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제는 슬슬 '국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이는 부산국제모터쇼
국내 모터쇼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올해는 이전까지의 우려가 시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가 라인업이 부실합니다. 해외 제조사가 딱 둘만 참가했던 2010년만큼은 아닐지라도 직전의 2016년 부산국제모터쇼나 2017년 서울모터쇼에 비하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볼륨이 축소되었죠.
어찌되었든 한 번 올라가려면 교통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서울모터쇼와는 달리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는 승용차로 30분만 달리면 접근 가능한 위치인지라 손목운동 할 겸 가볍게 갔다왔습니다. 허나 사진을 찍고 집에서 열고보니 출근의 공포와 함께 귀찮음이 텍사스 소떼마냥 몰려오는 탓에 이번 포스트에서 사용하는 모든 사진은 일체의 후보정을 생략하고 리사이즈만 거친 원본으로 올립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컴패니언 모델 사진은 생략합니다.
#1. 부산국제모터쇼 : 2018년 보고서
▶ 현대자동차/제네시스
어떤 식으로든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 모델을 하나씩 들고 나와서 한국 모터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구세주에 가까운 존재인 현대자동차는 이번에도 월드 프리미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구색 맞추기였던 것과 달리 제법 힘이 들어간 월드 프리미어를 들고 나온 것이 의외라면 의외입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투싼 TL의 페이스리프트도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이걸 놓쳤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고보니 1000여 장 중에 단 한 장도 안 찍혀있군요. 왓더...
월드 프리미어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소개할 차는 올해 3월에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바 있는 HDC-1 르 필 루즈입니다. 큐레이터의 소개에 의하면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디자인 콘셉트 모델로 기존의 플로이딕 스컬프쳐에 이은 새로운 패밀리룩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는 이 차를 시작으로 하는 디자인 기조를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쪽이 현대가 내놓은 새로운 월드 프리미어이자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적용된 두 번째 컨셉트카인 HDC-2 그랜드마스터입니다.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디자인 요소와 더불어 코나를 시작으로 현대 SUV에 차례로 적용 중인 컴포지트 램프의 디자인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SUV에 적용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등장 시기 상 맥스크루즈의 후속으로 알려진 LX2 팰리세이드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오피셜 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상세한 내역은 불명입니다.
11년째 사골을 끓이고 있는 그랜드 스타렉스는 2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묘하게 토요타 알파드와 비슷한 인상이 되었습니다. 좌석 많은 승용차 포지션인 카니발과는 달리 '봉고차' 이미지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스타렉스가 1세대 출시 초기의 고급 RV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의지 자체는 좋은데... 11년째 우려먹고 있는 5단 자동변속기는 좀 손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외로 관람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어 단 한 번도 풀샷을 찍지 못한 넥쏘입니다. 투싼 FCEV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양산화된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로 수소 충전소가 있는 일부 도시에서만 한정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줄기차게 광고 때리는 양산차임에도 도로에서 보기가 쉽지 않죠.
현대차의 고성능 자동차 디비전인 N의 테스트베드 중 하나인 i20 WRC는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차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는 외국인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모터쇼에서 전시된 모델은 실제 차량이 아닌 외형만 재현한 레플리카라고 합니다. 대신 이 차 옆에 VR 모델로 WRC 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BMW M 따라서 N이냐고 비꼬려던 사람들이 외계인 고문실 중 하나인 남양연구소의 N이라고 하자 모두가 납득해버린 그 N의 첫 작품은 i30 N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한국에 나올 계획이 없다고 하죠. 대신 두 번째 N인 벨로스터 N이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됩니다.
국산 승용차로서는 드물게 수동변속기 사양으로만 출시되는데 어차피 이 차를 탈 사람들은 수동변속기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데다 현재 이 차의 엔진 출력을 버텨낼 소형 자동변속기(또는 DCT)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겹쳐 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이런 변태적인 차가 한국에서 나온다는 사실만 해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쪽은 영화 촬영용 소품으로 커스텀된 벨로스터입니다. 마블 신작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 나올 예정이라는데... 정작 이렇게 홍보 때려놓고 지나가는 행인1 취급 하지는 않겠죠?
점차 현대와의 연결고리를 지우고 싶어하는 제네시스는 전기자동차 베이스의 컨셉트 모델인 에센시아 컨셉트를 내놓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대의 HDC와 마찬가지로 에센시아 또한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네시스의 고유 모습보다는 전통적인 GT카의 모습이 더 진하게 엿보이지만 동커볼케 선생께서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합시다.
그나저나 GV80 컨셉트 때도 그랬지만 얘네들은 가면 갈수록 헤드라이트를 퇴화시키려고 하는군요.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가면 헤드라이트도 필요없다 이건가...
▶ 기아자동차
스팅어에 몰빵한 나머지 힘이 빠진 기아는 올해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아래에 소개할 SP 컨셉트를 빼면 말이죠.
양산차로 도배된 기아 부스에서 유일하게 기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SP 컨셉트입니다. 컨셉트카 특유의 과격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이대로 공도에 나와도 녹아들 것 같은 디자인 구성에서 수 년 내에 양산할 모델의 프로토타입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죠.
텔루라이드에서 선보인 극단적인 근육질과 직선의 미학이 좀 더 현실적으로 정제된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향후 기아 SUV의 패밀리룩이 SP 컨셉트의 디자인을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MQ4로 알려진 4세대 쏘렌토의 프로토타입이라면 꽤 그럴 듯한 청사진입니다.
SP 컨셉트와 나란히 턴테이블을 차지한 모델은 니로 EV입니다. 아마 이 모델의 디자인을 베이스로 니로의 페이스 리프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데... 개인적으로는 니로의 프런트 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쏘나타 뉴라이즈 수준의 격변을 기대했던지라 코스매틱 체인지 수준인 지금의 변화는 아쉽군요. 디자인적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형제차인 아이오닉 EV가 주행거리 200km 미만이었던 것과는 달리 380km 상당의 주행거리를 달성하여 충전 스트레스를 상당히 덜게 되었습니다.
나오자마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6L 스마트스트림 엔진입니다. 사실 엔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GDI에서 MPI로 회귀했다는 포인트에서 대차게 욕을 먹고 있지요. 큐레이터에게 엔진의 소개를 부탁했는데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가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아예 개발팀 엔지니어를 모셔왔더군요. 덕분에 이 엔진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모터쇼를 꼬박꼬박 찾아가는 이유가 이런 점 때문입니다. 물론 자동차 사진과 모델 사진을 찍으러 가는 목적도 있지만 모터쇼에서는 운 좋으면 인터넷 카더라 통신과는 달리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기술자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1년 전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스팅어의 성적표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고향에서는 형제차 G70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는 반면 기아차의 이미지가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해외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면서 팔리고 있지요. 저는 앞서 소개한 현대 N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이런 차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운 사람입니다. 지금이야 퍼포먼스와는 담을 쌓은 차를 데일리카로 타고 있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주행을 즐기기 위한 차를 타보고 싶군요.
작년에 선보인 스팅어 카펠라 GT에 이어 올해는 스팅어 GT 와이드 바디를 쇼카로 내놓았습니다. 이름 그대로 와이드 펜더로 개조한 튜닝 사양으로 트랙 주행에 적합하도록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를 개량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팅어가 E 형태의 전용 엠블럼을 달고 출시하면서 K9의 2세대 모델 또한 KIA가 아닌 전용 엠블럼을 달고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2세대 K9인 RJ도 결국 KIA 엠블럼을 달고 나왔습니다. 사실 1세대 K9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플래그십 세단으로서는 빈약한 브랜드 이미지임을 감안하면 스팅어의 런칭과 함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망한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이 생각나는 대목이군요.
▶ 르노삼성자동차
삼성그룹과의 상표권 계약만료가 2년 남은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아닌 '르노'로서의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지만 한국에서 삼성그룹이 가진 브랜드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삼성과의 결별이 르노의 의도만큼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옆동네의 쉐보레 브랜드 도입 초창기와는 달리 삼성그룹은 건재하니까요.
르노의 '르노 알리기' 첫 타자는 올해부터 한국 시장에 도입되는 4세대 클리오입니다. 물론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어 도입되는 수입모델로서는 QM3가 최초이고 르노삼성의 태풍 엠블럼이 아닌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붙이고 들어오는 건 트위지가 최초입니다만 르노삼성이 본격적으로 삼성의 색을 버리고 르노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시작한 건 클리오를 런칭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르노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긴 한데... 도입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습니까. 당장 올해 10월에 5세대 풀체인지가 공개되는 마당에...
최고속도 80km/h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초반토크에 힘입어 골목깡패이자 초소형 전기자동차의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트위지는 패션 브랜드 S. T. 듀퐁과의 콜라보레이션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듀퐁이라고 해서 케블라, 고어텍스, 테플론 등등을 둘둘 두르고 나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S.T.듀퐁은 그 듀퐁과는 관계없는 프랑스산 명품 브랜드라는군요.
전기자동차의 초창기에는 짧은 주행거리를 커버하기 위해 수많은 솔루션이 제시되었습니다. 충전소에서 지루한 충전을 기다리지 않고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는 SM3 Z.E.의 교체식 배터리팩도 그 중 하나죠. 하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소형 크레인 급의 장비가 필요한데다 배터리 교체 시간도 그리 신속하지 않고 결정적으로 배터리 교체소 인프라가 아예 없기 때문에 결국은 도태된 방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록 삼성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르노라지만 그래도 삼성그룹에 모태를 둔 르노삼성이기에 삼성자동차로서 기념비적인 모델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흔한 1세대 SM5처럼 보이지만 지금 소개하는 SM530L은 단 10대만 한정 생산되어 일반 시장에 시판되지 않은 특별 모델입니다.
이 차는 삼성그룹 오너 일가를 비롯하여 당시 삼성그룹의 VIP 의전용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SM5의 모든 세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3.0L 엔진이 탑재된 SM530L은 L이라는 알파벳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휠베이스가 소폭 연장되어 뒷좌석 공간이 넓어지고 실내를 고급화했다고 하지만 겉에서는 티가 잘 나지 않는군요.
▶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겪으며 한국시장에서 존폐의 기로에 놓인 한국지엠은 이번 모터쇼에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흔하디 흔한 양산차에도 컴패니언 모델을 빼곡히 배정하는 것만 봐도 한국지엠 경영진의 초조함이 절로 느껴지더군요. GM의 먹튀 역사에 한 줄이 더 추가될 지, 아니면 기적적으로 부활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떠나가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쉐보레의 선택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입증받은 이쿼녹스입니다. 런칭 전에는 '에퀴녹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로 상표를 등록했더군요. 뭐 어쨌든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준중형 컴팩트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는 좋은데...
문제라면 현재 공개된 가격이 흉악하기 그지없다는 거죠. 반 체급 가량 더 큰 싼타페 TM보다도 더 비싼 가격인데다 동급이라 할 수 있는 QM6와 비교하면 무려 2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집니다. J400 크루즈가 출시 1년을 못 채우고 단종된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고 하니 이거 원...
일단 콤비네이션 램프 구성을 보아하니 임팔라와 같은 그 망할 방향지시등 겸용 브레이크등은 아닌 듯 하군요. 미국 공장 제작이라고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이쿼녹스야 메인 스테이지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트랙스는 도대체 왜 여기에 올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놈의 블랙에디션 장사 좀 안 하면 안 되겠니...
주행거리 300km 후반대로 일컬어지는 2세대 전기자동차의 시작을 알린 볼트 EV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기차 시장에서 인기있는 모델입니다. 아무래도 전기자동차 오너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주행거리인지라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긁어준 볼트 EV가 환영받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시장 간보기용 참고출품 그 첫 번째. 이쿼녹스의 상위 포지션인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입니다. 이쿼녹스가 3세대 모델부터 중형에서 준중형으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현재 쉐보레의 SUV 라인업은 중형 SUV가 공백 상태인데 GM 본사는 이 자리를 이쿼녹스와의 시장간섭으로 단종되었던 블레이저를 부활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시장 간보기...라기보다는 장식에 가까운 참고출품 그 두 번째.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ZR2입니다.
ZR2는 기본형 콜로라도에서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극대화한 사양으로 접근각/이탈각 확보를 위해 극단적으로 깎아낸 범퍼가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풀사이즈 픽업이 한국에서 운행하기에는 대단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런 미드사이즈 픽업이 한국 시장에서도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연비 7km/L 대의 휘발유 차를 데일리카로 굴리는 건 역시 미국에서나 가능하겠죠.
미국식 스포츠카인 머슬카 3대장 중 하나로 자리잡은 카마로 SS는 올해도 건재합니다. 문제는 트랜스포머 5편의 똥망 퀄리티 탓에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가 대차게 망해버리고 스핀오프 리부트작인 '범블비'에 등장하는 범블비는 카마로가 아닌 원작 G1과 같이 폭스바겐 비틀 1세대로 결정되면서 더이상 범블비 이미지의 마케팅이 어려워졌다는 점이죠. 범블비 이미지를 뺏긴 카마로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포지션이 될 지 감도 안 잡히는군요.
3세대 JA로 풀체인지를 거친 경쟁차량 모닝이 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의 사용을 대폭 늘려 충돌강성 향상을 강조했음에도 유로 NCAP와 KNCAP에서 연거푸 3등급에 그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M400 스파크의 판매량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등장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어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 에디슨 모터스
어지간한 차덕후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인데 이 쪽은 차덕후들보다는 오히려 버스 동호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한국화이바의 자동차사업부로 시작해서 중국 타이치에 팔려 TGM으로 개명했다가 다시 한국계 기업에 인수되어 현재의 에디슨 모터스로 사명이 바뀌었습니다. 회사 이름이 에디슨인 이유는 테슬라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라고... 네 맞습니다. 전기차 만드는 그 테슬라 말하는 겁니다.
한국화이바 시절부터 버스 외길만 파오던 회사라 그런지 대표 출품작은 버스입니다. 다만 에디슨의 주력상품인 저상버스 화이버드는 출품하지 않고 고상버스 라인업인 스마트 시리즈만 등장했습니다. 일단 에디슨의 소개에 따르면 현재 시판 중인 CNG 버스 뿐만 아니라 전기버스, 전기트럭, 전기승용차 등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확충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부스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에디슨의 경우 컴패니언 모델의 의상과 자동차의 컨셉이 완벽하게 따로 논다는 점이 심히 거슬립니다. 그냥 모델만 세워놓는다고 전시가 끝나는 게 아냐 이 양반들아...
▶ BMW/MINI
비록 주력 라인업인 3시리즈와 5시리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그 이름값은 어디 가지 않아서 내놓은 전시차들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만큼 이번 모터쇼에서 볼만한 차 자체가 별로 없었지만요.
BMW의 새로운 이미지 리더로 자리잡은 i8은 로드스터 사양으로 출품되었습니다. 한국에서 i8을 '그 분의 차'로 이름을 알리게 만든 그 분은 과연 로드스터 사양도 구입할까요?
올해 중 공개가 유력한 Z4의 3세대 모델은 토요타의 5세대 수프라와 공동 개발하여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3세대 Z4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Z4 컨셉트가 등장했습니다. 사실상 양산 직전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최근의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주행성능과 함께 안락함을 추구하는 GT카의 성향이 강해지는 와중에 Z4는 이런 트렌드에 역행하여 달리기만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실내공간을 희생하고 최대한 차량의 중심부로 운전석을 몰아넣는 디자인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지요.
1977년에 데뷔하여 2017년 부로 40주년을 맞은 7시리즈는 750Li 40주년 에디션 버전으로 출품되었습니다. 다만 작년에 등장한 M 퍼포먼스 사양인 M760Li가 워낙 충격과 공포를 몰고 등장했던지라 이번에 등장한 40주년 에디션은 그 이름값에 비해 상당히 심심하군요.
BMW의 퍼포먼스 디비전인 M 모델로는 M2와 함께 M4 CS, 8세대 M5가 한국에서는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나저나 M 전용 부스는 붉은색 액센트 조명 배치를 참 기가 막히게 했더군요.
BMW 모토라드 쪽에서도 전기 스쿠터를 비롯한 신상이 나온 모양인데 언제나 그렇듯 저는 오토바이에는 문외한이라 패스합니다.
미니는 최상위 트림인 JCW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모델을 전시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바로 JCW GP 컨셉트입니다. 트랙 레이싱에 중점을 두고 개조된 사양으로 트랙 환경에 맞게 개량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공기역학 특성 개선과 차체 경량화를 동시에 노리는 카본파이버 에어로 스커트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죠.
▶ 재규어
재규어가 나왔으니 당연히 바로 옆집에 랜드로버가 따라왔겠지만 정작 랜드로버 쪽은 사진이 하나도 없군요. 그만큼 기억에 남는 차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재규어 부스는 SVO 기술센터의 출범 이래로 SVO 모델을 빼면 모터쇼 운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SVO 모델에 스포트라이트를 몰빵한 구성을 매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재규어 최초의 SUV인 F-페이스와 재규어 최초의 전기자동차인 I-페이스는 각각 SVO의 손길을 거친 F-페이스 SVR과 I-페이스 e트로피로 출품되었습니다. 이 중 e트로피는 FIA의 공인을 받은 최초의 원메이크 전기 레이스카입니다. 작년에 선보인 포뮬러 E 머신인 I-타입에 이어 재규어의 브랜드 성격에 걸맞게 전기자동차 개발 또한 모터스포츠 분야를 향하여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 메르세데스 벤츠
작년에 이어 올해도 힘이 바짝 들어간 부스 구성을 선보이며 이번 모터쇼의 체면을 세워주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거기에 파생모델이긴 하지만 월드 프리미어를 내놓기까지 했으니... 부산모터쇼 운영위원회는 벤츠 코리아 담당자에게 세 번 절해야 됩니다.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 전용 서브 브랜드를 런칭하는 제조사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MW의 i, 아우디의 tron, 르노의 Z.E. 등이 있죠. 벤츠는 자사의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EQ'를 채택했고 그런 EQ 브랜드로 컨셉트카 EQA를 내놓았습니다.
EQA와 함께 EQ 브랜드의 미래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모델은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디비전인 AMG에서 내놓은 AMG 프로젝트 원입니다. 순수 전기차는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이 차에는 정신 나갔다고밖에 할 수 없는 파워트레인이 들어갔습니다. F1 경기의 2016년 시즌에서 사용된 1.6L V6 터보 엔진이 탑재되었고 여기에 전기모터를 더해 총합 1020마력을 뿜어내는 하이퍼카입니다.
F1 엔진이 들어간 것 치고는 출력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 수 있는데 F1 경기용 고옥탄 연료가 아닌 일반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고급 휘발유를 기준으로 한 출력입니다. 이 차는 컨셉트카가 아니라 양산차거든요.
이번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벤츠 부스의 히든 카드. 모터쇼를 하랬더니 이 양반들은 박물관을 차렸습니다. 벤츠의 역사를 통째로 아우르는 시작은 당연하다면 당연히 첫 번째 벤츠이자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입니다.
6.2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 덕에 자동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당대 최고의 자동차, 600 풀만입니다. 1970년대에 등장했지만 에어 서스펜션, 열선시트 등 현대의 고급 승용차가 구성하고 있는 편의사양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모델이죠.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논 등 세계구급 슈퍼스타들이 선택한 자동차이자 중동권 제3세계 권력가들이 애용한 차인지라 '독재자의 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역시를 모아둔 벤츠 박물관. 위에서부터 각각 24/100/140hp, 28/32hp, 170V, 220 카브리올레, 190SL, 280SL입니다.
어... 이 차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모델 중 하나로 일단 이름은 W25이지만 '실버 애로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합니다. 벤츠 최초의 레이싱카인데 F1의 전신 격인 유로피언 챔피언십에 1934년부터 출전하여 3회의 우승을 따낸 모델입니다.
원래는 흰색으로 도장되어 있었지만 당시 대회 규정이 차체중량 750kg이었고 W25의 중량은 751kg로 측정되자 도장을 모두 벗겨 1kg 가량 무게를 줄여 겨우 출전 권한을 얻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도장되지 않은 은색 철판이 화살과 같이 달린다고 하여 '실버 애로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벤츠 레이싱 팀의 상징이 은색이 되고 팀의 별명이 실버 애로우가 된 것은 이 때부터죠.
뱀발로 W25 뒤에 보이는 C 클래스는 C 클래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C350e입니다. 그리고 앞에 언급했던 이번 모터쇼에서 벤츠가 내놓은 월드 프리미어는 E 클래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E300e입니다. 그런데 제 카메라에서 E300e 사진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군요. 왓더... (2)
어... 이 차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2)
벤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모델로 꼽히는 300SL은 위에서 소개한 실버 애로우의 계보에서 파생된 모델 중 하나입니다. 레이싱카인 300SLR을 양산형으로 개수하여 시판한 모델인데 원본이 가혹한 서킷 주행에서 발생하는 차체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한 독특한 프레임 구조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일반적인 스윙 도어를 장착할 수 없었고 결국 걸윙 도어를 장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결론적으로 꼴ㄷ... 갈매기 날개 문짝은 이 차의 상징이 되었죠.
위에서 비슷한 녀석을 하나 봤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앞에 잠시 지나간 190SL과 300SL은 모두 300SLR에서 파생된 양산모델입니다. 다만 190SL의 경우 300SL보다 1년 늦게 데뷔했는데 이 쪽은 프레임을 개수하여 스윙 도어 장착에 성공한 300SL의 염가판입니다.
▶ 아우디
디젤 게이트 사건을 터뜨리고 판매금지 징계를 먹었던 폭스바겐 그룹이 다시 한국 시장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한국 모터쇼 운영에 소극적이었던 아우디답지 않게 꽤나 기합이 들어간 부스를 구성했습니다.
미국 도로안전교통국(NHTSA)이 구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단계는 총 4단계입니다. 크루즈 컨트롤로 대표되는 부분적 자동화를 의미하는 레벨 1부터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까지 총 4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일레인은 레벨 4 자율주행에 대응하는 컨셉트카입니다. 독일차라고 해서 엘 아인이라고 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미국식으로 일레인이라고 읽는군요.
아우디가 순수 전기자동차부터 하이브리드까지 아우르는 전기자동차 브랜드는 e-트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컨셉트카의 이름은 h-트론 콰트로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짐작하셨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h는 Hydrogen, 즉 수소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소연료전지 탑재 전기자동차라는 의미죠.
Q8 스포트 컨셉트는 외형도 외형이지만 파워트레인 면에서 혁신을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간단한 기술로 고효율을 추구하여 최근 주목을 받는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터보랙을 줄이는 전동 컴프레서를 조합하여 476마력에 달하는 괴물이 연비를 고려한다는 모순이 성립하게 만듭니다.
판매중지 기간이 풀리고 나서 뒤늦게 한국 시장에 데뷔할 예정인 4세대 A8은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 기술단계 중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는 레벨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벨 3 자율주행 자동차가 양산되는 것은 이 모델이 세계 최초이지요.
다만 한국에서 자율주행을 하려면 한국의 도로 조건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율주행을 맛보려면 정식 출시 이후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아우디 코리아가 한국에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자율주행 임시운전허가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우디 LMS컵은 전 세계의 원메이크 레이스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경기입니다. 이 경기에 사용되는 R8 LMS가 FIA GT3 규격에 대응하는 고성능 레이싱카이기 때문이죠. 그 원메이크 모델인 R8 LMS가 모터쇼에 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소개된 i20 WRC가 외형만 재현한 레플리카인 것고 달리 이 쪽은 유경욱 선수가 경기에서 사용하는 실제 모델입니다.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운전석에 탑승이 가능하지만 레이싱에 사용되는 실차인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스티어링 휠은 제거되어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타보니 운전석을 둘러싼 롤케이지 탓에 타고 내리는 것부터가 유연성 테스트더군요.
▶ 토요타/렉서스
20년 전통 하이브리드 장인 토요타, 그들의 심오한 하이브리드 세계관에 초대합니다.
5세대 아발론이 이번 모터쇼를 통해 한국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전작인 4세대가 동사의 프리미엄 디비전인 렉서스의 ES와 포지션이 겹치는데다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탓에 ES에게 시장을 잠식당한 전적이 있는데 이번 5세대는 ES와 차별되는 아발론만의 카드를 가지고 왔을지 의문이군요.
공기역학 하나에만 몰빵하는 디자인 철학 탓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디자인이 미래를 넘어 외계로 가는 프리우스 일족에서 아주 오래간만에 평범한 디자인의 파생모델이 나왔습니다. 소형 해치백 사양인 프리우스 C입니다.
그나저나 4세대 프리우스가 올해 말 즈음에 페이스리프트 될 예정인데 그 배경이 '너무 못생겨서'[링크] 토요타 내부에서도 많은 불만이 오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습...
토요타는 현대에 이어 상용화 FCEV인 미라이를 내놓았는데 그 미라이의 컨셉트카 시절 이름이 FCV입니다. 그리고 FCV의 이름을 이은 FCV 플러스가 나왔는데... 그래도 친숙한 자동차처럼 생긴 미라이와는 달리 이 친구는 프리우스 손 잡고 외계로 가버렸습니다. 전기자동차이기에 가능한 극단적인 기능추구 디자인이 인상적이군요.
2년 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토요타가 미라이와 함께 들고나온 전기자동차 중 하나로 i-로드라는 3륜 전기자동차가 등장했는데 지금 소개하는 i-트릴은 그 i-로드의 후속작입니다. 3륜에서 4륜으로 바뀌면서 체구가 약간 더 커졌는데 덩치나 차륜 구성이나 BMW의 클래식 모델인 이세타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4륜으로 바뀌어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코너링할 때 캐빈이 바이크마냥 기울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발론과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아발론을 팀킬한 ES300h도 이번 모터쇼를 통해 8세대 모델의 한국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아무리 브랜드가 달라도 한솥밥 먹는 식구인데 렉서스 니들 아발론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LF-SA는 컨셉트카와 양산차를 통틀어 렉서스 브랜드로 등장한 자동차 중 가장 작은 자동차입니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기술적인 공개는 전혀 없는 쇼카이지만 이 차를 베이스로 미니 해치백에 대응하는 렉서스의 새로운 엔트리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죠.
▶ 닛산/인피니티
다른 건 몰라도 환경인증 관련 업무를 징그럽게 못 해서 매번 중고신차를 만드는 한국닛산은 이번에도 중고신차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블레이드 글라인더는 닛산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기 스포츠카라고 소개하는데... 어째 이 친구는 생김새가 드래그 레이스에 출전하는 톱 퓨얼 엘리미네이터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거 있잖습니까, 직빨로만 승부하는 길쭉한 레이싱카...
2013년 말에 등장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그럭저럭 잘 나가는 3세대 엑스트레일은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 시장에 데뷔합니다. 로그와 무라노가 들어와서 한국에서 죽 쑤는 동안 이 친구는 뭐하고 이제서야 들어오는지 모르겠군요.
의외로 사골 모델이었던 QX50의 2세대 모델이 근 10년만에 등장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모델인만큼 재미있는 물건을 들고 나왔는데 세계 최초의 가변 압축비 엔진인 VC 터보엔진을 탑재했습니다. 피스톤의 이동거리인 스트로크를 물리적으로 조절하여 가솔린 엔진임에도 디젤 수준의 연료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변이라는 이름에 맞게 기름을 바닥에 버리면서 퍼포먼스에 몰빵한 주행도 가능하지요.
그나저나 이 엔진도 VQ 엔진에 이은 사골 엔진이 되려나...
한국닛산의 삽질 덕에 중고신차 신세가 된 Q60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일해라 한국닛산...
▶ 만
의외로 매년 모터쇼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노력 중인 만입니다. 문제는 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 바로 앞에서 만 트럭의 불량에 뿔난 차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어서 비싼 돈 들여서 부스 운영하면서 벌어놓은 이미지를 다 까먹고 있다는 거죠.
TGX를 비롯한 만 TG 라인업의 2차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것은 2016년이지만 한국에는 상당히 늦게 도입되었습니다. 2차 페이스 리프트와 함께 변속기가 ZF제에서 스카니아제로 바뀌었는데 이는 스카니아와 같이 폭스바겐 그룹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나저나 스카니아는 왜 모터쇼 안 나오냐. 내가 스카니아처럼 똥고집 있는 기술변태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수도권 광역버스의 고질적인 가축수송 문제에 대한 한국 제조사의 해법은 차량의 전장을 늘리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나마도 12.5m 바디를 가진 기아 그랜버드만이 가능한 대응이죠. 해외 제조사는 이보다 좀 더 확실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버스 위에 2층을 올린 더블 데커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용으로 소량 도입된 네오플란의 모델을 제외하면 볼보의 B8RLE가 한국에서 최초로 2층 버스의 상업운행을 시작했고 뒤이어 라이온스 더블 데커도 작년부터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차량 특성상 러시아워 외에는 보기가 어렵고 그나마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런 거 없다입니다.
▶ RV모터스
자동차 제조사는 아니고 병행수입업체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소개를 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꽤나 재미있는 모델을 여럿 가지고 왔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승용차, 버스, 트럭 등등 모든 차종을 통틀어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는 승용차가 아니라 풀사이즈 픽업인 포드 F-150입니다. 미국이 괜히 픽업트럭의 나라가 아니죠. 그런 F-150의 고성능 파생모델에게는 F-150 랩터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현재의 13세대와 바로 직전의 12세대는 랩터, 9세대와 10세대는 라이트닝이라는 고성능 버전을 가지고 있는데 두 버전의 성격은 정 반대입니다. 랩터는 하드코어 오프로드 머신, 라이트닝은 포드의 특수차량 자회사인 SVT팀에서 튜닝한 온로드 레이스 특화된 사양이죠. 딱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 닉네임인 Litz의 유래가 10세대 라이트닝인지라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닝의 후신 격인 랩터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와 함께 미국 픽업트럭 3대장을 이루는 램 1500에도 고성능 버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램 1500 레블이죠. 이 쪽도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데 현재 소개하는 4세대 모델은 오프로드 특화인 레블, 3세대 모델은 온로드 특화 모델인 SRT-10이 파생 사양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째 라이트닝이 생각난다 싶은 대목인데 아닌 게 아니라 라이트닝의 단종을 아쉬워하는 매니아 수요를 노린 모델이 SRT-10입니다.
램 1500의 경우 올해 초에 5세대 모델이 공개되었는데 미국에서도 갓 데뷔한 귀하신 몸이라 그런지 이번 모터쇼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잘 알려진 머슬카라면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가 있지만 인지도를 떼놓고 차덕후들에게 현 세대 머슬카 중 가장 머슬카다운 머슬카를 꼽으라고 한다면 닷지 챌린저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이벌들이 유럽 스포츠카와 점점 닮아가서 아메리칸 머슬카의 특성이 점점 옅어지는 것과 달리 챌린저는 현대적인 섬세함 따위는 개나 줘버린 마초 스멜을 뿜어내고 있지요.
이번에 등장한 녀석은 그 중에서도 슈퍼차저를 올린 챌린저 SRT 헬캣입니다. 악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707마력을 뿜어내는 괴물이죠. 문제는 이 헬캣보다도 더한 상위 버전이 존재합니다. SRT 데몬이라는 녀석인데 이 쪽은 무려 852마력에 달하죠. 하이브리드가 아닌 깡휘발유 엔진에 말입니다.
#2. 부산국제모터쇼, 이대로 좋은가
개최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매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이걸 감안해도 올해 모터쇼는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년 대비 질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모터쇼 부스 운영할 비용으로 마케팅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전 세계의 모터쇼에 적용되는지라 북미 오토쇼같이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모터쇼조차 불참 브랜드가 속속 늘어나는 지경에 이르게 된지라 부산 모터쇼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오히려 CES같은 가전제품 전시회에 메이저 브랜드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출품되어 전시되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모터쇼에서도 그런 트렌드를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고 말이죠. 자동차 시장이 통째로 바뀌는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는 전통적인 모터쇼는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왠지 올해는 그 극단을 본 것 같지만 이게 시작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차덕후 입장에서는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각설하고, 부산광역시 입장에서 부산국제모터쇼는 그럭저럭 고정적인 수익을 내는 행사였지만 현재처럼 참여 브랜드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면 존폐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차 몇 대와 컴패니언 모델 몇 명 세워두면 알아서 관람객이 모이는 구조를 탈피할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지만... 제가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월급쟁이 안 하죠. 넵.
이상, 올해의 부산국제모터쇼 관람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