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09. 12. 14. 05:14

이번 휴가... 사실 말년휴가는 무진장 바쁠 줄 알았는데 역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한 휴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간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다못해 밀린 애니메이션이라도 볼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도......





.............라고 지나가려던 찰나,

새로 산 컴퓨터가 생각지도 못한 트러블을 일으켰습니다. 정확히는 제 실수지만요.





당초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조립전문업체에 컴퓨터 부품 구입+조립을 의뢰할 계획으로 견적을 짜던 중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HDD를 WD 캐비어 블랙 1TB로 사고 싶었으나 조립업체에서는 이 HDD를 취급하지 않고 시게이트나 삼성 것만 취급하더군요.


시게이트의 경우 최근 들어 트러블이 많이 생긴다는 사용후기가 많아서 가급적 피하려고 하고 삼성의 경우 멀쩡한 하드가 뻑나서 15만원 주고 하드 복구를 한 경험이 있어 때려죽여도 쓰지 않을 작정이었기에 이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HDD만 다른 업체에서 사서 장착할 생각으로 HDD를 뺀 컴퓨터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HDD는 다른 곳에 주문했죠.

......그런데 HDD를 주문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재고가 없다고 환불해준댑니다. [.......]




결국 HDD 없는 컴퓨터가 도착했고 남은 휴가는 겨우 2일이었습니다.

새 컴퓨터를 보고 그냥 넋 놓고 보고 있기엔 좀 뭐해서...
HDD가 없긴 하지만 자료 백업용으로 쓰던 500GB 하드가 있었기에 이 HDD에 여유공간이 있으니 거기에 윈도를 깔면 되지 않겠나 하는, 지금 생각하면 병x같지만 당시만 해도 그럴 듯한 생각이 일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마 컴퓨터 좀 하시는 분들은 결말을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윈도 설치 '시도'로 인한 HDD 파티션 손실.
그로 인해 HDD 인식불능 상태.












......망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자료 하드였던지라 꽤 많은 데이터가 담겨 있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모아서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잡다한 '고대자료'부터 수 년간 만들어 온 문서나 촬영한 사진 등 금전가치는 거의 없으나 사라지면 안타까운 자료들이 대다수였던 물건이었는데 말이죠.



결국 이번에도 HDD전문 복구업체의 견적서를 뜯어보았습니다.

파티션 손실로 인한 논리적 오류는 500GB가 대략 7~10만원 선이더군요. 예전에 물리손상된 120GB를 15만원에 고친 것에 비하면 훨씬 싸게 먹히긴 한데 그래도 배 아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순간의 판단미스 때문에 10만원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에 아는 아저씨가 PC방을 개업했는데 아저씨에게 이야기하니 PC방 컴퓨터를 협력업체에 수리 보낼 때 같이 보내서 복구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덕에 한 시름 놓긴 했습니다만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이 녀석들이 그 문제의 HDD와 컴퓨터. HDD는 지금 PC방에 맡겨진 상태입니다.
그동안 쓰던 우측 하단의 워터마크가 없어진 이유는 워터마크가 저 HDD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_-



이 사건이 터진 다음 날, 큰 기대는 걸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산 공구월드의 컴퓨터 상가를 찾았습니다.
제가 찾는 WD 1TB가 있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예상가에서 2~3만원 정도 차이라면 그냥 사버릴 작정에서였죠.


상가 내의 여러 업체를 돌아다녀봤는데...


업체 A : WD 말고 다른 회사는 안 됩니까? / [전화] WD 1테라 재고 있습니까? / 재고가 없다는데요.
업체 B : WD 1테라는 재고가 없습니다.

대부분 이 패턴이었습니다.



그 중 간판에 HDD전문이라고 적혀진 업체에 들어가 봤습니다.

업체 C : 저희는 재고가 없고 업체 D에 가보세요. 거기에 없으면 이 상가에 없을 겁니다.

오호라... 기대를 걸고 업체 D에 입성.

그런데......





업체 D : WD 1테라요? 지금 없습니다.






아...........

이건 뭐 협상조건조차 안 나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HDD 장착은 전역 후에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반가게에 들렀습니다.
원래는 휴대폰용 10극→3.5mm 어댑터를 사려고 들어갔지만 거기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름을 하게 됩니다.








시계방향으로 열혈, 열혈, 아이돌 팝, 인디 락. 유사성이라고는 개털만큼도 없는 이 조합은 뭡니까.

최근에 산 음반들 중 일부입니다. 그 중 왼쪽의 국산 두 장이 앞에서 언급한 '생각지도 못한 지름'.

제가 평소에 즐겨 듣는 장르는 JAM Project로 대표되는 열혈계 음악들입니다. 특히 저 오른쪽 위의 레스큐 파이어의 경우 밑도 끝도 없이 타오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저 두 장을 질렀는가 하니...




왼쪽 위는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정규앨범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하면 역시 '달이 차오른다, 가자'로 대표되는 묘한 흡입력과 포스입니다.
언젠가는 사야지 하면서 점차 잊어버리고 있을 때 진열대에 놓인 CD를 보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무심코 집어왔습니다.

참고로 앨범 아트, 저거 앞면 맞습니다. -_-;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 답달까... 덧붙여 레이블 이름은 붕가붕가 레코드입니다. 역시 비범합니다. -_-乃



왼쪽 아래는 아이유 2집 미니앨범입니다.

......엔하위키의 국방부 퀘스트 항목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튜토리얼 중간즈음에 아이돌에 면역이 없던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돌에 감염된다.>



............그렇심다. 신종플루보다 더 확산이 빠르다는 아이돌 스트림에 저도 감염되었습니다.
입대 직전까지만 해도 소녀시대가 있다는 것 조차도 몰랐던(!) 리츠는 말년에 이르러 한승연과 아이유를 보고 귀엽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보내는 아이돌 증후군으로 변해있었습니다. -_-

......오죽하면 꿈에서도 나왔겠습니까.


음반가게에 아이유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사고회로가 자금 상황을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손에 CD가 들려있더군요. [......]




뭐, 두 음반 모두 노래는 좋으니 후회는 안 합니다만 너무 갑작스런 지름이라 당혹스럽긴 합니다.
.......이런 걸 보면 한국 음반이 저렴해서 좋습니다. 두 장이나 사도 부담이 없거든요.

저 두 장을 합친 가격과 레스큐 파이어 싱글(2곡+MR 2곡) 입수가격이 거의 비슷합니다. [...................]



- 뱀발. 요즘 한국 음반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CD 케이스가 아니라 종이 케이스+플라스틱 바인더를 쓰더군요.
위의 두 장도 예외없이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리츠는 이런 것이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신선한 방식이라고 채용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새 누구나 다 따라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거부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입니다. 종이는 어디까지나 종이, 플라스틱보다는 약할 수밖에...

게다가 조금이라도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교체 가능한)CD 케이스가 아니라 앨범 아트에 직접 스크래치가 생기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이유땅 얼굴에 흠집 생기면 책임질거냐능! ...이라는 오덕성 멘트가 튀어나오려다 들어갔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샷. 둘 다 한정판 박스에 둘 다 심플 컨셉인데...

허전한 WF한정 미쿠 박스와는 달리 심플의 미학을 지닌 채 간지를 철철 내뿜어주시는 우월한 한정판 K9입니다. -_-




이 포스트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신종플루 격리조치에 들어갑니다.



......22일이나 남은 건지, 22일 밖에 안 남은 건지 구분이 안 됩니다. 누군가 대답해주실 분?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