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0. 10. 26. 14:41

이번에 리뷰할 녀석은 토미텍(TOMYTEC)에서 만드는 트레이딩 피규어 시리즈 중 하나인 더 트럭 컬렉션(THEトラックコレクション)의 다섯 번째 시리즈입니다.

토미텍은 토미카로 유명한 거대 완구회사인 토미의 자회사로 철도모형과 디오라마 등의 정밀 피규어를 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녀석도 철도가 있는 마을의 디오라마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오라마 컬렉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토미텍의 디오라마 컬렉션 중 자동차는 크게 카 컬렉션, 버스 컬렉션, 트럭 컬렉션, 트레일러 컬렉션, 건설기계 컬렉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트럭 컬렉션은 트레일러 트럭을 제외한 중 · 대형 트럭을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스케일은 N게이지(N GAUGE)입니다. 철도모형에서 다루는 용어인데 이것은 리뷰 본문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럭 컬렉션 5탄은 12종+시크릿 1종의 구성이고 3가지 차종의 배리에이션이 들어있는데 공교롭게도 3체 구입에 3체가 모두 다른 차종이 당첨되었습니다. 솔직히 이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_-;;

추가적인 설명은 아래의 사진에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리뷰 시작!




- 히노 레인저 덤프(日野レンジャー ダンプ)

히노자동차(이하 '히노')의 중형트럭인 레인저의 덤프 사양입니다. 한국의 5톤급 덤프트럭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녀석은 1969년에 출시된 2세대 전기형을 구현시킨 녀석이 되겠습니다. 트럭 컬렉션 5탄에는 총 4종류의 2세대 레인저(카고 크레인, 덤프, 소방펌프차, 덮개형 카고)가 들어있는데 그 중 덩치가 가장 작은 덤프가 당첨되었습니다.

N게이지 스케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디테일이 치밀합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빨간색 히노 엠블렘의 <Hino> 철자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히노는 현재 토요타자동차의 산하에 있으며 토요타가 만들지 않는 중 · 대형 상용차의 생산을 담당합니다.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인수되기 전의 아시아자동차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덧붙여 히노는 아시아자동차의 기술 제휴선이었기에 아시아자동차가 히노의 차량을 들여오거나 베이스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의 중형트럭은 위 사진의 레인저처럼 와이퍼 블레이드가 수평대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부 대형버스를 제외하고는 보기 힘든 방식이죠.




휠이 검정색이라 사진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휠 너트까지 재현되어 있습니다. 내구성 문제 때문인지 스케일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이드 미러가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뒷모습. 중형 덤프트럭답게 적재함의 높이는 낮습니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레인저 시리즈의 TV용 CF는 대대로 비범하기로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2세대 레인저의 CF는 손에 꼽는 괴작으로 통합니다.





......어디선가 전대물의 향기가.........

슈퍼전대 첫 작품인 비밀전대 고렌쟈의 패러디 되시겠습니다. -_-;;;;;;
"붉은 엔진의 히노 레인저!"라니... 아니, 이봐요......-┏

중형트럭 CF에 어린이를 모델로 투입한 것도 눈에 띕니다. 여자아이가 귀엽죠.
그런데 이 CF가 대략 40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니 지금 이 여자아이는 이미 중년...-_-


이 CF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지라 레인저는 지금까지도 전대물 주인공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pixiv를 뒤져보면 이를 소재로 한 팬아트까지 있을 정도죠. 폭주전대 히노렌쟈라던가...





- 설명 : 이스즈자동차의 CM송 중 하나인 '이스즈의 트럭(いすゞのトラック)'의 미쿠 버전(sm1465060)입니다.
미쿠가 "달려라 달려라 이스즈의 트럭~" 부분을 부를 때 온갖 트럭(......)이 지나갑니다. 후소(미쯔비시의 상용차 브랜드)의 트럭, 이스즈의 엘프, 닛산 디젤(통칭 日デ, UD)의 트럭, 미쯔비시 캔터(현대 마이티의 베이스 모델) 등...

그 중 단연코 눈에 띄는 녀석은 역시 히노렌쟈!(日野レンジャ-!)입니다. -_-




다시 리뷰 본문으로 돌아옵니다.
적재함은 리프트가 가능합니다. 실린더 구조는 없는 단순 힌지 구성입니다.




적재함의 도어는 고정형이라 가동되지 않습니다.




- 히노 크루징 레인저 덤프(日野クルージングレンジャー ダンプ)

레인저 시리즈의 4세대에 해당하는 차량입니다. 크루징 레인저는 4세대 전기형으로 1989년에 출시되었습니다. 덧붙여 중기형이 라이징 레인저, 후기형이 스페이스 레인저로 마이너 체인지를 거칠 때마다 이름이 괴이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국 자동차, 특히 트럭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크루징 레인저를 보고 두 대의 한국 트럭이 생각나실 겁니다. 만약 기아 뉴 라이노(2세대 라이노)와 아시아 그랜토가 떠오른다면 제대로 보신 것입니다.

뉴 라이노의 베이스 모델이 바로 크루징 레인저입니다. 뉴 라이노의 앞모습은 기아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했지만 옆모습은 뉴 라이노와 크루징 레인저가 동일하죠.

그랜토가 떠오르는 이유는 그랜토의 베이스 모델이 히노의 대형트럭인 슈퍼 돌핀 프로피아(통칭 1세대 프로피아)인데 1세대 프로피아와 크루징 레인저의 디자인 기틀이 같기 때문입니다. 흔히 패밀리 룩이라 부르는 그것입죠.
거기에다 그랜토와 1세대 프로피아는 엠블렘 빼고는 다 똑같이 생겼거든요. [.......]




여담으로 1세대 라이노의 베이스 모델은 3세대 레인저입니다.
그런데 3세대 레인저의 이름은 바람의 레인저(風のレンジャー)라는 거...-,.-;;; 하여간 괴이쩍은 것으로 치자면 레인저 시리즈를 따라갈 트럭이 없다고 봅니다.

라이노와 바람의 레인저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라이노는 바람의 레인저의 섀시와 파워트레인만 가져왔고 캡의 디자인은 마쯔다의 2세대 타이탄(기아 트레이드의 베이스 모델)의 캡을 컴퓨터 설계로 확대하여 사용했습니다.




트럭 컬렉션 5탄에는 총 5+1종(카고 크레인, 덤프, 도로정비차량, 소방펌프차, 덮개형 카고, 기동대 살수차[시크릿])의 크루징 레인저가 들어있는데 이번에도 덤프가 당첨되었습니다. 카고 크레인을 내놓으라고!!!!!!

크루징 레인저 카고 크레인을 갖고싶어서 3마리를 질렀는데 카고 크레인은 커녕 크루징 레인저 달랑 하나로 끝났습니다. 크루징 레인저가 나올 확률이 시크릿을 빼도 42%이건만...-_-




적재함은 위에서 소개했던 2세대 레인저의 것과 동일합니다.




2세대 레인저의 것과 마찬가지로 적재함 리프트가 가능합니다. 윈드실드 너머로 운전석과 조수석이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트럭이지만 이래뵈도 괴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입니다.
정확히는 이 녀석의 마이너 체인지인 라이징 레인저의 기록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라이징 레인저가 1997년 다카르 랠리의 카미온(경주용 트럭) 부문 1,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카르 랠리는 '인간이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혹독하기로 유명한 오프로드 대회로 완주하는 것조차 힘든 경기입니다. 그런 경기에서 1, 2, 3위를 휩쓸었다는 것을 보면 보통 괴물이 아니라는 것입죠.



이쯤에서 괴물... 아니, 크루징 레인저의 CF도 보고 갑시다.




미국 영화배우 다이안 레인(Diane Lane)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전까지는 남자의 전유물이자 무뚝뚝함의 상징이었던 트럭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광고입니다. 트럭 CF에는 빠지지 않던 '힘 자랑'이 없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트럭 CF가... 있었던가요? 아참, 트럭 CF 자체가 드물었구나... -_-




2세대 레인저와 4세대 레인저. 사진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트의 형태까지 차이를 둘 정도로 꼼꼼하게 재현했습니다.
















- 히노 마필운반차 일본통운 사양(日野馬匹運搬車 日本通運)

앞의 레인저 두 대가 괴이쩍은 CF 혹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차는 생긴 것 자체가 괴이쩍습니다. [.......]
트럭 컬렉션에 웬 버스가 들어있나 싶지만 일단 트럭입니다. 정확히는 트럭의 섀시 위에 버스 형태의 보디를 얹은 개조 차량입니다. 이름 그대로 말을 수송하는 트럭입니다. 모양이 모양인 만큼 트럭보다는 말셔틀'말버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히노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차량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으며(...) 일본 웹을 뒤져봐도 정보를 찾기 힘듭니다. 다만 일본의 고속도로에서는 이 녀석을 가끔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트럭 컬렉션 5탄에는 3종류의 마필운반차가 들어있는데 셋 다 형태는 같고 운용회사의 도장만 다른 형태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녀석은 일본 최대의 운송회사인 일본통운 사양의 도장인데 이 외에도 일본마필수송(日本馬匹輸送), 타카노운송(鷹野運送) 사양이 있습니다.
일본 쪽에서는 일본중앙마사회(JRA)의 계열사인 일본마필수송 사양을 좀 더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더군요.
 



마필운반차로 아무 말이나 수송하는 것은 아니고 경마용으로 사용되는 몸값 비싼 말을 수송합니다.
말님(...)께서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하려고 버스 형태로 특별히 제작된 트럭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일본의 경마시장은 의외로 규모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앞모습을 보면 보디의 원형은 히노의 대형버스인 블루리본 P-RU63B 계열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엠블렘을 잘 보면 앞의 레인저 두 대가 날개 형태의 엠블렘을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H 형태의 엠블렘을 사용합니다. 히노가 현재 사용하는 엠블렘으로 1994년에 변경된 것입니다.
P-RU63B 계열은 엠블렘이 바뀌기 전인 1985년에 출시되었는데도 이 녀석이 신형 엠블렘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마필운반차는 아무래도 구형 버스의 재고떨이 부품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 같습니다. -_-




차의 뒷부분에는 말이 탑승하기 위한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번호판 위의 검정색 판때기에는 <경주마 수송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게이트 오픈. 뒷부분이 통째로 열리며 게이트 형태로 전개됩니다.







내부에는 칸막이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 1~6마리 정도를 수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에어 서스펜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화물칸에는 냉난방기가 달려있다고 합니다.




2세대 레인저, 크루징 레인저, 마필운반차 3종 세트.
크기에 비해 섬뜩할 정도로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하지만 가격 또한 끔찍하게 비쌉니다. 개당 525엔으로 한화 6500원 선.

6500원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이 녀석의 스케일이 N게이지라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N게이지라는 것이 어떤 스케일인가 하면...




............이걸로 설명은 충분히 되었으리라 봅니다.

N게이지는 철도모형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모형용 철로의 규격 중 하나입니다. N게이지를 일반적인 스케일로 환산하면 대략 1/150 정도입니다. 즉, 실제 자동차를 1/150 크기로 줄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1/80 스케일에 해당하는 HO게이지, 1/220 스케일에 해당하는 Z게이지 등의 규격이 있다고 합니다. 철도모형에서는 HO게이지를 대형으로 취급하더군요. 1/80 주제에 대형이라니...-┏


...손가락보다도 작은 것들을 소재로 사진 찍느라 힘들었습니다.




그가 나타났습니다. 레인저들이 졸지에 슬리퍼 신세가 되었습니다.




마필운반차 : "꼭 이딴 곳을 지나야 합니까?"

사스케 터널을 통과하는 마필운반차. 블루리본에 씁쓸한 표정이 보이는 것 같지만 기분 탓입니다.




1/32 스카니아 R470[링크]과의 비교.

...비교의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유사 스케일이라 볼 수 있는 1/144 HGUC 자쿠2와의 비교.
애니메이션에서는 허구헌날 건담에게 쥐어터지는 폭죽이었지만 이렇게 두고 보니 거대로봇 맞긴 맞군요.




마찬가지로 1/144 스케일인 휴케바인 복서와의 비교.

.......밟혔다간 흔적도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N게이지는 넨도로이드 푸치마저도 거인으로 보이게 합니다.



......저 콩알만한 놈들이 하나에 525엔 씩이나 받는다는 사실에 혈압이 올라가지만 상위 스케일 못지않은 흉악한 디테일 덕분에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가격입니다.

생각같아서는 크루징 레인저 카고 크레인 사양이 나올 때까지 계속 구입하고 싶지만 가격 대비 사이즈가 워낙 떨어지는지라 정작 시도는 망설이게 됩니다.

트럭 컬렉션 5탄의 경우 히노의 트럭만 나왔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7탄까지를 고려하면 미쯔비시 후소, 이스즈, 닛산 디젤 등으로 제법 다양합니다.

자동차, 특히 트럭에 관심이 있다면 일반 스케일로는 흔히 나오지 않는 차량이 많이 나오기에 매력적인 제품군임은 분명하나 일본 차량만 나오는데다 스케일까지 코딱지만해서 선뜻 손이 가기는 힘든 아이템입니다.
다만 한국산 구형 트럭과 버스 대부분이 일본산 트럭과 버스의 카피 혹은 라이센스 생산임을 감안하면 '원조'를 찾아보는 재미도 의외로 괜찮은 편입니다.


돈z랄철도모형의 디오라마 소품으로서의 용도 외에도 자동차 피규어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는 녀석으로 평가합니다. 그 대신 이 녀석에게 가격 대 성능비 따위를 기대하면 지는 겁니다. -_-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