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16. 10. 30. 23:45

 

자동차 매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가 모터쇼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진가들이 매년 기대하는 행사 중 하나로 P&I를 꼽을 수 있습니다. P&I는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그러니까 <International Photo & Imaging Industry Show>의 줄임말로 사진 및 영상 촬영과 관련된 기기들의 최신 동향을 다루는 행사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카메라판 모터쇼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죠.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을 만큼 의외로 역사가 오래된 행사이기도 합니다.

 

P&I의 개최지는 항상 서울이었습니다. 그나마 격년제로 부산에서 맛보기라도 보여주는 모터쇼와는 달리 P&I는 일정 싹 비우고 서울로 찾아가지 않는 이상은 볼 수 없는 행사죠. 그래서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서도 P&I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에 개최된 P&I도 마찬가지였죠.

 

 

사실 저도 부산에서 P&I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습니다. 원래는 울산 북구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울산 튜닝 페스티벌에 갔다 올 생각으로 일정을 잡고 있었는데 울산 북구가 태풍 차바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북구청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이 모조리 취소되었습니다. 울산 튜닝 페스티벌도 그 중 하나죠. 행사 전날에 일정이 비어버린 탓에 멍하게 웹서핑을 돌리고 있던 중 P&I 개최 소식이 얻어걸렸죠. 이게 뭔 일인가요. 올해 분명히 5월에 P&I 했을텐데 또 P&I라니...

 

아무튼 행사 전날 밤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카메라 정비를 하고 부산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사실 말이 채비지 고속도로 타면 집에서 30분 거리니 마실 나갔다 온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했습니다.

 

...사실 글 적는 시점에서는 심히 뒷북이지만 그러려니 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야근이 일상이다보니 포스트질 할 시간이 안 나는군요.

 

 

 

 

 

부산에서 무슨 국제행사를 한다 치면 일단 벡스코를 끼고 들어갑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신관에 자리잡은 것까지는 좋은데 부스 배정이 예상보다 매우 작았습니다.

 

알고보니 P&I+Busan은 기존에 P&I Pro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던 행사로 사진이 메인이 되는 본편과는 달리 1인 미디어 제작 등 영상콘텐츠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P&I보다는 다소 장벽이 높고 그만큼 규모도 작은 행사입니다. P&I 프로의 개최지와 행사명이 바뀐 것은 동 시기에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바로 옆 부스에서 열린 아시아필름마켓의 규모가 훨씬 더 컸던지라 P&I 부산은 여러 모로 부속행사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출입 티켓이 목걸이 형식인 것은 꽤 신선하군요. 기자, 업체직원, 관람각 너나할 것 없이 이름 적힌 목걸이를 매고 있으니 누가 기자고 누가 관람객인지 쉽게 구분하기 힘들었습니다. 사진 행사이니 기자 기분 내보라는 의도일까요.

 

 

 

 

 

행사장 규모가 규모였던 탓인지 참가 업체 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서드파티 렌즈 전문업체 아니면 액세서리 전문업체였죠. 거기에 카메라 업계 투톱인 캐논과 니콘이 불참하고 미러리스계의 최강자 소니도 소니코리아가 아닌 총판 형태로 참가하면서 규모가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였습니다.

 

여러 부스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된 원인을 찾게 되었는데 업계 대부분은 처음에 이 행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서 예측수요가 빗나갔다는 듯한 언급을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마켓 셰어가 큰 기업들이 참여해야 행사가 함께 클 수 있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뭐... 아무튼 제가 가장 처음 찾아간 부스는 삼양옵틱스입니다. 미친 가성비 덕분에 렌즈 명가 칼 자이스에 빗대어 '삼짜이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죠.

 

 

 

 

삼양옵틱스는 앞서 언급한대로 칼 자이스에 비견될 정도의 고화질 MF 렌즈를 내놓기로 유명합니다. 그런 삼양에서 AF 렌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죠. 그 첫 번째 타자는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용 마운트인 FE 마운트로 출시된 50mm F1.4와 14mm F2.8입니다.

 

첫 AF 렌즈가 소니 FE 마운트로 출시된 이유는 삼양의 담당직원이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는데 첫 번째는 소니가 별도의 라이센스 비용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라이센스 비용을 깎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고급 렌즈 아니면 보급형 렌즈밖에 없는 FE 마운트 특성상 번들렌즈를 갓 벗어나기 시작한 유저들을 노리기에 적정한 마운트라는 점도 소니 FE 마운트 출시에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캐논 EF 마운트나 니콘 F 마운트는 워낙 렌즈군이 탄탄하다보니...

 

...그렇다고 해도 AF MF 통틀어 알파 마운트에 마운트할 수 있는 렌즈를 단 하나도 전시해두지 않은 것은 알파 유저로서 상당히 서글픈 일이군요. FE 마운트의 조상이 알파 마운트이건만... 이거 원, 서러워서 알파7 Mk.3 나오자마자 사야겠습니다.

 

 

 

 

 

 

 

 

컴패니언 모델은 모터쇼의 꽃이기도 하지만 P&I의 꽃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섭외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전문 모델을 입장료만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은 사진가들에게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하지요. 아쉽게도 이번 행사에서는 대형 업체들이 참가를 포기하면서 미국계 뉴스웹진인 에이빙만 컴패니언 모델을 고용했습니다.

 

카니발 YP의 루프에 보이는 남자가 열심히 턴테이블을 돌리는 걸 보면 클럽 부스의 DJ처럼 연출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는데 어쩔 수 없이 시선은 컴패니언 모델의 독점이었습니다. 사실 DJ가 실제로 리믹스를 하는 것인지 음악만 틀어놓고 핸드싱크하는 것인지도 조금 의문이었고요.

 

 

 

 

 

 

 

 

 

 

 

 

 

 

 

 

 

컴패니언 모델의 업무는 상품 홍보입니다. 헌데 조금 전까지 가벼운 액자를 광고하다가 갑자기 스탭이 난입하면서 캐논 1DX Mk.2+EF 24-70mm F2.8 II를 쥐어주니 나지막하게 "무거워... ㅠㅠ"라고 불평(?)하더군요. 말투에 이모티콘이 묻어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게 되었습죠. 하기야... 덱스막투에 신계륵을 물리면 카탈로그 스펙으로 2.3kg가 넘는데 안 무거우면 이상한 겁니다.

 

그래도 저 나지막한 한 마디 이후로는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본업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니 이래서 프로는 프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세기P&C는 3개의 카메라 브랜드의 한국 유통을 담당하는 보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거기에 칼 자이스, 로덴스톡, 맨프로토, 짓조 등 사진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많은 브랜드들의 총판을 맡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캐논과 니콘이 빠진 대기업 부스의 자리를 세기P&C가 메우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펜탁스는 미놀타, 올림푸스, 그리고 현재의 모기업인 리코와 더불어 공돌이 냄새가 풀풀 나는 괴짜 기질이 있기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지금 보시는 펜탁스 645 시리즈도 그런 모델 중 하나죠. 사진에 나온 모델은 CMOS 센서를 장착한 상위 사양인 645Z입죠.

 

645 시리즈는 중형 포맷 DSLR의 기본사양으로 여겨지던 디지털백 분리 기능을 포기한 대신 중형 포맷 DSLR로서는 최초로 10000달러 미만이라는 충격적인 가격으로 등장하여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최초로 1000달러의 벽을 깨면서 DSLR 카메라 보급의 선봉장으로 평가받는 캐논 EOS 300D의 중형포맷 판으로 볼 수 있죠.

 

 

 

 

 

 

영화계에 매드맥스 4편, 게임계에 듀크 뉴켐 포에버가 있다면 카메라계에서는 펜탁스의 풀프레임 DSLR이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물건이죠. 펜탁스에서 풀프레임 DSLR이 나온다는 떡밥이 던져진 지 무려 16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펜탁스 K-1이죠. 펜탁스 유저들은 물론이고 타사 유저들까지 펜탁스 동호회에 축하 인사를 하러 찾아올 정도로 수많은 사진 동호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요란(?)하게 등장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괴짜 기질 중 펜탁스가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바디의 소형화입니다. 이는 FF 바디라도 예외가 아닌데 크롭 바디인 제 카메라(미놀타 7D)보다도 더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센서가 센서인지라 체적은 상당한 편입니다. 쉽게 말해서 작고 뚱뚱한 바디입죠.

 

다만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인데 펜탁스의 FF 렌즈군이 심히 부족한데다 소니의 알파7 시리즈가 보급~중급형 풀프레임 시장을 쓸어가면서 K-1 출시 전부터 K-1의 시장이 잠식된 상태인 점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죠.

 

 

 

 

 

P&I 부산에서 가져온 전리품 중 하나인 '고윙'이라는 이름의 렌즈 플리퍼입니다. 사실 이런 제품군 자체가 거의 없어서 렌즈 플리퍼라는 명칭도 고윙에서 붙인 것이나 다름없죠. 사진에서 김밥(70-210mm F4)과 35mm F1.8의 아래에 보이는 물건으로 구성 자체는 간단합니다. 짤막한 원통에 마운트가 앞뒤로 배치되어 있는 물건이죠.

 

그래서 이 물건을 어디에 쓰는가 하면...

 

 

 

 

 

 

바로 이렇게 사용합니다. 한 쪽 마운트에 렌즈를 부착해서 스트랩으로 메고 다니다가 렌즈를 교환할 때 나머지 마운트에 탈거한 렌즈를 부착하고 미리 달아놨던 렌즈를 떼서 붙이는 식이죠. 2개 이상의 렌즈를 운영할 때 상당히 편리한 액세서리입니다. 특히 망원 렌즈나 대구경 단렌즈같이 크고 무거운 렌즈를 사용할 때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죠.

 

다만 기본 제공되는 스트랩은 어깨끈에 논슬립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크로스가 아닌 이 사진처럼 매려면 논슬립 패드 처리된 스트랩으로 교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할 때 P&I라는 이름을 보고 어느 정도 기대하고 갔지만 행사장의 규모가 규모였던 탓에 기대에는 못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어느 부스 직원의 이야기대로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와 함께 행사 규모가 커질 것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행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P&I 냄새는 맡을 수 있었으니까요.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