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5. 8. 6. 22:39


올해의 첫 리뷰인데 벌써 8월이군요. 가면 갈수록 삶이 팍팍해져서인지 사진촬영에만 몇 시간을 잡아먹는 리뷰는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간만에 숨통이 조금 트여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아봅니다.


이번에 소개할 녀석은 작년의 마지막 리뷰로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작년에는 넨도로이드, 올해에는 피그마죠. 그동안 많이 소개했던 레이싱 미쿠는 이번에 넘어가고 유키미쿠 매지컬 스노우 버전이나 미쿠 할로윈 버전을 소개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 녀석만큼은 리뷰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리뷰에서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죠.


레이싱 미쿠와 굿스마일 레이싱의 슈퍼GT 2014 시즌에 관한 이야기는 넨도로이드 편에서 모조리 설명드려서 소재가 거의 남지 않았기에 피그마 편은 반강제로 피규어 설명에만 충실해질 예정이니 레이싱 미쿠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의 넨도로이드 리뷰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피그마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의 소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의 참고 포스트 두 편을 참고하시면 이번 리뷰에서 설명하는 내용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넨도로이드 편이 그렇죠.


[리뷰/피규어] figma No.SP-049 - 레이싱 미쿠 2013 ver.

[리뷰/피규어] 넨도로이드 No.414 - 레이싱 미쿠 2014 ver.





▶ figma No.SP-054 - 레이싱 미쿠 2014 ver. (レーシングミク 2014 ver.)


패키지의 디자인 컨셉은 넨도로이드 2014 버전과 동일합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의 엠블럼과 함께 넨도로이드 2014 버전을 기점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레이싱 미쿠 - 하츠네 미쿠 GT 프로젝트> 엠블럼이 추가로 붙어있는 점도 동일하지요. 대형 소품을 사용하는 레이싱 미쿠 시리즈의 특성 덕분에 박스의 규격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피그마의 넘버링이 100번 전후였던 초기에는 3000엔급 박스라고 설명하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피그마들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올라서 3000엔급이라는 기준은 먹히지 않겠군요.





박스 후면은 제가 리뷰에서 한 번 이상은 꼭 따라하는 공식작례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스폰서 패키지 구성품의 촬영을 빼먹었군요. 피그마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의 7000엔 패키지 구성품은 위의 피그마 패키지에 스폰서 카드가 추가됩니다. 넨도로이드 버전에서 봤던 그거 말이죠.





스폰서 패키지를 제외한 피그마 패키지의 구성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피그마 본체

- 스탠드 (가동암, 하판, 추가 고정핀)

- 파라솔 2개 (접은 형태, 펼친 형태)

- 응원 깃발

- 스티커

- 교환용 표정파츠×1

- 교환용 손 3세트

- 교환용 허리장식 파츠×2

- 예비용 손목 조인트×1


기본 패키지의 구성은 피그마 레이싱 미쿠 시리즈에서 늘 사용하던 소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2013 버전에 들어있었던 그리드 보드를 제외하면 소품의 조형과 구성이 3년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죠. 레이싱 미쿠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자동차와 파라솔을 빼먹었던 넨도로이드 2014 버전의 사례를 보면 이제는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와중에 쪼잔하게 손 두 개를 빼먹었군요.


우측 하단에 보이는 검정색 비닐봉지의 정체는 한정판 피그마를 여럿 구입해본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제품정보 공개 당시에는 없었던 추가 구성품이라는 의미죠. 전작 리뷰를 읽으셨다면 봉지의 내용물은 아마 짐작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정면 사진부터. 전반적인 프로포션이 상당히 늘씬하면서도 균형잡힌 모습입니다. 허리의 장식파츠 때문에 리뷰용 차렷 자세는 사실상 못 잡는군요.


넨도로이드 때와 마찬가지로 피그마 레이싱 미쿠 2014 버전도 샘플사진 공개 당시에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았지만 실물을 보게 되면 많은 분들이 생각을 고치실 듯 합니다. 샘플사진에서 혹평을 받고 피드백을 한 것인지, 아니면 샘플이 사진빨을 못 받은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요.





측면 사진. 넨도로이드와는 달리 트윈테일이 반투명 그라데이션 도장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웨이브가 굵직하게 들어가 머리카락이 복잡하게 휘날리는 조형인데도 의외로 허리 아래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오는군요.





후면 사진. 이번에는 뒤태를 살리는 용도의 스탠드 어댑터를 사용해봤는데 적어도 이 구도에서는 효과를 못 보는군요.





정면 클로즈 업. 뭔가 사진의 구도가 비뚤어졌지만 그러려니 합시다. 오구치 씨가 그린 일러스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날카로운 표정이 피그마에 어울리게끔 어레인지를 거쳤는데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속눈썹과 눈매 덕분에 당돌한 이미지를 갖게 하지요. 1/8 스케일 모델이 사실상 일러스트 붙여넣기 수준의 무시무시한 재현율을 선보여서 피그마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지만 다양한 포즈를 소화해야 하는 액션 피규어로서의 관점으로 보면 피그마 레이싱 미쿠의 얼굴 재현도 최상급에 속합니다.





얼굴과 더불어 앞머리의 조형이 상당히 날카롭고 섬세합니다. 얼굴 아래로 뻗쳐나온 머리 끝부분은 트윈테일과 마찬가지로 반투명 그라데이션 도장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헤드셋에 마이크가 돌출되지 않은 대신 머리카락이 돌출되어 있다보니 파손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래도 다른 여자 캐릭터들과는 달리 머리카락이 뻗쳐 올라간 형태라 어깨에 걸려 목의 가동을 방해하는 일이 없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가슴의 조형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단지 거유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가슴 아래의 재봉선을 표현하는 몰드와 반광 도장을 통해 비닐계열 의상 특유의 재질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그리고 넨도로이드에서는 생략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가슴 밑트임도 피그마에서는 빠지지 않고 구현되었습니다. 프로포션이 바뀌니 섹시함을 위한 연출에도 신경을 써주는군요.





트윈테일을 고정하는 조인트가 초기형 목 조인트의 색상 변경 사양이었던 기존의 미쿠들과는 달리 구체형의 신규 조인트가 사용되었는데 조인트의 변경 덕분인지 트윈테일의 가동범위가 기존의 피그마 미쿠들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스탠드 접속부는 척추의 상단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상 디자인 단계부터 피규어화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녹아드는 부분이지만 가슴 부분이 고정되기 때문에 스탠드에 고정한 상태에서 상체의 조정이 필요한 자세를 잡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허리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조형을 해치는 것과 비교한다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2012 버전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인데 2012 버전은 가동의 편의성을, 2014 버전은 조형미를 우선으로 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몸체의 디테일은 레이싱 미쿠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굴곡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훌륭한 몸매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스쿨미즈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레오타드는 허리에 그려진 디지털 패턴과 수직 재봉선을 제외하면 의상 디테일이 그려져있지 않은 순백색임에도 흉곽, 배꼽, 골반 등이 만들어내는 굴곡이 워낙 두드러지기 때문에 밋밋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저 몸매 좋다고 감탄할 뿐이죠.





양 팔은 특별한 기믹이 마련되지 않은 평범한 형태입니다. 미쿠 2.0을 기점으로 적용된 피그마 2.0 소체에서 소개된 기믹 중 하나인 어깨관절 신축 기믹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파라솔같은 무거운 소품을 사용하는 레이싱 미쿠의 특성상 고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신축 기믹은 적용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군요. 다만 2.0 소체부터 적용되는 신규 손목 조인트로 바뀌었는데 이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고정성은 둘째치고 교체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냥 구형 손목 조인트 넣어주면 안 되겠니?





팔에는 2013 버전과 마찬가지로 굿스마일 레이싱 레터링이 그려져 있습니다. 허리를 둘러싼 연질 구조물과 골반 양측에 부착된 장식에는 각종 스폰서 엠블럼이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배기구 몰드 없이 메탈릭 도장으로만 때웠던 넨도로이드 때와는 달리 머플러의 디테일이 좀 더 그럴듯해졌고 디퓨저와 브레이크 램프의 디테일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넨도로이드와 마찬가지로 허리의 구조물들은 모두 분리가 가능하고 연질 구조물은 1축 고정이기 때문에 약간의 가동이 가능합니다.


허리가 훤히 노출되어 있는데다 하반신의 절대영역도 스커트 없이 그대로 노출된 형태라 뒤에서 바라볼 때의 노출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거기에 허리의 곡선과 허벅지 및 엉덩이 조형의 양감이 대단히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어 특히 뒤태를 강조한 포즈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가슴 가동부 아래의 몸체 스쿨미즈 부분은 경질 몸체에 연질 옷을 씌워놓은 형태입니다. 상당히 의외의 요소인데 이는 고관절의 가동범위를 확보하면서도 조형을 살리기 위한 구성입니다. 2013 버전처럼 하이레그에 가까운 형태로 어레인지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형사 양반께서 다행히도 스쿨미즈의 매력을 잘 살려냈습니다. 스쿨미즈와 마찬가지로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투피스 타입을 묘사하는 주름과 분할선 조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 저래뵈도 하의가 있는 옷입니다. 팬티가 아니니까 부끄럽지 않다고 외치는 모 애니메이션이 생각나지만 기분 탓입니다.





다리의 라인은 상당히 가늘게 잡혀있습니다. 엉덩이의 볼륨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외군요. 테라의 엘린처럼 좀 더 통통한 허벅지로 만들어졌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만 원본 일러스트에서부터 워낙 얇은 다리라 원작에 충실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겠군요. 허벅지의 패턴 인쇄와 발목의 그라데이션 도장, 그리고 정강이서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몰드를 넣어 얇은 다리에 의외로 빼곡한 디테일을 심어놨습니다.





허벅지에는 회전축이 마련되어 있어 상당히 높은 포즈의 자유도를 확보함과 더불어 고관절을 가리는 데에도 좀 더 유리합니다. 자세를 잡을 때 신경을 조금만 써줘도 어지간해서는 고관절을 노출시키지 않죠. 발목도 전후좌우로 잘 꺾여 포즈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언니들과 함께하는 가동범위 비교 테스트. 스커트에 허벅지가 걸리는 2013 버전을 제외하면 레이싱 미쿠들 전원이 상당히 우수한 가동폭을 자랑합니다. 이 중 2014 버전에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관절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를 보시죠.





2011 버전의 고관절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둘 다 레오타드 스타일의 의상이지만 2011 버전은 허벅지 상단을 의상의 일부로 취급하여 분할시킨 것과 달리 2014 버전은 레오타드의 하단을 연질로 처리하여 의상을 분할하지 않고도 고관절의 가동폭을 확보했습니다. 스타일과 플레이 밸류를 모두 살리는 쪽으로 피그마 조형기술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죠.


그나저나 2014 버전도 지금 보니 키가 꽤 작군요. 2012 버전이야 얼굴부터 로리 꼬맹이 분위기라 그러려니 했는데 늘씬한 슬렌더 미녀 스타일인 2014 버전까지 키가 작은 것은 꽤 의외입니다. 저 키로도 어린이가 아닌 성인 여성에 가까운 프로포션을 만들어낸 것이 놀랍군요.








2012 버전부터 사실상 기본사양이 된 가슴 아래의 볼조인트도 여전히 적용되어 있습니다. 가동범위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수합니다. 사진은 따로 촬영하지 않았지만 목 조인트의 가동범위도 2.0 소체의 신규 목관절 기믹이 적용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늘상 그렇듯이 레이싱 미쿠는 단 하나의 추가 표정파츠만 포함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추가표정은 꽤 미묘합니다. 활짝 웃는 얼굴이긴 한데 위화감을 느낀다면 아마 눈동자 위에 흰자위가 보이는 상삼백안 때문일 겁니다. 상삼백안 표정은 연출을 조금만 잘못해도 상대를 깔보는 표정이나 얀데레 얼굴이 되기 쉽다보니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추가 표정파츠의 원본은 아마도 이 일러스트로 추정됩니다. 슈퍼GT 2014 시즌 1라운드 우승 기념으로 2014 버전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오구치 씨가 그린 일러스트죠. 출처는 굿스마일 레이싱 공식 응원 사이트[링크]입니다. 사실 피그마의 통상적인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조형을 통한 표정의 재현 자체는 그럭저럭 잘 해낸 편입니다. 문제라면 앞서 언급한 상삼백안 때문에 다루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4라운드 응원 일러스트의 윙크 표정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극초기 제품을 제외하면 모든 표정파츠가 공용인 넨도로이드와는 달리 표정파츠의 호환성은 뉘집 개 이름이냐를 외치며 늘상 씹어먹던 피그마에서도 오래간만에 표정파츠 호환이 가능한 녀석이 나왔습니다. 확인 결과 레이싱 미쿠 2013 버전과 호환이 되는군요. 사진에 보이는 표정은 레이싱 미쿠 2013 버전의 파생 사양인 2013 EV MIRAI 버전의 것입니다.








소품은 4년째 그대로인 파라솔 두 개와 체커 플래그에서 응원 깃발로 이름만 바뀐 깃발 하나, 그리고 공식 일러스트를 연출하기 위한 교환용 허리장식 파츠입니다. 소품의 구성 및 규모로 보자면 이전의 레이싱 미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예외적으로 2011 버전은 첫 레이싱 미쿠 피그마라서 그랬던지 소품이 상당히 풍성했죠.


펼친 파라솔과 응원 깃발에는 스티커를 붙이게 되어있는데 기존에 제공되었던 반광 투명 씰이 아니라 아동용 완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광 종이 씰로 바뀌었습니다. 그 탓에 굴곡이 심한 표면에는 부착성이 떨어지고 부착 후의 모습도 기존에 비해 상당한 싼티를 풍기게 되었습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습식 데칼을 넣어주지 그랬냐...





그리고 검정색 비닐봉투에 들어있던 히든 아이템은 바로 슈퍼GT 2014 시즌 GT300 클래스 챔피언 트로피입니다. 2011 버전 때와 마찬가지로 시즌 챔피언이 확정된 이후 보너스로 추가된 물건이죠. 레이싱 미쿠 시리즈에 포함되는 트로피들이 늘 그랬듯이 실제 트로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총 8회의 레이스를 거쳐 챔피언을 결정하는 슈퍼GT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8개의 서킷이 그려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조형은 2011년의 그것보다 더 단순해졌지만 '챔피언 트로피'로서의 상징성은 이 쪽이 더 높아보이는군요.





메인 일러스트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 허리의 장식을 교체해야 하는 점은 넨도로이드와 동일합니다. 다만 넨도로이드가 허리에 볼조인트가 박혀있는 것과 달리 피그마는 허리에 어댑터 형태의 구조물만 남겨두고 장식에 직접 볼조인트를 삽입했습니다. 스케일이 커져서인지 신경을 꽤 썼군요. 고정이 다소 약해서 포즈를 잡다보면 가끔씩 툭툭 떨어지긴 하지만 2013 버전의 스커트만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은 아닙니다.


동봉된 설명서에 파츠의 좌우를 구분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으니 헷갈리지 않으려면 교체 전에 설명서를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일본어 못 읽으면 뒷면의 영어 설명서라도 읽으세요.





이쯤에서 소품 소개 겸 오피셜 포즈 따라하기. 그 첫 번째는 레이싱 미쿠 2014 버전 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자세입니다. 넨도로이드의 허리 장식이 카나드를 연상하게 하는 넓직한 날로 전개되는 형상이었다면 피그마의 것은 방열 핀에 좀 더 가까운 형태의 촘촘한 날로 조형되어 있습니다.








2014 버전 피그마에는 넨도로이드나 1/8 스케일 모델 버전과는 달리 손등과 허리를 잇는 분홍색 와이어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러스트 포즈를 잡았을 때 다른 레이싱 미쿠들과는 달리 화려함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손재주가 있다면 와이어를 자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왕이면 넨도로이드처럼 와이어 관련파츠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더 좋았을 뻔 했군요.





오피셜 포즈 그 두 번째. 이번에는 응원 깃발을 흔드는 모습입니다.





각도만 잘 잡으면 꽤 귀여운 얼굴이 나옵니다. 문제라면 이 각도를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거죠. 왜 삼백안을 사용한 걸까...





오피셜 포즈 그 세 번째. 이전의 레이싱 미쿠들과는 달리 접은 파라솔과 펼친 파라솔을 모두 사용하는 오피셜 포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피셜 포즈 중에서는 이 포즈가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허리에서부터 엉덩이를 따라 허벅지까지 미려하게 떨어지는 곡선을 보면 조형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오피셜 포즈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자세 퍼레이드로 쭉 나가보도록 하죠.











2014 버전은 다른 피그마들과는 달리 검지 손가락을 펼친 손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검지 손가락을 사용하는 포즈를 잡고 싶다면 깃발을 쥐는 손을 활용해야 합니다. 물건을 쥐는 손인데도 손가락을 살짝 펼친 것은 이런 활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군요.











파라솔을 한 손으로만 들어도 팔 관절이나 어깨 관절이 의외로 잘 버텨주지만 파라솔의 무게가 피그마용 소품인 것을 감안하면 꽤 무겁기 때문에 파라솔을 한 손으로만 쥘 때는 트윈테일에 지탱하는 것이 좋습니다.
































키워드 'Race Queen'을 구글링해서 모니터에 띄워놓고 실제 레이싱 모델들의 포즈를 참고하면서 알게 된 점인데 파라솔의 길이가 미쿠의 키에 비해 꽤 깁니다. 실제 레이싱 모델들은 저 포즈를 하면 파라솔의 손잡이가 허리 정도에 머물던데 레이싱 미쿠는 가슴까지 손이 올라왔습니다. 2014 버전이 다른 피그마에 비해 키가 작아서 그런 걸까요.

















허벅지의 회전축을 활용하면 어떤 자세에서도 고관절의 가동축을 숨기면서 조형을 살릴 수 있습니다. 리볼텍 아리스[링크]와 미쿠 2.0 이후로 허벅지와 엉덩이 조형에 이 정도로 혼을 쏟아부은 액션 피규어는 오랜만에 보는군요. 기존의 레이싱 미쿠들도 우수했지만 이 녀석은 한 수 위에 있습니다. 적어도 몸체의 조형만큼은 지금까지 출시된 피그마 중에서 최종보스 급이 아닐까 합니다.
































레이싱 미쿠 2014 버전들의 모임. 이 녀석들은 모두 시즌 챔피언 기념판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가지게 되었습니다.





번외편, 이왕 꺼낸 김에 얘도 사진 한 번 찍고 지나갑니다. 이 녀석은 반프레스토의 크레인킹 경품 피규어 시리즈인 SQ 브랜드로 출시된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입니다. 미소녀 피규어를 못 만들기로 유명한 반다이의 계열사에서 만든 제품답지 않게 준수한 조형과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물건이죠.











반프레스토가 2014 시즌의 굿스마일 레이싱 스폰서로 참여해서인지 사실상 세가 딸래미 취급인 미쿠가 반다이 계열사에서도 피규어를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습니다.














전반적인 조형이 2만원대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만큼 훌륭합니다. 다리의 프로포션을 조정하고 디테일만 조금 더 추가하면 스케일 피규어로 내놓아도 충분히 괜찮을 법한 물건이군요.





피그마 레이싱 미쿠 선배들과 함께.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2014 버전이 키가 작긴 해도 최단신은 아니군요.





이제는 피그마 미쿠도 식구가 꽤 늘었습니다. 넨도로이드만큼 폭발적인 속도는 아니지만 이 쪽도 증식을 시작하니 멈추지 않는군요. 그 와중에 앞줄은 전부 레이싱 미쿠들...





사실상 피그마 중 최상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고품질을 자랑하는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이었습니다.


▶ 장점

- 섬세하고 화려한 신체의 조형과 작은 키에 걸맞지 않은 늘씬한 비례

- 설정에 충실한 의상 디테일

- 조형미와 가동폭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효과적인 관절 구성


▶ 단점

- 활용이 까다로운 추가 표정파츠

- 신선함이 떨어지는 소품



리뷰의 머릿말에서 언급했다시피 피그마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은 리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넨도로이드 리뷰를 통해 2014년의 레이싱 미쿠와 굿스마일 레이싱의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는데다 하필이면 배송받은 피그마가 심각한 도색불량에 당첨되어 몸통 전체와 허벅지를 통째로 신규 파츠로 배송받고서야 완전한 모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굿스마일 컴퍼니 본사에 사진을 첨부한 메일 한 통만 보내면 별 말 없이 새 파츠를 보내줬는데 요즘은 중고 구매자가 굿스마일의 묻지마 보증을 악용한 사례가 많아서인지 최초 구매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함께 보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불량을 바로잡고보니 이게 웬걸,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녀석이었습니다. 레이싱 미쿠 시리즈가 대대로 비싼 가격을 고품질로 커버하는 제품군이었는데 2014 버전은 기존의 고품질 레이싱 미쿠들마저도 뛰어넘은 만듦새를 보였습니다. 피그마 넘버링 200번 기념작인 하츠네 미쿠 2.0조차 리뷰를 패스한 마당이지만 이 녀석만큼은 리뷰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웠습니다.


소체의 완성도는 가히 최고입니다. 넨도로이드 못지않게 샘플사진 단계에서 썩 좋지않은 평가를 받은 것이 무색하게 흠잡을 곳이 없는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원본 일러스트의 늘씬한 프로포션도 잘 살렸고 신체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곡선을 표현하는 능력은 사실상 액션 피규어로서 정점에 달했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죠. 최근의 피그마들이 허벅지와 엉덩이를 비롯한 뒤태의 조형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레이싱 미쿠 또한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상당히 마니악한 디자인의 스쿨미즈풍 레오타드를 재치있게 구현해낸 것도 칭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충실하게 만들어진 의상의 디테일도 빼먹으면 섭섭한 포인트죠.


피그마는 미쿠 2.0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믹이 추가된 피그마 2.0 소체가 공개되었지만 표준소체가 별 의미없는 피그마 특성상 관절 기믹을 통해서만 신형 소체의 요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의 경우 신규 조인트만 일부 적용되었을 뿐 신규 기믹은 적용되지 않아 소체로만 보면 구형 소체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싱 모델에게 요구되는 자세를 잡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가동범위를 확보했습니다. 피규어화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의상 덕분이죠.


레이싱 미쿠 하면 늘상 지적되는 가성비와 소품 문제를 떼놓고 보면 사실상 단점이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아니, 그 단점마저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소체의 완성도가 대단합니다. 피그마의 캐치프레이즈인 <잘 움직이고, 예쁘다.(よく動く、キレイ。)>를 가장 잘 표현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2014 시즌의 챔피언을 기념하는 버전으로서의 상징성도 충분하고 말이죠. 공교롭게도 샘플사진 공개 당시에는 넨도로이드와 함께 기대 이하라는 욕을 먹었는데 두 녀석 모두 실제 제품은 역대급 퀄리티와 함께 뒤통수를 시원하게 날려주는군요. 그래, 이런 통수를 좀 자주 치란 말이야...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