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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국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 서울모터쇼
작년에 개최된 부산국제모터쇼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5년에는 서울에서 모터쇼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제 개최지는 서울에서 거리가 꽤 먼 경기도 고양시의 전시장인 킨텍스이지만 공식명칭으로 서울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그러려니 합시다. 거대한 자동차 영업장이라는 평을 받는 부산국제모터쇼와는 달리 그래도 매년 어느정도의 볼거리를 보장해주는 행사이지만 울산에 거주하는 제 입장에서는 한 번 찾아가보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리스크를 안겨주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 평일 하루를 비우고 원정을 떠났습니다. 이런 종류의 행사를 관람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말에는 무지막지한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자동차를 관람하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다들 왜 그렇게 사은품에 관심들이 많은지 원...
평일에 모터쇼를 관람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기에 작정하고 새벽에 출발했으나... 시외버스 시간표가 꼬인 것이 화근이 되어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곽만 먹고 쉬지 않고 달렸음에도 정작 킨텍스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반을 넘겨서였습니다. 승용차로는 접근성이 꽤 괜찮다고 알려진 킨텍스였지만 지하철과 시내버스로만 찾아가기에는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그러고보니 2011년에는 학교 버스로 갔었지...
공식적으로는 오후 8시 폐장이지만 실질적인 폐장시간은 30분 더 빨랐기 때문에 1전시장과 2전시장 간의 이동시간을 제외한 실질적인 관람시간은 고작 4시간 반, 보려고 점찍어둔 차는 많고 시간은 빠듯하기에 짧은 다리로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평온한 전시장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분은 지금 속고 계십니다.
그런데 평일에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답니까. 단체 관람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 관람객 인파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모터쇼 보려고 휴가라도 낸 걸까요. 프레스데이처럼 편하게 사진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완벽한 오산이었습니다. 평일도 이 정도인데 주말이라면... 어우.
#1. 서울모터쇼,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한국 최대의 컨벤션 센터를 꼽자면 아무래도 서울의 코엑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도 단일 전시장으로서의 가용면적은 코엑스가 가장 넓습니다. 하지만 킨텍스의 1전시장과 2전시장을 합치면 가용면적으로 한국 최대가 됩니다. 이번 모터쇼의 경우 두 전시장을 모두 활용하면서 관람에 필요한 체력 부담이 꽤 커졌습니다. 두 전시장 간의 거리가 만만치 않거든요. 동아오츠카가 이걸 노리고 전시장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오로나민C 판촉행사를 했는데 점심을 거르다시피 했던 탓에 한 병 받아마시니 무슨 포션 마신 것처럼 정신이 잠시 번쩍 들더군요. 당분 만세.
사진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본문은 두 파트로 분할했습니다. 아래의 접기 링크를 눌러서 본문을 펼칠 수 있습니다.
※ 제조사 및 차종 정렬 순서는 작성 편의에 따른 철저한 임의입니다.
▶ 현대자동차
한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인만큼 본관 격인 1전시장에 부스를 설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2전시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전시장에 굵직굵직한 수입차 업체들이 여럿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도일까요.
현대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차량은 월드 프리미어*1로 공개되는 컨셉트카인 HND-12 엔듀로입니다.
[*1 프리미어(premier) : 영어로는 '최고의', '제1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어로는 '처음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터쇼에서 말하는 프리미어는 프랑스어를 차용하여 '최초공개'를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즉, 월드 프리미어는 세계 최초공개, 아시아 프리미어는 아시아 지역 최초공개라는 뜻이죠. 종종 국산차에 월드 프리미어 표기가 된 것을 보고 "저게 세계최고라고? ㅋㅋㅋㅋ"라고 비웃으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블루오션을 넘어 슬슬 레드오션으로 넘어가는 조짐이 보이는 소형 CUV 시장에 현대도 드디어 가시적인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에서는 이런저런 낌새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현대가 소형 CUV에 손대고 있다는 흔적을 드러낸 것은 엔듀로가 최초입니다. 비록 양산이 요원한 컨셉트카 단계이긴 하지만요.
엔듀로와 함께 메인에 오른 차량 그 두 번째, 얼마 전에 풀 체인지되어 시중에 팔리기 시작한 3세대 투싼입니다. 어째 싼타페와 심히 닮은 모습이 되었죠. 시리즈 최초로 1700cc 다운사이징 엔진 라인업을 신설하여 당분간 소형 CUV 수요를 커버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메인 스테이지 모델 그 세 번째,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입니다. 외형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것을 공유합니다. 살짝 맹해보이는 기본형 LF 쏘나타에 비하면 하이브리드 쪽의 리터칭이 훨씬 낫군요. 이전 세대 YF 쏘나타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삼엽충으로 만들어놓던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 디자인도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군요.
부스 뒷편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투싼 FCEV를 시승할 수 있는 짧은 코스를 만들어두었습니다. 이 덕분에 사진 찍는 내내 전기차 두 대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니 이런 실내 시연도 가능하군요.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녀석 중 하나, 투싼 FCEV입니다. 개발시기가 시기인만큼 현 세대의 TL이 아닌 전 세대 LM(=투싼 ix)을 베이스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양산 및 정식 시판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안드로메다에 근접하는 가격이 발목을 잡지만 차후에 기술이 발전하면 가격 또한 낮아질테니 가까운 장래를 기다려봅시다.
얼핏 보면 평범한 벨로스터처럼 보이지만 이 쪽도 컨셉트카입니다. 이름은 RM15 벨로스터 미드십 컨셉트. 이름 그대로 원래는 FF 구성인 벨로스터를 MR 구성으로 변경한 사양으로 미드십 엔진 배치의 영향을 받아 벨로스터의 특징 중 하나인 비대칭 도어가 삭제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작년에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모델의 개수사양으로 엔진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2000cc 300마력 세타Ⅱ 털곱등이T-GDI 엔진입니다. 현대는 이 차를 미드십 스포츠카 개발의 데이터를 쌓는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죠.
현대차 부스에는 튜닝 컨테스트 수상작 등 실제 오너들이 출품한 튜닝카 몇 대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진에서 소개할 모델은 다소 특이한 케이스로 한국 자동차 튜닝협회 명의로 투싼 TL을 튜닝한 사양입니다. 번호판에 보이는 투싼 KATMO의 'KATMO'가 바로 한국 자동차 튜닝협회의 약자입죠. 튜닝협회가 레퍼런스를 제시한 만큼 튜익스 파츠는 이 쪽을 참고해서 나올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 기아자동차
기아차 부스는 전반적인 구성도 좋은 편이고 항상 깨알같은 아이템을 마련해놓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모터쇼에 참관할 때마다 기대를 가지는 부스입니다. 신차 버프를 제외하더라도 부스 구성은 올해도 제법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기아차 부스의 메인이라면 단연 2세대 K5입니다. 1세대(TF)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국내외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전적이 있는만큼 기아로서는 그 후속모델을 내놓는 데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여기에 기아가 내놓은 대답은 수 개월 전에 공개된 중형 왜건 '스포츠스페이스' 컨셉트카와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이 모델입니다. 전 세대의 에센스를 2세대 JF에서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의미죠.
그나저나 얘 안개등 어디 갔나요. 설마 요즘 트렌드를 따라 주간주행등이 안개등 겸용인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긴 했지만 작년 부산모터쇼의 현대 AG(=아슬란)와 마찬가지로 외형만 공개되었습니다. 새까만 틴팅지로 창문을 가려놓아서 실내를 전혀 볼 수 없도록 만들어뒀지요.
2세대 K5를 내놓으면서 기아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두 개의 얼굴, 일곱 가지 심장'입니다. 즉, 같은 차량에 2종의 디자인과 7종의 엔진을 내놓았다는 의미죠. 이왕 두 가지 버전의 디자인으로 만들 거였으면 벤츠 C 클래스처럼 좀 더 확실한 차이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덧붙여 처음 소개한 사양은 '스포티 스타일', 위 사진의 사양은 '모던 스타일'로 명명되었습니다.
스포티 스타일이 트윈 머플러라는 것을 제외하면 두 사양 모두 스키드 플레이트를 제외한 후면 디자인이 동일한데 트윈 머플러가 전작처럼 T-GDI 엔진의 특전인지, 아니면 스포티 스타일의 요소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스포티 스타일 사양에만 털곱등이 딱지가 붙어있었거든요.
언제나처럼 컴패니언 모델 단독샷은 라지 사이즈로 준비해드렸습니다 고갱님.
그나저나 이 사진은 노출과다로 명부를 거하게 날려먹어서 수습이 안 되는군요. 이 무슨 퓨어 화이트...
기아에서 내놓은 컨셉트카는 KND-9 노보입니다. 이 쪽도 월드 프리미어입죠. 컨셉트카라고는 하지만 호랑이코 그릴을 비롯한 피터 슈라이어 특유의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조금만 손보고 곧바로 양산해도 될 것 같은 익숙함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덩치가 제법 있어보이지만 공식 자료상의 분류는 준중형급 스포트백입니다. 이 클래스의 고성능 지향 현기차들이 늘 그렇듯이 공개된 파워트레인은 1600cc T-GDI 엔진에 7단 DCT 조합입니다. 이런 털곱등이 성애자들같으니...
현대차 부스에서 쏘나타와 투싼이 부스를 느릿느릿 굴러다녔다면 기아차 부스에서는 쏘울 EV가 자동주차 시스템을 켜고 똥개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자동주차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자동주차 붙은 차를 타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범퍼에 달린 포크 두 쌍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그게 맞습니다. 20세기폭스 사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으로 쏘렌토에 영화 엑스맨의 테마를 적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엑스카죠. 앞범퍼+뒷범퍼에 달린 포크 세 쌍은 당연히 울버린의 상징인 아다만티움 클로에서 따온 것입니다.
서울 노선을 운행하는 울산 시외버스 회사가 사랑하는 차종*2이라 개인적으로는 가장 익숙한 대형버스인 그랜버드입니다. 모터쇼에서 매년 볼 때마다 왜 나오나 싶던 그랜버드 이노베이션이지만 올해는 충분히 나올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로6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사양을 맞추면서 이것저것 제법 뜯어고친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현대 트라고 엑시언트에 먼저 적용된 기술이긴 하지만 역시 저 덩치에 차체자세 제어장치가 달린다는 사실은 경이롭습니다.
[*2 버스회사들은 해당 차종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특정 제조사의 버스만 지속적으로 출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품 수급 및 정비 매뉴얼의 단일화로 운영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죠. 버스 제조사들이 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저마다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단골고객들의 영향이 큽니다.]
▶ 한국GM
작년 부산모터쇼와 마찬가지로 기아차 부스의 바로 옆집에 같은 규모의 대형 부스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옆집과 비교되는 부스 구성 또한 여전했습니다.
한국GM의 밥줄인 M300 스파크의 풀 체인지 후속모델인 M400 스파크가 공개되었습니다. 월드 프리미어로서 공개가 되긴 했는데 정작 모터쇼 몇 주 전에 한국GM 관계자의 삽질로 공장에서 조립 중인 사진이 공개되면서 살짝 김이 샌 감이 있긴 하죠. 전면 디자인은 사실 쉐보레보다는 현대차가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입니다. 저는 이걸 보고 현대의 해외시장용 경차인 i10이 가장 먼저 생각나더군요.
후면의 디자인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차량인 오펠 칼과 대동소이합니다. 그냥 칼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죠. 그래도 시크릿 도어만큼은 스파크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는지 칼과는 달리 뒷문 도어캐치를 C필러에 숨겼습니다.
턴테이블이 아닌 플로어에 전시된 차량들은 제각각의 커스텀 바디킷이 적용된 상태이고 탑승이 가능하도록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M300 시절과 비교하면 강산이 변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양으로 때려넣은 편의장비가 가장 먼저 눈에 보이더군요. 오죽하면 그 옵션 빵빵하다는 모닝도 울고 갈 정도입죠. GM차가 편의장비로 동급 현기차를 이기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으리...
다만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제원은 정식 출시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작정인지 모터쇼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는 3기통 엔진+CVT 조합이라는 것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죠. 혹시나 해서 엔진룸을 열어보려고 엔진룸 개방 레버를 찾아보니 레버를 아예 뽑아버렸더군요.
한국 모터스포츠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쉐보레 레이싱 팀은 서울모터쇼에서 슈퍼레이스 2015 시즌 출정식을 열었습니다. 그 주인공인 크루즈 레이스카는 작년에 선보였던 어메이징하게 우려먹은'어메이징 뉴 크루즈' 페이스 리프트에 맞춰 외형 일부가 변경되었습니다.
한국GM 부스에서 소개할 차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아니 진짜로요. 나머지는 아베오 올란도 말리부 등등 죄다 시중에 팔리는 양산차로만 꾸역꾸역 우겨넣어서 그 큰 부스가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니들 스파크 풀 체인지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냐...
▶ 르노삼성자동차
작년에는 향토기업 타령만 실컷 하면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눈길이 가는 아이템을 여럿 들고 나왔습니다.
르노삼성이 오랜만에 르노가 아닌 르노삼성 브랜드로 컨셉트카 이오랩을 공개했습니다. 아니, 이 쪽은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을 하는 중이니 컨셉트카보다는 프로토타입으로 보는 것이 더 적당하겠군요. 이 녀석의 키 포인트는 유럽 공인연비 기준 100km/L에 달하는 괴이한 연비입니다. 작년에도 폭스바겐에서 111km/L짜리 연비변태 한 놈이 나왔는데 올해는 르노 그룹 차례군요.
그래도 연비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괴이한 생김새가 되었던 폭스바겐 XL1과는 달리 이오랩은 그럭저럭 자동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아시아 프리미어라는데 어디서 선공개를 했던 걸까요.
미니 클럽맨의 그것처럼 오른쪽에만 수어사이드 도어*3가 적용된 3도어 타입입니다. 그나저나 센터페시아 전체를 터치스크린으로 뒤덮는 저 인테리어는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군요. 테슬라 모터스가 이상한 것을 유행시켰어...
[*3 수어사이드 도어(suicide door) : 뒷문의 힌지가 뒤쪽에 걸려있어 앞문과 뒷문이 마주보면서 열리는 형태의 도어를 말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자살 문'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인데 하차 도중 뒷차가 열린 문을 추돌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온로드 레이스의 대명사라 하면 역시 포뮬러 1, 통칭 F1입니다만 기름 퍼먹는 괴수들이 날뛰는 경기인만큼 F1은 언제나 환경단체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F1의 주관 단체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신설한 대회가 전기자동차를 사용하는 오픈휠 온로드 레이스인 포뮬러 E입니다. 그리고 르노삼성은 르노 팀의 포뮬러 E 머신인 Spark-Renault SRT_01E를 부스에 올렸습니다.
대회 규정상 다른 머신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작년에 갓 시작한 대회인만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현재는 모든 팀이 이 차량으로 참가합니다. 본의아니게 원메이크 레이스가 된 셈이지만 순수하게 드라이버의 실력과 전략싸움으로 경쟁하는 원메이크 레이스 특유의 매력 덕분에 우려와는 달리 대회 초기의 호응은 의외로 좋은 편입니다.
SM5 LPG 사양은 도넛형 가스용기를 양산차 최초로 탑재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 덕택에 가스통에 LED 장식을 둘러놓은 뭔가 기묘한 전시물을 만들었습니다.
부스의 상당히 구석진 곳에 격리(?)되어 배치되었지만 이래뵈도 르노 그룹의 야심작으로 준비된 MPV인 에스파스입니다. 4월 중 유럽 출시를 앞두고 선공개되었다고 하죠. 작년에 부산모터쇼에서 전시되었던 컨셉트카인 이니셜 파리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르노삼성에서는 르노와의 공통된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전략을 예고하는 차원에서 에스파스를 참고전시로 올렸다고 합니다만... 니들 이미 패밀리 룩 아니었어?
▶ 쌍용자동차
주최 측과의 불화설을 비롯한 수많은 추측만을 남기고 작년에 불참했던 쌍용차가 다시 모터쇼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1년 거르고 나오는만큼 이번에는 뭔가를 단단히 준비해서 들고 나오지 않으면 곤란하겠죠.
오래간만에 보는 쌍용의 월드 프리미어, XAV입니다. 쌍용의 컨셉트카는 언제나 이름이 어렵군요. 디자인을 보고 "어 이거!"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닌게 아니라 쌍용의 과거 히트작들, 특히 1세대 '각코란도'와 2세대 '뉴코란도'의 디자인 요소를 상당히 많이 이어받았습니다. 쌍용차의 올드팬이라면 대부분 쌍수 들고 환영하지 않을까 싶군요. 현재 코란도 브랜드로 팔리는 쌍용차들보다 더 코란도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녀석입니다.
깍둑깍둑한 직선 덕분인지 분명히 컨셉트카스러운 디테일을 박아넣어 완성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묘하게 복고스럽습니다. 적절히 손봐서 양산에 성공한다면 꽤 재미있는 물건이 될 듯 합니다. 루프는 파노라마 선루프 대신 캔버스 톱을 적용했고 파워트레인은 1600cc 엔진에 전기모터의 보조를 받는 구동계입니다.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이 벌려놓은 소형 CUV 전쟁터에 뛰어들어 제법 괜찮은 전과를 올리고 있는 쌍용의 야심작, 티볼리입니다. 차량의 셋업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쓴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시장에서의 호응은 상당히 좋습니다. 꽤 오랫동안 부진에 빠졌던 쌍용으로서는 숨통이 트이게 해준 효자라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소형 CUV 시장의 진짜 승부는 티볼리와 트랙스의 디젤 사양이 출시된 이후부터 가능할 듯 하군요. 한국 시장 특성상 이런 클래스의 차량들은 아무래도 디젤 엔진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현대자동차/상용차 부문
상용차 부스는 대체적으로 주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현대가 따끈따끈한 상용차 신차를 두 종이나 내놓았기 때문이지요. 본진이 2전시장에 눌러앉고 멀티 격인 상용차 부스를 1전시장에 집어넣은 것은 나름대로의 자신감의 표시일지도 모릅니다.
현대 상용차 부스의 주인공 그 첫 번째, 유럽 시판명인 H350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알려진 쏠라티입니다. 모터쇼 직전까지 H350이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가 모터쇼 보도자료를 통해서 뜬금없이 한국 시판명이 공개되었죠. 사실 이 사진에서 보이는 흰색 쏠라티는 상용차 부스가 아닌 2전시관에 있었고 1전시관 상용차 부스에도 쏠라티 두 대가 더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된 차량으로 벤츠 스프린터, 포드 트랜짓 등과 경쟁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사실상 처음 선보이게 되는 카테고리로 그랜드 스타렉스와 카운티 사이에 포지션을 잡게 됩니다.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차량 아니랄까봐 기본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입니다. 자동변속기 사양은 추후에 추가된다고 하는군요. 그랜드 스타렉스와 마찬가지로 변속레버는 센터페시아에 붙어있습니다.
이 쪽은 1전시관의 쏠라티들입니다. 이 차의 출시 소식이 처음 알려졌던 시기에는 단지 14~16인승 버스라는 이유로 그레이스, 봉고3 코치, 이스타나 등 현재 멸종한 15인승 원박스 승합차의 대체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이 많았지만 정작 예상가격이 5천만원대로 알려지자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비싸다고 뜬금없이 욕을 먹었죠. 그런데 저 덩치에 스타렉스보다 싼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참, 16인승 사양은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요구합니다. 1종 보통으로 운전할 수 있는 한계가 15인승까지거든요.
유럽에서는 화물수송용을 비롯한 다목적 차량으로 판매될 예정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승합수송용부터 의전, 비즈니스 등의 용도까지 커버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명 '연예인 밴'으로 불리는 고급 컨버전 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면 돈 좀 더 쓰더라도 3점식 안전벨트 달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쏠라티는 밴 버전과는 별개로 카고 버전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 이 녀석은 단종 상태인 포터 1.25톤을 이어받게 될 것 같군요. 리베로 이후로 끊어졌던 세미보닛 트럭의 계보 또한 다시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하비와 베라크루즈에 탑재되는 3000cc S 엔진이 탑재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500cc A2 엔진이 탑재되었습니다. 그나마도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마력과 토크가 소폭 디튠된 170마력 사양입니다. 상위 모델인 카운티의 F 엔진도 170마력인지라 적어도 마력 수치만 보자면 문제가 없긴 한데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훨씬 더 큰 덩치를 갖고도 오히려 디튠된 엔진을 올린 의도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어차피 110km/h 속도제한 걸려서 괜찮다는거냐...
현대 상용차 부스의 주인공 그 두 번째이자 상용차 부스의 월드 프리미어는 3세대로 풀 체인지된 마이티입니다. 2세대 모델이 1998년에 출시되었으니 무려 17년동안 사골을 우려내다가 풀 체인지를 하게 된 것이죠. 전반적인 스타일은 기아 파맥스 때부터 이어내려진 인상 더러운(...) 얼굴을 유니버스 등 최근 출시되는 상용차 디자인 패밀리 룩에 맞춰 다듬은 모습입니다.
세미보닛 스타일이 아닌 캡오버 스타일인 것은 여전하지만 캡에 고장력 강판의 비중을 늘리고 차체자세 제어장치 등의 안전장비를 늘려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자료 상으로는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도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전시차량은 전/후륜 모두 드럼 브레이크인 것을 보면 선택사양인 모양입니다.
풀 체인지라는 명목에 걸맞게 섀시 프레임을 새로 만들어 차체강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아재들 과적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유로6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SCR 시스템을 신설하면서 전작 대비 1000만원 가량 오를 것으로 예고되었습니다. 마이티 뿐만 아니라 상용 디젤차들 대부분이 유로6 규제를 맞추기 위한 기술을 때려넣으면서 가격이 대폭 인상될 예정이죠.
2세대 마이티와 데뷔 동기인 카운티는 아직 풀 체인지 예고 없이 SCR 시스템만 새로 탑재하여 유로6 규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요소수 탱크가 차체 하단에 들어가면서 루프온 에어컨으로 변경된 것은 그 덤이죠. 과연 이 녀석은 체어맨을 뛰어넘는 실러캔스가 될 수 있을까요. 일단 1년만 더 채우면 체어맨과 타이 기록입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천연가스 하이브리드 차량인 블루시티입니다. 기존 CNG 버스 대비 30~40% 정도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정작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는 시스템의 이질적인 반응속도 때문에 평판이 나쁜 차량이기도 합니다. 서울시가 대우 BS106에 타요 버스 랩핑을 올려 재미를 보고 있을 적에 현대가 제대로 삐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앙금인지 아예 모터쇼에 타요 버전을 들고 나왔군요. 근데 원작 디자인 상 타요 랩핑은 현대 시티 계열보다는 대우 BS 계열이 더 어울리긴 합니다. 그러고보니 자일대우버스는 올해도 안 나왔군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모터쇼의 유일한 대형트럭인 트라고 엑시언트입니다.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못 타봤습니다.
▶ 파워프라자
본래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전자부품 회사로 시작한 기업으로 초창기에는 그저 수많은 중소 전기차 제조사들 중 하나였지만 꾸준한 신작 출시로 업계인들에게 눈도장을 찍어가고 있는 기업입니다.
수 년 전에 '예쁘자나'라는 이름으로 소형 전기차가 공개되었을 때는 이름과 달리 엉성한 모습이었지만 꾸준한 개량 덕인지 현재 선보이고 있는 예쁘자나 R은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출품을 위한 신작을 기획하고 있었으나 무심결에 툭 던진 로드스터 기획안이 의외의 결과물로 완성되어 현재의 출품작이 되었다는 후기가 있습니다.
파워프라자 부스에는 예쁘자나 R 이외에도 봉고3과 라보의 전기자동차 개조사양도 출품되었지만 이 녀석들은 외형상 원본과 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인지 부스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 코니자동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기업일텐데 쌍용과 르노삼성 출신의 연구원들이 모여 작년에 설립한 회사라고 합니다.
이 회사의 유일한 출품작은 일명 '코니트럭'이라는 별칭이 붙은 0.5톤 픽업트럭 TX-500e입니다. 경차 규격을 만족하는 차체로 전기자동차 버전과 디젤엔진 버전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1950~60년대 미국 픽업트럭을 데포르메 시켜놓은 듯한 스타일이 인상적이죠. 본래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하여 개발했다고 하지만 라보 외의 경트럭이 없는 한국 시장에서도 가격만 적정선이라면 좋은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삼천리자전거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차량으로 취급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제조사는 아니지만 '차량' 제조사로서 참가했습니다.
뭘 찍어야 할 지 몰라서 전부 찍어드렸습니다 고갱님.
자전거 쪽은 아는 게 없다보니 어떤 녀석이 눈여겨봐야 할 자전거인지를 모르겠군요. 그냥 이런 부스가 있다 정도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1)
▶ BMW
i3으로 그럭저럭 재미를 본 BMW가 이번에는 아예 i 시리즈를 제대로 뿌리내릴 작정인 모양입니다.
BMW 부스의 메인은 전기자동차 라인업인 i 시리즈,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i8입니다. BMW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고작 1500cc 3기통 엔진을 얹고도 전기모터와의 조합을 통해 362마력 상당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했습니다.
공기저항계수를 극단적으로 낮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양산차처럼 보이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데 실제로도 컨셉트카 시절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2011년 서울모터쇼에서 VED라는 이름으로 컨셉트를 먼저 선보였던 적이 있었죠. 이 당시만 해도 양산 확정이라는 소식에 디자인이 얼마나 무뎌질 지 궁금했는데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테일램프의 레이아웃을 제외하면 컨셉트카 시절의 디자인과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차량 외적인 화제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 차를 사전계약한 사실이 알려져 '그 분의 차'로 유명해지기도 했죠.
'씬 스틸러'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i8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 데뷔한 640d 그란쿠페와 650i 컨버터블은 정작 i8의 그늘에 가려 모터쇼 현장에서는 씬 스틸러라는 이명이 빛이 바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도로에 나가면 씬 스틸러가 되겠죠.
하츠네 미쿠와 굿스마일 레이싱의 팬이라면 친숙할 그 녀석, 굿스마일 레이싱에게 두 번의 GT300 클래스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준 Z4입니다. 아쉽게도 올해부터는 굿스마일 레이싱이 벤츠 SLS AMG로 슈퍼GT에 참전하면서 미쿠 Z4의 이타샤 전설은 종료되었습니다.
데뷔 당시부터 기아 카렌스 디자인 표절설을 비롯한 여러 구설수를 만든 BMW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입니다. 실물로 보니... 카렌스 닮긴 닮았군요.
꽤 재미있는 올드카가 등장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자동차보다는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녀석은 이세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세타는 원래 이탈리아 이소社의 차량이지만 BMW가 1955년에 이 차의 생산라인과 권한을 이소로부터 인수한 이후 BMW 브랜드의 차량이 되었죠. 덤으로 BMW 드라이빙 센터에 가면 종종 이 녀석이 실제로 굴러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인승 차량이지만 아무리 봐도 두 명이 타기에는 좁아보이는데 이 점이 되려 부각을 받아 포옹상자(cuddle box)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연인들의 스킨십용 차량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뭐 이런 불건전한 이유 외에도 이세타 시리즈는 저렴한 차값과 유지비 덕분에 높은 판매고를 올려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던 BMW의 좋은 구원투수가 되었죠. 데뷔 당시의 이세타는 후륜이 하나인 3륜차였지만 추후에 4륜 버전이 추가되었습니다.
▶ 미니
이전까지는 BMW의 곁다리 정도 규모의 부스로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저 옆의 거대한 BMW 부스와 비교해도 그렇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부스를 들고 나왔습니다.
미니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을 꼽자면 바로 이 녀석,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입니다. 이탈리아어 Superleggera(매우 가벼운)를 차명에 차용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디자인 요소를 다량 버무린 컨셉트카입니다. 자세히 보면 도어와 해치를 제외한 부분이 판재 한 장만으로 구성된 유니바디죠.
그나저나 드디어 미니도 여자 컴패니언 모델을 기용했군요. 이전까지는 차들이 죄다 맨자 돌림이라 그런지 남자 모델만 나왔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미니=영국이라는 정체성을 남기고 싶었는지 테일램프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그대로 갖다 박아놨습니다.
미니 시리즈의 끝판왕을 꼽자면 미니를 일약 대스타로 만든 일등공신인 카 레이서 존 쿠퍼의 이름에서 따온 JCW(존 쿠퍼 웍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JCW는 존 쿠퍼가 설립한 튜닝샵으로 존 쿠퍼 사후 아들이 운영해오다 2007년에 BMW에게 인수되면서 아예 정식 트림으로 자리잡게 되었죠. 3세대 미니에 맞춰 미니 JCW도 새로운 모습과 역대 미니 중 최고성능의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하고 등장했습니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미니 쿠퍼'를 차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쿠퍼'는 트림명입니다. 한국에서는 깡통 트림이 수입되지 않고 쿠퍼 트림부터 수입되는 탓에 죄다 쿠퍼 엠블럼이 붙어있다보니 아예 쿠퍼가 차명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례가 많더군요. 물론 쿠퍼라는 이름의 유래는 앞서 설명한 존 쿠퍼입니다.
수어사이드 도어를 적용한 미니 클럽맨으로 재미를 봤는지 3세대에 들어서는 아예 미니 5도어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미니 최초의 5도어인데 3세대 미니 들어 미니 특유의 영국 감성이 BMW의 독일식 디자인으로 희석되었다는 비판과 더해져 어째 초창기의 반응은 썩 좋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을 고르라면 빠지지 않고 리스트업되는 다카르 랠리를 정복한 패왕이 등장했습니다. 완주율 50% 미만인 괴악한 코스 덕분에 완주만으로도 인정받는 '죽음의 랠리'에서 4년 연속으로 우승한 미니 컨트리맨 올4입죠. T3(완전개조) 부문에 출전한 차량인만큼 껍데기만 컨트리맨이고 알맹이는 철저하게 개조된 사양입니다.
덧붙여 국산차의 다카르 랠리 최고성적은 쌍용 코란도 훼미리(1994년)와 기아 스포티지(2001년)가 T3 부문에서 기록한 5위입니다.
BMW 부스처럼 미니 부스도 추억의 명차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모든 미니의 선조, 로버 미니입니다. 1959년부터 2000년까지 특별한 설계변경 없이 생산을 지속한 진정한 장수만세 모델이죠.
출품된 차량은 개인 오너가 보유한 차량인지 한국 번호판이 붙어있는데 휠의 디자인이나 차량의 상태를 보면 최후기형인 파이널 에디션으로 추정됩니다. 최후기형이라고 해도 1990년대 말에 생산된 차량이니 차주가 이 차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죠.
▶ 메르세데스 벤츠
컴패니언 모델을 세우지 않는다는 전통은 올해도 여전합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모터쇼를 달군 키워드 중 하나가 '벤츠녀'일 정도로 안내데스크 진행요원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벤츠 부스가 미녀로 주목받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마이바흐 62가 판매부진으로 단종된 이후 또다시 역사 속으로 묻히는 줄 알았던 최고급 수제 자동차 브랜드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의 이름을 빌려 부활했습니다. 6세대 S 클래스의 최상위 모델에 마이바흐의 이름을 부여한 것이죠. 그리하여 이름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입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라는 호화로운 수식어를 가지고 있었으나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단종 및 폐기된 마이바흐 브랜드는 2002년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부활했지만 지나친 프리미엄 영업전략 탓에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2012년에 다시 브랜드 폐기가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임러 그룹은 마이바흐라는 이름을 썩히기 아까웠던지 메르세데스-마이바흐라는 서브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다시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디비전인 AMG가 메르세데스-AMG라는 서브 브랜드로 분리된 이후 AMG의 플래그십인 SLS AMG의 후속모델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메르세데스-AMG GT입니다. 개발 당시에는 SLS AMG보다 한 체급 아래라는 의미에서 SLC AMG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메르세데스-AMG의 브랜드 정체성을 굳히기 위해서인지 현재의 AMG GT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됩니다.
벤츠의 전설적인 슈퍼카인 300 SL에서부터 계승된 SLS AMG의 걸윙 도어가 삭제되었습니다만 특유의 롱노즈 레이아웃은 여전합니다. 저 디자인 덕분에 FR임에도 무게배분은 MR에 가깝죠. 체급을 내린 이유는 슈퍼카였던 전 세대 SLS AMG와는 달리 데일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포르쉐 911을 저격하겠다는 소리죠.
군용차로서 개발된 것이 시초인 덕에 메르세데스 브랜드 내에서 혼자 옆동네 주민 포스를 풍기는 G 클래스, 그 중에서도 고성능 버전인 G63 AMG입니다. 모터쇼 쇼카로 G바겐을 전시할 거였으면 이왕이면 G63 AMG 6×6 버전을 들고 나왔으면 더 좋았을 뻔 했군요. 위엄이 철철 흐르고 패기가 넘치는 6륜구동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마이바흐가 부스의 메인을 잡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오징어(...)가 된 이전까지의 플래그십인 S 클래스는 턴테이블이 아닌 플로어로 내려왔습니다. 그나저나 작년까지만 해도 S 클래스는 문짝조차 열 수 없도록 전시해놨는데 1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변했군요. 저도 탑승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해주지 않더군요.
▶ 캐딜락
독일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가는 동안 존재감을 잃어가던 캐딜락이었지만 최근들어 높은 완성도의 차량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캐딜락의 턴테이블을 잡은 차량은 4세대로 풀 체인지된 에스컬레이드입니다. 사실상 미국형 럭셔리 SUV의 교과서 격인 모델로 천조국의 기상이 느껴지는 거대한 덩치가 인상적입니다. 저런 차들이 굴러다니는 미국이다보니 한국에서는 대형 SUV 취급인 기아 보레고(=모하비)가 북미 시장에서는 차 자체의 만듦새는 괜찮지만 크기가 어정쩡하다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죠.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던 캐딜락을 부활시킨 신호탄인 ATS, 그 중에서도 쿠페 사양인 ATS 쿠페입니다. 과거 미국차 하면 떠오르던 살짝 무디고 느슨한 감각을 보여주던 것과는 달리 유럽차들 못지않은 탄탄한 체질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고 있죠.
ATS와 마찬가지로 변화한 캐딜락을 상징하는 모델인 CTS입니다. 이제는 미국차가 BMW 5시리즈와 벤츠 C 클래스와 직접 경쟁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게 되었죠.
▶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를 사랑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토 씨네 식구들은 올해도 무지막지한 양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들고 나왔습니다.
토요타/렉서스 양 부스를 통틀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을 꼽자면 RC F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IS F, LFA를 잇는 렉서스의 고성능 라인업 F 시리즈의 신작이죠. 여기서 말하는 F는 일본의 레이스 트랙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RC F는 5000cc 자연흡기 V8 엔진으로 473마력, 53.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공개되었습니다. 터보를 적용한 다운사이징 엔진 열풍으로 자연흡기 엔진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오래간만에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퓨어 스포츠카가 등장한지라 차덕후들의 관심이 뜨거운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름만 봐서는 어째 RC F의 고성능 버전일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로 대중성을 지향한 버전인 RC350 F 스포트입니다. 이 쪽은 3500cc V6 엔진이 올라가죠. 렉서스는 이 두 대의 F를 '와쿠도키(わくわく+どきどき; 둘 다 '두근두근'이라는 의미의 의성어)한 차'라 칭하며 렉서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턴테이블과는 별도로 RC F 한 대가 거대 따봉 마네킹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조형물일까요.
렉서스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컨셉트의 신작인 스포츠 쿠페 컨셉트카 LF LC입니다. 사실 2012년에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바가 있어 신선도가 좀 떨어지는 녀석이긴 합니다.
소형화 파생모델인 프리우스 C를 포함해서 5도어 해치백만 주구장창 우려낼 것 같았던 프리우스의 가지치기 모델이 프리우스 V라는 이름표를 달고 한국에 등장했습니다. 사실 앞에서 보면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프리우스 V의 가장 큰 특징은 리어 뷰에서 드러납니다. 바로 왜건 타입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죠. 토요타는 이를 통해 경제성과 함께 실용성을 극대화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곳은 왜건의 무덤 대한민국입니다.
그나저나 5도어 해치백이나 왜건의 차명에 V가 붙으면 보통 알파벳 V가 아닌 로마숫자 5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얘는 뭐라고 읽어야 할 지 모르겠군요. 프리우스 브이? 프리우스 파이브?
하이브리드 장인 토요타가 이번에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에 손을 댔습니다. FCV가 그 결과물이죠.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의 약칭이 FCEV(Full Cell Electric Vehicle)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의없는(...) 작명입니다. 배기가스 대신 물만 배출하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테이블을 물방울이 퍼지는 형태로 꾸몄습니다.
토요타도 86이라는 걸출한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토요타 브랜드로서의 플래그십 스포츠카는 명맥이 끊긴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 토요타가 토요타 스포츠카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명목의 스포츠카 컨셉트를 공개했습니다. FT-1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현재까지 밝혀진 정보로는 이 차량의 양산 버전이 2002년에 단종된 스포츠카인 수프라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추측이 유력합니다.
▶ 혼다
일명 '기술의 혼다'라 불리는 그 회사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명에 어울리지 않는 부진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다시 혼다의 공돌이 정신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똘끼의 결정체인 미드십 경차 스포츠카 S660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아쉽군요.
혼다 또한 소형 CUV 시장에 선전포고를 내놓았습니다. HR-V가 그 주인공이죠. 혼다가 어필하는 강점은 예방안전 시스템인 '혼다 센싱'인데 과연 소형 CUV 시장에서 이 강점이 얼마나 먹혀들 지는 미지수입니다.
쉐보레 스파크(당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개발후기를 보면 경차 규격을 맞추다보니 뒷문 도어캐치를 넣을 공간이 없어서 C필러에 도어캐치를 내장한 시크릿 도어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녀석 또한 공간이 없어서 그렇게 넣은 듯한 모습입니다. 작은 체구에 굵직한 캐릭터 라인을 넣으면서 꽉 차보이는 모습을 가지고 있지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입니다. 그 중에서도 5세대 레전드의 하이브리드 사양인 레전드 하이브리드가 턴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이 녀석은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보다는 HR-V와 마찬가지로 혼다 센싱을 더 강조하고 있죠.
사실 레전드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의외로 오래되었습니다. 대우 아카디아가 2세대 레전드의 넉다운 생산 모델이었죠. 심지어 아카디아 초기 모델은 시동키와 혼캡에 대우 엠블럼이 아닌 혼다의 고급 디비전인 어큐라의 엠블럼이 붙어있었습니다. 이 탓인지 대우자동차가 망한 지금은 한국GM이 아닌 혼다코리아에서 아카디아의 사후정비를 담당합니다.
자동차 사업 뿐만 아니라 이륜차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혼다인만큼 오토바이 부스에도 꽤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모델은 플래그십 투어러인 골드윙의 40주년 기념 모델인 골드윙 F6C입니다.
자동차는 아니지만 진귀한 녀석이 함께 등장했습니다. 혼다의 이족보행 로봇으로 널리 알려진 아시모입니다. 친숙한(?) 외모와는 달리 저래뵈도 웬만한 최고급 슈퍼카와 맞먹는 몸값을 자랑하는 귀한 몸이죠.
▶ 푸조/시트로엥
꽤 오랫동안 프랑스 자동차의 무덤으로 여겨졌던 한국 시장이었지만 르노 캡처(=르노삼성 QM3)가 프랑스 자동차도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 프랑스 제조사들이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PSA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을 꼽자면 바로 이 녀석, 208 T16 파익스 피크를 꼽겠습니다. 출발점이 해발 2862m, 도착점이 해발 4301m로 무려 1439m를 등반하는 코스 덕에 '구름으로 오르는 레이스'라는 별칭을 가진 랠리 경기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에서 역대 신기록을 경신한 괴수죠.
배경 상단에 대략적인 스펙이 적혀있는데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부분은 제로백이 1.8초라는 것입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정신나간 물건인지를 짐작할 수 있죠. 덤으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실물이 아닌 랩핑입니다. 경량화를 위해 레이스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모두 제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위의 괴물을 제외한 푸조의 실질적인 얼굴마담은 208 T16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 508 RXH입니다. 508의 왜건 사양인 508 SW를 베이스로 삼아 전고를 높이고 아웃도어 주행에 어울리게끔 손질한 사양입니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볼보 크로스 컨트리와 같은 컨셉이라고 볼 수 있죠.
컨셉트카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이 놈도 양산차입니다. 이름은 C4 칵투스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범퍼와 도어에 둘러진 갈색 패드인데 이것의 용도는 다름아닌 충격흡수용 에어쿠션입니다. 문콕 방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군요.
전방위 방어 반응장갑에어쿠션에 묻힌 감이 있지만 이 차에는 세계최초 타이틀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바로 조수석 에어백이 대시보드가 아닌 루프에 수납된 최초의 모델입니다. 대시보드에 인형이나 향수를 올려두었다가 에어백 작동 상황에서 동승자를 크게 다치게 하는 사례가 이 차에서는 꽤 줄어들겠군요.
같은 그룹의 푸조 차량은 그래도 그럭저럭 길거리에서 보이는데 시트로엥 차량은 사실상 레어 아이템 취급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형 수입차들보다도 더 보기 힘든 얼굴들이죠. 전시된 순서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DS3 카브리오, DS3, DS5입니다.
▶ 시쿠/브루더
해외 모터쇼에서도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모터쇼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노리는 것인지 유독 자동차 완구 매장이 따라다닙니다. 예년에는 늘 조잡한 완구를 판매하는 가판대만 있었지만 올해에는 아예 완구 전문 제조사가 부스를 냈습니다.
독일의 완구 제조사인 시쿠 부스는 위의 사진과 같은 디오라마를 전시해둠과 동시에 현장에서 바로 판매대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독일 브랜드 아니랄까봐 아동용 다이캐스트 완구임에도 실차 재현율이 제법 높은 제품들이 많아 제 지갑도 잠시 위험할 뻔 했습니다. 차덕후 기질이 이런 곳에서 드러날 줄이야...
이 쪽도 마찬가지로 독일의 완구 제조사인 브루더의 부스입니다. 이 쪽은 완구라기보다는 그냥 대형 스케일 모형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꼼꼼한 재현이 인상적이었으나 현장에서 바로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 야마하
별의 별 분야에 다 발을 뻗고 있는데 그 분야 각각에서 업계 상위권을 랭크하는 문어발의 귀감 격인 야마하의 부스입니다.
야마하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이륜차, 즉 오토바이입니다. 물론 부스에 3륜 오토바이도 있었지만 그건 논외로 두고...
문제는 저는 오토바이에 대해서 문외한입니다. 그냥 이런 부스가 있다 정도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2)
▶ 선롱버스
최초로 한국 시장에 발을 뻗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로서 널리 알려진 선롱버스입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셔틀버스를 제공하기도 했죠. 누가 중국산 아니랄까봐 완성도 면에서 약간의 구설수가 있지만 이걸 감안하더라도 한국 시장 진출은 그럭저럭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롱버스가 내놓은 신차는 중형 시내버스인 시티 부입니다. 사실 사진 찍을 때만 해도 CT 800으로 알고 있었는데 포스트 쓰려고 자료 찾아보니 8이 아니라 B라는군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두에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중국제가 아닌 외제로 탑재하여 사실상 한국 시장 전용 모델로 구성되었죠. 전장 7.7m로 9m급인 국산 중형 시내버스에 비해 차체가 작지만 국산차와 비슷하게 35석의 좌석을 구겨넣는 대륙의 기상이 드러나는 모델이기도 하지요.
한국에 출시된 최초의 중국차이면서도 중형 전세버스 시장에서 그럭저럭 입지를 잡은 두에고 EX는... 이번 모터쇼에서는 딱히 전시할 생각이 없는지 거대 라바 인형으로 앞을 가려놓았습니다.
▶ 폭스바겐
양 옆에 국산차 부스를 끼고 국산차 부스와 비슷한 면적을 잡고있는 걸 보면 이제는 폭스바겐도 국산차가 아닐까 싶은 뻘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그만큼 도로에서 많이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서비스 센터 확충 좀 하란 말이야...
확실히 소형 CUV 시장이 트렌드가 된 것인지 폭스바겐도 숟가락을 얹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형 CUV만 몇 대 째야... 이번에 소개할 차량은 그 초석으로 볼 수 있는 컨셉트카인 티록입니다. 폭스바겐의 엔트리 SUV인 티구안보다 더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고 파워트레인은 골프 GTD의 2000cc TDI 엔진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프는 탈착이 가능한 타르가 톱입니다. 전시차량은 이미 루프가 날아간 상태이지만 보도자료로 공개된 사진은 뚜껑을 덮고 있죠.
그나저나 이 턴테이블은 조명 배치가 썩 좋지 않았던데다 LED 헤드램프가 심히 밝아서 사진 촬영에 여러 모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세팅을 잘못 잡아서 여기서 찍은 사진은 대부분 날렸군요.
현재 시판 중인 7세대 골프를 기준으로 최상위 모델은 이번 모터쇼에서도 전시된 골프 R입니다만 골프 팬들에게 있어 마음 속의 끝판왕 골프는 여전히 GTI입니다. 핫 해치의 대명사 골프 GT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컨셉트 모델인 디자인 비전 GTI 컨셉트가 아시아 프리미어로 턴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이름 그대로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제시하는 컨셉트카라고 하죠.
고성능 가솔린 사양 GTI, 디젤 사양 GTD에 이어 이번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양에 골프 GT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빨간 줄, 회색 줄에 이어 이번에는 누가 전기 아니랄까봐 파란 줄이군요. 폭스바겐은 이 녀석을 두고 친환경과 고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 포드/링컨
크라이슬러, GM과 더불어 미국 자동차 빅3으로 꼽히는 3사 중 가장 잘 나가면서도 정작 한국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인 포드입니다만 포드 유럽 연구소 주도로 개발한 신차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체면을 세우고 있습니다.
'몬데오'라는 이름은 한국 자동차 오너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퓨전'이라고 하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4세대 몬데오가 한국에서는 북미시장 명칭인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몬데오 디젤을 선보이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몬데오라는 이름을 정착시키기로 작정한 듯 합니다. 이전 세대 몬데오들은 한국 시장에서 썩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는데 몬데오라는 이름이 한국 시장에서 다시 몬데요? 취급이 될지, 아니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포니카이자 머슬카, 미국 자동차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머스탱이 6세대 모델로 풀 체인지 되었습니다. 유럽산 스포츠카를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5세대에서 선보여 레트로 열풍을 일으켰던 미국풍 레트로 룩 대신 유럽 포드 주도의 유럽풍 디자인 요소가 다량 포함된지라 정작 머스탱 팬들에게는 '퓨전 쿠페'라 불리며 평판이 썩 좋지 않습니다. 어째 3세대 미니의 영국맛 논란이 생각나는 대목이군요.
덧붙여 이번에 소개된 GT 버전은 한국에 수입되는 머스탱 중 최초로 5000cc V8 엔진이 탑재됩니다. 한국 시장에 도입된 또다른 머슬카인 카마로는 한국GM이 수많은 고성능 버전을 다 내버려두고 스타일 패키지인 카마로 RS만을 들여와서 팬들의 쓴소리를 먹었지만 머스탱 GT를 통해 한국에서도 미국산 대배기량 머슬카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들어 본업인 고급 세단보다는 SUV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링컨은 MKX의 2세대 풀 체인지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MKZ. MKC에 이어 링컨 SUV 특유의 패밀리 룩을 적용시켰습니다.
▶ 재규어/랜드로버
두 영국 브랜드가 인도 타타그룹에 팔려갈 당시에만 해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앞날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타타그룹 인수 이후의 행보는 두 브랜드 모두 의외로 순조로운 편입니다.
후륜구동 엔트리 모델인 XE가 한국 출시를 앞두고 턴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차체에서 알루미늄 합금 이 차지하는 비율이 75% 상당으로 운동성능 강화와 경량화를 노린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섀시를 지니고 있습니다. 포지션을 보면 영락없이 BMW 3시리즈를 라이벌로 잡고 있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에 SVO라는 디비전이 신설되었습니다. 고성능 버전 및 한정판 모델 제작, 특별주문 차량 제작, 올드카 복원 등 '특별한 차'의 제작을 담당하는 곳으로 벤츠 AMG나 BMW M보다는 포드 SVT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 SVO의 신작 3종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모델은 F-타입 프로젝트 7입니다.
프로젝트 7은 재규어의 명작 레이싱카 D-타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들이 으레 그렇듯이 한정판 모델로 한국에도 소량 판매될 예정입니다.
랜드로버의 SVO 신작 모델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과 레인지로버 오토바이오그래피 블랙입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고성능 트림 SVR을 부여받은 첫 번째 모델입니다. 저 덩치에 제로백 4.7초를 찍는 괴물급 파워트레인을 장착했지요.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레인지로버의 이명에 어울리게 오프로드 주파성능 강화를 위한 개량도 이루어졌습니다.
오토바이오그래피 블랙은 어째서인지 따로 찍은 사진이 없는데 운 좋게도 이 사진 상단의 스크린에 나왔군요. 이 쪽은 쇼퍼 드리븐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호화 옵션으로 중무장한 버전입니다.
9년째 사골을 우려내던 랜드로버의 막내인 2세대 프리랜더가 드디어 풀 체인지되었습니다. 풀 체인지와 동시에 디스커버리 스포츠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출시되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위의 SVR 말고...)가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사용하여 레인지로버의 하위모델로 출시된 전적이 있는 것을 보면 어째 랜드로버에게 있어 스포츠란 날쌘 차=작은 차라고 인식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덤으로 한국의 모 회사에게 있어 스포츠란 트럭의 동의어죠.
▶ 닛산/인피니티
적어도 한국 시장만 보자면 최근들어 가장 승승장구하는 일본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라면 그 반대급부로 이번 모터쇼에서는 그리 재미있는 볼거리가 없었다는 거죠.
닛산 부스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차량은 3세대로 풀 체인지된 플래그십 SUV인 무라노입니다. '달리는 스위트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안락한 거주성과 승차감을 무기로 내세우는 차종이지만 실용성과 경제성이 SUV의 덕목으로 취급받는 한국에서는 꽤 부진한 모습을 보였죠. 이러한 특성 탓에 유럽 시장, 그리고 유럽산 차가 잘 먹히는 한국 시장보다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경향이 강한 차종입니다. 이번에도 저중력 시트라는 것을 선보이며 승차감 향상에 주력했음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엔진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3500cc VQ 엔진 단일 라인업인데 북미가 아닌 다른 지역도 공략할 것이라면 디젤 엔진도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GT-R, 그 중에서도 전용 초경량 휠과 레카로 시트, 드라이 카본 스포일러로 꾸며진 GT-R 블랙 에디션이 턴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블랙 에디션이라고 해서 풀 카본 바디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군요.
작년 부산모터쇼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던 캐시카이는 무라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플로어로 내려왔습니다. 브랜드만 일제일 뿐 사실상 영국제나 다름없는 차량이고 철저히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덕인지 유럽차 좋아하는 한국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눈여겨보는 차종 중 하나입니다.
이 정도로 봤으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쥬크의 헤드램프는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됩니다. 마치 나방 날개에 그려진 위장용 눈을 보는 듯 하죠.
인피니티에서는 플래그십 세단 Q70의 롱 휠베이스 사양인 Q70L을 선보였습니다. 모터쇼 기간 중에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한국 시장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BMW 7 시리즈의 사례를 볼 때 대형 세단은 일단 길고 봐야 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감안하면 아마도 도입이 유력합니다.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SUV인 QX80은 압도적인 덩치와 곡선을 그리며 돌출된 후드 덕분에 보자마자 흰긴수염고래를 떠올렸습니다.
▶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에너지 기업인 인테그레이티드 에너지가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이하 'DE')과 전기차 공급계약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완성차를 선보였습니다.
DE의 첫 창립은 1907년입니다. 자동차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내연기관의 태동기에 이미 전기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텐데 DE도 그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의 전기자동차들은 가솔린 내연기관과의 경쟁에 밀렸고 DE 또한 1939년에 폐업했지만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다시 부활하면서 DE도 2008년에 다시 문을 열어 로터스 엘리스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전기자동차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스포츠카인 SP:01이죠.
...그나저나 가뜩이나 납작한 차를 맨바닥에 둔 것도 모자라 허리 높이의 벨트까지 쳐놓으니 사진 촬영에 애로사항이 꽃피는군요.
▶ 마세라티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스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줄 서서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한 바퀴 둘러보고 마감시간 근처에 천천히 들어가려고 했는데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마감시간이었습니다.
마세라티 창립 100주년 기념작인 그란 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 센테니얼 에디션이 작년 부산모터쇼에 이어 올해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름 한 번 징하게 길다...
그리고 바로 위의 그란 투리스모 센테니얼 에디션을 기반으로 한 컨셉트카, 알피에리 컨셉트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세라티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마세라티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알피에리 마세라티의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마세라티의 고전작인 A6GCS/53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부스에 출입하지 못했던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찍이서 망원으로 촬영했는데 예상대로 그게 마지막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번 모터쇼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군요.
▶ 벤틀리
마세라티가 선착순 출입으로 관람객을 통제하는 와중에 벤틀리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사전에 예약된 고객만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이 양반들은 아예 대놓고 모터쇼 부스를 영업장으로 쓰려는 의도가 넘쳐서 곱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벤틀리 부스의 메인은 컨티넨탈 GT3-R입니다. 이름 그대로 FIA GT3 규격의 레이싱카인 컨티넨탈 GT3을 베이스로 삼아 공도주행이 가능하도록 로드카 사양으로 손질한 한정판 모델입니다.
벤틀리의 기함, 뮬산입니다. 이름은 질리도록 들어봤는데 실물로 본 적은 처음이군요.
벤틀리 부스의 전시차량은 앞서 설명한 컨티넨탈 GT3-R과 뮬산, 그리고 이 사진의 우측에 보이는 오피러스플라잉 스퍼입니다. 플라잉 스퍼는 이름값에 비해 생각 외로 자주 보이는 차량이라 그런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어도 큰 감흥은 없군요.
▶ 아우디
일명 '독일 3사'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아우디는 이제 한국에서 모기업 폭스바겐의 차량만큼이나 흔히 보이는 준 국민차가 되었습니다.
아우디의 메인 턴테이블에는 4세대 A6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올랐습니다. 홍보자료 상으로는 경량화와 더불어 파워트레인의 개선이 이루어져 전 라인업에서 출력이 향상되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곧 도로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 되겠군요.
바로 옆에는 A6을 기반으로 한 패스트백 사양인 A7도 마찬가지로 페이스 리프트가 적용되어 전시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의 매끈함은 역시 A6보다는 A7이 더 돋보이는군요.
아우디의 악동, TT도 어느덧 3세대 풀 체인지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면서 인상이 상당히 날카로워졌습니다.
마스크는 날카로워졌지만 TT 특유의 쿠페 실루엣은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 포르쉐
어째 출품 차량은 많은데 닛산 부스와 마찬가지로 신선한 차가 딱히 없었다는 것이 흠입니다. 쉽게 보기 어려운 모델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군요.
포르쉐 부스의 유일한 코리안 프리미어 출품작인 911 타르가 4 GTS입니다. 7세대 911(=991)의 타르가 사양은 이미 국내에서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고성능 트림인 GTS가 추가되면서 신작 칭호를 받게 되었죠.
이전 세대 타르가들이 다른 오픈탑 사양들과 별다른 차별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991 타르가는 초대 타르가 특유의 C필러가 생략된 거대한 리어 글래스를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얼핏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타르가 톱이 전동식 탈착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 특이하다못해 황당한 리어 글래스 가동은 전통과 편리를 한 번에 잡는다는 것은 비효율이 따른다는 교훈(...)을 남겨줍니다.
뭐 이러쿵 저러쿵 해도 그 황당한 기믹을 집어넣어서라도 클래식 타르가 특유의 멋을 살려놓는 데에 전력을 다한 덕분에 이 녀석의 뒷태가 그리는 완만한 곡선은 충분히 매혹적입니다.
911 GT3는 911 카레라를 베이스로 하는 레이싱 버전입니다. 여기에서 실제 레이싱 참전 사양으로 개수되면 모델명이 GT3 R로 바뀌게 됩니다. 이왕이면 고성능 버전인 GT3 RS가 나왔으면 좋았을 뻔 했군요.
포르쉐의 상징이자 플래그십이라면 누가 뭐래도 911이지만 정작 포르쉐 팬들에게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포르쉐를 꼽으라면 카이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911과 동급의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면 911보다 빠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죠. 이 사진은 그런 카이맨 중에서도 카이맨 GTS입니다. 그나저나 악어 녀석, 호강하는군요. 컴패니언 모델을 두 명이나 끼고 있다니.
앞서 소개한 911 타르가 GTS와 카이맨 GTS 이외에도 911 카레라, 박스터, 파나메라의 GTS 버전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포르쉐 코리아는 이번에 내놓은 GTS들로 포르쉐의 정통 스포츠카 DNA를 강조한다고는 하는데... 이왕이면 이미 시판된 차들로 정통성을 어필하기보다는 포르쉐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모델이나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할 프로토타입 하나쯤은 선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군요.
#2. 올해의 서울모터쇼가 남긴 과제
- 한국에서 열리는 양대 모터쇼인 서울모터쇼와 부산국제모터쇼는 공통된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개최시기 근처에 다른 국가에서 모터쇼를 열었거나 열고 있다는 것이죠. 서울모터쇼는 미국의 북미국제오토쇼(舊 디트로이트 오토쇼), 부산국제모터쇼는 중국의 베이징 모터쇼와 개최시기가 겹칩니다. 문제라면 이 두 해외 모터쇼의 개최지가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인만큼 한국의 모터쇼에 비해 주목도가 비교조차 민망할만큼 높다는 것이죠. 당연히 한국 제조사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쪽의 전시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전 부스를 통틀어 달랑 3종, 그나마 하나는 기존 모델의 디젤 버전을 월드 프리미어로 내세웠던 작년의 부산모터쇼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았지만 올해 역시 한국 제조사들만 월드 프리미어를 공개했습니다. 모터쇼의 주목도를 결정하는 월드 프리미어를 해외 제조사가 출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 모터쇼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죠. 대형 해외 모터쇼와 맞서 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개최시기를 변경해서 정면승부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한국 모터쇼는 해외에서 총력전을 다하고 쉬어가는 곳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요. 한국 제조사들은 이 쪽이 홈 그라운드이니만큼 그래도 태도가 다르지만요.
- 매년 불거지는 문제인 컴패니언 모델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올해도 피해가지 못한 듯 합니다. 모터쇼 갔다왔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자동차 찍어왔냐?"보다는 "레이싱걸 찍어왔냐?"를 먼저 묻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모터쇼와 컴패니언 모델을 떼놓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컴패니언 모델 없이도 성공적으로 부스를 운영한 회사도 몇 군데 있지만 이 쪽은 주로 이름값 자체가 무기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죠.
모터쇼에서 컴패니언 모델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거의 공통적으로 "모델이 자동차 보는 것을 방해한다."입니다. 정확히는 모델이 방해한다기 보다는 모델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백통 카메라 부대들이 관람의 방해요소로 작용하죠. 개인적으로는 컴패니언 모델의 기용을 찬성합니다만 컴패니언 모델이 자동차와 겉돌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자동차는 뒷전으로 두고 스스로를 돋보이려고 노력하는 모델이 몇 명& 보이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물론 그 공존을 위한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상, 2015 서울모터쇼 관람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포스트를 적고 있는 와중에도 관람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