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16.08.29 18:44


#0. 갑작스러운 여름 휴가, 무엇을 하오리까

지난 7월 초, 상사로부터 통보를 받았습니다. "너 여름휴가 7월 18일부터 20일까지다."


너무 빠른 휴가 일정 탓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는 도저히 휴가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예전부터 이야기했던 여행 계획은 진작에 물건너갔고 휴가 기간동안 뭘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배낭여행이나 갔다 오자."였습니다. 행선지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 서울입니다. 여행 코스다 일정이다 뭐다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은 인간으로서는 일단 발 닿는 곳에 뭐라도 있는 대도시만한 곳이 없긴 하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카메라 가방 하나 짊어지고 홀로 서울을 방황하고 돌아왔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5년 전은 휴학생, 지금은 직장인이라는 정도의 차이려나요.


덧붙여 5년 전의 이야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the plug : 서울 기행





#1-1. 2016년 8월 18일




1박 2일의 빠듯한 일정임에도 여행 경비 문제로 KTX가 아닌 고속버스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교통사고로 도로가 정체되어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늦게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그리하여 원래 점 찍어둔 몇몇 코스를 생략하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니 선유도 공원이었습니다.

















5년 전에 이어 또다시 이 곳을 찾았습니다. 5년이라면 기억이 희미해질 법도 하지만 이 시멘트 조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5년 전의 이 곳에서 저의 인생사진을 건졌기 때문이죠. 해골 씨가 제 분신이자 아이덴티티가 된 계기입니다.














5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저는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이 바뀌었고 나이는 어느 덧 서른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해골 씨와 저의 팔자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군요. 네. 선유도 공원은 여전히 커플들이 득시글거리고 저와 해골 씨는 여전히 고독을 삼키고 있습니다.







"젊은이여, 그대는 무슨 일로 고민하는가?"


지나가던 참새 님께서 깡소주를 마시는 해골 씨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학교도 졸업하고 취업도 했는데 모태솔로 딱지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

"어허... 딱한 자로다."














해골 씨를 찍으려다 얼떨결에 내셔널 참새그래픽을 찍고 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홍대에 들러 서울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아이돌 러블리즈 덕후라 이 사진 찍을 때 휴대폰 배경으로 러블리즈를 출연시키려는 시도를 했으나 사스케의 맥주잔 리프트에 막혔습니다.


맥주덕후의 길로 입문 중인 저는 홍대 인근의 맥주집을 검색질해서 '펍 원'이라는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을 찾아갔습니다. 샘플러 세트와 맥스 생맥주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슈퍼마켓에 굴러다니는 그 맥스에서 이런 맛이 날 줄은 몰랐다며 저와 친구 둘 다 경악하며 잔을 비웠습니다. 맥주는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단번에 보여준 사례랄까요.






숙소는 어쩌다보니 이태원의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역시 비용 때문이죠.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그런지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의 구성입니다.













그리고 해골 주인은 방 안에서 이러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해골 씨와 아리스 씨는 상황극 찍기 참 좋습니다.






#1-2. 2016년 8월 19일




이 날의 메인 코스는 용마랜드입니다. 용마랜드는 1983년에 개장한 놀이공원으로 개장 당시에는 그럭저럭 인기가 있었지만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의 대형 테마파크들이 줄지어 등장하면서 완전히 망해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망한 이후에 수십 년 전 놀이기구들이 그대로 보존된 추억보정 스팟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최근에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지, 그리고 사진가들의 컨셉사진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죠. 그래서인지 폐시설 주제에 입장료 5천원을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깨어나세요, 용사여!"

신칸센 200계는 용자 시리즈에서 그린 레이커와 라이오 봄버의 비클 모드로 등장한 적이 있죠. 둘 다 조역 용자라 이름을 기억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린 레이커가 등장하는 용자 엑스카이저는 한국에서 방영되지 않기도 했고...






어... 머리의 뿔과 하완부를 보면 그렌다이저같긴 한데...... 심히 미묘한 것은 기분 탓일까요.














































거슬리면 오른쪽에 보이는 마네킹처럼 반토막을 내버리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조형물입니다.






놀이동산의 꽃이라면 롤러코스터를 꼽는 분들이 많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용마랜드에는 롤러코스터가 없습니다. 대신 바이킹이 용마랜드의 익스트림을 책임지고 있죠.










뱃머리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균형의 제왕 사스케 님이십니다.


























'시무레타'라고 적혀있어서 저게 뭔가 하고 한참을 고민했는데 내부를 보고서야 '시뮬레이터'의 80년대 표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촉수괴물 놀이기구인데 지금 이름을 지었다면 '크라켄' 정도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니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깨어나세요, 용사여!" (2)

신칸센 300계는 용자 시리즈의 팬이라면 보자마자 아! 소리가 나올 겁니다. 용자특급 마이트가인의 주인공인 가인이 바로 이 차량이기 때문이죠. 사실 한국에서는 가인보다도 다간 X의 다리인 어스 라이너로 기억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코끼리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약을 한 사발 하고 하늘로 붕붕 뜨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다람쥐통을 유독 무서워했다고 하더군요. 통째로 몸이 뒤집어지는 것 때문일까요.






















제가 용마랜드로 촬영을 나간 7월 19일은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아마 그 당시의 날씨를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현 시점의 용마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설물이라면 아무래도 이 회전목마일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제가 찾아간 날에도 꽤 많은 촬영팀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여자 모델 데리고 여기서 사진 찍고 놀고 있더군요.


...저는 언제쯤 사스케나 해골 씨 대신 여자사람을 모델로 쓸 수 있을까요.


































용마랜드 촬영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어째서인지 또 홍대입니다. 물론 홍대에서 이런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은 이 곳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메이드 카페는 메이드 자체를 컨텐츠로 삼는 일본의 그것과는 달리 점원 아가씨가 메이드복을 입은 서브컬쳐 샵에 가깝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카페 모에모에'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 위 사진과 같은 뻘짓을 해도 메이드 아가씨가 컵 깨진다며 제지하지 않고 맥스케를 응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샷 베이스의 커피류 외에도 수입맥주를 팔고 있었는데 전반적인 가격대는 세계맥주점 수준으로 카페의 자릿세를 생각하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문제라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인간이 술을 조금이라도 입에 대면 홍익인간이 되는지라 아직 일정이 남은 저로서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촬영 코스는 삼청동입니다. 사실 경복궁을 코스에 넣으려고 했는데 마침 경복궁이 휴관인 날이라 경복궁 주변을 돌게 된 것이죠.






















삼청동을 방황 중인 정리츠(29/모태솔로) 씨.














아무리 봐도 우리집 해골 씨 친구인 듯 한데..










1박 2일 서울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교대역 앞의 수제 햄버거 가게 '서초 수제 빅버거'입니다. 2년 전에 공부한답시고 교대역 근처 고시원에서 자취하던 시절에 단골로 찾아간 곳이죠. 자취생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스스로를 위한 포상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이 햄버거를 사먹곤 했습니다.


자취를 끝내고 내려가기 직전에 취업하고 다시 먹겠다고 했는데 이걸 먹기까지 2년이나 걸렸군요. 사진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아보이지만 실제로는 '빅버거'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두툼한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2. 일상에서 되돌아보다

사실 여행을 다녀온 일자는 7월 18~19일인데 8월의 끝자락에 와서야 사진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잠시 숨 고를 틈도 주어지지 않더군요. 굳이 회사 이야기를 여기서까지 쓰고 싶지는 않고... 아무튼 눈알 빠지게 바빴습니다.


뜬금없는 휴가 일정 덕분에 만들어진 급조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웠던 1박 2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무 생각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죠. 아무튼...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이 때의 기억을 곱씹으면서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낼 듯 합니다.


이상, 5년만에 되돌아온 서울 기행 2회차는 여기까지입니다. 3회차는 언제가 될 지, 아니면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이 될 지는 지켜봐야겠죠.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