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국제모델쇼 부산국내모터쇼 부산국제모터쇼에 갔다 왔습니다.
실제로 갔다온 것은 5월 2일이나 피로 등의 이유로 여차저차 밀려서 이제 와서야 글을 완성합니다.
애초에 수입차 업체가 달랑 두 군데만 참여한다고 해서 큰 기대는 가지지 않고 가려고 했으나...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DSLR을 촬영에 써먹겠다는 각오(...)가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동아리 선배에게 캐논 400D를, 렌탈업체에서 EF 70-200mm F2.8L IS(일명 아빠백통)와 580EX 스트로보를 빌리게 되었습니다.
렌탈업체에 지불한 돈은 렌즈 3만원+스트로보 1만원으로 총 4만원.
렌탈업체 사장님에게 장비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듣고 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시간이 대략 11시 반. 햄버거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전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1. 모터쇼
- 간단히 정리하자면... 위에 스트라이크(이런 거) 처리해둔 말이 정답입니다. [.........]
전시장 대부분을 국내 완성차 업체가 차지하고 있었고 수입차 업체는 달랑 둘, 그나마도 의욕이 없어보이는(......) 부스였습니다.
국내 버스 메이커 3사가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거 하나만으로도 긴 설명은 딱히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_-
전시장 구석구석에 튜닝된 차량들과 중소기업이 개발한 전기차 등이 보였으나 아무래도 관심 밖 이야기가 될 수밖에...
- 현대. so-so.
아반떼 MD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그 외에 다수의 양산차와 일부 컨셉카를 전시했습니다. 아반떼 MD의 경우 턴테이블에 올려두고 유리 전체를 검게 선팅해서 실내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현대 부스에서 의외로 눈에 띄는 차량은 i10 전기차. i10은 현대차이지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차종으로 아토스의 직계 후속모델입니다. 기아의 씨드, 벤가와 마찬가지로 현지 특화모델로 한국 시장에서는 시장간섭 등의 이유로 선보이지 않지만 이런 현지 특화모델이 의외로 개념충만인 경우가 많아 한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녀석들입죠.
현대 부스에서 의외로 볼만했던 부분은 부스 구석탱이에 마련해둔 컨셉카 모형들. 미래의 시가지에서 도로가 아닌 하늘에서의 주행을 상정한 자동차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현대 부스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장 개념찼던 부분이랄까요. -_-
- 기아. K5의 위엄.
K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 K5를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아반떼 MD와는 달리 실제로 탑승할 수 있는 차량도 마련해둬서 현장계약을 노린 듯 합니다. 실물로 봤을 때는 블랙보다는 화이트 계통의 색상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실물로는 처음이지만 군대 시절부터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쏘울스터가 전시되었습니다. 분명히 컨셉트카라고 내놓았을텐데 왜 양산차같이 보이는 거지... -_-
- GM대우. 떡밥 살포.
부스의 모든 차량을 양산차만으로 전시한 실로 대인배다운 위엄을 선보이셨습니다. [......]
GM대우 부스의 주된 테마는 시보레 물타기.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시보레 브랜드의 출범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이번 모터쇼를 통해 시보레 브랜드를 서서히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시보레 브랜드의 선봉장은 누가 뭐래도 카마로. 오오 범블비 오오
카마로는 중앙무대에 올려놓고도 턴테이블이 아니었던지라 실내는 커녕 뒷모습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_-^
덧붙여 컴패니언 모델의 위엄이 굉장했던 부스 중 하나로 턴테이블에 올라간 '양산형' 마티즈 주변으로 굶주린 수컷남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
- 쌍용. C200 등장.
다른 회사들은 까놓고 말해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모터쇼이지만 거의 회사 개발살 직전까지 갔던 쌍용은 이번 모터쇼에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각오가 보이는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뉴스에서도 몇 번 이름이 오르내렸던 코드네임 C200, 쌍용의 사활이 걸린 녀석의 컨셉트카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름은 코란도C. 과거 쌍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녀석의 이름을 부활시켰다는 걸로도 쌍용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다만 생산성 향상과 판매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탓인지 FF 모노코크 바디를 채용했습니다. 전통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습니다.
컨셉트카이지만 곧바로 양산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다듬어져 있어서 모터쇼에서의 반응을 보고 최종 양산모델을 결정할 모양인 듯 합니다.
- 르노삼성. 왜 나왔을까.
소제목 그대로 왜 나왔는지 의문이 듭니다. 다른 회사들이 나오니까 그냥 들러리로 따라 나온 듯. [........]
- 스바루, 로터스. 왜 나왔을까. (2)
국제 모터쇼라는 구색을 겨우 맞춰주는 두 회사입니다만... 역시 왜 나왔는지는 의문입니다. [...]
- 튜닝카, 슈퍼카(?), 부품업체.
그저 묵념. [........]
사진 찍다가 지쳐서 잠시 여흥 차원에서 닛산 실비아를 전시해둔 부스의 오너에게 베이스 바디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옆에 전시된 R34에 대한 설명까지. R34에서 가장 궁금했던 시스템인 하이카스(뒷바퀴 조향시스템)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명쾌했습니다.
"저희는 드리프트 머신으로 개조하기 때문에 하이카스는 제거합니다."
- 대세는 친환경?
국내 완성차 업체와 중소기업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친환경, 특히 전기자동차였습니다.
기업 별로 전기자동차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최소 1대 이상 준비했고 쌍용의 경우 아예 코란도C의 전기자동차 버전을 따로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차 사이즈의 저속 전기자동차를 출품.
개인적으로 눈여겨봤던 전기자동차는 현대상용차 부스의 연료전지 시내버스.
전개도에 슈퍼 커패시터라는 물건이 쓰여있길래 제원표를 보니...
커패시터 용량 44F.
.......잘못 본 거 아니지? 응?
고작 44인데 웬 호들갑이냐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을 위한 설명.
통상적으로 전자기기용 커패시터에 사용하는 단위는 μF입니다. 여기서 μ(micro)는 10의 -6제곱을 의미합니다.
즉, 44F는 어지간한 머리로는 상상하기 힘든 굉장히 크고 아름다운 용량입니다. [.............]
- 배경음악은 장식이 아니야?
모터쇼 관람과 사진촬영에 넋을 놓고 있는 동안 배경음악으로 가요 몇 곡이 들려옵니다.
무심히 흘려듣던 도중 어느 부스에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접근, 사태 파악을 시작했습니다.
배경음악은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전광판에 비치는 것은 손담비. 벌떼같이 모여 환호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것은.......
손담비 초청공연이었군요. 어이쿠.
나중에 알고보니 무심코 흘려들은 가요 몇 곡이 전부 가수 초청공연...-_-;;;
공연 끝나고 모세의 기적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장관이었습니다. [.................]
- 일석점호일일결산
오후 6시가 되면 일반인 관람객의 관람이 종료됩니다. 이 때의 모터쇼 분위기가 상당히 재미있는 편입니다.
대형 부스들의 경우 모든 모델(+일부 임직원)들이 일렬로 분열나란히 서서 인사 대형을 갖추고 마중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인사 멘트가 끝나면 집결하게 되는데... 집결한 이후를 멀찍이서 지켜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높으신 분(......)이 직접 말하는 그 날의 실적, 우수 스텝과 모델에 대한 포상, 스텝과 모델의 실수에 대한 지적을 엿들을 수 있는데 이걸 들어보면 일반인들은 잠깐의 여흥으로 여기는 모터쇼가 이들에게는 실적과 연관된 전쟁터라는 사실에 묘한 연민과 함께 쓴웃음을 짓게 됩니다.
모터쇼 마지막 날의 경우 소규모 부스들은 거의 쫑파티 분위기가 됩니다만 이 날은 마지막 날은 아니었던지라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구경거리인데 말이죠.
- 결론... 그런 게 있나?
준비한다고 고생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모터쇼로서의 가치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말이 모터쇼이지 실제로는 좀 큰 규모의 신차발표회를 보는 기분이랄까...-_-^
부산 모터쇼가 열리기 전에 베이징 모터쇼가 열렸던지라 베이징 모터쇼에서 진을 다 빼버린 수입차 업체들 대다수가 (별 파급력 없는)부산 모터쇼를 불참하고 그와 더불어 국내 업체들도 기합이 빠져 여러 모로 김 새는 모터쇼가 되었습니다.
추가적인 요인으로는 서울에서 개최하는 P&I 행사 덕택에 다수의 유명 모델분들이 불참하셨다(......)는 것도 있습니다. 모델쇼라고 까이는 한국 모터쇼이지만 그나마도 전력이 분산되어버리니 죽도 밥도 안 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어이할꼬.
#2. 사진
- 사진이요?
...........
망했어요.
- 카메라의 배터리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떨어진 것이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배터리 인디케이터가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뭔가 불안한 조짐이 엄습.
아니나 다를까, 촬영 시작한 지 3시간 반만에 배터리가 떨어졌습니다. -_-
이 때부터 배터리 탈착을 반복하면서 남은 전류를 강제로 끌어내 1시간 가량 어거지로 추가 촬영하고 체온으로 배터리에 열을 가해 잔류전력의 바닥까지 끌어내 1시간 정도 더 버텼습니다. [......]
리튬계 배터리는 완전방전이 독이라고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배터리 수명이 이 정도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
배터리가 이 모양이다보니 리뷰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이것이 재앙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400D에 채용되는 배터리의 용량이 고작 700mAh였습니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의 캐논 S 시리즈 조루전설을 만들었던 바로 그 배터리와 동형모델이었습니다. 이러니 300컷도 못 찍고 허덕거리지... -┏
- 앞에서 언급한 재앙이라는 것은...
사진이 죄다 흔들렸습니다. 400여 컷 중 초점이 제대로 맞은 사진은 불과 20여 컷. 확률상으로 1%도 되지 않았습니다.
렌탈점 주인장이 ISO 400으로 촬영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냥 200으로 찍은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셔터스피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데다 무거운 아빠백통에 적응하지 못했던지라 손떨림 보정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할 정도의 손떨림이 포착되었습니다.
리뷰만 제대로 했어도 초반에 손떨림을 잡을 수 있었는데 1분이 멀다하고 잔량제로를 향해 달려가는 배터리 탓에 리뷰조차 하지 못한 것이 크나큰 실책이었습니다. 몇 컷 덜 찍더라도 손떨림을 잡았어야 하는 건데...
덕택에 장비 대여료 4만원 엿바꿔 먹었습니다. 야! 신난다~
- 400D+아빠백통+580EX 조합으로 모터쇼를 돌아본 소감은...
모터쇼에서 백통 달고 오는 사람들은 순도 100%로 모델만 노리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
이걸로 자동차를 찍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좌절 그 자체. 거기다 북적거리는 인파 탓에 거리 확보가 되지 않아 인물사진도 전신샷은 절대불가, 소위 말하는 증명사진만 잔뜩 찍고 왔습니다. OTL
제 A200을 함께 들고 갔었다면 아빠백통의 사각지대를 A200이 메꿔줬을텐데... 아쉬움이 계속 남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진을 말아먹었지만 그나마 사람처럼 나온(...) 사진 몇 장을 추려서 올려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빠백통으로도 저렇게 못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실 겁니다. [.........]
대부분 적정노출 실패로 보정떡칠. 그나마도 앞발로 끄적인 보정이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습니다. OTL
고르고 골라내다보니 총 26컷. 더 살릴 수도 있었겠지만 더 살려봤자 모델분께 민폐(...)가 될 걸 걱정해서 이쯤에서 포기.
보실 확률은 드물겠지만 만약 보신다고 해도 부디 쇼크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_-
사진 자체에 대한 지적, 비판, 비난 등은 모두 수용합니다. 하지만 촬영된 모델에 대한 험담이 포착된다면...
웃으면서 넘어가기는 힘들 겁니다. -_-
찍으라는 K5는 안 찍고 요런 사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사진이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국산차이지만 한국에는 없다. 이름하야 i10.
부스 구석탱이에 마련된 휴게실 올라가는 길목(......)에서 버로우 타면서 찍은 카마로.
아빠백통으로 차 전체를 찍으려면 엄청난 거리 확보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 인파가 몰린 모터쇼에서는 사실상 무리입니다.
[주 : 특촬드라마 레스큐 파이어에 등장하는 '레스큐 대쉬-1'의 베이스 모델인 닛산 370Z입니다.]
현대 부스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전시물이었지만 정작 인기는... [..........]
어째 특정 모델 사진만 많다거나 하는 의문을 가지신 분은 깔끔하게 잊어주시길.
어디까지나 사진으로 봐줄 수 있을 정도로 초점이 남아있는 경우만 살렸습니다. -_-
...같은 인물사진인데도 색감과 노출이 제각각인 것은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앞발로 보정했습니다.
만약 늘씬한 각선미를 기대하고 이 페이지를 여셨다면 제 사진엔 그런 거 없습니다. 직접 가서 찍어오세요. -_-
ps. 생일 기념 포스팅이랍시고 미완성본을 턱걸이로 5일에 등록, 사진 첨부본은 결국 생일 지나서 등록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