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올해는 부산입니까
한국에서 '모터쇼'라 불리는 행사는 크게 서울모터쇼와 부산국제모터쇼 둘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홀수 년도는 서울, 짝수 년도는 부산에서 격년제로 개최하는 것이 일종의 룰처럼 굳어진 상태입니다. 올해는 2014년이니 부산국제모터쇼의 순서입죠.
그래도 국내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라는 서울모터쇼의 위상에 비해 부산국제모터쇼는 차덕후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행사로 대접받지 못합니다. 이유는 여럿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볼 만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물론 주최 측에서는 연예인 초청 등 많은 부대행사를 준비한다고 하겠지만 차덕후들에게 부대행사는 컨텐츠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6월 5일자로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에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평일이라고 느긋하게 관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대로 헛다리 짚었습니다. 징검다리 연휴에 노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재미없는 서론은 여기까지, 모터쇼와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짚어보도록 하죠.
#1. 부산국제모터쇼, 본관과 신관
벡스코는 컨벤션 센터로서는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모터쇼를 개최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규모입니다. 이 탓인지 올해 행사에서는 본관과 신관의 두 전시장을 운영했습니다. 본관과 신관을 잇는 동선이 상당히 길었다는 점이 좀 걸리지만 이건 시설 자체의 한계이니 어쩔 수 없죠. 사진 정렬순서는 본관과 신관이 뒤섞여있지만 실제로는 티켓 한 장으로 본관과 신관 각 1회만 입장 가능했습니다.
※ 업체 정렬 순서는 철저한 임의입니다. 다만 국산차 제조사를 우선으로 정렬합니다.
▶ 현대자동차
이번 모터쇼에서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를 출품한 업체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일단 홍보문구 상으로는 월드 프리미어 3종을 출품했다고 하는데... 그 3종이 뭔지는 아래에서 확인해보시죠.
현대의 메인 턴테이블에 올라간 녀석은 그랜저 디젤입니다. 앞서 언급한 월드 프리미어 중 3종을 하나를 차지하는 차량입니다. 작년 서울모터쇼의 트라고 엑시언트도 차축과 엔진 별로 나눠 4종으로 뻥튀기 되었던 전적이 있는만큼 2.0L 엔진과 2.2L 엔진을 각각 1종으로 취급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이 녀석은 현대기아차의 SUV용 엔진으로 익숙한 R 엔진을 탑재합니다. 홍보 상으로는 BMW 520d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만큼은 실질적으로 말리부 디젤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말리부와 그랜저가 같은 클래스는 아니지만요.
그리고 현대의 메인 턴테이블을 장식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월드 프리미어...라기에는 좀 애매한 프로젝트 AG입니다. 실내와 제원이 공개되지 않은 반쪽짜리 공개죠. 프로젝트명이 G자 돌림이라 그랜저의 파생모델로 여겨졌지만 의외로 그랜저의 상위 클래스로 기획된 차량입니다.
AG는 현대자동차의 대형차 라인업에서 그랜저와 제네시스 간의 공백을 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4000만원 대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한 중형 수입 세단으로의 소비자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허나 이미 그랜저와 제네시스가 한국 내수시장에서 워낙 단단하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지라 기아 오피러스 때처럼 틈새전략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는 조금 두고봐야겠군요.
이 녀석의 이름은 인트라도라고 읽는 모양입니다. 수소연료전지 컨셉트카로 국내 최초공개, 즉 코리아 프리미어에 해당합니다. 연료전지의 경우 단가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문제점이 있지만 항속거리(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 면에서 배터리 타입의 전기자동차 대비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이 녀석의 경우 약 600km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EV들이 200km를 채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장점이죠.
i20 WRC 출전사양. i20이라니까 i30 동생인가 싶으실텐데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안 파는 한국차죠. 다만 사진에 보이는 녀석의 경우 WRC에 출전하기 위해 랠리카로 개조된 사양으로 다른 레이싱카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만 i20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현대가 WRC에 출전한 것은 이 차가 처음은 아닙니다. 2001년부터 베르나를 개조한 액센트 WRC를 내세워 출전했었으나 성적부진과 스폰서 이탈로 팀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2004년에 주최 측에 벌금을 물어가면서 강제로 철수했죠. 그리고 철수 10년을 채우고서야 i20을 들고 다시 복귀하게 됩니다. 힘들게 복귀한 거 이번에는 제대로 뛰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국산차 중 WRC 우승기록은 의외로 기아자동차가 가지고 있습니다. 1995년 WRC 호주 랠리에서의 세피아가 그 주인공이죠.
벨로스터 미드십 컨셉트카. 위에 설명한 i20 WRC의 개발진이 설계했다고 하며 미드십 엔진배치가 적용됨에 따라 벨로스터 특유의 비대칭 도어가 삭제되고 2도어 2인승으로 개조되었습니다. 엔진룸에 담긴 엔진은 벨로스터 터보의 감마 T-GDI가 아닌 쏘나타 터보에 사용되는 세타Ⅱ T-GDI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의외의 사실로 이 친구도 이번 모터쇼의 월드 프리미어입니다. 하지만 위치가 부스 구석탱이였던지라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관심을 영 못 받았죠.
사직야구장에서 숙식하고 계시는 꼴ㅃ... 아니 롯데팬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법한 녀석, 벨로스터 컨버터블입니다. 도장과 데칼을 보시면 짐작이 가시겠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부산다운 전시차량이군요.
현대에서 출품한 또다른 수소연료전지 차량인 투싼 FCEV는 턴테이블은 커녕 부스 외벽에 방치되다시피 배치되어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타타대우가 참가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모터쇼에 전시된 유일한 대형트럭인 트라고 엑시언트.
...물론 사진은 모형입니다. 실차는 촬영하기 빡세서 패스. 그나저나 저 모형, 퀄리티를 보면 웰리에서 만든 것 같은데 말이죠. 디테일은 예전에 제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스카니아 R470의 다이캐스트 모형[링크]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트럭의 편의사양은 무시무시하군요. 엑시언트의 콕핏에 탑승해봤는데 스마트키 시동버튼이 달려있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 기아자동차
전시차량의 태반이 양산차임은 다른 회사와 비슷하지만 기아자동차는 의외로 부스의 배치와 구성을 모터쇼 때마다 매번 잘 하는 편입니다. 디자인 기아를 내세우는 회사의 슬로건 때문이려나요.
기아자동차의 메인을 장식하는 차량은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3세대 카니발입니다. 2005년 7월에 2세대가 출시되었으니 10년에 가까운 무지막지한 텀을 두고서야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디자인의 베이스는 2011년 서울모터쇼[링크]에서도 선보였던 컨셉트카 KV7입니다.
덧붙여 몇 해 전부터 남자 컴패니언 모델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메인 턴테이블에도 남녀 모델이 교대로 올라올 정도로 남자 컴패니언 모델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이번 모터쇼의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카니발의 주 무대는 한국이 아닌 미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쏘울과 더불어 미국 시장의 입맛에 맞게 설계되는 경향이 강한 차량입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주력모델은 7인승/8인승 사양이지만 한국에서는 승합차 혜택과 맞물려 9인승/11인승 사양이 주력으로 팔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사양은 4열 좌석배치를 사용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중앙석 헤드레스트 미배치 등의 구설수가 생기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아 부스에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컴패니언 모델의 컨셉을 상당히 잘 잡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몸매 좋은 미남미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컨셉을 잘 부각시킬 수 있게 의상과 포즈를 매치시켰다는 것이죠. 다른 부스에서는 모델쇼인지 모터쇼인지 컴패니언 모델만 부각되는 경우가 잦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잘 해낸 부분입니다.
이번에도 꽤 재미있게 생긴 컨셉트카를 내놓았습니다. 이름은 니로라고 하는군요. 이전에 선보였던 네모 친척이냐...
1.6L 터보엔진+전기 모터의 하이브리드 동력계에 7단 DCT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컨셉이 거의 그대로 양산차로 구현된다면 꽤 재미있는 물건이 될 듯 하군요. 트랙스와 QM3가 양분하고 있는 소형 CUV 시장(아시다시피 쏘울은 묻혔습니다...)에서 현대기아차가 카운터를 어떻게 날릴 지 내심 궁금해집니다.
컴패니언 모델 단독샷은 특별히 크게 준비해 드렸습니다 고갱님. 우리는 신사니까요.
어째 이 분만 실컷 찍은 것 같다면 기분 탓...은 아니고 사실입니다. [......] 찾아보니 모델 김현정 씨라고 하는군요.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전기자동차 중 항속거리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진 쏘울 EV의 엔진ㄹ... 아니 모터룸입니다. 최장 항속거리를 놓고 BMW i3과 묘한 기싸움을 하고 있기도 하죠.
국산차 브랜드 전체를 통틀어 "니들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냐!"의 대표 격을 꼽자면 바로 이 녀석, 기아 GT 시리즈를 꼽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차량은 FR 스포츠세단 컨셉트카인 GT4 스팅어입니다. 다만 형태로만 보자면 세단이라기보다는 쿠페에 가깝군요.
지난 2011년, 기아는 GT라는 이름의 스포츠세단 컨셉트카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특유의 패밀리룩을 계승한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고출력 스펙으로 꽤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컨셉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GT 컨셉트가 워낙 밸런스 좋은 디자인이었기에 금방이라도 양산될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컨셉트카스러운 다소 부담스러운(...) 디자인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로는 양산계획도 물건너갔고 말이죠.
▶ 한국GM
부스 규모는 바로 옆의 기아자동차와 같지만 구성 면에서는 옆 부스 대비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쉐보레 차를 타고 있는 입장임에도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더군요. 길거리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양산차에까지 컴패니언 모델을 세워놓는 건 좀 아니잖아...
한국GM의 메인 턴테이블을 장식하는 차량은 6세대 카마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녀석보다는 5세대의 모습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역시 영화로 익숙해진 모습이기 때문이려나요.
덤으로 카마로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하는 차량은 뜬금없이 말리부였습니다. 말리부 디젤 때문이었나... 아무튼 평범한 양산차였던 관계로 사진은 패스했습니다. 메인에 올릴 차량이 그렇게도 없었냐...
6세대 카마로와는 별개로 실사영화 트랜스포머 4편에 등장하는 범블비도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다만 이 녀석은 변신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트랜스포머 4편 사양의 범블비와 옵티머스 프라임의 대형 스테츄도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옵대장님은 4편에서 외형이 크게 바뀐 탓에 상당히 적응 안 되는군요.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쉐보레의 메인 쇼카로 올리겠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스파크 EV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회사 부스의 전기자동차들과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경차급 차량을 메인으로 올리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했던 탓이려나요.
의외의 사실로 스파크 EV는 소형차로 분류되어 경차 혜택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배터리 탑재공간 확보를 위해 리어 범퍼가 대형화되면서 전장이 경차 규격인 3.6m를 넘어버렸기 때문이죠. 참고로 일반 스파크의 전장은 3.595m로 경차 규격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합니다.
크루즈 슈퍼레이스 출전사양. 한국GM은 모회사가 한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한국 레이싱 무대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입니다.
▶ 르노삼성자동차
울산이 현대자동차의 홈그라운드라면 부산은 르노삼성자동차의 홈그라운드입니다. 유일한 생산공장이 부산 신호공단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인지 모터쇼 내내 향토기업임을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모터쇼에서 지역색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 판단일지 아닐지는... 글쎄요.
르노삼성 부스에서 유일하게 양산차가 아닌 컨셉트카로 등장한 이니셜 파리. 르노삼성 부스 내에서도 르노 존으로 따로 분리되어 전시되었는데 어째 부스 위치가 전시보다는 격리에 가까웠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 녀석이 메인으로 올라가도 모자랄 판인데...
사실 2년 전만 해도 F1 챔피언인 세바스찬 베텔의 머신과 캡처(=QM3) 컨셉트카를 가져와서 전시하는 등 르노 본사에서 차량을 여럿 땡겨와서 제법 괜찮은 눈요기를 제공했었는데 올해의 르노삼성 부스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전 모터쇼에서 촬영했던 컨셉트카가 양산화되는 것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데 올해는 딱히 기대할 것이 없군요. 사실 캡처 담당 모델의 양갈래머리가 취향 직격이었던지라 사진이 쌓여있었던 탓도 있고...
SM3 ZE는 전기자동차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뒷태가 오리궁뎅이마냥 심하게 튀어나왔는데 사진을 잘못 찍은 게 아니라 원래 저렇습니다. 리어 펜더가 저렇게 부자연스럽게 늘어난 이유는 배터리가 탈착식이라 배터리를 플로어에 깔지 않고 트렁크룸에 그대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한국GM의 말리부와 더불어 이 쪽도 상당히 뜬금없는 녀석이 메인 턴테이블에 올라왔는데 바로 SM3 네오입니다. 그래서 차는 안 찍고 컴패니언 모델만 찍고 있습니다. [......] 덤으로 모델은 SLR클럽에서 멘탈갑 '뭐걍' 옹으로 더 잘 알려진 이은혜 씨.
QM5 네오를 필두로 네오 시리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르노삼성만의 패밀리룩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냥 르노 본사 디자인 그대로 갖다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냥 개발이 귀찮았던 건지 아니면 르삼 자체 디자인의 평판이 워낙 안 좋았던 건지...
르노삼성 부스는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대형 부스임에도 불구하고 라이팅은 어지간한 중소부스보다도 열악했습니다. 그에 따라 사진 촬영도 상당히 힘들었고 옴니바운스나 소프트박스같은 디퓨저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탓에 뻑 하면 지금처럼 번들거림을 못 잡은 사진이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스트로보 다루는 실력이 영 아니라는 것이 여기에서 제대로 들통나는군요.
덧붙여 르노삼성 부스의 컴패니언 모델들이 입은 의상은 친환경 소재로 자동차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고 하는군요. 메인 스테이지에서 강조하는 것에 비하면 센스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폭스바겐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끼고 등장했습니다. 사실 부스 분위기로만 보자면 어지간한 국산차 브랜드 수준이었죠. 회사 이름이 국민차라고 한국에서도 국민차 취급이냐...
모터쇼 전체를 통틀어 가장 괴이하게 생긴 녀석, 컨셉트카 XL1입니다. 사실 저 괴이한 모습보다 더 괴이한 사실은 공인연비 111.1km/L라는 위엄돋다못해 변태적인 연비입니다. 물론 유럽 연비 기준이라 한국 기준으로는 얼마나 바뀔 지 모르겠지만요.
변태적인 연비를 위해 경량소재로 도배하고 후륜을 카울로 감싸 공기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연비 향상을 위한 에어로 다이나믹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고 있습니다.
WRC의 절대강자이자 끝판왕, 폴로 R WRC 출전사양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i20이 싸워야 할 상대죠. 사실 여기 보이는 폴로보다도 더 눈에 띄는 녀석은 7세대 골프 GTI/GTD였습니다만 정작 사진이 없는 것이 미스터리입니다.
컨셉트카 치고는 상당히 수수하게 생긴 크로스블루.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디젤 하이브리드입니다. 디젤+하이브리드 조합이라 예상하실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이 녀석도 만만치 않은 연비를 자랑하는데 저 덩치에 37.8km/L를 찍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시아 프리미어라고는 하는데 이거 최초 공개된 지 1년 반쯤 된 녀석이잖아...
▶ BMW/미니
앞서 언급한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정작 눈에 띄는 차는 따로 있었는데 정작 그 놈들 사진만 쏙 빠진 기묘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래의 사진에서는 소개되지 않지만 5세대 M3과 M4가 이번 모터쇼를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M3, M4와 더불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코리아 프리미어, 4시리즈 그란쿠페 스포츠라인입니다. 쿠페, 컨버터블에 이은 세 번째 4시리즈 라인이죠. 상당히 독특한 뒷태를 자랑하는 GT 시리즈와는 달리 이 쪽은 준수하게 다듬어진 세단 느낌의 쿠페입니다.
어째 곁다리로 들어온 느낌은 있지만 이 쪽도 신규로 추가된 사양인 4시리즈 쿠페 스포츠라인입니다.
해외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전기자동차, i3입니다. 양산형 자동차임에도 컨셉트카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보통 양산차를 베이스로 EV 버전을 만드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이 녀석은 아예 전기자동차를 전제로 새로 설계한 바디를 사용합니다. 차체 전체를 CFRP(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로 도배한 것이 그 증거죠.
미니 쪽은 예나 지금이나 맨자 돌림 차명에 맞게 남자 컴패니언 모델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가 유독 여자 관람객들이 우글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째 이 쪽 사진이라고는 JCW 버전 엔진룸 하나밖에 없군요.
▶ 아우디
이전과 같이 전 모델에 콰트로를 때려박고 나오는 패기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고유의 특색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우디의 기함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쇼카로 전시된 A8 L W12는 그 중에서도 최상위 라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LED성애자 아우디답게 독특한 형태의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는데 이 덕분에 12기통 대형 세단으로서는 상당히 이색적인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우디에서 처음 선보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A3 e-tron. 사실 e-tron이라는 이름은 전기자동차 컨셉트카로 먼저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콰트로처럼 저 이름을 아우디의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밀어붙이려는 계획일까요.
▶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 부스는 컴패니언 모델을 세우지 않는 것이 전통입니다. 그리고 그 전통에 따라 올해에도 컴패니언 모델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벤츠 부스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C 클래스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BMW 3 시리즈를 저격하기 위해 벤츠에서 이를 갈고 뜯어고친 덕에 구형 대비 100kg에 가까운 체중감량에 성공했습니다. 특이하게 같은 차에 두 가지 디자인을 선보여 각기 다른 이름의 버전으로 공개했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버전은 아방가르드입니다.
그리고 이 쪽은 익스클루시브. 특유의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최상위 모델인 S 클래스의 판박이라 베이비 S 클래스라는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벤츠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형 SUV인 GLA 클래스입니다. 글라놀러지로 무장한 그 GLA 말고... 일본판 광고[링크]가 약을 한 사발 하신 덕분에 전 세계인을 뿜게 만들기도 했지요.
▶ 닛산/인피니티
일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르노삼성의 모체인 르노와 닛산의 얼라이언스 덕분에 곁다리나마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Q자가 두 개나 들어가서 이름 읽기가 좀 빡센데 캐시카이라고 읽습니다. 닛산의 야심작이라 일컬어지며 아시아 시장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아시아 프리미어에 해당합니다.
사실 이번 모터쇼에서의 분위기만 보자면 컴패니언 모델에게 완벽하게 묻혔지만 이 녀석이 먼저 선보인 유럽 시장에서는 대호평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모델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가격대만 적절하게 형성된다면 소형 SUV 시장에서 제법 괜찮은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무라노와 같이 미국에서나 먹힐 모델은 아니니까요. 역시 한국에서 SUV는 디젤이여...
덧붙여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인 미놀타 7D의 AF 포인터가 센터 1포인트를 제외한 나머지 8포인트가 못 써먹을 수준이라 센터에 AF를 고정하고 반셔터로 구도를 재조정하는 삽질을 반복하다보니 지금처럼 초점이 뒤로 빠진 사진이 우수수 쏟아졌습니다. 10년 전의 카메라에 뭘 바라겠냐만서도...
닛산의 자존심, GT-R입니다. 미쯔비시 랜서 에볼루션이 10세대를 마지막으로 단종을 선언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몇몇 차종은 다시 부활할 조짐도 보이고 있지만...
닛산의 전기자동차 리프. 부스 규모로만 보자면 별 것 아닌 녀석으로 보일 지 몰라도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괴물입니다.
꽤 오랫동안 부진에 빠졌던 인피니티를 수렁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스포츠 세단 Q50, 그 중에서도 하이브리드 사양인 Q50S입니다.
▶ 토요타/렉서스
토요타의 부스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을 꼽으라면 프리우스, 그리고 컨셉트카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매년 컨셉트카를 들고 나오는 것이 토요타의 특징이죠. 토요타 부스는 본관, 렉서스 부스는 신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편의상 함께 정렬합니다.
심히 미래지향적으로 생긴 컨셉트카, 펀비입니다. 컨셉이 상당히 독특한데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누가 스마트폰 컨셉 아니랄까봐 측면 전체를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했습니다.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아시겠지만 저 해바라기 사진은 랩핑으로 씌운 데칼이 아니라 디스플레이입니다. 이를 이용하여 차체 전체에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를 표시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고 하는군요.
하이브리드 장인 토요타가 선보이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NS4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임에도 플러그인을 어필하는 급속충전부스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캠리 페이스리프트를 기점으로 토요타가 디자인 고자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도 만만찮게 호불호를 타고 있지만요.
본가인 토요타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좋아하는 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인 NX300h입니다.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컨셉트 쿠페인 LF-CC. 하이브리드가 아닌 차를 찾는 게 더 어려운 렉서스입니다. ...전 차종 하이브리드였던가?
▶ 캐딜락
이 글 적으면서 아차 싶었던 브랜드입니다. 한국GM 부스와 묶는 게 좋았을 뻔 했으려나... 사진에서는 빠졌지만 신형 CTS를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한국에서는 꽤 보기 드문 캐딜락의 컨셉트카입니다. 캐시카이 못지 않게 이름 읽기가 빡센데 이 쪽은 엘미라지라고 읽는 모양입니다.
앞모습이나 뒷모습이 전형적인 캐딜락 최신모델이지만 그보다도 유럽 브랜드가 유행을 선도하는 그랜드 쿠페임에도 다분히 1960년대 미국차 스타일을 살린 옆태를 보니 역시 캐딜락이구나 싶은 녀석입니다.
▶ 미츠오카
이번 모터쇼를 통틀어 가장 이색적인 브랜드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미츠오카를 들 수 있습니다. 긴 말 필요없이 아래의 사진 한 장으로 설명됩니다.
차덕후를 자처하는 저에게도 생소한 브랜드인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하나같이 독특한 스타일링을 자랑합니다. 미츠오카는 20여 년 이상 수제 자동차를 만들어온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로 기본적으로는 양산차를 베이스로 삼아 고전 명차를 재해석한 형태로 개조하여 제작하지만 오로치와 같은 오리지널 모델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오로치, 히미코, 가류 컨버터블의 세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심히 익숙한 이름인 히미코. 덧붙여 트렁크 해치에 그려진 사인은 2NE1 멤버들의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당연히 못 알아봤는데 주변에 있던 관람객들이 2NE1 사인이라면서 웅성거리더군요.
▶ 재규어/랜드로버
인도의 재벌 타타그룹에 인수되어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영국 회사는 올해도 같은 부스에 함께 등장했습니다.
먼저 선보인 F타입 컨버터블에 이은 또다른 F타입인 F타입 쿠페입니다.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일컬어지는 재규어의 전설 E타입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모델이죠.
...그나저나 랜드로버 사진은 아예 없군요. 랜드로버에서는 롱 휠베이스 버전인 레인지로버 LWB를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 마세라티
프레스데이 때는 어땠을련지 모르겠지만 일반공개 때는 부스 전체에 유리 울타리를 둘러놓고 일정 수의 인원만 입장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접근 자체를 막았던 이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군요. 다만 입장하지 못하면 탑승은 물론 사진촬영도 굿바이...
사진에 담긴 녀석은 그란 투리스모입니다만 부스 안쪽에는 그란 투리스모의 100주년 기념 한정모델인 그란 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 센터니얼 에디션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사진은 빠ㅈ... 뭔 놈의 빠진 사진이 이렇게도 많아 덧붙여 아시아 프리미어 2종도 전시되었다고는 하는데 각각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의 디젤 버전입니다.
▶ 포드/링컨
신관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부스를 확보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신관에 자리잡은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쩔어주시는지라 다소 묻히는 감이 있었습니다.
포드/링컨 통합부스의 메인이라면 바로 이 녀석, MKC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기함급 대형차만 쭉쭉 찍어낼 것 같았던 링컨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형 SUV로 비교적 자그마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링컨 특유의 중후한 디자인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점차 실용적인 차를 찾게 만드는 시대의 흐름은 링컨같은 브랜드마저도 변하게 만드는군요. 하기야, 그 포르쉐도 SUV가 밥줄이 된 마당이라...
▶ 삼천리자전거/참좋은 레저
모터쇼에 웬 자전거인가 하겠지만 일단 자전거도 이륜차로 분류되니 차는 차 맞군요. 2011년 서울모터쇼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어째 그 때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기아자동차와 같은 모태에서 출발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메인으로 세운 자전거 중 하나인 로드바이크 첼로 엘리엇. 리미티드라고 적힌 걸 보면 뭔가의 한정판인 듯 한데 자전고 쪽은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골드윈이라는 이름의 삼천리자전거 70주년 기념모델이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2.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산국제모터쇼
부산모터쇼에서 만성적으로 지적받는 문제가 있다면 역시 모터쇼임에도 볼 만한 자동차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자동차와 기술을 선보이는 모터쇼의 취지에 걸맞지 않게 매년 해외에서 선공개되어 신선도가 떨어진 컨셉트카 소량과 대다수의 양산차로 부스를 꾸려내고 있죠. 부산모터쇼 직전에 중국 베이징모터쇼라는 거대 행사가 자리잡고 있는지라 전 세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여기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부산모터쇼는 쉬어가는 무대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부산모터쇼는 다른 모터쇼와는 달리 판매와 계약에 중점을 둔 대형 영업소의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모터쇼로서의 흥미는 떨어지는 편이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동차 업계에서도 부산모터쇼를 그리 메리트있는 행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부산모터쇼에게 있어 악재로 작용합니다. 당장 국산차 브랜드만 해도 쌍용자동차가 올해 모터쇼 참가를 포기했습니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신관에 배정받은 것에 불만을 가져 주최 측과 대판 싸운 것이라고 하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부스 운영비용을 차라리 다른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혼다, 볼보, 푸조 등 다른 불참 해외 브랜드들도 비슷하게 계산기를 두드렸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모터쇼에서 연예인을 동원한 부대행사로 부스를 운영하는 것을 그리 환영하지 않습니다. 물론 올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에 주최 측에서 화려한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주문을 한 덕분인지 예년에 비하면 그럭저럭 조용한 편이었습니다만 그 이전의 모터쇼들은 모터쇼인지 콘서트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아마 올해도 그 참사가 없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런 부대행사들은 결국 자동차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부스에 잡아놓기 위한 것인데... 모터쇼라는 이름답게 자동차로 사람을 붙잡아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매번 모터쇼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고 올해도 마찬가지였고 내년이나 내후년...도 이렇다면 좀 곤란하겠죠. 부산모터쇼를 둘러싼 이것저것을 고려하면 쉽진 않겠지만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합니다.
모터쇼 관람기는 여기까지. 어째 글로 정리해보니 사진 안 찍고 어물쩡 넘어간 차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 아쉬운 관람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