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obile garage2021. 9. 23. 20:47

대략 6년 전, 이전 차였던 쉐보레 스파크의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작업기 포스트[링크]를 하나 작성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교체 작업기 포스트를 또 만드는 이유는 이번에도 배터리를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출고한 지 이제 1년 반 남짓 된 녀석이 어쩌다가 벌써 배터리를 교체하게 되었는지는 조금 뒤에서 썰을 풀도록 하죠.

 

본의 아니게 리메이크 포스트를 만들게 되었는데 사실상 핵심 내용은 전편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래도 이번 편에서는 전편에서 언급할 일이 없었던 요소가 약간 추가되어 혹여 전편을 읽으셨던 분들에게도 눈꼽만큼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질적으로는 제가 이번 작업을 하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메모장 성격의 포스트입니다. 요즘 차들은 손대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더군요.

 

 

배터리 교체 과정은 아래와 같은 분류로 나눠 설명할 예정입니다. 본인의 차종에 해당하는 색상 분류를 참조하시면 좀 더 도움이 될 겁니다.

 

Case 1. 순정 배터리와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로 교체 : 전 차종 공통

Case 2. 순정 배터리와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로 교체 : 기아 K3/K3 GT

Case 3. 순정 규격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로 교체

 

본 포스트는 케이스 2를 따라 진행합니다. 따라서 케이스 2에 벗어나는 상황은 사진 없이 텍스트로만 땜질할 예정이니 배터리 교체 DIY를 준비하실 분들은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자동차를 준비합니다. 오늘의 실험대상은 전편과는 달리 작업 전날 밤에 세차해놓은 오렌지 딜라이트 색상의 기아 K3 GT입니다.

자동차 외의 준비물은 아래와 같이 준비합시다.

 

- 전 차종 공통 : 10mm 스패너, 신품 배터리
- K3/K3 GT : 10mm T복스 렌치, 12mm T복스 렌치
- 타 차종 : 차종에 따라 상이 (배터리 트레이, 배터리 터미널 등)

 

 

2020년 3월에 기아 화성공장에서 출고되어 이제 1년 6개월 차가 된 녀석인데 어찌하여 벌써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가 하니...

 

올해 초 즈음부터 전장(전기장치) 계통의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터 모터가 힘없이 돌아간다거나 계기판에 수시로 저전압 안내문구가 뜬다거나 파워 윈도우가 종종 먹통이 된다거나 실내등과 번호판등이 파르르 떨린다거나... 네. 맞습니다. 배터리가 정상이 아님을 의미하는 증상들입니다. 그리고 3월 들어 기아 1년차 정기점검 때 스캐너 물려서 진단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터리 수명이 크게 깎여 있었습니다. 사실 원인은 뻔했습니다. 이 녀석의 운행 패턴, 그리고 이 차의 유일한 싸제 전장품인 블랙박스가 그 원흉입니다.

 

 

스파크를 타던 시절에는 출퇴근 거리가 편도 27km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HD 해상도의 구형 블랙박스를 사용했죠. 하지만 K3 GT를 타면서 집 근처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고 출퇴근 거리도 편도 11km로 대폭 짧아졌습니다. 출퇴근만 한다면 하루에 30분 남짓 정도만 시동이 걸려있는 상황이 된 거죠. 거기에 블랙박스의 해상도도 FHD급으로 높아졌고요.

 

즉, 스파크와 똑같이 주차 상시녹화+12.2V 저전압 전원 차단을 걸어놔도 K3 GT의 배터리가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던 겁니다. 배터리를 충전할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데 전력 소모는 더 늘었으니 말이죠. 이러한 이유로 제 K3 GT의 배터리는 출고 1년 만에 SOH*가 20% 언저리까지 떨어지는 처참한 상황을 맞이하고 맙니다. 보통 SOH가 50%대로 떨어지면 배터리 교체를 권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태라는 의미죠.

 

* SOH(State Of Health) : 배터리의 노화에 의한 잔존수명을 의미하는 수치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공장에서 갓 출고된 배터리는 100%부터 시작하여 사용하면 할수록 수치가 점차 떨어집니다. 하지만 공장에서의 제조 편차 등의 문제로 인하여 100%보다 낮은 수치에서 스타트를 끊는 사례도 많습니다. 차량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 Battery Management System)은 SOH를 수시로 체크하여 배터리의 노화가 심하다고 판단할 경우 ISG와 같이 배터리의 의존도가 큰 시스템의 작동을 통제하기도 합니다.

 

 

 

 

 

배터리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자동차의 전장 계통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동차의 편의장치뿐만 아니라 엔진의 제어 및 연료 점화, 변속 제어 등 자동차의 운행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이상반응을 가져옵니다. 거기에 컨디션이 망가진 배터리를 보조하기 위해 알터네이터(Alternator; 교류발전기)가 풀 스펙에 가깝게 가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엔진의 부하 또한 함께 증가하고 그만큼 연비도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러면 이 중요한 걸 왜 이제서야 하게 되었느냐...

 

변명을 좀 풀자면 봄철은 먹고살기 위해 차에 신경을 전혀 못 쓸 정도로 바빴고 여름철은 지하 주차장, 셀프 정비소 등 별도의 실내 작업공간이 없는 제 환경에서는 작업할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로 더웠습니다. 그 뒤에 날씨가 좀 풀리나 싶더니 늦여름 장마가 쏟아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더 미뤘다가는 겨울에 큰 낭패를 보겠다 싶어 출장밧데리 호출하는 사태가 나오기 전에 배터리를 냉큼 주문합니다. 사실 시동 걸 때 가끔씩 겔겔겔 거리는 거 쪽팔렸습니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후드를 열어봅시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엔진룸의 오른쪽에 배터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상당히 많아서 왼쪽에 붙어있는 녀석도 있고 무게중심 분배를 이유로 배터리를 트렁크에 배치하는 녀석도 있습니다. 배터리가 꽤나 무거운 물건이라서 말이죠. 트럭 등의 상용차량은 아예 차체 측면의 프레임에 붙어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K3 GT의 배터리는 에어클리너 케이스 바로 위에 위치합니다. 몇 달 전에 모비스 대리점 창고에서 은신하던 놈을 어렵게 구해서 장착한 aFe 모멘텀 GT 흡기 시스템이 시선을 강탈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저 녀석이 아닌 배터리입니다.

 

제 차와 같이 엔진 후드 열자마자 배터리가 보이는 차량이라면 바로 교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만약 배터리 위로 에어덕트가 지나간다거나 배터리가 덮개로 완전히 가려져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배터리 위에 뭔가가 설치된 차량이라면 당연히 배터리 교체 전 해당 장치들을 탈거해야 합니다.

 

 

 

 

 

배터리 교체 작업 전에 기기 손상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블랙박스, 하이패스 단말기 등 상시전원을 사용하는 애프터마켓 장비의 전원을 차단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키가 아닌 시동키를 사용하는 차량이라면 시동키를 뽑아서 전원을 차단합니다.

 

단, 차량에 따라 시동이 걸린 상태를 유지하거나 예비 배터리, 메모리 세이버 등을 사용해서 전원 공급을 유지하는 상태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대부분 전원을 차단하고 배터리를 교체한 후 초기화 과정이 까다로운 차량들이 주로 시도하는 방법인데 사용설명서 또는 정비지침서에 전원이 인가된 상태에서 배터리 교환을 하라고 지시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방법은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작업 중 실수로 인해 합선, 단락 등이 발생할 경우 사람과 차량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제 차에 붙은 유일한 싸제 장비는 블랙박스입니다. 그리고 제 차의 배터리를 작살낸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입죠. 현재는 실시간 주차 녹화가 아닌 타임랩스 주차 녹화로 설정을 바꿔두었는데 이렇게 해도 배터리를 말아먹는다면 저전력 제품으로의 교체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일단 배터리가 살아야 녹화를 하든 뭘 하든 할 테니까요.

 

 

 

 

이번 작업에 사용할 배터리는 델코의 60Ah급 L형 AGM 배터리인 AGM LN2라는 모델입니다. 델코는 대우그룹 계열사인 세계물산과 GM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었지만 존슨콘트롤즈와 합병하고 존슨콘트롤즈의 배터리 사업부가 '클라리오스'라는 이름으로 분사하면서 현재는 클라리오스의 계열사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클라리오스의 산하에는 다수의 배터리 브랜드가 있는데 한국에 알려진 건 델코, 바르타, 옵티마 정도겠군요.

 

 

배터리를 선택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게 정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량 외에도 아래의 요소를 반드시 확인해야 배터리를 구입해놓고 설치하지도 못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1. 배터리의 형태는 단자의 형태로 결정되는데 위 사진과 같이 단자가 매몰된 형태를 DIN(Deutsche Industric Normen) 타입, 돌출된 형태를 BCI(Battery Council International) 타입이라고 합니다. DIN과 BCI는 각각 독일 산업 표준, 국제 전지 협의회를 의미하는데 각각 이 기구에서 제정한 배터리 규격임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BCI 타입이 흔했으나 현재는 단자가 매몰되어 있어 스파크, 합선 등의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정적인 DIN 타입의 장점이 더 부각되면서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DIN 타입을 순정 배터리로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2. 단자와 관련된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배터리의 극성 확인입니다. 사진과 같이 배터리 단자가 뒤를 향하게 두었을 때 +극이 왼쪽에 있다면 L형, 오른쪽에 있다면 R형입니다. 이 사진의 배터리는 +극에 빨간 보호덮개가 붙어있는데 이렇게 생겨먹은 배터리는 L형입니다. 순정 배터리와 동일한 극성 배치가 아니라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겠죠.

 

 

3. 현시점에서 승용차용 12V 시동 배터리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조는 납 극판과 묽은 황산 전해액을 사용하는 납산 배터리(=납 축전지)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MF, EFB, AGM의 3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배터리 상단에 전해액 보충용 마개가 달린 PT(Plastic Twelve)가 주류였지만 현재 PT는 대형 상용차용 배터리 정도에만 적용되고 승용차용으로는 자취를 감추었죠. 최근에는 납산 배터리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시판되고 있으나 동일 용량 MF의 10배에 가까운 비싼 가격 탓에 널리 보급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MF(Maintenance Free) : SLA(Sealed Lead Acid)라고도 하며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극판과 전해액을 케이스에 넣고 뚜껑을 밀봉하여 별도의 전해액 보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구조입니다. 배터리의 전기분해에 의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 전해액을 뚜껑 내부의 촉매를 통해 다시 물로 환원하여 전해액의 손실을 줄이는 구조로 전해액의 손실량이 극판의 수명이 다 될 때까지 전해액 보충이 필요없는 수준으로 미미하기에 실질적으로는 무보수로 간주됩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배터리입니다.

 

- EFB(Enhanced Flooded Battery) : 기술적으로는 MF와 동일하나 배터리 내부의 +극판에 폴리에스터 재질의 부직포를 코팅하여 극판의 전기적 안정성을 높여 성능을 향상시킨 구조입니다. MF와 AGM의 중간 정도의 특성을 나타내는데 이 때문에 모 아니면 도를 좋아하는 한국에서는 이래저래 인기가 없는 구조입니다.

 

- AGM(Absorbent Glass Mat) : 배터리 내부의 +극판과 -극판을 전기적으로 분리하는 격리판을 합성수지가 아닌 유리섬유로 만들어 전해액이 극판에 골고루 분포되게 하여 전기적인 성능을 높인 구조입니다. 액상으로 전해액을 저장하는 다른 구조와는 달리 유리섬유 격리판에 전해액을 적셔 저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독특한 충전/방전 특성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AGM의 특성이 타 구조보다 자동차의 운용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설명한 세 가지 구조 중 가장 고성능으로 취급됩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의 성능은 동일 용량일 때 MF<EFB<AGM의 순서로 여겨지며 가격 또한 이 순서대로 비싸집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순정 배터리로 MF가 들어간 차량은 EFB나 AGM을 무리 없이 설치할 수 있지만 EFB가 순정인 차량에서는 MF를 사용할 수 없고 AGM이 순정인 차량은 AGM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유는 좀 더 뒤에서 말씀드리죠. 아직 배터리 뜯지도 않았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K3 GT의 순정 배터리는 60Ah의 용량을 가진 DIN 타입 L형의 MF 배터리입니다. 배터리의 모델명은 CMF60L-DIN이라고 적혀있는데... 사실 CMF는 쏠라이트의 MF 배터리에 붙는 명칭입니다만 어째서인지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MF 배터리의 모델명을 저렇게 적어놓더군요. 이 녀석은 CMF가 붙어있지만 쏠라이트가 아닌 로케트 브랜드의 배터리입니다. 순정 배터리가 늘 그렇듯 전해액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검표시창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덧붙여 배터리에 60Ah라는 용량 표기 옆에 '20HR'이라는 단위가 보일 텐데 이는 차량용 배터리의 용량을 표기하는 기준이 20시간율 용량이기 때문입니다.

 

- 5시간율 용량(5HR) :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25℃ 조건에서 최소 터미널 전압(10.5V)까지 5시간율 전류로 연속 방전한 시간의 용량

- 20시간율 용량(20HR) :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25℃ 조건에서 최소 터미널 전압까지 20시간율 전류로 연속 방전한 시간의 용량

 

이 배터리의 5HR은 48Ah, 20HR은 60Ah인데 방전 전류(A)×방전 시간(h)=배터리 용량(Ah) 공식을 적용해보면 이 배터리를 시험할 때 적용하는 5시간율 전류는 9.6A, 20시간율 전류는 3A입니다. 차 운전하는 데에 딱히 필요한 정보는 아니니 이런 게 있다 정도로 읽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길고 긴 배터리 잡설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교체 작업에 들어갑니다. 가장 먼저 배터리 단자와 체결된 배터리 터미널의 커버를 제거합니다. K3 GT의 경우 + 터미널에는 배터리 퓨즈, - 터미널에는 IBS(Intelligent Battery Sensor; 지능형 배터리 센서)가 붙어있는데 IBS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더 뒤에서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IBS라는 단어는 이번 포스트에서 계속 튀어나올 예정이니 잘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인텔리전트 배뤄리 센서입니다.

 

K3 GT의 경우 배터리 교체 시 10mm 스패너, 10mm T복스 렌치, 12mm T복스 렌치가 필요합니다. 인터넷 상점에서 배터리를 구입하는 경우 폐배터리 회수 조건으로 공구를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별다른 요청사항을 적지 않는다면 대부분 10mm 스패너와 12mm T복스 렌치를 제공합니다. 이 두 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대부분의 차량은 작업에 문제가 없거든요. 하지만 K3 GT를 포함하여 별도의 공구가 필요한 차량이라면 사전에 필요한 공구를 파악하여 배터리 판매점에 대여를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배터리를 구매할 때 10mm T복스 렌치의 대여를 신청했습니다.

 

 

배터리 터미널의 탈거 순서는 반드시 -극을 먼저 탈거한 후 +극을 탈거하여야 합니다. 역순으로 작업할 경우 스파크가 튀어 화상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터미널은 10mm 스패너를 사용하여 탈거하지만 여차하면 10mm T복스 렌치를 사용하여도 무방합니다. K3 GT의 경우 - 터미널과 IBS가 붙어있어 - 터미널을 탈거하면 IBS도 알아서 분리되는 구조이지만 IBS를 별도로 탈거하여야 하는 차량도 있기 때문에 배터리에 IBS가 적용되어 있는 차량이라면 정비기술자, 자동차 동호회, 사용설명서, 정비지침서 등을 통해 배터리 교체 작업 시 IBS의 탈거 여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한 가지 참고할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배터리는 표준형 단자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경차에 주로 적용되는 40Ah 이하의 BCI 타입 배터리는 JIS(Japanese Industrial Standards; 일본 산업규격)가 적용되어 표준형보다 더 작은 단자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배터리 터미널의 크기도 표준형 단자용 터미널보다 더 작습니다.

 

이 때문에 BCI 타입 배터리가 순정으로 적용된 경차에 순정 배터리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설치하려면 배터리 터미널을 반드시 표준형 단자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사실상 M300/M400 스파크를 제외한 모든 국산 경차가 이 사례에 해당됩니다.

 

 

 

 

공구 선택의 자유가 있는 - 터미널과는 달리 + 터미널은 터미널 커버의 형태 때문에 스패너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10mm T복스 렌치를 사용하여 터미널을 탈거하여야 하는데 어째 판매점에서 빌려준 T복스 렌치의 자루가 30cm나 되는지라 작업 자세가 영 어정쩡하군요.

 

주의할 점은 터미널의 오른쪽 너트를 풀어야 + 터미널을 탈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왼쪽 너트를 풀면 애꿎은 배터리 퓨즈가 분리되므로 손대지 않도록 합시다.

 

 

 

 

배터리 터미널을 탈거했다면 배터리를 분리하기 위해 배터리 고정 브라켓을 해체합니다. K3 GT의 배터리 고정 브라켓은 에어클리너 케이스와 배터리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12mm 볼트로 체결되어 있습니다. 헌데 브라켓이 배터리의 하부를 고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볼트의 위치 또한 상당히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12mm T복스 렌치가 필요한데 배터리의 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T복스 렌치를 선정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 뚜껑의 높이를 기준으로 BCI 타입은 20cm, DIN 타입은 19cm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배터리 고정 브라켓이 배터리 하부에 설치된 차량이라면 T복스 렌치의 자루는 최소 20cm 이상이어야 합니다. 자루의 길이가 30cm라면 좀 더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제가 대여받은 녀석은 20cm 짜리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자루가 20cm인 T복스 렌치로도 브라켓 해체는 가능하지만 손의 여유공간이 거의 사라집니다. 이왕이면 자루가 30cm인 T복스 렌치를 준비합시다.

 

 

 

 

배터리 터미널을 모두 분리하고 브라켓을 해체하면 배터리를 탈거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탈거하면 배터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배터리 트레이가 보이는데 2세대 K3에 적용되는 배터리 트레이는 별도의 개조 없이 70Ah의 배터리까지 설치 가능합니다. 내수 사양은 감마2 MPI 엔진과 감마 T-GDI 엔진 모두 60Ah MF 배터리가 적용되지만 해외 시장에만 판매되는 U3 디젤엔진 사양에 70Ah AGM 배터리가 매칭 되기 때문에 트레이 규격도 70Ah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습니다. 70Ah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려면 배터리 트레이를 교체하여야 하며 타 차종도 마찬가지로 순정 트레이가 지원하지 않는 규격의 배터리를 설치하려면 배터리 트레이의 교체가 필요합니다.

 

 

다만 배터리 트레이가 70Ah까지 대응한다 하더라도 70Ah 배터리를 바로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IBS라는 물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터미널에 붙어있다고 말씀드렸던 녀석이죠. 쉐보레는 이 물건을 EPM(Electric Power Management)이라고 부르는 등 제조사마다 호칭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포스트에서 언급하는 배터리 센서의 명칭은 IBS로 통일합니다.

 

IBS는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센서인데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전력 소모 패턴을 예측하여 엔진을 제어하는 ECU(Engine Control Unit)와 전장을 제어하는 IBU(Integrated Body Unit)가 배터리 상태에 맞춘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배터리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에 큰 부담을 주는 ISG(Idle Stop&Go)는 충전량 부족 등으로 배터리 상태가 나쁘다고 진단될 경우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배터리가 과충전 상태일 경우 알터네이터로 하여금 충전을 멈추게 합니다.

 

순정 IBS는 당연히 순정 배터리의 규격에 맞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나더라도 IBS는 늘어난 용량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순정 배터리의 용량에 맞는 패턴으로 배터리를 운영합니다. 기껏 용량을 늘려놔도 헛일이 되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죠. 몇몇 브랜드는 코딩을 통하여 IBS가 인식하는 용량을 수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대차그룹이 사용하는 IBS는 애석하게도 소프트웨어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대차 및 기아차는 배터리 용량을 높이고 싶다면 IBS를 고용량 배터리에 대응하는 물건으로 교체하여야 합니다.

 

 

 

 

좌측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순정 MF 배터리, 우측은 이번에 설치할 AGM 배터리입니다. 제원을 비교하자면 용량은 둘 다 60Ah로 동일하고 RC*1 또한 100분 전후로 거의 유사한 수준이지만 CCA*2는 순정이 550A, AGM이 640A로 상당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AGM 배터리의 홍보문구를 보면 제조사 불문하고 MF 대비 3배의 수명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제원만 보면 3배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데 이는 제원표에서 표기하지 않는 숨겨진 제원인 'Cycling Endurance' 때문입니다. 번역하자면 '순환 내구성' 정도겠군요.

 

Cycling Endurance를 쉽게 설명하자면 완전방전 후 완전충전하는 딥 사이클 패턴으로 배터리를 운영할 때 충전 가능한 횟수로 보시면 무방합니다. 소싯적에 미니카, 디지털 카메라 등의 충전지를 좀 굴려보신 분들이라면 니카드(Ni-Cd) 배터리의 충전가능 횟수는 500회, 니켈수소(Ni-MH) 배터리는 2000회 전후라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Cycling Endurance에 대한 별도의 단위가 없기 때문에 다른 제원과 달리 수치화하여 표기할 수 없지만 AGM 배터리의 Cycling Endurance는 통상적으로 MF 대비 3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방전 손상에 대한 저항성이 더 높다는 것이죠. 참고로 EFB 배터리의 Cycling Endurance는 MF 대비 2배 정도 더 높습니다.

 

 

AGM 배터리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충전/방전 효율이 높다는 겁니다. 즉, 높은 부하가 필요할 빠르게 전력을 방출할 수 있고 재충전 속도 또한 빠르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연료 절약을 위해 정차 시 시동을 껐다가 켜는 ISG가 탑재된 차량은 EFB 또는 AGM 배터리의 사용이 사실상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수시로 스타터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혹사하는 ISG의 특성상 ISG가 없는 차량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죠. 통상적으로 ISG에 회생제동 시스템이 붙어있다면 AGM을 순정 배터리로 사용하고 ISG만 적용된다면 EFB가 순정 사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AGM 또는 EFB가 순정 사양인 차량은 MF 배터리를 권장하지 않고 장착한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새 배터리가 폐품이 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AGM 또는 EFB 배터리가 순정 사양인 차량은 십중팔구 ISG가 탑재되어 있고 IBS 또한 여기에 맞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죠.

 

*1 CCA(Cold Cranking Amps) : 저온 시동 능력을 의미하며 -18℃ 조건에서 자동차에 시동을 걸 때 필요한 부하 값으로 배터리를 장전해서 30초간 배터리 전압이 7.2V까지 떨어질 때까지 방출 가능한 최대 전류값을 의미하며 배터리의 용량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2 RC(Reserve Capacity) : 알터네이터가 맛이 가서 충전이 되지 않을 경우 배터리가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척도로 25℃ 조건에서 25A의 전류를 지속적으로 소모할 때 전압이 10.5V까지 떨어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CCA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용량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RE(Replacement Equipment; 순정 대체품)용으로 시판되는 MF 배터리는 대부분 뚜껑에 전해액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점검창을 부착하지만 AGM 배터리는 OE(Original Equipment; 순정 출고품)와 RE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상태확인창(=비중계)이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AGM 배터리의 특성 때문인데 전해액이 극판을 완전히 담그도록 채워지는 MF와는 달리 유리섬유 격리판이 전해액을 흡수한 상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상태확인창을 달아도 전해액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상태확인창을 없앤 것이죠.

 

 

다만 대부분의 성능이 MF보다 AGM이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음에도 AGM이 완전무결한 물건은 아닙니다. 배터리 뚜껑을 잘 보면 구식 PT 배터리와 유사한 6개의 전해액 보충구를 스티커로 덮어놨는데 각 보충구는 순환밸브(One way Valve)로 잠겨져 있어 전해액의 손실을 방지합니다. 따라서 AGM 배터리는 MF와 마찬가지로 전해액을 보충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이 순환밸브는 배터리 셀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밸브의 압력판이 개방되면서 가스를 방출하여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분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Dry-out'이라 불리는 전해액 고갈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배터리 제조사에서는 전해액을 보충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AGM 배터리에 전해액을 보충하여 기대수명을 늘리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순환밸브를 열고 극판의 높이에 맞게 증류수 또는 정제수만 약간 부어주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전해액의 양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전해액이 역류하여 엔진룸에 황산 수용액이 튀는 참사를 맞이할 수 있기에 전해액 보충작업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작업을 결정한 오너에게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자동차의 사용설명서에는 AGM 배터리의 순환밸브를 열지 말라고 적어놓기도 했고요.

 

AGM 배터리의 또 다른 단점으로는 과충전 상태일 경우 심각한 Dry-out 상태에 놓이면서 수명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과충전을 막아주는 IBS의 서포트가 필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IBS가 적용되지 않은 구형 차량에는 AGM 배터리의 설치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AGM 배터리에 대한 설명은 이쯤 하고 이제 배터리 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순정 배터리에 씌워져 있던 인슐레이션 패드를 새 배터리에 옮겨 씌웁니다. 인슐레이션 패드는 단열 소재로 구성되어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기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부수적으로 동절기에 배터리의 전해액 동결에 의한 성능 저하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보온재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배터리가 입는 방호복이죠.

 

인슐레이션 패드는 순정 배터리의 사이즈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순정 배터리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하려면 당연히 더 커진 배터리에 맞는 인슐레이션 패드를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원래 인슐레이션 패드가 없는 차량이라면... 어...... 이번 기회에 배터리 옷 한 벌 장만해 주시죠.

 

 

 

 

배터리의 설치 순서는 탈거 순서의 역순입니다. 가장 먼저 배터리를 배터리 트레이에 장착하고 배터리 브라켓을 체결하여 배터리를 고정합니다. 배터리를 장착할 때 가장 주의하여야 할 점은 무거운 배터리에 의해 근골격계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배터리의 무게는 60Ah 기준으로 MF는 14~15kg, AGM은 18kg 정도로 AGM이 약간 더 무겁습니다. 이러나저러나 무거운 건 마찬가지이고 60Ah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이에 비례하여 더 무거워지기 때문에 근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 과정이 가장 큰 난관이 될 겁니다.

 

 

 

 

배터리의 고정이 끝났다면 배터리 터미널을 체결합니다. 탈거 작업과는 반대 순서로 +극을 먼저 체결한 후 -극을 체결합니다. 탈거 작업과 마찬가지로 순서가 바뀌면 스파크가 튈 수 있습니다.

 

 

 

 

배터리 터미널을 체결하고 배터리 터미널 커버를 닫아주면 엔진룸에서의 작업은 완료됩니다.

 

정비지침서에 언급된 주의사항으로는 - 터미널의 너트를 지나치게 강한 토크로 체결하면 IBS의 내부 기판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규정 토크로 체결할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정비지침서 상의 규정 토크는 0.8~1.0kgf.m인데 자가정비가 일상인 분들이라면 모를까 우리는 이거 하나 조이자고 토크렌치를 구입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게 조이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헐겁게 조이면 주행 중에 발생하는 진동으로 터미널이 분리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적당히 강하게 조여줍시다.

 

 

 

 

스파크 배터리 교체 작업기의 사진을 재탕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남았는데 배터리 설치를 완료했다면 배터리 측면의 벤트홀에 부착된 마개나 테이프를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벤트홀은 배터리의 충전 과정에서 전해액의 전기분해를 통해 발생되는 수소 가스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배터리가 기울어지면 벤트홀을 통해 전해액이 누출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택배로 배송하는 경우 벤트홀을 막은 상태에서 출고합니다.

 

다만 제가 구입한 배터리에는 벤트홀에 별다른 마개가 없이 개방된 상태로 배송되었는데 이는 AGM 배터리의 특성 때문입니다. AGM 배터리는 전해액이 유리섬유 격리판에 흡수되어 있고 밀폐 구조로 제작되기 때문에 전해액 과다보충 등의 문제상황이 아니라면 배터리 운반 중 실수, 급격한 스포츠 주행 등의 이유로 배터리가 기울어져도 전해액이 누출되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뒤집어도 멀쩡하다고 하죠. 이 때문에 AGM 배터리를 판매할 때 벤트홀을 막지 않고 판매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 타입에 관계없이 벤트홀이면 일단 막고 보는 판매점들도 많은데 이 경우 당연히 벤트홀 마개를 사용 전 제거하여야 합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힘쓰는 절차는 완료됩니다. 작업 전의 엔진룸 사진과 틀린 그림 찾기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봤는데 어째 티가 좀 많이 나는군요.

 

사실 수많은 AGM 배터리 중 델코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위와 같이 터미널이 차량의 후방을 향하도록 배터리가 배치되었을 때 스티커의 문구가 뒤집어지지 않는 제품이 저거밖에 없었거든요. 이왕이면 배터리 케이스가 검은색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제품을 골라도 딱히 문제는 없을 정도로 배터리들은 대부분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상황이니 본인의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제품을 선정해도 무방합니다. 제원 상으로는 아트라스BX의 AGM 제품군이 타사의 동일 용량 제품 대비 CCA와 RC가 약간 더 높긴 합니다.

 

 

이쯤에서 스티커도 똑바로 붙어있고 검은색인 OE 배터리는 왜 후보에 넣지 않았냐는 의문을 가질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싸거든요.

현대기아차의 OE 배터리 중 AGM 60Ah 사양은 모비스 부품정보 검색에서 37110-F2620 품번으로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이 무려 203500원입니다. RE용 AGM 60Ah급 제품들이 대개 10만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가격이죠. 도대체 OE 스펙으로 얼마나 가혹한 환경을 요구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용량, CCA, RC 등 제원 상으로는 완전히 동급인 물건에 2배의 가격을 감수할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여 RE 제품으로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aFe 흡기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한 사진 같지만 사진 찍은 놈이 배터리 사진이라고 하니 이 사진은 배터리 교체 인증샷입니다.

 

 

이전에 작성했던 스파크의 배터리 교체 작업기에서는 여기에서 시동 걸고 작업 끝!이었지만 이번에는 중요한 절차가 하나 남았습니다. 사실상 이번에 포스트를 새로 만드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IBS는 배터리 점검, 교체 등을 이유로 배터리에서 탈거 후 다시 부착할 경우 꺼졌던 IBS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초기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제 차가 기아차인 만큼 당연히 기아차 또는 현대차에 적용된 IBS의 초기화 절차를 설명하며 타사 차량의 경우 사용설명서, 정비지침서 등을 통해 IBS 초기화 절차를 확인하고 매뉴얼에 설명된 절차에 따라 실시하여야 합니다. 타사 차량 가지고 이 포스트대로 따라 했는데 왜 IBS 초기화가 안 되냐고 따지시면 심히 곤란합니다.

 

 

 

 

IBS를 초기화시키기 위한 절차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몇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절차가 몇 가지 섞여있습니다. 사용설명서와 정비지침서에서 지시하는 내용보다 군더더기가 더 붙어있지요.

 

2세대 K3(BD)의 경우 사용설명서를 보면 IBS의 초기화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습니다. 사용설명서에서 IBS 초기화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ISG가 탑재된 차량의 사용설명서를 찾아야 하는데 BD와 기술적으로 유사하면서 ISG를 탑재한 셀토스의 사용설명서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시동을 끄고 4시간 후에 시동을 걸었다 껐다 3~4회 반복하면 배터리 센서가 활성화됩니다. 단, 시동을 끈 상태에서 차량에 연결된 출고상태 외의 모든 전장품 전원(예 :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의 연결을 끊으십시오.]

 

ISG 탑재 차량에만 IBS 초기화 절차를 적어놓은 이유는 IBS가 맛이 간 상태에서는 ISG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인지 배터리 챕터가 아닌 ISG 챕터에 해당 설명이 붙어있는데 굳이 이런 식으로 사용설명서를 만들어놓은 이유를 알 수 없군요.

 

GSW에 게시된 BD 정비지침서에는 IBS 초기화 절차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센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센서를 조립 후 4시간 이상 주차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어째 더 디테일해야 할 것 같은 정비지침서가 훨씬 더 심플한데 어쨌거나 4시간 이상 차를 재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굳이 4시간인 이유는 차량의 전장 작동이 최소화된 슬립모드 상태일 때 차량이 기본적으로 배터리에서 소모하는 암전류(Dark Current)를 계산하기 위한 절차로 추정됩니다. 이때 블랙박스 등의 싸제 전장품이 작동하고 있다면 당연히 정확한 계산이 되지 않겠죠. 참고로 정비지침서에는 SOC(State Of Charge; 충전상태) 초기값 산출을 위한 배터리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절차에 따라 K3 GT를 4시간 동안 재우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IBS 초기화 설명에는 리모콘 키의 잠금 버튼이 아닌 열림 버튼을 눌러 30초 후 자동잠금으로 차문을 잠그고 4시간 이상 주차하라고 설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마 잠금 버튼을 눌러 도난경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암전류 측정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절차를 생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잠금 버튼을 누르든 자동잠금이 걸리든 도난경보 시스템은 똑같이 작동합니다. 사용설명서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죠. 저는 그냥 잠금 버튼으로 차문을 잠그고 차를 재웠습니다. 사용설명서에는 저런 내용이 없었으니까요.

 

이때 스마트키를 소지한 상태로 차량에 접근하면 사이드 미러, 포켓 라이팅 등이 작동하는 웰컴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이라면 웰컴 시스템의 작동이 암전류 측정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차를 재우는 동안 차량에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아니면 웰컴 시스템을 꺼두는 것도 방법이겠죠.

 

 

 

 

4시간 후, K3 GT를 깨우러 왔습니다.

 

정비지침서에는 딱히 언급이 없었지만 셀토스 사용설명서에는 3~4회 시동을 반복하라고 적어놨으니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3번 반복해서 시동을 걸었습니다. 멀쩡하게 작업했다면 당연히 잘 걸립니다. 여기까지 별 탈이 없었다면 작업 시작 전에 탈거했던 사제 전장품을 다시 연결해도 됩니다.

 

 

 

 

배터리를 탈부착했을 때 대부분의 전장 시스템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휘발성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는 초기화됩니다. 이에 따라 계기판의 구간 주행거리, 구간 연비 등의 구간 주행정보가 소실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설명서에는 트립컴퓨터의 설정도 함께 초기화된다고 적혀있는데 어째 트립컴퓨터의 설정은 제가 마지막으로 설정했던 그대로군요.

 

 

 

 

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라디오의 선호채널 저장 정보가 초기화됩니다. 그런데 라디오 채널 말고 이퀄라이저, 내비게이션 음량 제어 등 다른 오디오 설정은 멀쩡한 걸 보니 어디까지가 휘발성 정보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사용설명서에는 공조 시스템의 설정이 초기화된다고 적혀있는데 이 친구도 어째 배터리 교체 전과 동일합니다.

 

 

 

 

나머지 시스템은 알아서 복구되니 딱히 건드릴 필요가 없는데 파워 윈도우는 사용설명서에서 초기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적혀있으니 그대로 따라 해 줍니다. 시동이 걸리고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창문 버튼을 1초 이상 당기면 초기화가 완료됩니다.

 

초기화 작업은 버튼 조작 한 번으로 창문 개폐가 끝까지 작동하는 원터치 파워 윈도우가 적용된 창문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운전석 창문에만 원터치 파워 윈도우가 적용된 K3 GT는 운전석 창문만 초기화하면 되지만 다른 창문에도 원터치 파워 윈도우가 적용된 차종이라면 나머지 창문에도 초기화 작업을 돌려줍시다. 사실 작업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간단한 절차지만요.

 

이 외에 선루프와 메모리 시트도 배터리 탈부착 후 초기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사용설명서에 적혀있지만 둘 다 제 차에는 없는 옵션이니 넘어갑니다.

 

 

 

 

IBS 초기화 및 후속작업까지 모두 끝냈다면 배터리 교체 작업은 모두 완료됩니다. 해놓고 보면 별 거 아닌데 어째 설명이 쓸데없이 길어진 감이 있군요.

 

배터리 교체 후 장거리 주행 등으로 시동이 걸린 상태를 길게 유지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여러 모로 이롭지만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 필수는 아닙니다. 달리다 보면 알아서 충전되는 물건이니까요.

 

 

 

 

헤드램프의 LED 광선의 궤적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주변이 너무 밝군요. 아무튼 배터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검증할 방법이 없군요. IBS가 제대로 살아났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요. 

 

 

 

 

...네. 그래서 며칠 뒤에 OBD-II 스캐너를 하나 샀습니다. 예전부터 DCT 클러치 잔량의 모니터링을 위해 구입을 고민하던 물건이었는데 결국은 이걸 핑계로 하나 구입하게 되는군요. 처음에는 가격대가 좀 있는 제품도 고려했지만 결국에는 모니터 없이 스캐너 단말기만 제공되고 ECU와의 통신만 가능한 가장 기초적인 제품인 ELM327을 구입하였습니다.

 

 

 

 

ELM327과 단짝으로 취급되는 OBD-II 모니터 앱인 토크프로+어썸잇 플러그인으로 진단을 돌려봅니다.

IBS의 활성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센서 수명'과 '배터리센서 잔량'을 확인하면 됩니다. 각각 SOH(State Of Health)와 SOC(State Of Charge)를 나타내는데 SOH와 SOC는 IBS를 통해 전달받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IBS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데이터를 불러올 수 없어 0~100%의 값이 아니라 한계값인 255가 표기됩니다. 한계값이 255라는 것은 8비트로 처리되는 데이터라는 의미죠.

 

아무튼 모니터에서 SOH와 SOC가 정상적으로 출력되기 때문에 IBS가 활성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설치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요소가 해결되었음을 확인한 것이죠. 새 배터리인데도 SOH가 92%로 기대보다는 다소 낮게 나왔는데 이게 단순한 제조 편차인지, 아니면 뽑기에 실패해서 실제로 약간 맛이 간 녀석인지는 배터리 테스터를 통해 진단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군요. 아무튼 90%는 넘었으니 실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배터리 교체 후에는 당연히 이전까지 발생하였던 전장 계통의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엔진 부조인지 GDI 엔진 특유의 연료 맥동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던 불규칙한 떨림이 발생하는 빈도가 줄고 액추에이터를 통해 작동하는 DCT 변속기의 저단 변속 응답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얼마나 맛이 간 배터리를 굴렸는가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됩니다. 진작 교체할 걸...

 

이로서 배터리 교체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배터리 교체는 순정 배터리와 동일한 용량으로 작업할 경우 리프트 같은 장비 없이 간단한 공구만으로도 10~20분 전후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작업입니다. 이를 정비소에서 작업한다면 최소한 치킨 한 마리, 혹은 그 이상의 공임이 발생하는 만큼 약간의 귀찮음으로 치킨값과 오너 드라이버로서의 자부심을 챙기고 싶다면 배터리 교체는 자가 작업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상, 오늘도 치맥이 땡기는 리츠 블레이즈였습니다.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