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10. 2. 26. 20:31

최근 들어 길거리에 노란 조끼를 입고 피켓을 든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더군요.
A형과 O형 혈액이 많이 모자라다면서 헌혈 좀 하라는 권유 반 협박(...) 반의 내용이었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보니까 눈에 계속 밟히더군요.
마치 피켓이 "네놈이 안 하고 배길쏘냐."라고 말하는 듯한 심리적 환청도...-┏;;;


결국 학교 가는 김에 헌혈하고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교 안에 헌혈의 집이 있긴 하지만 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짤방은 5대 본좌 온풍기님. 온풍기님 옆에 보이는 훈장 비스무리한 물건은 헌혈 50회/30회 달성시 증정하는 아이템.



- 헌혈의 집이 학교 안에 있다보니 헌혈자 대부분이 학생이었습니다.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헌혈을 해야 할 정도였죠. 다른 헌혈의 집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다면 혈액이 부족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강도 안 했는데 왜 이리 헌혈자가 많은가 했는데...


제 옆자리에서 헌혈 하던 남학생에 의해 의문은 풀리게 되었습니다.
헌혈을 하던 도중 남학생이 간호사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여기서 헌혈해도 봉사활동에 기록돼요?"







.........그런 거였냐.

저의 경우 봉사활동에는 개털만큼도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몇몇 학과에서는 봉사활동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결론은 이 학생들 중 상당수는 봉사활동 점수가 목적이라는거.


.........에라이.

뭐 저처럼 봉사활동 따위와 관계없이 헌혈하는 사람도 많을테니 이쯤에서 shut up.





- 통상적으로 전혈(혈액 전체) 헌혈은 헌혈 시간이 빠르고 반대로 성분(혈액의 특정 성분) 헌혈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웬만하면 빨리 끝나는 전혈 헌혈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진표를 받아드니...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에서 군 복무했던 사람은 전역 후 2년 동안 전혈 헌혈 금지.
참고로 경기 북부/강원의 군사지역 대부분은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입니다.







뭐라 그랬나? 고자가 됐다, 그 말인가?





.......윗동네에서 군 생활한 것도 서러운데 전역하고 나서도 군대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OTL

결국 생각지도 않았던 혈장성분 헌혈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말입니다...

혈장의 경우 수혈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의약품 제조에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혈장분획제제인 알부민 제제.

결론은 제가 헌혈해봤자 수혈용 혈액의 재고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게다가 혈장의 경우 수입산 혈장으로 (비교적 쉽게)대체 가능하기에 실제로 국내에 부족하고 당장 필요한 것은 전혈이라고 합니다.

나... 헌혈 왜 하는 거지? -┏
수혈용 혈액의 재고 충족을 생각하고 시작한 헌혈이었건만 정작 헌혈의 본래 목적을 잃게 되었습니다. 





- 이번이 세 번째 헌혈인데 혈장성분 헌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혈장성분 헌혈은 여태까지 받았던 전혈 헌혈과는 요령이 달랐습니다.


한 번에 피를 쭉 뽑고 끝내는 전혈 헌혈과는 달리 피를 뽑은 후 기계가 혈액을 원심분리하여 혈장을 수혈팩에 분리 저장한 후 다시 피를 뽑는 과정의 반복... 으로 보입니다. 딱히 설명해준 사람은 없고 기계의 움직임을 보고 제가 추정한 내용입니다. [............]

이런 특성 탓에 피 뽑을 때마다 팔에 힘을 가하게 되고 원심분리 과정에는 힘 주는 과정을 멈추는 것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간호사가 바늘을 뽑으러 왔습니다.

릿 : 혈장 헌혈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간 : 예. 보통 30~40분 정도 걸릴 건데 이 정도면 빨리 끝난 거예요.
릿 : 그렇겠죠. 혈액 분리과정이 있을테니...
간 : 아무래도 준비 시간도 길고 말이죠. 혈장 헌혈 해보셨으니 아실텐데요?



.........이게 뭔 소리?

릿 : 혈장 헌혈 처음인데요. -_-
간 : 아, 그래요? 보니까 알아서 잘 하시길래... 처음이었으면 하는 방법 설명 드렸겠죠.





.....그런겨?

.....................이거 뭐.......





- 헌혈 후에는 먹을 것 외에도 '기념품'이라는 물건이 따라오게 됩니다. 속칭 핏값으로 부르는 것들이죠.
자원봉사 학생이 기념품 뭐 받을거냐고 묻습니다.

3천원짜리 문화상품권, 4천원짜리 영화 할인권, 3단 우산, 목쿠션 등등이 있다는데...
영화는 취미가 없고 우산은 이미 있고 쿠션은 있어도 안 쓸거라서 그냥 문화상품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문화상품권이요?"라고 되묻습니다.
저 중에 제일 값싸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효용성 있을 것 같아서 달라고 했는데 왜 못 믿겠다는듯이 묻습니까? 아가씨. -┏






아무튼 헌혈 에피소드는 여기까지.
글을 쓰는 지금도 오른팔이 따끔거립니다. 괜히 오른팔에 했나...
Posted by Litz Bl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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