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4. 12. 25. 20:07


매년 굿스마일 레이싱의 호갱 인증을 하고 있는 사람 아니랄까봐 올해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레이싱 미쿠를 데려왔습니다. 이게 다 얼마야...


레이싱 미쿠 관련 아이템을 수집한 것도 벌써 5년을 넘겼군요. 미쿠덕질을 시작한 지 대략 7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다양한 컨셉으로 등장한 수많은 미쿠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녀석들을 꼽으라면 단연 레이싱 미쿠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쿠덕후이기 이전에 차덕후임을 주장하는 인간인지라 자동차와 미녀라는 지극히 남자의 로망에 가까운 조합에 호감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죠.


물론 이런 이유도 있지만 레이싱 미쿠와 그녀의 소속팀인 굿스마일 레이싱에 얽힌 배경과 공생관계, 그리고 팀과 마스코트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는 점이 레이싱 미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컬로이드라는 특성상 대다수의 미쿠 배리에이션은 작곡가가 만들어내는 노래에 세계관과 스토리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지만 레이싱 미쿠는 독특하게 실존하는 레이싱 팀에 자신의 스토리를 녹여내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마지막 리뷰 아이템은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2014년의 마지막 리뷰라는 주제를 두고 아이템 선정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미쿠 할로윈 버전[링크]은 이미 다른 분들이 좋은 컨셉사진을 많이 찍으셨기에 사진촬영 의욕이 떨어졌고(...) 유키미쿠 매지컬 스노우 버전[링크]의 경우 항상 초호화판 패키지였던 유키미쿠 시리즈의 전통에 걸맞게 부속 아이템이 엄청나게 많아서 리뷰 제작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여건상 리뷰가 어려웠기 때문에 보류했습니다. 얘는 각 잡고 찍으려면 하루를 통째로 사진촬영으로 날려야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리하여 리뷰 분량을 줄인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더불어 굿스마일 레이싱의 슈퍼GT 2014 시즌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올해의 마지막 포스트인 넨도로이드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리즈물은 전작을 알고 보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이번의 참고 포스트는 아래의 둘로 정했지만 이왕이면 레이싱 미쿠 포스트 시리즈를 전부 읽는 쪽이 더 좋겠죠.


[리뷰/피규어] 넨도로이드 No.239 - 레이싱 미쿠 2012ver.

[리뷰/피규어] figma No.SP-049 - 레이싱 미쿠 2013 ver.





▶ 넨도로이드 No.414 - 레이싱 미쿠 2014 ver. (レーシングミク 2014 ver.)


그러고보니 300번대 이후의 넨도로이드 리뷰는 이번이 처음이군요. 300번 미쿠 2.0을 기점으로 리뉴얼된 패키지가 적용되었습니다. 굿스마일 컴퍼니의 엠블럼이 굿스마일 레이싱의 것으로 대체된 것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그와 더불어 좌측 상단에 별도의 <레이싱 미쿠> 엠블럼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띕니다. 어느덧 레이싱 미쿠 자체가 하나의 고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패키지를 처음 꺼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상자의 크기가 3천엔대 넨도로이드와 동급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넨도로이드 레이싱 미쿠들이 일반 넨도로이드 상자의 2배에 가까운 대형 상자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혹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내용물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일테니까요.





우리는 상자 뒷면의 사진을 보고 구성품의 수준을 짐작해야 합니다.





덧붙여 개인스폰서 7000엔 코스의 구성은 위와 같습니다. 넨도로이드 패키지와 스폰서 카드인데 스폰서 카드는 이전까지의 신용카드 형태가 아닌 꽤 그럴듯한 형태의 넥스트랩 타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대신 이전까지 지급되었던 티켓홀더가 삭제되었죠. 스폰서 카드가 기존의 티켓홀더를 대체하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다소 김 빠지는 구성임에는 변하지 않습니다.  





패키지를 열어보면...역대 레이싱 미쿠 중 가장 썰렁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몇 없는 구성품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넨도로이드 본체

- 스탠드(가동암, 하판)

- 우승 트로피×2

- 교환용 팔×2

- 교환용 다리×1

- 교환용 표정파츠×1

- 교환용 허리파츠×3

- 예비용 조인트×1


교환용 표정이 하나밖에 없는 것은 레이싱 미쿠의 전통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초대작부터 줄곧 제공되었던 자동차와 2010 시즌을 제외하고 계속 제공되었던 파라솔이 삭제된 점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조형 우려먹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레이싱 미쿠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이템들인데 말이죠. 레이스퀸에게 자동차와 파라솔이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리뷰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올해의 레이싱 미쿠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넘어갑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굿스마일 레이싱 공식 응원 사이트[링크]입니다.


해마다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를 영입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왔던 레이싱 미쿠였지만 2014 버전도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2012 시즌부터 시행되었던 캐릭터/의상 별도 디자인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캐릭터 디자인은 오구치(おぐち) 씨, 의상 디자인은 코야마 시게토(コヤマシゲト) 씨가 담당했습니다. 가슴트임이 있는 학교 수영복(통칭 スク水; 스쿨미즈)이라는 뭔가 심히 마니악한 조합의 의상과 더불어 쿨 시크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덧붙여 오구치 씨의 대표작이라면 논란이 많은 일본 웹게임 <함대 컬렉션>의 캐릭터 중 하나인 '공모 오급'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정면 사진부터. 사실 패키지에는 위의 차렷 자세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리뷰를 위해 기본 자세로 구성해 두었습니다. 샘플 사진 공개 당시에 유달리 프로포션과 얼굴 생김새가 어색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던 넨도로이드 중 하나인데 실물로 보면 의외로 깔끔하고 귀여운 프로포션에 놀라게 됩니다. 역시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 시원하게 뒤통수를 날려주는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측면 사진. 일러스트 특성을 따른 것인지 트윈테일은 반투명 ABS가 아닌 불투명 그라데이션 도장 사양입니다. 다른 미쿠들에 비해서 트윈테일이 매우 복잡하게 휘날리는 형태인지라 머리카락의 실제 길이에 비해 아래로 내려온 길이가 상당히 짧습니다. 이 덕분에 옆에서 볼 때 몸체가 좀 더 부각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뒷면 사진은 항상 그랬듯이 스탠드의 방해로 설명은 잠시 뒤로 미룹니다.





정면 클로즈 업. 속눈썹과 눈매의 묘사 덕분에 다른 미쿠들에 비해 상당히 당돌한 인상입니다. 물론 킬라킬 넨도로이드처럼 싸움터 나가는 애들만큼 날카로운 표정은 아니지만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샘플사진 공개 당시에는 썩 좋은 평을 듣지 못했었는데 이는 최초에 공개되었던 넨도로이드 원화 일러스트와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화 일러스트와 다른 부분을 꼽자면 눈의 크기와 위치, 그리고 피부톤인데 눈의 경우 실제 양산화에서는 넨도로이드 공통규격을 따르다보니 어느정도 재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살짝 누런 편이었던 샘플사진의 피부톤과는 달리 실물의 피부톤은 화사한 편이라 좀 더 예뻐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머리에 쓰고있는 헤드셋은 2012 버전과 마찬가지로 마이크가 생략된 형태입니다. 그래서인지 인컴보다는 헤드폰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헤드셋에 그려진 스마일 그림은 굿스마일 컴퍼니의 엠블럼입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의 엠블럼은 이것의 응용판이죠. 





이전에도 이런 형태의 조인트를 사용한 미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00번 미쿠 2.0을 기점으로 등장하는 미쿠들의 트윈테일 고정 조인트는 모두 단면 조인트에서 넨도로이드 표준 조인트로 교체되었습니다. 2014 버전도 물론 예외가 아니죠. 덕분에 트윈테일의 가동폭도 더 넓어지고 조작도 훨씬 더 수월해졌습니다.


2013 버전을 시작으로 의상 자체에 스탠드 접속부를 염두에 둔 디자인 포인트를 만들어두면서 레이싱 미쿠들의 피규어는 더이상 등에 스탠드 구멍을 남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피규어와 실제 레이스퀸(Race Queen; '레이싱 모델'의 일본식 조어)의 의상을 모두 염두에 두는 디자인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지요.





공식 일러스트에서의 비범한 스쿨미즈풍 의상은 넨도로이드 버전에서는 의외로 평범하게 구현되었습니다. 곳곳에 프린트된 디지털 패턴을 제외하면 의외로 밋밋할 수도 있는 디테일인데... 사실 원화부터 좀 심심하긴 합니다. 그러니 구현할 건덕지도 그만큼 적었다고 봐야죠. 자세히 보면 몰드가 의외로 구석구석 그려져 있어 조형 자체의 디테일은 상당히 충실하지만 이러한 몰드들이 대부분 흰색 단색 도장에 묻혀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몇몇 몰드는 옅은 먹선으로 존재감을 만들어주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레이싱 미쿠들, 그리고 다른 넨도로이드들과는 확실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데칼링입니다. 이전까지 활용했었던 굿스마일 레이싱의 엠블럼 외에도 기존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스폰서 엠블럼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미쿠의 개발사인 크립톤과 굿스마일 패밀리의 일원인 맥스팩토리는 그렇다 쳐도 애니메이션 송 컨텐츠를 서비스하는 회사인 애니멜로 라이브의 엠블럼까지 있는 걸 보면 아예 스폰서 라이센스까지 획득한 듯 합니다. 판권비용 때문에 내용물이 부실해진거냐 굿스마일... 





뒷면에도 엠블렘 두 개가 붙어있는데 하나는 굿스마일 패밀리의 일원인 프링, 나머지 하나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제작사로 유명한 반프레스토입니다. 반다이 계열사인 반프레스토가 사실상 세가 캐릭터 취급인 미쿠에게 스폰서를 주는 건 상당히 의외군요.


허리의 구조물 안쪽에 붙어있는 검은색 파이프 비슷한 물건은 원화에서 자동차 머플러처럼 디자인된 부분인데 넨도로이드에서는 배기구 디테일을 생략한 대신 보라색 메탈릭 페인트로 도장해서 뭔가의 기계장치처럼 보이도록 구성했습니다. 원화 일러스트의 구성으로 보아 반프레스토 엠블럼 아래의 분홍색 슬릿은 아무래도 브레이크 램프를, 그리고 그 아래의 검정색 구조물은 디퓨저(+수직 안정핀)를 구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2 버전에서는 가슴 부분에 자동차 디테일을 집어넣더니 2014 버전에서는 허리와 엉덩이에 자동차를 옮겨왔군요.





그나저나 넨도로이드 특유의 프로포션 때문에 상당히 묻히는 감이 있었지만 뒤에서 보니 의외로 노출도가 상당한 의상이군요. 





허리의 구조물을 떼어내면 좀 더 학교 수영복의 그것과 비슷한 모습이 됩니다. 구조물은 연질로 되어있어 바로 떼어낼 수도 있긴 하지만 스크래치에 취약한 무광 도장 특성상 허리를 분리한 뒤에 구조물을 떼는 것이 좀 더 안전합니다.


덧붙여 제 미쿠는 처음 배송받았을 때 허리 파츠가 불량품이었던지라 배 부분의 접합이 완벽하게 결합되지 않았습니다. 굿스마일 컴퍼니에 수리부품을 요청해서 새 부품을 받아 교체한 상태가 위의 사진입니다. 불량품을 구입했을 때 한국에서도 쉽게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굿스마일 패밀리가 가진 독보적인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부품 요청서를 작성하려면 일본어 또는 영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요즘은 번역기 성능이 좋아져서 약간의 일본어만 알아도 의미전달이 가능한 장문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레이싱 미쿠는 가슴이 심히 돋보입니다. 소니코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넨도로이드 전체를 손꼽아봐도 탑 클래스가 아닐까 싶군요. 넨도로이드답지 않게 제법 몸매가 시원스럽게 균형잡힌 편이라 일각에서는 넨도 주제에 야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화와는 달리 가슴 밑트임은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만 만들어뒀어도 의상이 심심해보이는 맛이 좀 줄어들었지 싶은데... 몰드를 파놓은 걸 보면 구현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닌 듯 한데 넨도로이드는 에로하면 안 된다고 일부러 막아놓은 것이려나요.





이번에는 표정 교체. 미쿠 2.0을 시작으로 적용된 신형 목 조인트 덕분에 표정파츠 교체는 구형보다 한결 수월합니다. 조인트 파손의 위험도 줄어들었고 말이죠. 표정은 또다른 공식 일러스트...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입을 벌리고 웃는 공식 일러스트가 몇 장 있긴 한데...





이 쪽도 기본 표정 못지않게 당돌한 인상입니다. 머리 모양도 그렇고 왠지 열심히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오피셜 포즈 재현 들어갑니다. 소품 없이 스탠딩 포즈에서 약간 손만 봐주면 됩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의 엠블럼이 길게 새겨진 팔 부분은 어깨 상박과 별도 부품으로 구성되어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세를 잡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넨도로이드 레이싱 미쿠 2012 버전과 비슷한 구성이죠.

 




그리고 오피셜 포즈 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써먹는 포즈인데... 소품이 이게 전부이다보니 무언가를 쥘 수 있는 손이 아예 동봉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넨도로이드의 강점 중 하나인 호환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손해입니다. 원래 없는 소품은 그렇다 쳐도 다른 넨도로이드의 소품도 써먹을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요.

 




사실상 레이싱 미쿠 2014의 유일한 소품인 우승 트로피는 2013년 때와 마찬가지로 2회 연속 우승을 한 덕분에 두 개가 동봉되었습니다.

소체와 더불어 트로피에 들어가는 엠블럼도 라이센스를 얻은 모양인지 엠블럼을 모두 굿스마일 레이싱의 것으로 대체했던 이전의 트로피와는 달리 슈퍼GT와 메인 스폰서인 오토박스의 엠블럼을 사용했습니다. 그나저나... 트로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파팅라인이 참 뭐시기합니다.





트로피가 나온 김에 슈퍼GT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죠. 위의 사진은 후지 스피드웨이에서의 2차전 우승 기념사진으로 사진의 출처는 리뷰 상단의 공식 일러스트와 마찬가지로 굿스마일 레이싱 공식 응원 사이트입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굿스마일 레이싱이 사용하는 머신과 트로피의 모양, 그리고 레이스퀸이 입는 의상을 모두 파악할 수 있지요. 레이싱 미쿠 리뷰에서 항상 언급했다시피 레이싱 미쿠의 의상은 실제 레이스퀸이 입는 것을 고려하여 만들어집니다.


1, 2차전 연속 우승으로 전직 챔피언의 부활을 알리며 화려하게 시작한 2014 시즌은 의외로 2013 시즌과 비슷한 전개양상을 보였습니다. 시즌 초반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반에 크게 부진, 그리고 시즌 말에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그야말로 붙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작년의 고비가 5차전의 리스트릭터 규정위반으로 인한 실격처리였다면 올해의 고비는 3~4차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웨이트 핸디캡*1 얹어서 무거운 머신인데 GT500 클래스*2 머신들의 배틀에 휘말려 접촉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리타이어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죠. 4차전에서는 날씨 변동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바람에 타이어 교환작전 대실패로 레이스를 망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경쟁 상위권 팀들도 죽을 쒀주시는데다 초반의 연속 우승으로 쌓아둔 포인트 덕분에 5차전부터는 적당한 순위로 포인트를 꾸역꾸역 쌓아가며 엎치락뒤치락 1위 경쟁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7, 8차전 연속 3위로 포인트를 적립하면서 결국 드라이버 순위 최종 1위를 확정짓습니다. 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클래스 챔피언을 달성했습니다. 다만 팀 순위는 최종전인 8차전에서 우승한 GAINER 팀에게 1점 차로 뒤지면서 2위를 기록함에 따라 드라이버 순위 1위, 팀 순위 2위로 2014 시즌을 마감하게 됩니다.


[*1 웨이트 핸디캡 : 슈퍼GT는 예선전 또는 결승전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머신에게 다음 경기 출전시 성적에 따라 최대 100kg의 무게추를 붙여 하위권 머신과 밸런스를 맞추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2 GT500/GT300 클래스 : 슈퍼GT는 두 클래스의 경기를 한 트랙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롤링 스타트 형식입니다. 클래스명의 유래는 각각 500마력급, 300마력급이지만 현재는 마력보다는 성격에 따른 구분에 가깝습니다. 정형화된 규격의 머신만 사용하는 GT500은 닛산/토요타/혼다의 기술력 싸움 3파전, 상대적으로 머신의 규정이 느슨한 GT300은 완성차 제조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팀의 참전이 많고 출전하는 차종도 다양해서 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원하는 관중들에게 더 선호되는 클래스입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은 GT300 클래스에 출전합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의 머신은 위의 우승 기념사진에서 보셨다시피, 그리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BMW Z4 GT3입니다. 물론 이전 해의 머신이 그대로 출전하는 것은 아니고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혹은 아예 신차를 구입하여 출전하게 됩니다. 2014 시즌의 경우 2014 버전으로 개량된 신차를 투입했죠.


헌데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은 선배들과는 달리 소품에 자동차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올해는 머신의 데칼과 파라솔의 디자인이 유난히 예뻤는데 이 무슨 비극인고...





그리하여 2014 버전에게 자동차를 태우려면 다른 미쿠의 차를 슬쩍해서 GTA 미쿠를 촬영해야 합니다.


소품이라고는 달랑 트로피 두 개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손에 쥐어줄 수 없는 소품입니다.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는 나머지 교환용 파츠를 이용한 '특별한 모습'의 구현입니다. 리뷰 상단에서 언급한 교환용 허리 파츠 3개, 그리고 교환용 팔다리를 사용해서 아래와 같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파츠 교환을 통해 리뷰 상단의 공식 일러스트의 그 포즈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다소 김빠지는 구성을 용서해줄 수 있는 이유가 이 포즈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의외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교환을 통해 추가된 부품이 디테일을 더해줌과 동시에 마젠타 컬러를 추가해주면서 다소 밋밋했던 의상에 포인트를 주고 있지요.





허리에 부착된 구조물이 전개되어 바퀴 비슷한 형태의 내부 구조가 드러남과 동시에 냉각핀 혹은 카나드와 비슷한 형태로 전개되는 듯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에 두르고 있는 장식이 전개된다는 것과 파츠 교환을 통해 공식 일러스트의 자세를 구현한다는 것, 그리고 손에 쥘 수 있는 소품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서 넨도로이드 미쿠 어펜드[링크]와 유사한 면모를 보입니다.





허리 뒤의 디퓨저 파츠와 팔을 교환해서 공식 일러스트에서 보여준 분홍빛 와이어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디퓨저 파츠 자체는 기본 부착된 것과 동일하고 와이어만 추가된 사양이지요. 디퓨저 파츠에서 와이어를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와이어가 파손되거나 분실되더라도 DIY용 철사 등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와이어는 의외로 연질이 아닌 얇은 피복이 입혀진 철사입니다. 통신병과 출신의 군필자라면 삐삐선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디퓨저로부터 뻗어져나온 와이어를 교환용 팔의 손등에 파여진 구멍에 끼워주면 완성됩니다. 와이어를 연결하는 방법은 상자 내부의 설명서에 그려져 있고 와이어 내부에 철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쉽게 형태를 잡을 수 있지만 와이어를 연결한 상태에서 포즈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는 구성입니다.


일단 피규어 설명은 여기까지. 아래에서부터는 레이싱 미쿠님의 자태를 감상하도록 합시다.








슈퍼GT의 2012 시즌과 2013 시즌이 Z4의 무덤이었던 것을 보고 열받은 BMW가 납치한 외계인 코에 맥주를 부어가며 고문을 해서 기술을 삥뜯은 모양인지 2014 시즌의 Z4는 2011 시즌 못지않은 깡패로 다시 태어나 제왕의 자리에 군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014 시즌의 상위권 싸움은 과장 약간 섞어서 Z4들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죠. 아무리 GT3 사양이라고 해도 Z4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탈탈 털고 다니는 모습을 볼 줄이야...


굿스마일 레이싱에서는 올해 챔피언을 달성한 Z4를 보존할 비용*3을 모으기 위해 얼마 전까지 추가 개인스폰서를 모집했습니다. 굿스마일 레이싱이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는 머신으로는 굿스마일 레이싱의 시작을 알린 E86 Z4와 2011 시즌의 챔피언인 E89 Z4 GT3가 있지요.


[*3 슈퍼GT의 GT300 클래스에 출전하는 FIA GT3 규격 머신은 슈퍼GT 뿐만이 아니라 다른 GT 레이스에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중고 거래가 활발합니다. GT300 클래스 특성상 저예산으로 참가하는 팀이 많고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비용이나 신차 구입비용을 기존 차량의 매각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굿스마일 레이싱도 그런 팀 중 하나로 올해의 챔피언 머신도 원래는 시즌이 끝나는대로 매각될 예정이었습니다. 굿스마일이 굴지의 피규어 제조사이긴 해도 모터스포츠를 마음껏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본이 빵빵한 회사는 아니거든요.]














이왕 촬영세트 만들어놓은 김에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워서 메탈지와 스트로보를 이용해서 몇 장 찍어봤습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유키미쿠 매지컬 스노우 버전도 꺼내봤습니다.














넨도로이드 레이싱 미쿠 전원집합. 사실 2008~2009 시즌의 마스코트였던 미쿠 RQ 버전이 빠지긴 했습니다만... 굿스마일 레이싱 홈페이지의 '레이싱 미쿠의 역사' 페이지를 참고해보면 '레이싱 미쿠'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2010 버전[링크]부터 공식적인 레이싱 미쿠로 인정하는 듯 합니다. 미쿠 RQ 버전은 별도의 기획으로 디자인된 레이싱 미쿠와는 달리 이름 그대로 평범한 미쿠가 레이스퀸 코스튬을 입은 모습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모인 넨도로이드 미쿠들. 이제는 한 화면에 모두 담는 것 자체가 버겁군요. 풀 콜렉션은 일찌감치 포기했는데도 상황이 이렇습니다.

넨도로이드는 항상 '증식'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지만 이 키워드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존재는 역시 미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2014년을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레이싱 미쿠와 굿스마일 레이싱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 장점

- 균형잡힌 몸매와 귀여운 조형. 샘플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 심심한 듯 하면서 의외로 충실한 디테일


▶ 단점

- 가격 대비 매우 창렬한 구성품



유키미쿠 시리즈와 더불어 장수 시리즈로 이어진 레이싱 미쿠 시리즈답게 피규어들의 특성도 시리즈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키미쿠 시리즈가 이 가격에 팔아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초호화판 구성을 자랑한다면 레이싱 미쿠 시리즈는 눈물나게 비싼 가격을 소체 자체의 퀄리티로 전부 보상받는 라인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넨도로이드 레이싱 미쿠 2014 버전은 그 평가의 가장 극단적인 위치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샘플사진 단계부터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샘플에서 받았던 실망감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실물 피규어는 굉장히 예쁘게 제작되었습니다. 샘플사진의 평가로 '아줌마같다'는 굴욕적인 평가까지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꽤 기분좋은 반전입니다. 의상의 디테일 또한 여느 해 못지 않게 충실하지만 배색의 영향으로 다소 심심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가슴 밑트임이 생략된 것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단점은 딱 한 줄 적어놨지만 저 한 마디로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2014년 들어 생긴 신조어 중 하나인 '창렬하다'라는 형용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넨도로이드를 꼽자면 단연코 이 녀석입니다. 기존의 레이싱 미쿠들이 소품 우려먹기로 사보타주라고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사보타주가 그리워질 줄이야...


피규어로서의 총평을 내리자면 (아직 못 먹어본)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창렬한 양에도 불구하고 내용물 자체의 품질로 까임방지권을 얻는 그런 케이스입죠. 그리고 일반적인 유통경로로는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_-



리뷰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굿스마일 레이싱의 2014 시즌은 3년만에 클래스 챔피언을 탈환하며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노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최종전까지 피말리는 포인트 경쟁을 벌여야 했고 최종전 결과도 2위인 GAINER 팀과 드라이버 랭킹 누적포인트 동점을 기록했지만 시즌 우승이 1회 더 많았기에 최종 우승으로 확정되었죠. 그리고 2013 시즌까지 굿스마일 레이싱과 한솥밥을 먹다가 2014 시즌부터 따로 팀을 차린 Studie 팀도 최종 3위를 기록하면서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을 증명했습니다. 한편 러브라이브와의 이타샤 콜라보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PACIFIC 팀은... 그냥 출전에 의의를 뒀군요.


12월 23일, 그러니까 며칠 전에 굿스마일 레이싱의 2015년 주요 플랜이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일부 직책변경을 제외하면 스텝진과 선수진 모두 2014 시즌과 동일하지만 머신은 BMW Z4가 아닌 메르세데스 벤츠 SLS AMG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동안 '미쿠 Z4'가 레이싱 미쿠와 더불어 굿스마일 레이싱의 또다른 상징이었고 2010 시즌의 '포르쉐 미쿠'가 평판이 썩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SLS AMG를 들여오는 것은 꽤 파격적인 결정입니다. 물론 SLS AMG 자체는 슈퍼GT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된 머신입니다. 2014 시즌에서 미쿠 Z4를 끝까지 괴롭힌 GAINER의 머신도 SLS AMG였지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실 겁니다. 특히 꼴찌 팀으로 시작해서 점차 강팀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부터 강팀의 팬이었던 사람은 쉽게 얻지 못하는 재미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팀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게 됩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연말특집 리뷰로서 시즌 챔피언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