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18. 10. 3. 01:00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미놀타 카메라의 팬입니다. 물론 지금도 미놀타라는 회사 자체는 장사 잘 하고 있지만 카메라 사업부는 소니에게 매각한 지 12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미놀타 알파는 소니 알파로 이름이 이어지고 있죠.



어쨌든 새로운 알파 세븐을 구입한 지 어언 6개월.

A7III의 예약구매 한정판 패키지에는 꽤 멋진 통가죽 넥 스트랩이 사은품으로 제공되기에 이걸 차고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복병을 만나게 되죠.


...이 스트랩, 내부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있긴 한데 역부족입니다. 어깨에서 사정없이 흘러내리는 스트랩을 보고 스트랩을 교체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기억 속에 묻어둔 존재 하나를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숙원사업 하나를 이루고자 합니다. 바로 미놀타의 'α SELECTION' 스트랩이죠.


오래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아이템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구할 길이 없기에 일본 야후옥션을 뒤져 나름대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물건 하나를 낚아옵니다. 그리고 이걸 제 알파에 묶어봤습니다. 설명은 딱히 없습니다. 사진으로 보시죠.




미놀타의 엠블럼이 '코니카 미놀타'가 아닌 '미놀타'입니다. 미놀타가 코니카와 합병한 것이 2003년 8월이니 이 스트랩은 아무리 빨라도 2003년 8월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죠....네. 그렇습니다. 이 인간은 적어도 15년 전에 만들어진 중고 카메라 목줄을 구해와서 새 카메라에 묶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알파 셀렉션 스트랩은 스트랩 고리의 구성과 알파 셀렉션 로고 도안, 그리고 스트랩의 색상에 따라 수많은 배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스트랩은 그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나온 타입입니다. 전기형 스트랩은 금속 클립을 사용하기 때문에 멋은 있지만 도장이 연약한 A7III에게 있어 상당히 신경쓰이는 조합이죠.


타사 스트랩과 차이점이 있다면 사진에서도 보이는 직물 마감입니다. 일명 '수건 스트랩'으로 불리죠. 그렇다고 실제로 땀을 닦는 용도로 사용하면 곤란합니다.

사실 이 수건 스트랩은 미놀타의 이미지 컬러인 하늘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하늘색 알파 셀렉션은 구하기도 어렵고 주황색이 포인트 컬러인 A7III에게는 하늘색보다는 빨간색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이 쪽으로 골랐습니다. 사실 빨간색보다는 와인색에 가깝지만요.


스트랩 안쪽 면은 대부분의 스트랩이 그렇듯이 고무 재질로 미끄럼을 방지합니다. 다행히 연식에 비해 고무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가 구한 스트랩의 상태는 최상품까지는 아닙니다. 수건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태는 15년 넘는 연식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지만 금박 엠블럼의 일부분이 얼룩처럼 변색된 상태인데 특히 미놀타의 O 자가 상당히 침식된 상태라 살짝 씁쓸합니다. 가능하다면 이보다 상태가 더 좋은 녀석을 하나 더 구하고 싶군요. 아니면 금박의 색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소니가 알파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이 수건 스트랩을 소니 버전으로 복각해줬으면 했는데 소니는 복각은 커녕 스트랩 자체를 애프터마켓용으로 안 내놓더군요.








다이낙스 7D를 꽤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정작 미놀타 렌즈의 정점인 G 렌즈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알바비 모아서 중고 카메라와 중고 렌즈를 꾸역꾸역 모으던 가난한 학생으로서는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죠.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G 렌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G 마스터가 알파의 새로운 정점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것을 손에 넣는 기분은 이 맛에 월급 버는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가지게 되죠. 24-105mm F4 G OSS 렌즈는 그런 저의 기대치를 넘치도록 채워주는 렌즈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디보다도 렌즈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녀석 진짜 물건입니다.


미놀타 시절의 G 렌즈는 경통 앞부분에 금띠를 두르고 있지만 소니의 G 렌즈와 GM 렌즈는 금띠 대신 G 엠블럼을 사용합니다. 금띠의 후계 뻘로 오렌지 링이었으면 상당히 튀었으려나요.





누가 뭐래도 알파에는 알파가 어울립니다.





사실 알파 셀렉션이 처음일 뿐 수건 스트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에 잠시 언급한 하늘색 수건은 다이낙스 7D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쪽은 8년을 사용한 탓에 곳곳이 낡아있고 보풀이 상당히 올라 보풀제거기로 한 번 면도시켰습니다. 다이낙스 7D의 하늘색 수건이 미놀타의 마지막 수건이긴 한데... 솔직히 알파 셀렉션의 엠블럼이 더 폼나지 않습니까.





다이낙스 7D에 물려둔 24-85mm가 24-105mm G에 비해 왜소해서 7D 기가 죽을까봐 70-210mm 김밥을 물려줬습니다. 김밥은 제가 가진 알파 마운트 렌즈 중 가장 아끼는 렌즈인데 정작 A7III에 사용하려면 바디의 성능을 깎아먹는 LA-EA4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기에 매번 고심만 하고 있습니다. 알파 마운트 유저들에게 선물 하나 준다 셈치고 반투명 미러 빼고 모터 넣은 LA-EA5 하나 개발해주면 안 되겠니 소니야...



근데 이렇게 멋진 스트랩 둘러놓고 저는 언제 사진 찍으러 밖으로 나가죠...?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