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obile garage2020. 3. 17. 20:58

제가 이 녀석을 처음 만나게 된 건 2013년 6월, 정확히는 6월 13일입니다.

 

 

원래는 가족용 세컨드카이자 어머니의 운전연습용으로 구입했지만 제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제 차가 된 쉐보레 스파크입니다. 3세대 M300의 페이스리프트 사양으로 자동차등록원부 상의 제작일은 2013년 5월이니 사실상 페이스리프트가 되자마자 제작된 초도물량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당시에는 변속기가 CVT로 바뀌고 M300에는 옵션으로도 고를 수 없는 ESP가 포함된 상위 모델인 M350도 함께 출시되었지만 세컨드카로 잡은 예산에 비해 꽤나 비쌌기 때문에 결국 M300의 LT 트림으로 구입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수 년 뒤에 CVT 달린 회사 차를 몰아보고서야 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 손에는 CVT보다 구식 4단 자동이 훨씬 더 낫더군요.

 

 

 

 

제가 이 녀석과 만났을 당시만 해도 어반티타늄 그레이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갓 출시된 신상품 색상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도플갱어가 증식했습니다. 덕분에 제 차를 찾으려면 리모콘 키를 연신 눌러야 했습니다.

 

 

 

 

 

 

- 이 차에는 뭘 손댔습니까?

 

약 20여 년 전에는 F 세그먼트 플래그십 승용차에나 '자동항법장치'라는 위엄돋는 이름으로 설치되었지만 지금은 없는 차를 찾아보기가 더 힘든 물건이 내비게이션이죠. 이 녀석도 예외는 아니라 당시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진 모델인 파인드라이브 3D 3000을 달아줬습니다. 설치 당시에는 GPS 안테나선을 정리할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저 상태였지만 A필러 커버를 뜯는 방법을 터득한 이후 안테나선은 전원케이블과 함께 센터페시아 내부로 숨겼습니다.

 

이 물건은 기온이 영하 언저리로 떨어지면 화면이 맛이 가는 고질병이 있었지만 맛이 간 화면도 어찌어찌 식별 자체는 가능했기에 귀찮아서 고치지 않고 탄 게 결국 지금까지 왔네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진 습성으로 연식변경 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칠 때마다 원래 있던 사소한 부품 몇 가지를 빼서 원가절감을 노립니다. 쉐보레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 중 순정 선글라스 케이스를 구해서 원상복구했습니다. 사이즈가 워낙 작아서 실제로 선글라스를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안경닦이 정도를 넣어다녔습니다.

 

 

 

 

한국지엠에서 스파크 전용으로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순정 튜닝파츠 중 하나인 스포츠 페달은 단순한 드레스업 뿐만 아니라 운전에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물건입니다. 고무덮개가 붙어있는 순정 브레이크 페달과는 달리 순정 액셀 페달은 고무덮개가 없어 미끄러운 신발로 밟으면 페달이 종종 미끌리거든요.

 

다만 풋레스트는 제공되지 않아 싸제를 구해다 달았습니다. 딱히 스파크 전용으로 나온 물건이 아닌데도 사이즈가 용케 들어맞았습니다.

 

 

 

 

실내등을 LED 램프로 교체하는 정도는 워낙 흔한 일이지만... 이 차에는 2열 실내등이 없습니다. M300 뿐만 아니라 JA 모닝, M400 스파크같은 현 세대 경차들도 마찬가지더군요. 사진에는 빠졌지만 헤드라이너를 파내고 1열 실내등과 같은 어셈블리로 2열 실내등을 설치했습니다. 배선이 너무 얇아서 브릿지 따는 데에 고생 꽤 했습니다.

 

 

 

 

트렁크등도 마찬가지로 LED 램프로 교체하고 겸사겸사 소화기도 하나 설치했습니다. 사실 본격적인 자동차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고 내장재 등에 붙은 간단한 화재만 진압할 수 있는 침윤제 간이소화용구이지만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됩니다. 다행히 이 차를 타는 동안 사용할 일은 없었습니다.

 

 

 

 

스파크는 작은 체구에 비해 후방 시야가 의외로 좋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후방 시야를 보조할 사각지대 후사경을 하나 부착했습니다. 이 차에는 제공되지 않는 후방카메라 대용으로 꽤 많은 도움을 받은 물건입니다.

 

 

 

 

OE 타이어인 금호 KH25를 모두 마모시킨 후 금호 TA31로 갈아탔습니다. 165/60R15라는 범용성은 밥말아먹은 규격이라 타이어 선택의 폭 자체가 굉장히 좁았는데 몇 안 되는 선택지 중에서는 TA31이 최선이었습니다. 후속모델인 M400부터는 TA31이 OE 타이어로 들어가더군요.

 

 

 

 

후드에 붙은 워셔노즐이 역류해서 후드 위에 워셔액 콧물을 흘리는 꼴을 보다못해 워셔노즐을 와이퍼 암으로 옮겨줬습니다. 동호회 등지에서는 일명 '포터 워셔 DIY'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저는 봉고3의 워셔노즐을 사용했습니다. 봉고3 노즐의 구성이 더 좋거든요.

 

설치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와이퍼 워셔노즐 이식 작업기 feat. 봉고3 & 포터2]

 

 

 

 

 

 

 

 

 

순정 스피커의 열악한 음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스피커를 교체해봤습니다. 별도의 서브우퍼 설치나 대구경 스피커용 선반 제작 없이 순정 스피커와의 1:1 교체가 가능한 제품을 찾다보니 JBL의 GX402(프런트)와 GX642(리어)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일본 내수품을 배송대행지를 낀 해외직구로 구입했는데 해외배송료를 포함해도 JBL 국내총판 판매가격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 구입하게 되면서 이래서 직구 직구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스피커 그릴에 JBL 메탈스티커라도 붙여볼까 싶었지만 힘숨찐 컨셉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삽질을 거쳐 교체한 스피커는 의외로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중저음에 강한 JBL이라는 평가답지 않게 순정과 큰 차이 없는 기대 이하의 저음역대를 나타냈는데 마그넷의 직경 차이로 순정 프런트 스피커의 인클로저가 호환되지 않아 인클로저를 제거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인클로저를 새로 만들어서 다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작업이 될 것이 뻔해서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기대했던 저음역의 개선은 실패했지만 고음역대는 훨씬 더 카랑카랑해져서 그럭저럭 쓸만했거든요.

 

 

 

 

H4 규격의 할로겐 헤드램프는 아무래도 HID나 LED 헤드램프에 비해 광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 뜨기 전에 출근하는 것이 일상인 제 업무 특성상 밝은 야간시야가 절실해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광도를 올릴 방법을 찾다가 구입한 물건이 필립스 익스트림 비전 플러스입니다. 

 

HID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순정품에 비하면 밝기는 확실히 밝습니다. 문제는 제 운행 사이클로는 수명이 10개월 언저리라는 것... 이 때문에 두 번 교체 후 귀차니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순정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두 달 정도 집을 비운 사이 배터리 방전을 먹은 이후 시동성이 확연히 떨어져 배터리 용량 업그레이드 삼아 배터리를 교체했습니다. 교체 작업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별 거 없어요.

[자동차 배터리 자가교체 작업기]

 

 

 

 

 

 

- 이 차로 뭘 했습니까?

 

별 거 없습니다. 가끔 세차하고...

 

 

 

 

주유소 가서 밥 먹이고...

 

 

 

 

가끔 마트에서 짐 실어오고...

 

 

 

 

 

 

 

10000km 찍고 시승기도 하나 써봤습니다.

[2014년형 쉐보레 스파크 10000km 달성기념 리뷰]

 

 

 

 

컨셉샷도 하나 찍어보고...

 

 

 

 

주차하고...

 

 

 

 

주차하고......

 

 

 

 

주차하고.........

 

 

 

 

주차하고............

 

 

 

다른 분들은 오래된 차와의 추억을 말씀하실 때 캠핑이라던가 연인, 가족과의 여행이라던가 하는 에피소드를 들고 오시는데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저는 이 녀석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뭔 놈의 차를 7년 가까이 타면서 주차장 찾아다닌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이라는 녀석이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모태솔로입니다. 그런 고로 제 차에는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태운 적이 없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독고다이 배낭여행을 가는데 이 때의 이동수단은 기차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녀석을 데리고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본 적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출퇴근하는 기계일 뿐이었죠.

 

 

 

못난 차 주인을 둔 스파크에게 정말 미안하다!

 

 

 

 

 

 

- 이 차를 타면서 힘들었던 점은 뭡니까?

 

동네 길고양이들의 발자국 테러는 귀여운 수준이고 도로 위에서는 인간말종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경차라면 일단 무시하고 보는 풍조는 경차를 타본 사람만이 아는 서러움이죠. 방향지시등을 켜면 배구 국가대표도 울고 갈 철벽 블로킹을 하질 않나, 신호 떨어지고 1초도 채 지나기 전에 뒷차로부터 경적이 날아오질 않나...

 

저는 경차를 오래 타면 성격이 더러워진다는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산증인이기 때문이죠. 차선과 중앙선을 넘나들며 제 스파크의 앞길을 방해하던 인간의 탈을 쓴 쓰레기들에게는 투철한 모범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종종 상품권을 선물해줬습니다. 블랙박스 보우하사 우리경차 만세.

 

어찌어찌하여 주차 관련 접촉사고 두 건 외에는 무사고로 운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에어컨 작동램프가 주황색일 때부터 이 차의 에어컨은 열풍기라는 것을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이 차의 단점을 말하자면 첫째도 에어컨이요, 둘째도 에어컨이요, 셋째도 에어컨입니다. 저회전 영역에서 힘 딸리는 건 엔진 출력특성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거고 변속기 응답이 멍청한 건 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낡은 설계의 한계라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여름만 되면 차 팔아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지만 종종 시대의 흐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곤 합니다. 대우차는 에어컨이 시원하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새빨간 거짓말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대우가 아니라 쉐보레라고 항변하실 분들이 계실텐데 이 차는 엄연히 GM대우에서 개발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입니다.

 

 

 

 

그리하여 에어컨 냉매를 수도 없이 갈아보고 적외선 온도계로 섭씨 12~15도가 찍히는 뜨거운 바람이 쏟아지는데도 정상이라고 우기는 사업소 직원과 목에 핏대 세워가며 수도 없이 싸웠습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지엠 사업소에서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고 용하다는 자동차 에어컨 전문점을 찾아다니며 저압라인 교체, 에어컨 첨가제 주입 등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결국 글러먹은 운명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과부하 걸릴 걸 각오하고 온도센서 저항값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과부하는 개뿔...

 

문제라면 이놈의 차 주인은 한때 다한증 수술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더위에 취약하고 땀이 많다는 거죠. 이 때문에 다음 차는 하늘이 무너져도 통풍시트만큼은 반드시 넣는다고 다짐했습니다. 모 자동차 전문기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은 안 들어가도 통풍시트는 들어가야 한다고 옵션으로만 차를 판단하는 시장 판도를 비판했는데 저는 제 입으로 차덕후라 말하고 편의사양보다 기본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통풍시트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넣을 겁니다.

 

 

 

 

 

 

 

- 이 차는 얼마나 달렸습니까?

 

작년 5월 경에 적산거리 10만km를 달성했습니다. 약 6년만이죠.

 

 

 

 

누가 제 차 아니랄까봐 10만km를 달성한 곳은 대형마트 주차장입니다. 고맙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10만km를 찍고 얼마 되지않아 연석을 잘못 밟고 타이어 사이드월을 찢어먹었습니다. 10만km나 타놓고 이 무슨 추태인지...

 

 

 

 

10만km를 넘어가니 소모품 교환 외에도 생각지도 못한 노후화 현상이 생기더군요. 리어 도어캐치의 접합이 떨어져 틈새 사이로 바람이 새어들어와 실내에서 뿌우우- 하고 뿔피리 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지엠 사업소의 종특인 언제나 부품재고 없음+비싼 공임 콤보를 익히 알기에 인터넷에서 부품만 구해다 자가 교체하기로 합니다.

 

 

 

 

 

 

 

 

 

 

이걸 하고 있으니 아버지로부터 엔진 빼고 다 뜯어본다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군요. 어지간한 내외장재는 전부 뜯어봤으니...

 

 

 

 

스마트워치를 차고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보면 종종 스마트워치가 스티어링 휠의 진동을 자전거 운동으로 인식하고는 합니다. 사실 상당히 의아한데 스파크의 고속주행은 보기보다 진동도 그럭저럭 억제되어 있고 거동 또한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적어도 동 시대에 출시된 타사 준중형차와 비교해도 우위에 놓을 수 있는 수준이죠.

 

그 타사 준중형차가 회사 차인지라 타보지도 않고 입 터는 쉐슬람이라는 의견은 사절하겠습니다. 저는 똘끼가 철철 넘치던 90년대 기아차의 팬입니다.

 

 

 

 

스파크는 고회전 영역에서 좁게 터지는 토크밴드를 가지는 파워트레인의 특성만 이해한다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그 파워트레인의 특성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스파크의 장점이 살아나는 구간은 많은 조타량 및 기민한 코너링을 요구하는 구간과 고속 구간인데 문제는 이 차로 와인딩 코스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보다 시가지 도로나 골목길을 달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거죠. 거기에 한국식 운전교범에 익숙해져 3000rpm 넘어가면 엔진 폭발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스파크는 4000rpm부터 시작이라는 걸 알고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타면 탈수록 기본기 면에서 정말 잘 만든 차라는 걸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한층 더 운전의 손맛을 갈구하는 욕구도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 그래서 그 스파크를 떠나보낸다고요?

 

이쯤 되면 '오랜 고민 끝에...'라는 멘트를 꺼내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스파크에게는 섭섭하게도 스파크 다음으로 탈 차는 바로 정했습니다. 정확히는 출시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이 차만큼은 꼭 구입한다고 노렸습니다. 바로 기아 K3의 고성능 사양인 K3 GT입니다. 그 중에서도 5도어 해치백이죠.

 

개인적으로는 유럽시장 전용 모델인 기아 씨드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탑기어, 아우토빌트 등 자동차 전문 외신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한국에서는 탈 수 없는 기아차라는 아이러니함이 여러 모로 뇌리에 꽂혔는데 그 씨드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씨드와 많은 점에서 닮은 모델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고 늦기 전에 이 차를 구입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이 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1세대 K3 베이스의 K3 쿱은 저조한 판매량을 이유로 조용히 단종되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2020년 3월 10일자로 K3 GT를 데려왔습니다. 차를 두 대나 굴릴 여건이 되지 못한지라 6년 9개월동안 함께 한 스파크와는 작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스파크를 타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어디입니까?

 

스파크를 중고차 업자에게 넘기기로 한 3월 13일,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세차를 시켜줍니다. 마침 회사 휴무일이라 이 날만큼은 보낼 때까지 이 녀석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스파크를 타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공원의 주차장입니다. 보내기 전에 사진이나 좀 찍어주려고 했는데 평소라면 두어 대 정도만 있을 공원 주차장에 어째 차들이 많군요. 제대로 된 포토스팟을 찾기는 커녕 다른 차가 보이지 않는 자리를 겨우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셀카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지금껏 이 녀석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없었습니다. 떠나보내기 직전에야 이 녀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만드는군요. 주차장 한가운데에서 삼각대 세워놓고 저러고 있으니 저건 뭐하는 놈인가 하고 시선이 꽂히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일상을 함께 하고 애착이 가는 차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든 차와 함께 한 사진을 많이 찍어두시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촬영을 마치고 복귀, 문자 그대로 제 손에서의 마지막 운행을 마쳤습니다. 이제 진짜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스파크에 들어있던 제 물건들은 모두 K3 GT로 옮겼습니다. 이른바 인수인계죠.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스파크의 리모콘 키에 달려있던 넘버태그도 제거합니다.

 

 

 

 

2013.06.13.~2020.03.13. 총 누적 주행거리 113416km.

 

녀석과 함께 한 시간입니다. 7년에서 석 달 빠지는 기간동안 이 녀석과 참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비록 '추억거리'는 많지 않지만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하며 희노애락을 공유하고 저의 발이 되어 준 고마운 친구죠. 이 녀석과의 작별은 제가 내린 결정임에도 20대 중반~30대 초반 인생의 한 조각을 통째로 떼내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스파크는 제 손을 떠나게 되었지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도 잘 달려주리라 믿습니다. 내가 그동안 손본 게 얼만데 함부로 탈 나면 안 된다 임마.

 

 

녀석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기자면...

그동안 고생했고 함께 해서 고마웠다. 잘 가게나, 친구여.

 

 

 

 

 

스파크를 떠나보낸 날 밤, K3 GT도 세차장으로 갑니다. 새차에 무슨 세차인가 싶지만 K3 GT의 운행 첫 날부터 비가 와서 빗물이 튀어 흙탕으로 엉망이었기 때문이죠.

 

 

 

 

잘 보내고, 잘 키우려고 합니다. 그동안 함께 한 친구에게,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친구에게 인사하며 하루를 모두 투자한 2020년 3월 13일의 기록입니다.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