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3. 12. 17. 22:47


#0. 차덕후의 첫 차


이 블로그만 보면 평범한 미쿠덕후로 보이겠지만 이래뵈도 2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지속해오던 '본진' 덕질이 있었으니, 바로 자동차입니다.

차체 하부가 궁금해서 주차된 차 밑에 기어들어갔다가 아버지한테 죽도록 얻어맞거나 자동차 영업소 들러서 영업사원용 세일즈 매뉴얼까지 쓸어오는 등 어릴 적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온갖 기행을 벌이고 다녔던 터라 제가 대학교를 전기공학부로 입학했을 때 왜 자동차공학부에 입학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신 어른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뭐 여러가지 사연이 있긴 한데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차덕후로 살아온 탓에 첫 차에 대한 기대감은 크기 마련입니다. 취업하자마자 차를 사겠다는 다짐을 하며 첫 차를 구상하고 있었던 찰나...

올해 6월 경,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집에서 세컨드 카를 한 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차종은 초기 구입비용 부담이 적은 경차로 한정. 한국에서 경차를 판매하는 두 브랜드인 기아자동차와 한국GM의 영업소를 수 일에 걸쳐 전전한 결과 최종 낙찰된 차량은 바로 아래에서 보실 녀석, 쉐보레 스파크가 되었습니다.


세컨드 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출고 직후 6개월 정도는 거의 저 혼자 운전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실질적인 제 첫 차라고 봐도 좋을 녀석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마일리지는 10000km를 훌쩍 넘었습니다. 하루에 90km 가까이 몰고 다녔으니...


지금부터 이 녀석에 얽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제 차라고 감싸거나 그런거 없습니다. 제 리뷰가 항상 그렇지만 깔 부분은 확실하게 깝니다. 사실 벼르고 있었던 부분도 있고... 운전면허 딴 지 7년, 군대 2년 빼면 5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운전 경력으로 이 차에 대해 얼마나 파악했을 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일단 써보려고 합니다.


블로그질 4년 동안 적은 리뷰 중 (향후 몇 년간 깨지지 않을)역대 최고가 아이템으로 기록될 쉐보레 스파크 리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 외관



시승차가 아닙니다. 렌터카도 아닙니다.


▶ 쉐보레 M300 스파크 LT


리뷰에 사용된 모델은 2014년형 스파크, 그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LT입니다. 색상은 2013년형부터 추가된 신규 컬러인 어반 티타늄 그레이이고 선택한 옵션은 자동변속기 단 하나입니다. 이 사양으로 맞출 경우 가격은 프로모션 할인 제외하고 1299만원입니다. 홈쇼핑 광고가 생각나는 가격이군요.


스파크의 전신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대우 마티즈입니다. 사실 마티즈 계보의 3세대에 해당하는 M300 스파크도 2009년 출시 당시의 이름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였죠. 2011년에 GM대우가 사명을 한국GM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GM대우 브랜드가 모두 쉐보레 브랜드로 변경되었고 그에 따라 차명도 쉐보레의 차명을 따라 스파크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2013년형을 출시하면서 현재와 같은 외형으로 페이스 리프트를 하고 반 년 뒤에(...) 연식변경을 한 번 더 거친 모델이 현재의 2014년형 스파크입니다. 다만 이런 장황한 변천을 거치고도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알맹이는 2009년 첫 출시 당시와 비교했을 때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2014년형으로 넘어오면서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가솔린 엔진과 LPG 엔진에서 개량형 엔진+무단변속기 사양인 '스파크 S'가 추가되어 총 3가지 파워트레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파크 S도 가솔린 엔진이긴 하지만 동호회 등지에서는 편의상 기존의 가솔린 사양을 '가솔팍', LPG 사양을 '가스팍', 스파크 S를 '스팍스'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 리뷰에서 사용한 모델은 일반 가솔린 엔진 사양입니다.


덧붙여 제 차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면 완전한 순정 상태입니다. 있다고 해봐야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선팅, LED 실내등이 전부군요. 자동차 좋아한다면서 차를 하나도 안 꾸몄다고 딴지를 거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저는 모든 자동차는 순정 상태의 외형이 가장 완벽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드레스업 튜닝을 싫어합니다. 차 좋아한다고 차 꾸미는 것까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편견입니다.


경차 오너들은 본인의 차에 애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던데 제 차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그냥 스파크입니다.





여기서부터 한 바퀴 쭉 돌려보면서 디테일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전 전면부터 보시죠.

쉐보레 특유의 상하분할 라디에이터 그릴과 덩치에 걸맞지 않는 커다란 헤드램프가 인상적입니다. 페이스 리프트 이후로 거친 느낌이 다소 누그러들긴 했지만 인상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여전히 날카롭고 남성적입니다. 경쟁차인 모닝이 둥글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것과는 상반되었죠.

[참고 : 본 리뷰에서 언급되는 모닝은 특별한 주석이 없는 한 현재 시판 중인 2세대 모닝(프로젝트명 TA)을 지칭합니다.]


LT 트림 전용으로 구성되는 범퍼는 에어 인테이크 그릴과 에어 스커트가 안개등과 길게 이어진 형상을 이루어서 웃는 입 모양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었지만 제 차는 애초에 색상부터가 검정 비스무리한지라 티가 거의 나지 않는군요. 하지만 밝은 색상이었다면 전면 이미지를 좀 더 귀엽게 보이도록 만드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투박한 디자인의 구형 LT 범퍼가 더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경차의 구매고객층에 젊은 여성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위치를 살짝 틀어보면 헤드램프를 따라 후드 위에 눈썹마냥 두툼하고 굵직하게 잡힌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띕니다. 전체적으로 직선을 적절히 살리면서 볼륨감 있게 디자인되어 덩치 대비 왜소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측면 디자인도 전면의 날카로운 디자인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큰 경사를 그리며 뻗어올라가는 창문의 벨트라인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출시된 지 4년이나 지나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만 해도 뒷문의 도어캐치를 숨긴 디자인 덕분에 3도어 차량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오오 찬양하라 3도어 쿠페 스파크.


...덧붙여 하단의 사이드 스커트에 보이는 쥐 파먹은 듯한 땜빵은 2013년형과 2014년형 초기 생산물량에 걸친 결함입니다. 무상수리 대상으로 리뷰 촬영 몇 주 후에 교체 조치를 받았습니다.





계속 카메라를 돌려서 뒤로 넘어가보도록 하죠. 리어 펜더에 새겨넣은 캐릭터 라인 덕분에 극단적으로 짧은 리어 오버행에도 불구하고 뒷태가 제법 빵빵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후면 디자인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전면과 측면에서 보여줬던 옹골찬 이미지를 후면에서 크게 깎아먹고 있습니다. 비율적으로는 나쁘지 않고 볼륨감도 확실하지만 시원스럽고 날카로운 맛은 크게 떨어져서 앞과 뒤가 따로 노는 느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세부 사진입니다. 우선 자동차의 눈으로 취급되는 헤드라이트부터 보시죠.

헤드램프는 흔히 볼 수 있는 MFR 타입입니다. 후드의 끝까지 길게 뻗은 하우징이 인상적이죠.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약간의 블랙베젤이 추가되어 조금 더 날렵한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가장 크게 변경된 부분은 전면 범퍼입니다. 안개등은 LT 트림 한정으로 프로젝션 타입이 적용되는데 안개등 하우징의 디자인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합니다. 카본 파이버의 패턴이 새겨진 길쭉한 에어 스커트도 좋은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사이드 미러는 사이드 리피터(측면 방향지시등)가 내장된 형태입니다. 2012년형까지는 사이드 리피터 자체가 없었고(수출형에는 있었습니다-_-...) 2013년형부터 전 트림에 사이드 리피터가 추가되었는데 LT 트림만 사이드 미러 내장형, 그 이하 트림은 프런트 펜더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사이드 미러의 시야는 그럭저럭 적절한 편입니다만 사각지대 대응은 거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접을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최상위 트림인데도 전동접이를 지원하지 않는 철저한 인력접이식입니다. 그나마 미러 각도 조절은 전동식이고 열선도 붙어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경차에 뭘 그리 바라는 게 많냐 싶겠지만 옆 동네 모닝을 보면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보니 후드의 캐릭터 라인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군요. 와이퍼는 보시다시피 평범하고 워셔액 분사노즐은 후드 돌출형입니다. 최근 추세인 매립형이 아닌 것이 아쉽군요. 참고로 와이퍼 동결방지용 열선은 2014년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에라이 원가절감... (1)





지붕을 올려다보면 더듬이처럼 삐쭉 솟은 로드 안테나가 눈에 띕니다. 이 안테나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장난감 같아보인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멀리서 보면 RC카 안테나같기도 합니다. 어디 리모콘 없나...


은색의 루프 랙은 루프 뿐만 아니라 차 전체의 이미지를 활동적인 RV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인트입니다. 매뉴얼 상에는 유틸리티 바와 루프박스의 무게를 포함해서 50kg까지 버틸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도로에 나가보면 루프 랙에 루프박스를 장착한 스파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스파크 동호회를 참고하면 이 루프박스에 들어있는 화물은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유모차입니다.





출시 당시 수많은 이들에게 함정카드를 선사했던 리어 도어캐치입니다. 이 녀석 때문에 지금까지도 나이 드신 분들은 제 차의 뒷문을 못 여십니다. 디자이너의 후기에 의하면 리어 도어캐치를 평범한 위치에 만들었더니 차폭이 경차 규격을 넘어서려고 해서 도어캐치 집어넣을 공간을 쥐어짜내다보니 생긴 결과물이라고 하는군요. 눈물나는 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뒷면의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리어 스포일러만큼은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른 차의 스포일러처럼 바디라인과 겉돌지 않고 처음부터 바디의 일부인 것처럼 깔끔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보조제동등은 2012년형까지는 트렁크룸 내장형이었지만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리어 스포일러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시인성이나 후방시야 확보 면에서는 이 쪽이 더 낫군요.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음...... 어째 페이스 리프트 이전보다 더 떨어진 감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형은 크롬 베젤에 클리어 커버까지 더해진 나름 고급 사양이었는데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되려 더 단순한 구성이 되었으니 말이죠. 에라이 원가절감... (2)


이 사진에서는 제동등이 꽤 크게 보이지만 스크롤을 위로 당겨서 뒷면 전체를 보시면 리어 뷰에서 제동등이 차지하는 면적이 굉장히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는 보조제동등이 커버를 해주니 좀 낫지만 야간주행을 할 때 차폭등이 작다는 것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안 그래도 작고 까만 차라 밤에는 눈에 잘 안 띄건만... 야간운전을 할 때 앞에 지나가는 스파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라 다른 차에서 제 차를 볼 때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리어 범퍼는 작은 차폭등을 커버해줄 중요한 역할을 맡은 리플렉터와 사다리꼴로 독특하게 마감된 머플러 팁이 특징입니다. 저건 매립형도 아니고 돌출형도 아니여... 경쟁차인 모닝에는 4개씩이나 들어간 후방감지 센서가 달랑 2개밖에 없어서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데 아직까지 센서가 낚시질을 시전한 적은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저 구석에 궁상맞게 쭈그려앉은 수컷 생물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차들이 그렇듯이 스파크도 트림에 따라 타이어와 휠을 차등적으로 제공하는데 LT 트림에는 15인치 알루미늄 휠이 장착되고 타이어 규격은 165/60R15입니다. 차 크기에 비해서 타이어가 조금 오버 사이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경쟁차와 비교하면 휠의 디자인이 빼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전 세대의 15인치 휠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타이어는 국민 타이어(...) 중 하나인 금호 솔루스 KH25입니다. 튜닝족들에게는 하루가 멀다하고 까이는 번들 타이어이지만 가볍고 출력이 작은 차 특성상 타이어의 한계가 금방 드러나지 않아 접지력이나 제동력 등에서 생각 외로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입니다. 전륜의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이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입니다.


그나저나 타이어가 좀 가라앉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공기압이 좀 떨어져 있었습니다. 촬영 끝나고 며칠 뒤에 보충했습니다.





후륜에도 동일한 휠과 타이어가 장착되며 서스펜션은 토션 빔, 브레이크 시스템은 드럼 브레이크입니다. 옵션으로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할 수 있는 모닝과는 달리 스파크는 풀 옵션을 넣어도 드럼 브레이크입니다. 드럼 브레이크가 딱히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외형이 저렴해보이고 관리 면에서 까다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외부는 볼 만큼 봤으니 한 바퀴 둘러보고 정리합시다.








스파크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굵직한 직선을 활용한 단단하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꾸며졌습니다. 경쟁차인 모닝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정 반대에 가까운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는 탓에 두 모델 간의 디자인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이어졌습니다만... 적어도 시장에서의 판매성적을 보면 둥글둥글한 귀염상인 모닝이 경차 소비자에게 좀 더 어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등장한 지 4년이나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구식 느낌이 들지 않는 경쟁력있는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실내



이제 실내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문을 열어보죠.





운전석을 포함한 1열 공간입니다. 경차라는 선입견이 잡혀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 탑승했을 때의 느낌은 '의외로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레그룸만 제외하면 어지간한 소형차 수준으로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물론 다른 차 타다가 이 차를 타면...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진은 실제 사람이 탑승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촬영 스텝을 동원할 수 없는 비루한 영세 블로거라 시트 사진만 덩그러니 올려드립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삼각대 챙겨서 원맨쇼라도 할 걸 그랬군요.





2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경차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사진으로만 봐도 1열에 비해 어둡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원인은 작은 창문에 있습니다. 한껏 끌어올린 벨트라인과 실외 도어캐치의 위치 탓에 뒷좌석의 창문이 상당히 작게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2열 좌석에서는 시야가 상당히 답답한 편입니다.





시트는 1열과 2열 모두 회색 인조가죽으로 마감되었습니다. 1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와 전후 위치조절을 지원하며 운전석에는 높이 조절 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키가 큰 운전자들은 시트 높이를 최소로 낮춰도 시트가 높다고 불평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물론 저와는 1억 광년 이상 떨어진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쉐보레는 세미 버킷시트라고 주장하고 있긴 한데... 글쎄요. 코너링에서 몸을 잡아주거나 하는 느낌은 딱히 없는 안락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평범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다만 요추 받침대가 없는 것은 강력한 불만입니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커집니다.





2열은 보시다시피 완전평면 시트입니다. 안전벨트는 3인분이 준비되어 있긴 한데 실제로 3명이 탑승하면 비좁습니다. 차라리 미국 수출사양처럼 4인승으로 만들고 가운데 좌석을 수납함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만... 헤드레스트가 있긴 하지만 다단 조절인 1열의 것과는 달리 접고 펼치는 것만 가능합니다. 헤드레스트가 장착된 양쪽 좌석에는 유아용 카시트 장착을 위한 ISOFIX 마운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내는 얼추 들여다봤으니 여기서부터는 운전 공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비게이션은 별도 구매품입니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쉐보레가 예전부터 밀고 있는 좌우대칭 구도, 일명 듀얼 콕핏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전방 시야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A필러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A필러에 시야가 가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후속 모델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참고로 내비게이션이 거치된 부분은 아무 장치도 없는 빈 공간이지만 LPG 사양과 스파크 S의 경우 저 위치에 경고등 전용 보조 계기판이 장착됩니다. M200 마티즈(일명 올 뉴 마티즈) 시절에 클러스터와 경고등을 분리해서 배치하던 습성을 아직 못 버렸군요.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트림이 실버 톤으로 서로 이어지는 디자인은 제법 괜찮은 포인트군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시절에는 특정 외장 색상을 선택하면 실내의 트림 색상도 함께 바뀌었다고 하는데 현재 시판되는 스파크의 경우 스페셜 에디션(시티런, 타투)에만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양은 보시다시피 전부 은색이죠.





스티어링 휠은 틸팅을 지원하지만 텔레스코픽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시트 조절로 알아서 해결합시다.


스위치류의 배치를 비롯해서 운전공간의 디자인 자체는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마감 상태나 재질감은 최악에 가깝습니다. 플라스틱 특유의 저렴한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지요. 경차라서 그렇다는 변명은 적어도 모닝이 단종되기 전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깐 시동키를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2014년형부터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리모콘 폴딩키가 제공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열쇠 하면 생각나는 그 비주얼, 일명 닭다리 키를 사용했죠. 비록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키는 아니지만 자동차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동키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변화입니다.


...그리고 스파크 동호회에 가보면 닭다리 키를 폴딩키로 개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오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은 트림과 같은 실버 톤으로 꾸며진 9시 15분 각도의 3스포크 타입입니다. 작은 직경에 비해 그립이 상당히 두툼해서 나름대로 스포티하게 보이려는 흔적이 보입니다. 덧붙여 경적 소리가 경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렁찹니다. 혹자 왈, 고양이가 호랑이 소리를 낸다고...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알페온의 듀얼혼 중 하이혼의 부품을 그대로 쓴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혼캡의 오른쪽에는 오디오와 핸즈프리를 조작할 수 있는 6버튼 리모콘이 붙어있습니다. 보통 스포크 양쪽에 분산되어 버튼이 붙어있는 다른 차들과는 대조적이군요. 오디오의 전원과 모드를 통제할 수 있는 버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로도 그럭저럭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파크 실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 계기판입니다. 아날로그 속도계와 디지털 회전계(타코미터)로 구성되어 있고 수온계는 없습니다. 쉐보레는 모터사이클 미터 클러스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너들은 오토바이 계기판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분명히 같은 의미이긴 한데 어감이 심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입니다. 아무튼 오너들 사이에서 대부분 혹평이었기 때문인지 2014년형에서는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디지털 회전계 아래의 숫자 세그먼트 두 줄은 각각 거리계와 트립 컴퓨터입니다. 트립 컴퓨터는 주행 가능 거리, 실외온도, 평균속도 등의 정보를 표기할 수 있는데 정작 트립 컴퓨터 하면 생각나는 기능인 순간연비 표시 기능이 없습니다. 덧붙여 2014년형과 함께 출시된 스파크 S에는 이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요. 이왕 계기판 바꿀 거 추가해주면 안 되나... 에라이.





거리계 표시를 구간거리계, 트립 컴퓨터 표시를 실외온도로 바꾼 상태입니다. LCD 패널 주변의 검은 베젤은 보시다시피 경고등이 켜지는 공간입니다.


생긴 건 저래도 의외로 시인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모양이야 어쨌든 계기판 본연의 기능에는 충실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을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회전계가 아날로그로 가고 속도계가 디지털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사진출처 : 한국지엠 톡 BLOG [링크]

참고로 구형 계기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빼도박도 못할 오토바이 계기판이죠. 광고사진이니까 이렇게 나왔지 실물로 보면 심히 저렴해 보입니다. 모닝 동호회에 가보면 이 계기판이 싫어서 모닝 샀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토록 욕을 먹은 오토바이 계기판이 미국에서는 유력 자동차 잡지에서 10대 디자인 디테일에 선정될 정도로 대호평이었다고 하니 역시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쉐보레는 역시 미국 회사였나...





보시다시피 계기판이 대시보드가 아닌 칼럼 상단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 계기판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죠. 이 덕분에 스파크를 처음 운전하게 되면 너무 가까운 계기판 때문에 적응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왼쪽에는 신용카드 정도를 올려둘 수 있는 작은 수납함과 함께 도대체 왜 있나 싶은 동전보관함이 두 개나 있는데 사실 원래 저 자리는 핸즈프리 버튼이 있던 자리입니다. 2014년형부터 핸즈프리가 오디오 내장 블루투스 타입으로 바뀌면서 저 자리에는 땜빵으로 동전보관함이 들어가게 된 것입죠.





센터페시아는 적은 수의 버튼과 다이얼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송풍구에 붙어있는 분홍색 무언가는 방향제이니 적당히 레드썬으로 지워주시고... 하단의 에어컨 패널은 보시다시피 수동 에어컨인데 2012년형까지만 해도 LT 트림에는 자동 에어컨이 들어갔었습니다. 지금은 전 트림 공통으로 수동 에어컨만 장착됩니다. 이런 걸로 만인이 평등하자는 거냐. 에라이 원가절감... (3)


사실 수동 에어컨이 운전 중 조작은 더 편리하기 때문에 수동 자체에는 불만이 없습니다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제가 지금까지 타봤던 자동차 중 에어컨의 냉각성능이 문자 그대로 최악이었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표현을 잘 안 쓰는데 산업폐기물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한심한 냉각성능을 자랑합니다. 한여름에는 4단 틀고 30분을 달려도 덥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스파크 동호회를 뒤져보니 2013년형부터 에어컨 성능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아 수동 에어컨으로 바뀌면서 에어컨 내부의 유닛 또한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대우 차는 에어컨 빵빵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는 것을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안 시원한 만큼 기름을 덜 먹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에어컨 컴프레셔가 엔진 동력을 엄청나게 끌어다 쓰기 때문에 냉방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차의 출력이 뚝 떨어지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언덕길 올라갈 때는 에어컨을 끄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에어컨 켜고 달리다가 에어컨을 끄면 잠시나마 아스라다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냉방 버튼을 누르면서 "부스터 온!"을 외치면 효과가 1.3배쯤 증가한다는 미확인 정보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부터 미등을 켠 상태이지만 안 보일까봐 다시 한 장 더. 완전히 어두운 환경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쉐보레 특유의 아이스 블루 색상입죠. 개인 취향으로는 기아자동차의 붉은 실내조명이 더 마음에 듭니다만 실내조명도 브랜드의 패밀리 룩 중 하나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오디오 헤드유닛은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지원하는 CDP 오디오 사양입니다. 조작패널의 디자인을 보면 상급 차량인 아베오 및 크루즈와 헤드유닛을 공유한다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버튼이 큼직큼직하고 적고 배치도 단순해서 운전 중 조작성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리모콘이 모드 변환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라디오와 MP3P를 오갈 때에는 이 녀석의 조작이 필수입니다.


덧붙여 에어컨 패널 오른쪽에 있는 멍텅구리 버튼은 스파크 S에서 TCS/ESP 해제 버튼으로 작동합니다. 아무리 저렴한 차라도 그렇지 최상위 트림에 멍텅구리 버튼이라니... 그리고 스파크 S가 아니면 ESP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깝시다.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 전자식 차체자세 제어장치를 의미합니다. 세계 공용어처럼 쓰이는 ABS, TCS 등과는 달리 브랜드마다 명칭이 제각각인 시스템 중 하나로 GM은 ESC, 현대기아차는 VDC라 표기합니다.]





4인치 규격의 프런트 스피커는 상당히 변태적인 위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차들이 트위터를 박아넣는 자리이건만... 하기야, 저 스피커도 트위터가 내장된 코엑셜 타입이라 트위터 자리 자체는 맞네요. 참고로 가격표에는 6스피커로 표기되어 있는데 눈에 보이는 스피커는 전후 4개밖에 없기 때문에 동호회 등지에서는 쉐보레가 낚시질한 것이 아니냐는 욕을 종종 먹고 있습니다. 코엑셜 스피커를 2개의 스피커인 것마냥 분리해서 표기한 것은 좀 거시기하긴 합니다. 내가 봐도 4스피커야 이건...





리어 스피커도 영 좋지 않은 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5.25인치 규격이 들어가는데 위치도 그렇고 사이즈도 그렇고 리어 스피커는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누가 경차 스피커 아니랄까봐 음질과 음색이 심히 저렴하기 때문에 음악감상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스피커 튜닝을 하시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변속 레버는 보시는 바와 같이 레일 타입입니다. 거기에다 망치 마냥 길쭉한 레버 탓에 한 눈에 봐도 구식임을 짐작할 수 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차에 탑재된 4단 자동변속기는 무려 10여 년 전의 현대 아토스/기아 비스토에 탑재된 것과 같은 물건입니다. 이건 무슨 장수만세도 아니고... '자트코 JF405E'라고 검색하면 이 물건의 자자한 악명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레일 타입이라 스텝게이트 타입에 비해 오작동의 가능성이 높은데다 계기판에 변속기의 표지션을 표시해주는 시프트 인디케이터가 없기 때문에 눈으로 레버를 직접 보고 변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단 이하의 저단을 활용해야 할 경우 주행 중에 변속 레버를 보게 만들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합니다. 스파크 S에서는 시프트 인디케이터가 추가되어 있긴 한데... 계기판 바꾸는 김에 가솔팍이나 가스팍에도 좀 넣어주지 그랬냐. 에라이...





덧붙여 미등을 켰을 때의 조명은 이렇게 들어옵니다. 계기판에 변속기의 포지션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야간에는 이 조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변속 레버 뒤에는 주차 브레이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딱히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데 저걸 왜 부츠 타입으로 만들었는지는 의문이군요. 그리고 그 위에는 운전석 시트에만 적용된 암레스트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이즈가 작아서 그리 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쪽의 실버 패널은 수납함처럼 쓰라고 깊게 홈이 파여있긴 한데 주행 중에 요철 한 번만 밟아도 물건이 우수수 떨어지기 때문에 실용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디자인 포인트로만 취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브 박스는 용량이 작긴 한데 경차임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당연하지만 조명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건 모닝에서 찾으라고 이 사람들아...


참고로 운전석 상단에는 선글라스 케이스가 있었고 동승석 시트 하단에도 수납함이 있었지만 둘 다 2014년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에라이 원가절감... (4)





APC 얼룩이 남아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시고... (1)

프런트 도어 트림에는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단 수납함은 텀블러나 작은 페트병을 수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센터 콘솔박스가 없기 때문에 도어 트림의 수납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APC 얼룩이 남아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시고... (2)

나름대로 멋을 부린 프런트 도어와는 달리 리어 도어 트림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입니다. 최하위 사양인 L 트림은 리어 윈도우가 전동식이 아닌 크랭크 타입(거 있잖습니까. 닭다리 비슷한 레버 잡고 열나게 돌려야 창문 내려가는거...)이라 닭다리가 들어가는 자리를 비워놨다는 변명이 가능하긴 한데...





이쯤에서 잠시 2007년형 1세대 모닝(SA)을 보시죠. 참고로 중급 트림인 LX 사양의 차량입니다.

...쉐보레 니들 이거 보고 느끼는 거 없냐.





말 나온 김에 1세대 모닝과의 비교 한 가지 더. 디프로스터 송풍구의 디테일을 주목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 스파크. 이 사진을 보고 계시는 분이 프라모델러라면 아트나이프와 물사포를 들고 죄다 깎아내고 싶은 싶은 충동을 받았을 겁니다. 아무리 경차라지만 명색이 1300만원짜리 상품인데 저 플라스틱 비늘은 도대체 뭐냐... 이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실내 마감수준은 1세대 모닝만도 못합니다. 럭셔리 경차를 표방하는 현 세대 모닝(TA)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죠.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12V 전원포트와 시트 열선 작동버튼, AUX/USB 단자가 위치하며 그 아래에는 휴대폰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함과 2개의 컵홀더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트 열선은 온도조절이 불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철에는 제 구실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컵홀더의 경우 컵이나 캔을 고정해줄 수 있는 기구가 없어서 주행 중에는 자주 흔들거리고 위치가 너무 멀어서 상체를 굽혀야 캔에 손이 닿기 때문에 운전 중에 사용하기에는 불편합니다. 공간의 한계 상 위치가 저렇게밖에 안 나온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 차에는 시가 라이터와 재떨이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한국GM 순정품 재떨이 세트가 있긴 한데 별매품입니다. 이런 원가절감은 대환영입니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 따위에 헛돈을 날릴 수는 없죠.





공간을 쥐어짜내어 그럭저럭 수납공간을 만들어준 1열과는 달리 2열의 수납공간은 사진에 보이는 시트 백포켓과 컵홀더 1개가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시트 백포켓은 동승석 시트에만 붙어있지요. 인조가죽 한 조각 덧붙이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냐... 아니면 저 광활한 도어 트림에 수납함 하나쯤 만들어주던가... 여러 모로 2열 승객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스파크입니다.





룸미러는 보시다시피 평범합니다. ECM이나 하이패스 단말기같은 사치품은 달려있지 않습니다. 룸미러가 작은 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방시야 자체가 워낙 좁기 때문에 룸미러의 크기에는 딱히 불만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차의 순정품 중 유일하게 손댄 부분이 위에 보시는 실내등입니다. 순정 상태에서는 41mm 전구 하나가 들어있는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어두워서 결국 6구 LED 유닛으로 교체했습니다. 아무리 경차라고 해도 그렇지 디자인이 저게 뭡니까. 무슨 다마스도 아니고... 덧붙여 저게 이 차의 유일한 실내등입니다. 2열은 암흑과 함께 합니다.





선바이저에는 거울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동반석 거울은 LT 트림 전용입니다.

...별게 다 전용이군요.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조명같은 건 없습니다.





거울덮개에는 주차권이나 고속도로 통행권 등을 꽂아둘 수 있는 티켓 홀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페달은 평범합니다. 별매품 스포츠 페달 킷이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서 그냥 탑니다. 다만 바닥 내장재를 대충 성형해놓은 풋레스트는 불만이군요. 고무덮개같은 것이 아예 없어서 오염 및 마모에 취약한데다 260mm인 제 발에도 작다고 느낄 정도로 사이즈가 작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M100 1세대 마티즈 시절에도 있었던 트렁크 개방 레버가 M300에서 사라진 것은 의문점입니다.





트렁크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트렁크 해치를 열어보겠습니다. 사진에서는 제법 높게 올라간 것 같지만 실제 개방 각도는 적절한 편입니다.





트렁크룸의 공간은 딱 이 정도입니다. 세차용 버킷 한 통과 책가방 몇 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죠. 여기에서 또다시 1세대 모닝만도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트렁크 내장재입니다. 방수용 고무 실링 바로 뒤의 문턱이 아무런 보호커버도 없이 도장면 그대로입니다. 화물을 자주 싣는다면 도장면에 흠집이 가거나 도장이 벗겨질 여지가 충분합니다. 모닝 동호회에서 이 부분 내장재가 불량이라고 투덜거리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글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스파크는 내장재 자체가 없어요... 





트렁크 램프는 딱 트렁크 정도의 공간을 비출 수 있는 수준입니다. 사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밝게 나왔네요. 참고로 저 트렁크 램프도 원래는 전 모델 기본사양이었는데 2014년형에서 LT 트림 전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에라이 원가절감... (5)





장판 비스무리한 트렁크 바닥 덮개를 들어내면 스페어 타이어가 있을 자리에 거대한 스티로폼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스티로폼을 열면 OVM 공구 세트가 나오는데... 내용물은 보시는대로 타이어 리페어 킷과 십자 드라이버 하나가 전부입니다. 스티로폼에는 견인고리가 들어갈 홈도 마련되어 있지만 저기에는 없는 걸 보면 견인고리는 수출사양에만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리페어 킷은 스페어 타이어보다 가볍고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이어의 측면이 파손되었을 경우에는 전혀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진 양날의 검 같은 존재입니다. 참고로 모닝에는 템포러리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갑니다.





사용설명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리페어 킷의 숨겨진 활용법. 밀봉접착제를 연결하지 않아도 컴프레셔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비소에 방문하지 않아도 타이어의 공기압을 점검하고 보충할 수 있습니다. 스페어 타이어가 평상시에는 트렁크 공간만 축내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장점입니다.





2열 시트는 6:4 분할이 되어 있어서 사진과 같이 한 쪽만 접거나 양쪽 모두 접어서 트렁크 공간을 넓힐 수 있습니다. 시트를 접을 때에는 시트 하부까지 앞으로 접어야 합니다.





시트를 완전히 접고 트렁크 선반을 분리하면 이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시트를 완전히 접으려면 헤드레스트를 분리해야 하는데 위와 같이 분리한 헤드레스트를 거치해둘 곳이 없다는 것이 걸리는군요.


실내 파트에서는 어째 적다보니 까는 내용만 실컷 적었군요. 그만큼 스파크의 실내 구성은 경쟁차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밀리는 부분입니다. 공간 면에서는 의외로 만족할 수준이고 운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갖춰져 있지만 그 이상은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닝 또한 스파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실내 구성품을 플라스틱으로 제작했지만 적어도 그것을 이용한 편의요소의 배치와 마감 수준은 스파크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편의장비야 뭐... 더 말하지 맙시다. 동급으로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우울해집니다.





#3. 주행성능


사실 경차 리뷰를 적고 있지만 스파크 외의 경차를 운전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운전해봤던 차라면 아버지 차였던 아반떼 XD와 2세대 SM5, 1톤 포터, 그리고 렌터카로 잠깐 몰아본 K7이 전부입니다. 어떻게 보면 겨우 저 정도 몰아보고 자동차 리뷰를 적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닝과 비교를 섞어가면서 쓰는 것이 좀 껄끄럽긴 합니다. 모닝은 영업소에 전시용으로 비치된 차량에 몇 번 앉아본 것이 전부였거든요. 외관이나 실내는 이 정도로도 충분히 비교할 수 있지만 성능은 직접 운전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생각같아서는 모닝을 렌트해서 장거리 몇 번 뛰어본 다음에 리뷰를 적고 싶었지만 지갑 사정이 멀쩡한 차 냅두고 렌터카를 굴릴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탓에 결국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스파크와 모닝을 둘 다 제법 오래 몰아본 차덕후 친구가 있어서 모닝과의 비교는 이 친구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위에서 실컷 굴욕을 당했으니 이제 만회할 기회를 줍시다. 여기서부터는 자동차로서 가장 중요한 달리기 성능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후드를 열면 엔진룸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공간을 쥐어 짜낸 흔적이 역력하죠. 그나저나 후드 내부의 인슐레이션 패드(흡음재)는 뜬금없이 자동변속기 선택시 따라오는 옵션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수동변속기 오너는 엔진 소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소리냐...





엔진은 최고출력 70마력/6400rpm, 최대토크 9.4kgm/4800rpm에 995cc의 배기량을 지닌 가솔린 4기통 DOHC 엔진으로 GM대우 젠트라에 탑재되었던 1200cc급 S-TECⅡ 엔진을 1000cc급으로 디튠한 사양입니다. 그러고보니 모닝의 카파 엔진도 4기통 1200cc급 엔진을 3기통 1000cc급으로 디튠한 사양이었죠. 엔진 사양으로 비교해보면 경쟁차인 모닝에 비해 최고출력은 12마력, 최대토크는 0.2kgm 정도가 떨어집니다.


정차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의 초기 순발력은 나쁘지 않지만 80km/h 이하의 중저속 영역까지 치고 올리는 가속 성능은 상당히 갑갑한 수준입니다. 1세대 마티즈를 수 년간 몰아보셨던 아버지께서 제 차를 몰아보셨을 때도 차가 안 나간다는 불평을 하셨으니 이건 단지 경차라서 원래 그렇다 수준으로 넘길 내용은 아닙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원인은 스파크와 모닝의 제원표를 비교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파크 엔진의 가장 큰 문제는 토크가 터지는 시점이 늦다는 것입니다. 중저속에서는 마력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보다는 토크의 견인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낮은 rpm에서 빠르게 적정 토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파크의 경우 최대토크가 4800rpm이 되어서야 나오는데 모닝이 3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중저속에서의 토크 확보가 더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쉐보레는 카탈로그에 엔진의 출력토크곡선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 주행구간에서 어느 정도의 토크를 확보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파크의 실제 주행에서 가속 구간의 엔진 회전수가 3000rpm 초중반대를 유지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두 차량 모두 2000rpm대 회전수라면 모닝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모닝과 스파크를 모두 타본 사람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모닝의 중저속 가속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엔진과 콤비를 이루는 변속기도 못미덥긴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JF405E라는 이름의 구식 4단 자동변속기인데 이 변속기는 개발된 지 워낙 오래된 탓에 동력손실이 크고 방열시스템과 내구성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변속쇼크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킥다운 등 부하가 걸렸을 때의 몇 박자 굼뜬 반응을 보면 엔진의 동력을 상당히 크게 갉아먹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4단은 오버 드라이브 기어비가 적용되는 항속기어이며 가속 추진력은 3단일 때 가장 높습니다. 2단의 기어비가 영 좋지 않아서 2단에서의 가속반응이 답답하기 때문에 rpm을 높여 최대한 빨리 3단으로 넘겨주는 것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운전할 수 있는 팁입니다.





실망스러운 파워트레인에도 불구하고 스파크의 주행성능에 대한 자동차 전문 매체의 평가는 의외로 굉장히 후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본기가 충실하다는 것인데... 파워트레인은 기본기 아니냐는 의문은 잠시 떼어놓고 이유를 풀어보도록 하죠.


스파크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부분을 꼽자면 단연 핸들링입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장착한 경쟁차와는 달리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게 경차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묵직한 조작감을 제공합니다. 이 파트를 적고 있으니 몇 달 전에 렌터카로 기아 K7을 몰아봤을 때 지나치게 가벼운 조향감각 때문에 식겁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것이 그렇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MDPS인가...


기본적인 성향은 전륜구동 차량답게 언더스티어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스티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뉴트럴 스티어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 차로 언더스티어를 느낄 정도의 운전을 했다면 아주 험악한 와인딩 로드였거나 아주 험악한 운전이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이질감이 없다시피 한 파워 스티어링 덕분에 꺾는 대로 나간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핸들링의 반응이 상당히 기민하고 경쾌합니다. 여기에 하체와 섀시가 제법 탄탄하게 구성된 덕분에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제법 안정적으로 버텨줍니다. 사실 이 정도로 진득하면서도 기민한 반응은 경차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었는데 이 정도면 구형 아반떼 정도는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주행질감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코너링의 질감만 따지자면 2세대 SM5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체의 세팅은 무난합니다. 주행 성능을 위해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하게 세팅한 듯 하지만 운전에 갓 입문하는 라이트한 운전자가 많은 경차의 특성상 승차감이라는 부분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어느 정도는 타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로의 요철을 걸러내는 능력은 차급을 생각하면 그럭저럭인 수준입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 녀석의 엔진은 상당히 높은 회전수에서 토크가 터지는 타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사용하는 회전수 영역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3000rpm을 넘어야 추진력이 붙는 것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시속 100km 정도에서 3200rpm 정도를 유지하는 정도이며 4000rpm까지는 사실상의 실용영역으로 취급하는 편이 좋습니다. 스파크 동호회에서는 상당히 잦은 빈도로 rpm이 너무 높게 올라간다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여러분은 지극히 정상적인 스파크를 타고 계십니다. 다른 차 처럼 1500~2000rpm 정도의 엔진 회전수로는 이 차는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걱정 말고 엔진을 쥐어짭시다. 다만 엔진을 아무리 쥐어짜도 최대토크의 한계로 언덕길에서는 쥐약입니다. 포기합시다.


rpm을 높게 쓰는 차 특성상 엔진 소음의 유입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어지간한 준중형차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을 자랑하지만 3000rpm을 넘어서면서 차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무시하기 힘든 수준의 소음이 올라옵니다. 특히 도어 방음과 하부 방음이 거의 안 되어 있어서 윈드 노이즈와 함께 하부에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의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4000rpm 정도를 넘으면 친구의 표현을 빌려서 엔진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이것 또한 지극히 정상입니다. 킥다운 걸어서 6000rpm까지 올려봤는데도 엔진 안 터지고 지금까지 잘 굴러다닙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핸들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데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을 꼽자면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을 들고 싶습니다.

가볍고 무게중심이 높은 경차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상당히 묵직한 편으로 이 부분은 고속주행에서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고속에서도 여전히 묵직한 조향감각을 유지하고 차체에서 전해지는 안정감도 경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후륜이 따로 노는 등의 불안한 반응 없이 단단하게 버텨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고속주행에서 달리는 맛이 상당히 좋은 편으로 특히 고속 코너링에서 도로에 진득하게 붙어 달리는 감각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프론트 오버행이 짧아서 속도에 비해 빨라보이는 착시현상도 한몫 하고 말이죠...-_-


제로백은 따로 측정하지 않았지만 스파크의 제로백은 통상적으로 17초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주행에서는 130km/h 정도까지는 꾸역꾸역 무난한 가속이 가능하며 그 위로는 배기량의 한계 때문인지 상당히 버겁습니다. 실제 주행에서는 약 145km/h까지 기록해봤는데 기자 시승기나 동호회 시승기 등을 참고하면 순정 상태에서의 최고속도는 150~160km/h 정도입니다.


다만 공기역학에 대놓고 역행하는 경차 디자인의 한계로 역풍을 맞으면 가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횡풍을 얻어맞으면 휘청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바람 맞으면 차가 공중으로 날아간다는 고전 유머 티코 시리즈의 에피소드가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제동성능에 대해서는 의외로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특히 이전에 현대차를 운전했던 사람이라면 브레이크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 있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상당히 깊게 밟아야 제동이 본격적으로 걸리기 때문입니다. 초반에 강력한 제동이 걸리는 현대기아차의 브레이크와는 달리 페달의 답력과 제동력이 어느정도 비례하는 타입입니다. KNCAP 등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검토하면 풀 브레이킹 시의 제동거리는 모닝보다 좀 더 긴 수준입니다. 다만 장시간 주행에서도 피로 누적으로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저하되거나 하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응답성을 유지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포텐셜은 좋은 편이지만 순간제동력은 떨어진다 정도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군요.


다만 스파크 오너들 사이에서는 ABS의 개입 시기와 반응이 영 좋지 않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개입이 지나치게 잦고 순간적인 제동 공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것인데... 제 경우에는 아직까지 제동 공백으로 인한 트러블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ABS 특유의 드드득거리는 진동은 이 차의 전반적인 특성에 맞게 아주 저렴한(......) 느낌을 제공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엔진 브레이크가 상당히 강하게 걸리는 편이라 혼잡하지 않은 도로의 주행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로도 적절한 속도 제어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언제 챙겨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에 2010년형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카탈로그가 굴러다녀서 참고사진으로 써먹었습니다.


모닝과 스파크를 놓고 고민하다가 스파크를 구입한 사람에게 스파크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면 높은 확률로 안전성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모닝과 스파크를 놓고 고민했었고 스파크 쪽으로 기울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충돌안전성입니다. 그렇다면 스파크가 진짜 모닝보다 튼튼한가... 거기에 대한 답변은 사실 저도 확실하게 Yes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자동차의 충돌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모닝과 스파크가 같은 조건으로 측정을 받은 시험은 유럽 시판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Euro NCAP[링크]과 한국 내수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KNCAP[링크]입니다. 두 시험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스파크와 모닝의 충돌안전성은 대동소이합니다. Euro NCAP에서는 모닝(현지명 'Picanto')이 약간 더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KNCAP에서는 스파크의 성적이 약간 더 우수했습니다. "해외모델인 피칸토는 내수용 모닝과 격이 다른 차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KNCAP의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크가 튼튼한 경차의 대명사로 알려지게 된 이유를 짚어보자면 크게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M300 스파크가 데뷔할 당시에는 차체를 고장력 강판으로 떡칠하면서 당시의 경쟁상대인 SA 모닝과 비교하면 확실히 튼튼했기 때문에 이 때 얻은 튼튼하다는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때 자극을 받은 기아가 TA를 개발할 때 M300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충돌안전성을 올렸다는 추정이 가능하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주행을 통해 전해지는 섀시 강성이 스파크가 더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모닝을 타본 적이 없지만 두 차종을 모두 시승한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거의 대부분 스파크의 섀시 강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이것이 스파크를 튼튼한 차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주행으로 느낄 수 있는 섀시 강성은 비틀림 강성이지만 아무래도 섀시가 단단한 차가 충돌안전성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요.


...근데 이 정도로 안전을 신경썼다면서 왜 커튼 에어백은 옵션으로 빼버린 거냐 이놈들아. 모닝은 깡통부터 기본으로 넣어주는데.





실내 파트에서 실컷 까였던 스파크가 드디어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습니다.

스파크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기를 꼽자면 두말 않고 고속주행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핸들링을 비롯해서 경차라는 인식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며 이는 섀시를 비롯한 기본기의 완성도가 충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크루즈, 올란도 등 한국GM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거의 공통적인 평가이기도 하죠.


다만 타사 경쟁차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파워트레인 역시 한국GM의 다른 차량들과 궤를 함께 합니다. 이건 뭐 심장병 환우회도 아니고... 경차를 구입하는 운전자들이 근거리 중저속 운전이 잦다는 것을 감안할 때 중저속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4. 그 외 이것저것



한국은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는데도 차량의 주유구 위치가 대부분 좌측에 있는 신기한 국가입니다. 이는 1960~1990년대에 걸쳐 한국에 베이스 바디 또는 녹다운 생산의 형태로 들어온 일본차들의 영향이죠. 아무튼 이 덕분에 셀프 주유소에서 우측 주유구 자리는 항상 여유롭습니다. 한국GM 차량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산차가 좌측 주유구로 생산되고 있으니...





경차는 연비가 좋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딱히 연비가 좋을 이유가 없는 차인데도 말이죠. 공차중량 대비 약한 엔진 출력으로 엔진에 걸리는 부담이 큰 편인데다 전고가 높아 공기저항도 많이 받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가 최고 연비를 뽑아내는 80~110km/h 구간에서는 되려 연비가 더 떨어집니다. 경차가 최고 연비를 확보하는 시점은 60~80km/h 정도의 중저속 구간이죠.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경차 연비에 대해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역시 저렴한 차값 때문이겠죠.


마일리지 12000km를 넘기는 동안 주로 운전한 구간은 오프로드를 제외한 복합구간입니다. 시가지 주행과 언덕 주행, 그리고 고속 주행까지 더해진 조건을 매일 90km 정도 운행하면서 얻은 평균 연비는 약 12.5~13km/L 수준입니다. 물론 에어컨을 안 틀었을 때 기준으로 에어컨을 틀면 유량계에 하마 한 마리가 빙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름 먹는 양만 보자면 어지간한 준중형차 수준이죠. 장거리 운행이 잦다면 경차보다는 소형 디젤차를 구입하는 것이 유류비 절약이라는 점에서 훨씬 이롭습니다.





연비가 이 모양이라면 도대체 경차가 가진 메리트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분을 위해 준비한 사진.

사실 경차의 메리트는 유류비보다는 타 차종 대비 저렴한 초기구입비용과 등록세, 취득세 면제 등의 각종 세제혜택, 그리고 주차의 용이성입니다. 아직까지도 드물긴 하지만 몇몇 대형 건물의 주차장에는 위의 사진과 같이 경차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공간은 기둥이 있다거나 하는 이유로 경차 아니면 주차 자체가 불가능한 협소한 공간인 경우가 대다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있다는 게 어딥니까.





덧붙여 이 사진에 보이는 흰색 스파크가 2011~2012년에 생산된 LT 트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양의 범퍼 디자인이 단단해 보여서 좀 더 마음에 듭니다. 딱히 의도하고 찍은 건 아니지만 저 뒤에 모닝도 보이는군요.





스파크가 튼튼한 만큼 잔고장도 덜 났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잔병치레를 상당히 자주 하는 녀석입니다. 독일기술검사협회(TUV; 튀프)가 발표한 자료[링크]를 참고하면 스파크는 결함률에서 테스트 차종 전체를 통틀어 최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스파크의 고질적인 결함이 여럿 지적되고 있죠. 워터펌프 불량, 엔진 노킹 등등...





새벽에 얼어붙은 차를 녹이면서 사진 한 장. 저 옆의 1세대 모닝과 비교하자면 섀시를 포함한 전반적인 완성도는 스파크가 월등히 높지만 실내 마감수준만큼은 스파크의 완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6년 전의 차하고 비교했는데도 완패라는데 민망하지도 않냐 이놈아...





시장에서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2세대 모닝과의 조우. 몰론 한국산 승용경차로는 레이도 있긴 하지만 레이는 스파크나 모닝과는 지향점이 다소 다른 차라 여기에서는 별개로 둡니다. 모닝은 이상할 정도로 밀키 베이지 색상이 많더군요. 저 쪽 동호회 말로는 밀몽이라던가.

경차의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의 디자인 선호도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디자인인 모닝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모닝의 디자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김구라, 주걱턱, 우럭 등의 별명을 붙이며 공통적으로 부자연스럽게 돌출된 프런트 범퍼를 지적하고는 하죠.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모닝의 압승입니다. 모닝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스파크를 타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실내 품질과 편의사양에서는 비교 자체를 거부하고 경차로서 자주 운행하게 될 시가지 중저속 구간에서 더 잘 달려주는데다 연비도 스파크보다 조금이나마 더 잘 나오고 무엇보다도 사후정비 면에서 압도적으로 편리합니다. 물론 스파크가 핸들링과 고속 구간 퍼포먼스가 더 좋다고는 하지만 경차로 고속도로 주행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아니면 시내 주행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자동차로서의 매력은 스파크가 더 높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차로서의 매력은 모닝이 더 높습니다. 미국차스러운 투박함이 느껴지는 스파크와 세심하게 다듬어진 모닝을 비교해보면 한국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는 능력은 현대기아차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스파크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합니다. 경쟁차와 비교하면 고속주행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그 장점을 살리려면 장거리 주행이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는 유류비 면에서 훨씬 유리한 소형 디젤차가 있기 때문에 장점을 어필하기가 상당히 어정쩡하죠.





앞에서도 계속 봤지만 여기서부터는 한 성질 하게 생긴 녀석을 쭉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차는 의외로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경차의 시대.











#5. 결론



의외로 묵직한 주행감각이 인상적이었던 경차, 쉐보레 스파크였습니다.


▶ 장점

- 경차임을 무색하게 하는 뛰어난 핸들링과 코너링

- 탄탄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주행 밸런스

- 높은 전고에 걸맞지 않은 고속주행 안정성


▶ 단점

- 우주쓰레기급 에어컨

- 답답한 중저속 가속성능

- 경쟁차 대비 크게 뒤떨어지는 실내 마감품질과 편의사양



경차를 운전하기 전에는 경차에 대해 가진 여러가지 긍정적, 부정적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파크를 운전하게 되면서 몇몇은 빼도박도 못할 사실, 몇몇은 택도 없는 편견으로 판명나게 되었는데 그 중 경차에 대한 인식을 가장 시원하게 박살내준 대목은 주행감각이었습니다. 장점으로 꼽은 항목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스파크는 경차답지 않은 기민한 핸들링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속도를 높여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주행 밸런스는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고속에서 불안할 것 같은 경차에 대한 편견을 확실하게 깨트렸고 기본기가 탄탄한 차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미국 자동차는 투박하다는 이미지에 걸맞게 탑승자에 대한 자상한 배려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자동차는 사람이 탑승하는 기계인만큼 사람에 대한 배려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러한 점은 경쟁차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그 결과는 판매량이 고스란히 보여주게 됩니다. 물론 판매량 차이는 한국에서 기아자동차와 한국GM 간의 브랜드파워 차이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거슬렸던 부분은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원가절감을 시도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 구제불능의 에어컨...


스파크는 2015년에 다음 세대 모델인 M400으로의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 시판되고 있는 사양이 M300의 완성판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적는 M300의 리뷰가 스파크와 모닝의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키보드를 휘갈겨봅니다. 비록 취미용 비상업 리뷰만 줄창 쓰지만 명색이 리뷰쟁이인 사람으로서 첫 차의 10000km 적립 기념 리뷰를 적어보려고 조금씩 준비했는데 리뷰가 완성되어 갈 즈음에 돌아보니 어느덧 12000km를 찍었군요.



사실 한국에서 경차를 몰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떨어지는 엔진 성능이 아니라 경차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입니다. 경차를 '도심 근교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니라 '싸구려 차', '초보들이나 타는 차'라며 무시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경차를 운전하는 것은 고달픈 일입니다. 상위 차급에서 경차로 갈아탄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기 당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양보차선에도 인색해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하며 SM5를 타다가 스파크를 타는 저도 처음 두어 달 정도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해탈의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 밖에서도 주차요원에게 무시를 당하는 등의 서러움을 겪게 됩니다. 미혼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첫 데이트에서 남자가 경차를 타고 나오면 쪽팔려서 남자 차에 타기 싫다>고 응답한 여자가 84.3%에 달해 많은 경차 오너들의 혈압을 올린 사례가 있었죠.


한국이 자동차 생산량에서는 세계 수위권으로 집계되면서 자동차 선진국을 주장하고 있지만 자동차 문화를 보면... 글쎄입니다. 모터 스포츠가 레이싱 모델의 인기에 좌우되는 기형적인 구조와 더불어 자동차가 곧 계급인 지금의 사회를 보면 여전히 후진국이지 않을까 싶네요.


씁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차덕후를 자청하는 자의 첫 자동차 리뷰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합니다. 느낀 그대로를 적다보니 문장이 두서없고 지식이 부족해서 전문성에서는 많이 떨어지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봤습니다. 스파크를 몰거나 몰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상, 차덕후 겸 잡덕후 블로거 리츠였습니다.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