 세단인 i7입니다. 올해 초 풀체인지 된 7세대 7시리즈(G70)를 베이스로 한 BEV로 7시리즈 최초의 BEV이기도 합니다.

 

7세대 7시리즈는 6세대 후기형에 등장하여 충격과 공포를 불러온 거대 키드니 그릴을 애교로 보이게 할 정도로 키드니 그릴이 한층 더 거대해졌습니다. 거기에 제네시스의 키 비주얼이라 할 수 있는 얇은 겹 가로줄 헤드램프를 떠올리게 하는 분리형 헤드램프를 적용하면서 인상이 굉장히 기묘해졌습니다. 다만 하단 헤드램프의 경우 블랙 하이그로시 파츠로 베젤을 굵게 둘러 램프가 꺼졌을 때는 분리형 헤드램프의 느낌을 최대한 가리게끔 디자인되었습니다.

 

 

 

 

 

i 시리즈는 BEV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는 타사와는 달리 'G 바디'라 불리는 내연기관용 CLAR 플랫폼을 BEV, PHEV 등에 걸쳐 고루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동화 모델에 CLAR 플랫폼을 사용하는 공식적인 이유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오랜 시간 만들어오면서 쌓아온 뛰어난 섀시 완성도를 전동화 모델에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BEV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이 부분에서 욕을 푸짐하게 얻어먹는 것을 고려하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이 때문에 BEV에 최적화된 경량 플랫폼을 사용하는 타사의 전동화 모델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BMW도 결국 BEV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규 i 시리즈를 2025년부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규 플랫폼의 이름은 NK1 플랫폼인데 이 NK는 5시리즈의 전신에 해당하는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BMW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든 중요한 라인업의 이름을 따온 데에서 BMW의 각오를 짐작할 수 있죠.

 

 

 

 

 

 

 

 

 

 

 

 

 

 

 

 

지금까지 출시된 i 시리즈가 내연기관 모델을 베이스로 하거나 PHEV 사양이 함께 출시된 것과는 달리 iX는 BMW 최초로 BEV 사양으로만 출시되는 전용 전기차입니다. 포지션으로만 따지면 준대형 미드사이즈 SUV인 X5의 BEV 사양 정도로 보면 무방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내연기관을 완전히 배제한 BEV로 설계된 모델임에도 내연기관용 CLAR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그나저나 BMW 이 놈들은 그릴이 필요 없는 BEV에도 뉴트리아 이빨을 달아놨군요. 도대체 이 뉴트리아 이빨에 꽂힌 경영진이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X 시리즈와 작명 법칙에 따라 iX의 M 버전은 iX M이라는 명칭이 적용됩니다. iX M에 적용된 듀얼 모터의 시스템 출력은 619마력(=455kW)인데 2.5톤이 넘는 육중한 공차중량으로 제로백 3.8초를 찍는 제원을 보면 BEV가 여러 모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물건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iX와 함께 공개된 4시리즈 그란 쿠페의 BEV 사양인 i4도 M 버전인 i4 M으로 이번 모터쇼에 전시되었습니다.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모델 3를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삼았는데 횟집 싯가마냥 치솟는 테슬라 가격표와는 달리 i4는 BMW의 네임밸류를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가격표를 들고 온지라 프리미엄 BEV 시장에서 의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은 녀석입니다. 심지어 i4 M조차도 테슬라 모델 3와 비교하면 싸다는 소리가 나오니 말 다 했죠. 베이스 모델이야 뭐 이미 검증된 물건이고...

 

그나저나 BMW 그룹의 부스는 조명설비의 영향인지 유독 플리커로 말아먹은 사진이 쏟아졌습니다. 바로 옆 미니 부스도 마찬가지고... 이 때문에 i4 M의 사진은 이 사진 한 장 외에는 모두 말아먹었습니다.

 

 

 

 

 

키드니 그릴의 뉴트리아 시대를 몰고 온 G 바디 4시리즈의 수장인 M4는 M4 컴페티션 컨버터블 사양으로 등장했습니다.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이번 세대, 혹은 그 직후의 세대가 최후의 내연기관 M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BEV로 M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부터가 M의 앞날을 예상하게 하죠.

 

BMW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전기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시장을 위해 저공해 내연기관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유감스럽게도 M 버전용 S 계열 엔진과 같은 고성능 파워트레인은 아마 여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자국에서 팔지 못하는 고성능 엔진을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요.

 

 

덤으로 M 디비전 최초의 전용 모델인 XM도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가 되긴 했는데 전략 모델의 출시 전 공개인만큼 정보 보안을 이유로 카메라와 스마트기기를 모두 반납해야 출입이 허용되는 전용 부스인 클로즈드 룸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스의 존재를 모터쇼가 끝나고서야 알았기 때문에 보지 못했지만 어차피 부스 특성상 사진으로는 남길 수 없으니 내년 초에 정식 출시가 되면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실물을 보는 것을 기약할 수밖에 없군요.

 

 

 

 

 

 

 

 

 

BMW 모토라드 쪽은 늘 그렇듯 제가 오토바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런 게 있었다 정도로만 짚고 넘어갑니다. 이 쪽도 마찬가지로 전동화 추세를 충실히 따르는 중이고 저 멀리 X3의 BEV 사양인 iX3도 보이는군요.

 

 

 

 

 

 

▶ 롤스로이스 / 미니

BMW 그룹 산하의 두 영국 브랜드도 모기업 BMW를 따라 모터쇼에 참가했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번 행사가 첫 한국 모터쇼 참가인데 어째 행사 자체에 의욕은 별로 없어보이는 것이 부족한 행사 볼륨을 채우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참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롤스로이스는 한국 모터쇼에 등장했던 여타 럭셔리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가두리 양식장 부스를 구성했습니다. 고스트, 고스트 블랙배지, 컬리넌이 등장했는데 이왕이면 고스트 한 대 빼고 플래그십인 팬텀을 들고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유리장 안에만 둘 거라 손도 안 탈 텐데 말이죠.

 

 

 

 

 

전동화 바람은 미니의 고성능 라인업인 JCW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JCW 트림으로 공개되는 첫 BEV인 미니 일렉트릭 페이스세터는 미니 일렉트릭을 기반으로 개발된 고성능 사양으로 전기자동차 레이스인 포뮬러 E의 세이프티 카로 사용되는 차종입니다. 공도 주행 사양이 아닌 만큼 내장재가 모두 탈거되고 롤케이지로 내부 골조가 보강되어 있습니다.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미니가 이 모델을 소개할 때 의외의 인사를 초청했는데 미니를 현재의 위치에 있게 만든 레이서인 존 쿠퍼의 손자인 찰리 쿠퍼가 이 모델의 홍보대사로 등장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규모에 비해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낮은 한국 시장임을 감안하면 쉽게 예상하기 힘든 행보죠. 이번 달에 서울 시가지 서킷에서 개최되는 포뮬러 E 경기인 서울 E-프리의 홍보를 겸한 초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니 일렉트릭 페이스세터의 원본 모델인 미니 일렉트릭도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한반도의 가혹한 도로환경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한 주행거리 탓에 여러 모로 볼멘소리를 듣는 모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층이 워낙 두터운 미니를 기반으로 삼은만큼 잊을 만하면 거론되는 아이코닉한 녀석이죠.

 

 

 

 

 

미니 JCW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JCW 브랜드 탄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정판 사양입니다. JCW는 앞서 언급한 존 쿠퍼의 이름을 딴 John Cooper Works의 약자로 존 쿠퍼의 아들인 마이클 쿠퍼가 설립한 미니 전문 튜너입니다. 현재는 BMW에 인수되어 미니의 고성능 트림으로 이름을 이어가고 있지요.

 

다만 JCW가 회사로서 설립된 연도가 2002년인데도 60주년이라 칭하는 것을 보면 미니에 '쿠퍼'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붙은 1961년을 JCW의 시작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존 쿠퍼의 친구가 클래식 미니의 개발자인 알렉 이시고니스였기에 가능했던 협업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죠. 후드와 도어에는 '74'라는 숫자가 데칼로 입혀져 있는데 이는 미니의 첫 레이싱 우승 경기인 '롬뱅크 트로피' 출전 당시 배정받은 엔트리 넘버입니다.

 

다만 이런 화려한 수식어와는 달리 단순 드레스업 사양일 뿐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퍼포먼스의 개선은 없습니다.

 

 

 

 

 

 

▶ 그 외

그나마 여차저차 모터쇼라는 테마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회사들입니다. 

 

 

 

2019년만 해도 초소형 전기차가 모터쇼 부스에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이번 모터쇼에서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도 각 잡고 등장한 업체가 있다면 자동차 설계용역사로 설립되어 최근 초소형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디피코가 있습니다.

 

그동안 국산이라고 홍보해오던 초소형 전기차들이 뚜껑을 열어보면 중국산 모델을 베이스로 삼거나 아예 엠블럼과 이름만 바꾼 배지 엔지니어링이었던 것과는 달리 포트로 시리즈는 한국에서 설계하고 제작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디피코의 본업이 설계용역과 자동화설비 제조이니 가능한 일이겠죠. 2020년에 초소형 픽업트럭인 포트로 250이 먼저 출시되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차체 규격을 경차 규격까지 키운 포트로 350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포트로 350은 경차 규격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는 픽업 트럭입니다. 최고속도가 100km/h로 설정되면서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출입이 불가능한 전작과는 달리 고속도로 운행도 가능하지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윙 도어가 아닌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하면서 좁은 공간에서의 실용성을 챙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작의 아쉬운 조립품질까지 함께 따라온 점은 살짝 에러입니다.

 

여러 모로 작년에 단종되어 대체 모델은 커녕 유사 모델조차 존재하지 않는 라보의 포지션을 노리는 구성인데 라보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인 저렴한 가격임을 감안하면 디피코의 마케팅 부서는 가격표 구성에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군요.

 

 

 

 

 

법↗규↘로 유명한 딥 다크한 어느 분이 출연하는 작품을 만드는 회사가 떠오른다면 그냥 이름만 같은 회사입니다. 캔암의 주력 제품군인 ATV는 한국의 도로교통법으로는 사륜형 이륜차라는 해괴한 명칭으로 분류됩니다. 즉, 오토바이입니다. 이 때문에 이 녀석을 놀이공원이나 레저 체험장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기 위해서는 2종 소형 운전면허가 필요합니다...만 캔암은 한국에 시판하는 모든 ATV를 아예 공도주행 불가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왼쪽의 ATV는 매버릭 시리즈의 최신작인 매버릭 X3 MAX XRS, 오른쪽의 트라이크(3륜 오토바이)는 스파이더 F3-S입니다. 왼쪽 녀석은 이름이 저렇다고 뒤에서 플레어를 사출한다거나 오디오도 없는 실내에서 Danger Zone이 재생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는 올드카 대여 업체, 자동차용품 업체 등에서 선보인 클래식카 정도가 볼거리였군요. 다른 차는 몰라도 혼다 시티가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이 쯤에서 올해는 컴패니언 모델이 나오지 않았냐는 의문을 가질 분들이 계실텐데 완성차 업체에서는 컴패니언 모델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요 차량마다 기술적 문의에 대한 티키타카가 가능한 큐레이터를 배치하긴 했군요. 몇 년 전만 해도 좀 까다롭다 싶은 질문을 던지면 어딘가의 부장님이 분명해보이는 분께서 제 질문을 받아주셨는데 올해는 죄다 패션 모델같은 젊은 총각들이 질문을 받아주면서 드워프족인 저로서는 매번 목 디스크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컴패니언 모델이 안 나온 것은 아닌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부스를 중심으로 컴패니언 모델이 시간제로 배치되었습니다. 이런 행사에 자주 가보신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컴패니언 모델 뜨는 시간에만 부스가 구름처럼 북적거리고 시간 끝나면 휑한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올해는 인물사진이 마땅히 땡기지 않아서 안 찍었습니다.

 

 

 

 

 

#2.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코로나19가 지구를 정복한 이후 모터쇼의 질적 하락은 이제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딜레마가 되었습니다. 모터쇼나 컨벤션이 아닌 유튜브에서 신차를 공개하는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가 더이상 생소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막대한 참가비용이 지출되는 모터쇼 대신 자체적인 시승행사 등으로 비용 대비 홍보 효율을 저울질하고 있지요.

 

자동차에 대해서만큼은 여러 모로 올드한 잣대를 들이미는 저로서는 납득은 하지만 아쉬운 변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이번 모터쇼가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외면으로 어렵게 개최된 행사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모터쇼가 개최되는 건물의 광장에 비어 페스타랍시고 맥주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도대체 부산시 관계자가 제정신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듭니다. 아예 모터쇼 공식 부대행사로 브로셔에 박아놨는데 자동차 행사에 술이라니... 그 넓은 부산 땅덩어리에서 꼭 저기여야 했습니까?

 

 

아무튼 앞날이 더더욱 불투명해진 차기 부산국제모터쇼는 과연 개최가 가능하긴 할지, 모터쇼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는 있을 지 지켜봐야만 하는 한국의 차덕후로서 여러 모로 씁쓸한 모터쇼였습니다.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