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3.02.28 22:39

#0. 10년 전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 '카메라'에 대해서 'ㅋ' 자도 모르던 저는 용돈이란 용돈은 죄다 끌어모아서 디지털 카메라를 살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당시 가지고 있었던 돈으로 '국민디카'라는 별명을 얻으며 높은 인기를 얻었던 니콘의 쿨픽스 2500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연찮게 한 녀석이 눈에 들어온 이후로는 다른 기기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줌이 되네 마네 당시에는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스펙같은 거 볼 줄 몰랐기 때문에 예쁜 게 장땡. 그리하여 제 첫 카메라인 소니 사이버샷 U20(이하 'U20')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2003년 2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로군요. 제 기억으로 당시 구입가는 본체 35만원에 메모리스틱, 충전기, 케이스 등 부가 액세서리를 포함해서 45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사진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눈높이도 높아져 U20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던지라 몇 대의 카메라를 더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U20은 지금까지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종종 제 손에서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리뷰는 이 녀석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리뷰를 빙자한 사용기를 써볼까 합니다. 다만 카메라 사용기답지 않게 사진의 밀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 모든 가로사진은 800×600으로 리사이즈되어 있습니다. 클릭하면 약간 더 커집니다.




#1. 구성품 및 사양 소개



▶ 소니 사이버샷 U / DSC-U20


U10에 이은 사이버샷 U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 U20입니다. 당시 유저들이 붙인 별명은 U10의 별명인 '유탱이'에서 따온 '투탱이'.

카메라의 덩치에 비해서 상당히 커다란 패키지가 제공됩니다. 저기에 인쇄된 사진이 실물크기와 같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상자가 얼마나 오버 사이즈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_-





수출사양이기 때문인지 일본어를 제외한 4개국어로 시스템 권장사양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커다란 패키지 내의 구성품은 의외로 간소합니다.


- 카메라 본체

- 8MB 메모리스틱

- AAA 니켈수소 충전지×2(+배터리 케이스)

- 배터리 충전기+전원케이블

- USB 케이블

- 소프트웨어 설치CD

- 각종 설명서 및 보증서

- 휴대용 넥스트랩


본래의 구성품 중 넥스트랩과 배터리 케이스는 분실한 상태입니다. 그보다도 저 충전지를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저조차도 놀랐습니다.





설명서, 보증서, 액세서리 안내책자, 그리고 소프트웨어 설치CD. 맨 앞에 보이는 사용설명서와 보증서는 한국어로만 작성되어 있습니다. 설명서에서 누락된 내용이 기록된 안내문과 액세서리 책자는 일본어를 제외한 다국어로 적혀있으며 그 중에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설명서를 보고 상당히 불친절하다고 느꼈었는데 몇 년 뒤에 미놀타 A200을 구입해보고 이 녀석의 설명서는 양반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_-


동봉 소프트웨어는 파일 전송기능과 약간의 사진 편집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메라의 USB 커넥터가 USB 1.1 규격이었던 탓에 전송속도는 거북이 친척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카드리더기 구입 이후에는 봉인처리되었습니다.





기본 포함된 충전지와 충전기. AAA 사이즈, 750mAh 용량의 니켈수소(Ni-MH) 충전지로 당시 AAA 니켈수소 충전지가 700mAh 용량이 주류였던 것을 생각하면 성능이 눈꼽만큼 더 좋은 축에 속했습니다. 실 사용에서는 거의 차이를 못 느꼈지만요.


동봉된 충전기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고 저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AAA 한 세트 충전하는 데에 13시간이라는 정신나간 소요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고속충전기를 구입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죠. 이럴거면 그냥 저거 빼고 가격을 낮추라고...





USB 케이블은 노이즈 필터가 부착된 사양이며 커넥터는 5핀 mini-B형입니다. 당시 출시된 전자기기들이 대부분 mini-B형 USB 단자를 채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호환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장매체가 소니 독자규격의 상징이자 갈라파고스화의 선봉장이었던 메모리스틱이라는 거죠. -_- 


패키지에는 8MB 메모리스틱이 포함되며 사진에 보이는 64MB짜리는 별도로 구매한 것입니다. 당시 가격으로 64MB에 5만원.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죠.



본격적으로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제원표부터. 2013년 현재의 카메라와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고 10년 전의 보급형 카메라는 이 정도 사양이었다는 것 정도로 보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제품명 / 모델명

 Cyber-shot U / DSC-U20

이미지 센서

 1/2.7인치 200만 화소 수퍼 HAD CCD, 시스템 프로그래시브 스캔방식, 12bit

파일 포맷

 정지화상 : JPEG (Exif 2.2), DPOF 호환

 동영상 : MPEG1

기록 해상도

 정지화상 : 1632×1224 / 640×480

 동영상 : 160×112

렌즈

 f=5.0mm 단초점렌즈 (35mm 필름 환산시 약 33mm)

렌즈밝기

 F2.8 (조리개 조절범위 F2.8~F5.6)

초점조절

 자동

촬영범위 

 표준 : 0.1m~무한대

 수동 : 0.2m / 0.5m / 1m / 무한대

AF방식

 콘트라스트 검출식 AF

노출제어

 자동

감도

 자동 (조절범위 ISO 100~ISO 320)

셔터스피드

 자동 (조절범위 1/30초~1/2000초)

측광방식 

 중앙 중점측광

화이트밸런스

 자동

내장플래시

 자동 / 적목감소 / 강제발광 / 발광금지

플래시 연동범위

 0.5m~1.8m

촬영모드

 표준 / 소프트 스냅 / 일루미네이션 스냅 / 비비드 내츄럴

컬러모드

 NEG. ART / SEPIA / B&W / SOLARIZE

셀프타이머

 10초

연속촬영

 2fps, 최대 5장, 640×480 해상도에서만 사용가능

동영상

 비디오 메일 (160×112), 최대 15초, 음성녹음불가

액정모니터

 1.0인치 반사형 TFT LCD, 64460픽셀

인터페이스

 USB 1.1

저장매체

 메모리스틱 (8MB 기본제공)

전원

 AAA 니켈수소 전지 2개

크기

 84.5×39.8×28.6mm

무게

 약 87g (배터리, 메모리스틱, 넥스트랩 포함시 약 118g)




#2. 외형, 그리고 성능



전면. 바디 전체를 감싸는 은색 알루미늄 합금과 상하단의 흑철색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커다란 렌즈커버를 중심으로 직선 위주로 조형된 간결한 디자인입니다. 렌즈커버에는 소니 엠블렘과 사이버샷 U 엠블렘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덧붙여 현재까지 출시된 사이버샷 시리즈 중 엠블렘에 시리즈 코드를 넣은 경우는 U 시리즈가 유일합니다. 주력 라인업인 P 시리즈와 상위 라인업인 F 시리즈 등 U 시리즈를 제외한 녀석들은 단순히 사이버샷 엠블렘만을 사용하죠. RX1은 뭐... 예외로 둡시다. -_-


발매 초기에는 블루, 블랙,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실버 총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고 수 개월 뒤에 한정판으로 테크노 오렌지, 쉘 블루, 플로라이트 핑크라는 색상이 등장했는데 한정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반판 수준으로 물량이 풀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를 사고 싶었는데 제가 U20을 구입할 당시에는 블루가 전국적 품귀 현상을 맞아버린 터라... 그래도 수 년 이상 사용하면서 잔흠집이 생길 것을 감안하면 실버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렌즈커버를 젖히면 가려져 있던 렌즈와 내장플래시가 드러납니다. 이 렌즈커버는 전원 스위치도 겸하고 있어 전원버튼을 누르지 않고 렌즈커버를 열고 닫는 것만으로도 카메라를 켜고 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렌즈덮개에 붙은 크롬 돌기는 렌즈커버를 열었을 때 그립 역할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습니다.





후면에는 황당할 정도로 작은 1인치 LCD와 2개의 버튼, 1개의 조그레버, 그리고 음각으로 조각된 소니 엠블렘으로 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살리고 있습니다. 버튼을 옆으로 밀어내고 LCD를 좀 더 키웠으면 좋았을 법 한데... 덧붙여 이 녀석이 출시된 2002년 말 당시에는 1.5인치 LCD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1.8인치 정도만 해도 대형 LCD 대접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디지털 카메라가 2.7인치는 가뿐하게 넘기는 것을 생각하면 세월의 격차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오른쪽 위에 붙은 메탈스티커는 다름아닌 미놀타 디미지 Z 시리즈의 엠블렘입니다. 미놀타 Z3에 한참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시기에 미놀타 Z 시리즈 카페에서 공제 스티커를 주문받길래 얼씨구나 하고 제작했는데 정작 저는 스티커 맞춘 뒤에 Z3이 아닌 A200을 구입했죠. 어찌되었건 이 스티커 때문에 본의아니게 실명을 인증하게 되었습니다. -_-





좌측면에는 전파인증 스티커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스티커에 적힌 제조년월이 녀석의 나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측면에는 넥스트랩을 걸 수 있는 고리와 배터리 커버, 그리고 커버 아래에 메모리스틱이 사용중임을 알리는 작은 LED가 붙어있습니다. 배터리 커버는 OPEN 글자 아래의 삼각형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밀어서 열 수 있습니다.





상단에는 재생/사진촬영/동영상촬영을 선택할 수 있는 슬라이딩 스위치와 셔터버튼, 그리고 전원버튼과 전원표시 LED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셔터버튼은 카메라 덩치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고 반셔터가 걸리는 감각도 확실해서 노출 보정 옵션조차 없는 완전자동 카메라로서 중앙 중점측광과 반셔터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은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모드 변환 스위치는 10년을 사용해서인지 가끔 인식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덧붙여 2013년 현재 시점에서는 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휴대폰만도 못한 취급을 받지만 2003년 당시에는 200만~300만 화소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주력상품이었고 500만 화소급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전문가용 기기에서나 볼 수 있는 상급 모델이었습니다.





바닥에는 카메라의 설정을 초기화할 수 있는 리셋 홀과 시리얼넘버 스티커가 있습니다. 이 카메라의 디자인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이 바로 바닥인데... 도대체 얘네들은 무슨 생각으로 삼각대 소켓을 빼먹은 걸까요. 소켓 집어넣을 내부공간도 안 나왔던 거냐 이놈들아. 이 탓에 셀프타이머 기능을 지원함에도 이걸 써먹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렌즈커버를 약한 힘으로 열면 위의 사진과 같이 조금만 열린 뒤 커버가 한 번 걸리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전작인 U10이 렌즈커버가 너무 가볍게 열려서 호주머니나 파우치에 넣을 때 커버가 열려서 배터리를 낭비하는 불상사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추가된 보완책입니다. 디자인의 한계상 의도하지 않은 개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위의 기믹 덕분에 커버가 무심결에 열리는 경우는 적은 편입니다. 


모서리 근처에 거뭇거뭇하게 찍힌 자국을 보니 아무리 깨끗하게 사용해도 세월의 흔적은 피해갈 수 없네요. 쩝...





렌즈부 클로즈업. 렌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사각형 모양으로 개방된 4엽 조리개를 볼 수 있습니다. 렌즈 아래에 붙은 검은색 점은 셀프타이머 작동을 알리는 LED입니다. 거 있잖습니까. 셀프타이머 켜면 빨갛게 깜박거리는 그거.


오토 매크로라는 문구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별도의 접사 스위치 없이도 접사 촬영이 가능합니다. 최대 접근거리는 10cm로 33mm 화각임을 고려하면 그리 훌륭한 접사성능은 아니지만 별다른 설정 없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단렌즈를 채용하면서 색수차 등의 왜곡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도 숨은 장점입니다.


플래시의 발광량은 크기의 한계 때문에 그리 기대할 수준은 못 되며 없으면 아쉬우니 사용하는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렌즈와 플래시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에 적목현상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적목감소 모드를 사용해도 적목현상을 거의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플래시 촬영 시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배터리 커버 개방. AAA 전지 2개와 메모리스틱이 들어갑니다. 메모리스틱은 위의 사진에서 보셨다시피 반토막 사이즈의 '메모리스틱 듀오'가 아닌 표준형이 들어갑니다. 카메라 덩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정이죠. 64MB 메모리스틱으로 약 122장까지 촬영 가능하다고 설명서에 적혀있지만 실제로 촬영 가능한 사진의 수는 조금 더 많습니다.

덧붙여 메모리스틱 표준형은 128MB까지만 출시되었고 256MB 이상의 용량은 '메모리스틱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었는데 U20은 메모리스틱 프로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메모리스틱 프로의 사용은 후속기인 U30부터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AAA 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하면서 전원의 수급은 전용 배터리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AAA 전지의 체적 대비 효율은 상당히 나쁜 편에 속하기 때문에 U20도 박대리 조기퇴근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급한대로 상점에서 알카라인 전지를 사서 끼울 수 있긴 한데 이 경우에는 니켈수소 전지와 알카라인 전지의 방전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안 그래도 짧은 사용시간이 더 짧아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사용에는 배터리 2조 정도를 완전충전해서 1조를 비상용으로 휴대하면 배터리 문제를 겪을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

 




후면의 고무덮개를 열면 USB 포트가 드러납니다. USB 1.1에 대응하는 mini-B형 USB 포트로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인해 속터지는 전송속도를 자랑합니다. 결론은 봉인.





제원표에 따르면 U20의 가로 길이는 8.45cm입니다. 그런데 수치만으로는 감이 안 오실 분들을 위해 비교대상들을 가져왔습니다. 그 첫 번째는 보시다시피 자.


덧붙여 전원버튼 부근을 보면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합금 간에 유격 비슷한 들뜸이 보이는데 이건 유격이 아니라 카메라가 추락사고를 당해서 찌그러진 부분입니다. -_-;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격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마감되어 있습니다.





제 U20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 녀석이 카메라가 아니라 휴대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출시된 피쳐폰들과 거의 비슷한 사이즈였든요. 그래서 제 첫 휴대폰인 삼성 SPH-V9100과 비교해봤습니다. V9100이 피쳐폰 치고도 상당히 작은 기종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신용카드와의 비교. 물론 저 카드는 신용카드가 아니지만 신용카드와 동일한 사이즈이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낙찰. 저 카드의 정체를 아시는 분은 제 동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카메라 사이즈가 이렇다보니 도대체 LCD는 얼마나 작은 것인가 하고 의문을 가지실 분들을 위한 사진. 500원짜리 동전으로 LCD 전체를 가릴 수 있습니다.


...예. 이거 LCD가 아니라 그냥 전자식 뷰파인더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문제의 LCD를 들여다봅시다. LCD 크기 탓에 다양한 정보를 담는 것은 포기하고 최소한의 촬영정보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LCD임에도 시야율 100%를 지원하지 않아서 실제 촬영되는 사진의 화각은 LCD에 표시되는 것보다 좀 더 넓기 때문에 구도를 잡을 때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야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제 경험상 이 녀석의 시야율은 약 85% 정도로 추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투과형 LCD가 아닌 반사형 LCD를 사용하여 화질과 색감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대낮에는 화면을 거의 볼 수 없는 투과형과는 달리 땡볕에서도 별 문제없이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화면 크기 때문에 화질이 별 의미없는 상황이라 화질을 포기하고 사용성을 선택한 것도 나쁘지 않은 부분입니다.





반셔터를 누르면 별도의 AF 포인터 없이 상단에 녹색 원 모양의 아이콘이 나오면서 초점이 잡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셔터랙과 AF 속도 등이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민첩한 편이고 전원이 켜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약 1초로 당시의 카메라로서는 굉장히 빠른 초기 기동속도를 자랑했기 때문에 U20을 사용하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저광량 환경에서는 AF 잡는데에 걸리는 시간이 3초가 넘어가는 사태도 종종 나오지만 이건 콘트라스트 AF의 고질적인 단점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재생 모드. 마찬가지로 촬영시간과 파일명 등 최소한의 정보만을 표시합니다. 이마저도 방해가 된다면 아예 정보 표시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재생 줌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 화면에서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후속기인 U30에 재생 줌이 추가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비록 화면 가운데 부분의 확대만 지원하지만요.





모드 변환 스위치에 동영상 촬영 모드가 있긴 있습니다만... 딱 이 정도 수준입니다. 위의 제원표에 적힌 그대로 160×112 해상도로 음성녹음 없이 딱 15초만 촬영 가능합니다. 화질도 첨부영상에서 보시는 그대로... 이 모드는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_-





메뉴화면. 코딱지만한 화면에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었습니다. 하다못해 언어 변경과 메모리 포맷 기능까지 말이지요. 언어는 수출사양이라 그런지 일본어는 없고 영어와 중국어만을 지원합니다. 한국어가 없기 때문인지 사용설명서에는 언어 변경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습니다.


촬영옵션 페이지의 FOCUS 항목은 문자 그대로 초점거리를 조절하는 항목입니다. 화이트밸런스마저 완전자동인 카메라에 수동초점 모드가 있다는 점이 의외인데 선택의 폭은 0.2m/0.5m/1m/무한대의 4단계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중 활용의 여지가 있는 선택지는 옵션은 AF를 못 잡는 상황에서 무한대 걸고 찍는 정도입니다.





삼각대 소켓의 부재로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삼각대 어댑터를 자작하지 않는 이상은 삼각대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위 사진에서는 삼각대 퀵슈의 1/4인치 나사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물건의 정체는 2단 우산의 방수캡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방수캡과 삼각대용 1/4인치 나사와 호환되기 때문에 어댑터를 만들 때 활용의 여지가 있는 물건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그냥 방수캡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은 것이지만요.





탁상이라면 삼각대 대신 이각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균형의 제왕 맥도날드 사스케 만세.




#3. 사진 샘플


U20으로 촬영한 모든 사진은 리사이즈와 약간의 샤픈만을 거친 무보정 상태입니다. 평소대로였다면 입맛대로 조금씩 고쳤겠지만 이 챕터는 어디까지나 카메라 본연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은 아니고 사실 귀찮아서일지도 모릅니다. -_-;

U20을 10년 가량 굴려오면서 취미로 촬영한 사진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친구들과 노닥거리면서 촬영한 사진도 많습니다. 이런 사진들을 리뷰에 실을 수 없는 것은 살짝 유감입니다.


모든 촬영 데이터는 사진의 좌측 하단에 기록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결코 잘 찍은 사진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정도로 보시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저는 예술사진 못 찍어요.



#3-1. 10년 전의 사진


카메라를 처음 구입했을 때는 당연히 사진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당연히 해상도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그저 많이 찍을 수 있다는 이유로 초창기에는 640×480 해상도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1632×1224 해상도를 사용한 것은 U20을 손에 넣은 지 몇 달이 지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3-1장에서 소개하는 사진은 모두 2003년 촬영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U20을 구입했을 당시에는 손에 닿는대로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컬러모드를 세피아로 세팅했을 때의 결과물.








이 쪽은 컬러모드는 아니고 아파트의 가로등 중 하나가 맛이 가서 완전한 초록색 조명이 되었기 때문에 나온 사진입니다.


제원표에는 최장 셔터스피드가 1/30초로 기록되어 있지만 일루미네이션 스냅 모드에서는 셔터스피드를 1/2초까지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드에서는 플래시가 적목감소 모드로 강제발광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연사 모드를 병행해야 합니다. 연사 모드에서는 플래시 발광금지로 고정되는데 이 옵션이 적목감소 강제발광보다 우선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해상도야 뭐... 이 카메라에 그런 거 기대하면 못 씁니다.





덧붙여 통상 촬영에서의 최장 셔터스피드가 1/30초로 제한되어 있어서 야간촬영 성능은 포기한 대신 손떨림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 카메라의 사용자라면 아무래도 촬영이 서툰 초심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세팅이라고 봅니다.


다만 200만 화소에 1/2.7인치 CCD라는 비교적 여유로운 판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문제는 심한 편입니다. 센서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JPG 압축과정에서 노이즈 입자가 더 거칠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U20의 이미지 후처리 과정은 압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640×480 해상도에서는 계단현상까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압축률을 조금만 더 낮췄더라면 화질이 더 나아질 법도 한데...





친구가 학원에 들고왔던 HP 포토스마트 850. 지금은 HP도 카메라를 만들었냐고 반문하실 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한때는 꽤 많은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히트작이 없었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래도 당시에는 이 녀석이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삼성 MP3P 삼총사. 이 중 제 것은 가운데에 있는 꽃분홍색(...) YP-90H입니다. 메모리 용량에 따라 색상이 차별 적용되었는데 하필 최고용량인 128MB 모델이 분홍색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출시 직후 친구가 지름신 내려 모셔온 아이리버 iFP-390T. 지금 봐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기기입니다.





10년 전의 카메라 매장. 저 뒤에 10년 전의 저도 보이는군요.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제가 미놀타덕후가 되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2003년 부산모터쇼로 기억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모터쇼에서 컴패니언 모델이 자동차 관람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모델을 고용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 당시에는 모터쇼가 곧 모델쇼였던지라 벤츠 코리아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2011년 서울모터쇼에서는 벤츠 부스에만 컴패니언 모델이 없었죠.

 




이 쪽은 컬러모드 흑백 적용 예시.





다섯 대 모두 U20처럼 보이지만 U10도 한 대 끼어있습니다. 렌즈커버와 바디의 색상이 다른 녀석이 U10입죠. 정확히는 U10이 U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출시되었고 후에 CCD가 130만 화소에서 200만 화소로 보강되고 몇 가지 문제가 개선된 기기가 U20입니다.





그리고 연말에 찾아간 같은 매장. U10과 U20은 후속기인 U40과 U50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였습니다. U 시리즈의 계보는 U10→U20→U30/U60→U40/U50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L 시리즈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되었습니다. 문제는 L 시리즈는 L1 딱 한 대 나오고 비명횡사... 덧붙여 U 시리즈는 U10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광학계를 사용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자잘한 기능 개선(U30/U40)과 특수성능(U50의 회전렌즈, U60의 방수기능) 뿐이죠.





지금은 멸종한 CDP와 카세트 플레이어. 저 중 EJ2000은 제가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중고장터를 뒤지는 중입니다. 이미 블랙 한 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소장용으로 삼을 상태 좋은 놈을 말이죠. -_-




#3-a. 리뷰 속 리뷰 : 이 사진 정말 니가 찍었어?


지금의 디시인사이드를 보면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디시인사이드는 원래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로 시작한 사이트입니다. 애초에 디시(DC)가 디지털 카메라의 약자죠. U20이 출시될 당시의 디시는 아햏햏 문화의 근원지이자 국내에서 가장 거대한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였고 그 유명세를 타서 촬영교본이나 삼각대, 카메라 가방 등의 카메라 용품을 디시 OEM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내용은 그 당시의 디시에서 만들어낸 디지털 카메라 입문서입니다.




뒷표지에 <이 책을 보고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다면 디카를 던져버리십시오!>라고 적혀있는데...

나 도대체 몇 대를 던져야 하는거냐. 안 그렇냐 투탱아?





내용은 시중에서 판매중인 다른 디지털 카메라 입문서와 비슷하게 셔터스피드/조리개/감도 등의 노출 파라메터와 구도 잡는 방법, 화이트밸런스 및 반셔터 사용법 등의 기초적인 촬영기술과 소품 사용법 등의 자잘한 활용팁을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 중 상당수는 작례사진과 함께 작례와 비슷한 사진을 찍는 방법을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서 공부한 결과, U20의 한계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 이걸로는 저 책에 나오는 테크닉을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하구나.

그리고 온갖 촬영을 통해 카메라의 한계를 쥐어짜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죠. 위에서 언급한 일루미네이션 스냅+연사 모드도 여기에서 얻은 성과(?) 중 하나입니다.





책 중간중간에는 당시 디시가 이끌었던 아햏햏 문화와 폐인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햏햏 문화는 소멸했지만 인터넷 문화를 양산하는 역할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3-2. 적어도 10년은 안 넘어간 사진









부산 칠암에서 촬영한 2004년 새해 해돋이. 몇 년에 한 번 정도 해돋이를 촬영하러 이 곳으로 나옵니다만 이 때 촬영한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카메라는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었지만요. 해를 자세히 보면 크로스 효과가 네 갈래로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U20의 조리개는 4엽 조리개라는 의미죠.











연사 모드에 의한 해상도 제한 탓에 이게 최고 해상도라는 것이 애석한 사진. 가로등의 반영이 마치 달처럼 보이는데 촬영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게 어디에 반사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물렌즈에 저렇게 반사될 수가 있나?





울산대공원에 오면 개나소나 한 장은 찍고 간다는 풍차.


U20을 사용할 때 가장 자주 활용하게 되는 촬영모드는 비비드 내추럴입니다. 이 모드에서는 초점이 무한대로 고정되고 화이트밸런스가 Daylight(맑음)로 설정됩니다. 비비드 내추럴 모드는 U20으로 화이트밸런스를 설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활용법을 익혀야 하는 모드입니다. 일루미네이션 스냅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야간촬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 모드인 소프트 스냅은 별 존재감이 없습니다. -_-









33mm의 환산화각은 U20을 구입한 초기에는 접사 배율이 떨어지고 발줌을 할 일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상당히 탐탁치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이 녀석의 매력 중 하나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이야 컴팩트 카메라에 28mm급 광각렌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녀석이 나올 당시에는 33mm 정도만 해도 보기 드문 광각이었습니다. 광각의 매력은 카메라를 어느정도 알게 된 후에야 보이게 되더군요.











제가 베타테스트 과정에 참여했었던 동영상 지원 MP3P, 투디스의 MPAL 400F입니다. 워낙 작은 기업의 제품이었던 탓에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버렸고 회사도 결국 사라졌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물론 산더미같은 버그 탓에 베타테스트 과정은 상당히 고달팠지만요.





빠른 기동과 민첩한 AF 덕분에 건질 수 있었던 사진.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베타테스트 겸 체험단을 맡았던 유경테크놀로지스의 빌립 P1. 체험단 제출용 사진촬영은 미놀타 A200이 담당했습니다. 상업 리뷰 뿐만 아니라 제가 촬영하는 취미용 리뷰는 모두 A200으로 촬영하지요. 





판권 문제가 얽혀 출시 한 달만에 절판된 비운의 명작, 코토부키야제(製) 휴케바인 복서.














사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스미어 현상*이 아쉬운 사진입니다. 기술적 한계이니 어쩔 수 없긴 한데...


[* 스미어 현상 : 전자셔터가 조합된 CCD에서 사진의 수직 방향으로 긴 직선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과량의 빛을 받아들여 CCD의 셀이 수용할 수 있는 전하의 한계를 넘었을 경우 전자셔터가 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해 넘친 전하가 위의 사진처럼 직선형 노이즈를 남기게 되는데 이를 스미어 현상이라고 합니다.]














A200이 수리센터에 입고되었을 때 U20이 땜빵대타로 리뷰를 촬영한 웰리製 스카니아 R470. 이 녀석의 리뷰는 이 쪽[링크]을 참고해주세요.










고등학생 시절, 저에게 사진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 분이 미놀타 팬이자 7D 유저였기 때문에 저에게 미놀타 7D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수 년 후에 7D를 손에 넣게 되었을 때의 감회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게 벌써 2년도 더 지난 이야기군요.











윗쪽 챕터의 LCD 촬영용 소품들. 화이트밸런스 설정의 부재로 형광등 환경 특유의 부정확한 색감은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후보정으로 건드릴 수밖에...





미놀타 7D에 소니 56AM, 그리고 현재 제 전화기인 갤럭시 S2. 




#4. 토이 카메라? 장난감?






































#5. 비주얼 북마크



사실 이 녀석에게 이제와서 장단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적어봅시다.


▶ 장점

-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 이것이 소니스타일.

- 튼튼하고 잔고장 없는 하드웨어. 소니타이머? 그런 거 없다!

- 높은 휴대성과 민첩한 동작을 지닌 순간포착의 스페셜리스트

- 의외로 재주가 많은 33mm 광각렌즈


▶ 단점

- 촬영과 관련된 옵션은 자동 only. 심지어 화이트밸런스마저도!

- 500원짜리 동전으로 완전히 가릴 수 있는 LCD

- 박대리의 무단퇴근을 막을 수 없음

- 노이즈와 높은 압축률로 인한 화질손상. 메모리스틱 값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 이놈들아...



Visual Bookmark. 소니가 2002년 여름에 U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내놓은 U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책갈피처럼 간단하게 사진으로 기록해둘 수 있는 개념의 디지털 카메라. 이를 위해서는 휴대가 쉽고 편해야 하며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조작성이 요구됩니다. U 시리즈는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고 있던 기능을 대거 생략하고 스냅샷 촬영을 위한 최소조건만을 갖춘 매우 심플한 녀석이 되었습니다.


단렌즈를 장착한 작은 디지털 카메라는 U20이 현역일 당시에 존재하던 35만 화소급 토이 카메라와 맥락을 함께 하지만 U20은 단단하고 깔끔한 금속제 마감과 스냅 촬영용으로는 적절한 사진 품질 덕분에 '장난감'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카메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주력 카메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을 크게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자 그대로 기본에는 충실하지만 기본 그 이상은 누릴 수 없는 녀석. 애당초 U 시리즈의 컨셉을 생각하면 이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고급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유저가 서브 카메라로 사용하거나 사진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간단히 스냅샷을 만들어내는 초심자에게 권장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이것저것 적용해보면서 사진을 배우고 싶은 입문자에게는 추천하기 다소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적어도 제 경험에 의하면 말이지요.



소니에서 전용 엠블렘까지 만들어주며 화려하게 등장한 U 시리즈는 의외로 빨리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 이유는 급격하게 성장한 휴대폰 카메라 때문입니다. 물론 U 시리즈가 현역일 당시에는 U 시리즈보다 더 높은 성능을 가진 휴대폰 카메라는 없었지만 U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인 휴대성은 휴대폰의 압승이었습니다. U 시리즈가 아무리 작다 한들 휴대폰과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는 것과 휴대폰 한 대만 들고다니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요. 결국 U 시리즈가 가지고 있었던 비주얼 북마크로서의 이점이 휴대폰에게 넘어가게 되자 U 시리즈는 결국 광학 줌을 장착하고 스펙을 고급화한 L 시리즈에게 계보를 물려주고 출시 2년만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퇴장합니다. 그리고 그 L 시리즈도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보면 U20 유저로서는 입맛이 씁쓸해집니다. 이 멋진 녀석들을 사람들이 왜 몰라주는 걸까.


U 시리즈의 상위호환이라고 할 만한 녀석은 의외로 소니 제품이 아닌 콘탁스의 마지막 디지털 카메라인 i4R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성의 극대화와 지극히 간단한 조작, 그리고 수 년이 흘러도 멋스러운 디자인. 단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i4R은 독특한 색감과 뛰어난 화질 덕택에 당시의 동급 디지털 카메라를 사진으로 깔아뭉갰다는 것이겠죠.



U 시리즈의 퇴장에 대한 아쉬움은 여기까지 하고... U20은 제 첫 카메라이자 저에게 사진을 알게 해 준 녀석입니다. 좀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고민하고 결국 U20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미놀타 카메라들을 데려왔지만 아직까지도 약방의 감초처럼 제 손에서 스냅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U20입니다. 그 사진이 필요에 의해 찍는 것이든, 취미로 찍는 것이든 말이죠. 10년째 고장 없이 비주얼 북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볼 때 U20은 명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만든 기기임은 확실합니다.


U20의 10주년을 기념해보려고 짬을 내서 리뷰 비스무리한 것을 적어봤는데 어째 쓸데없이 횡설수설만 길어진 것 같네요. 10년 동안 사진 찍었는데 사진 꼴이 이게 뭐냐고 입이 근질거리는 분이 많으실 것 같아서 이쯤에서 저는 도주합니다.


지난 10년동안 수고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투탱아.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