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ing terr.2010. 3. 19. 03:43
일단 제목이 어디서 많이 보던 거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수 있을... 려나요?


최규석 화백의 만화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늘상 그렇다시피 실상은 별 거 없는 잡담 포스팅 시리즈의 계속입니다.




- 거의 5년 가량 속을 썩여온 카메라 고장을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카메라 중 가장 고가이자 가장 문제가 많은(......) 녀석은 미놀타의 디미지 A200입니다.


이 녀석은 제가 입대하기 전부터 AF 유닛에 문제가 생겼는지 특정 구간 하에서 AF가 잡히지 않는 골때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광각~표준단에서 피사체와의 거리가 1m 이상 벌어지면 AF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 탓에 접사질에는 딱히 지장이 없었지만 일상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할 수준이었죠. -_-



수리센터에서는 AF 유닛에 보정치를 입력해도 증상이 고쳐지지 않는 걸 봐서는 AF 모듈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A200의 경우 렌즈 모듈 내부에 AF 유닛이 포함된 구조라 처음에는 AF 유닛을 교체하기 위해 렌즈 모듈을 신규로 들여와야 해서 렌즈 모듈 교체비로 17만원(...........)을 요구했습니다.

17만원이면 웬만한 컴팩트 디카 한 대를 새로 살 수 있는 값이라 수리 여부를 꽤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A200은 미놀타의 마지막 하이엔드 카메라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결국 수리를 결정했습니다.
비록 미놀타 기기라고는 A200과 X-370밖에 없지만 미놀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놀타는 현재 사무기기 회사로 남아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미놀타는 카메라 회사로서의 미놀타입니다.]







당초에는 렌즈 모듈을 통째로 바꾼다고 하더니 어찌어찌 렌즈는 빼고 AF 유닛만 공수하는 데에 성공한 모양입니다. 청구 수리비도 10만원으로 대폭 하향.

.......그런데 렌즈가 7만원밖에 안 하나? 설마-┏








그리고 며칠 전, 모든 수리를 마친 A200이 제 손에 돌아왔습니다.





뭐, 사족입니다만 우리은행KONICA MINOLTA보다는 역시 MINOLTA가 간지입니다. -_-


......솔직히 카메라를 돌려받고 욕 나올 뻔 했습니다. [.........]


저는 기기를 꽤나 아껴서 굴리는지라 흠집을 잘 내지 않는 편입니다.
헌데 수리센터 한 번 갔다왔을 뿐인데 눈에 띄게 흠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전원버튼의 인쇄가 눈에 띄게 닳았는데 이는 아무래도 수리센터에서 테스트를 위해 On/Off를 시도때도 없이 반복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얼마나 잡고 굴렸는지 그립부 안쪽 구석에 붙은 Anti-Shake 엠블렘까지 도장 벗겨짐이...-┏




가장 골때리는 부분은 렌즈 경통 앞부분에 후드 장착용으로 만들어진 바요넷이 심하게 마모되었다는 겁니다. -_-

도대체 저게 왜 마모되었는지는 제 머리통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저것 때문에 후드를 끼우면 고정되지 않고 덜걱거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OTL

후드 부분의 바요넷에 젤타입 순간접착제를 발라 돌기를 굵게 만드니 다행히도 덜걱거리는 현상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 수리하라고 보내줬더니 다 부숴서 돌려주냐 이것들아 ;ㅁ;




아참, 렌즈캡 동봉해서 보냈는데 돌아올 때는 렌즈캡 실종. [.........................................]

정품 렌즈캡은 전멸한 지 수 년이 지났기에 결국 서드파티 렌즈캡 하나 샀습니다. OTL




덤으로 이 녀석과 관련된 고장 목록을 늘어놓자면...


1. 초기 구입 : LCD 수평불량, CCD 불량화소 - 구입처에서 신품으로 교환

2. CCD 수평불량+화면 좌상단 흐려짐 현상 : 일본 수리센터로 보내 수리했으나 화면 흐려짐은 개선되지 않음 -> 한국 수리센터에 재의뢰 -> 손떨림 보정 유닛의 수평 문제라는 진단을 받고 문제점은 대부분 교정되었으나 비네팅 문제가 생김

3. 비네팅 :
비네팅은 교정되었으나 센터에서 이것저것 손댔는지 강한 광원에서 사진이 깨지는 현상이 다수 발생

4. 사진 깨짐 :
결국 센터에서 카메라 리셋 처리, AF 유닛이 맛이 감. 수리하지 않고 방치 후 입대

5. AF 불량 :
전역 후에 수리 의뢰, 이제서야 고침. [.............]


3~4 과정에서 제가 센터를 좀 볶아서(...) 센터에서는 제 의뢰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하소연까지 했더랬습니다. [.......]




아직 실외촬영은 하지 못했기에 완전히 수리되었는지의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실내 테스트에서 양호한 결과를 보였기에 사실상 수리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서 외관은 많이 상했을지라도 드디어 알맹이가 멀쩡한 A200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구입한 지 장장 5년 만입니다. [...]



사실 이 정도의 악연이면 질려서라도 갖다버릴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 녀석은 모질게 대할 수가 없더군요.


제 돈으로 처음 구입한 수동지원 카메라였고 모든 디지털 카메라가 전자식 줌 버튼 일색이던 구입 당시에 제가 처음으로 접한 기계식 줌렌즈 탑재기였기에 저에게 '사진 찍는 맛'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기기였습니다.

그래서 인상이 깊게 남았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녀석 덕분에 미놀타에 대해 알게되고 이 녀석 덕분에 미놀타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놀타가 카메라 사업을 포기해버려 이 녀석이 미놀타의 마지막 하이엔드 카메라가 되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습니다.

잦은 불량으로 저를 애먹였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설명하기 힘든 신뢰가 미놀타의 마력인 듯 합니다.
아이스타트 센서와 그립센서가 삭제되고 바디가 마그네슘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구성되는 등, 미놀타의 정수가 아닌 가격 절감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보급형' 하이엔드 기종이지만 그래도 미놀타랄까요.



개인적으로 미놀타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로 공돌이 정신(......좀 고급스러운 말로 '장인정신')을 꼽습니다.
이 공돌이 정신의 정수로 불리는 α-7과 α-9를 꼭 써보고 싶은데... 기회가 오려나 모르겠군요.


이번 주말에 사진동아리 주최로 OT를 가게 되는데 거기서 이 녀석 복귀신고식이나 좀 해줘야겠습니다.






- 최근 유코텍의 신제품 이어폰인 UBQ-ES503의 체험단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체험단이나 베타테스터를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하려니 살짝 버거운 감이 있습니다.

이 리뷰라는게 무작정 칭찬만 해서는 될 게 아니라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하여 제품의 장단점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보니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헌데 이어폰 리뷰의 경우 많은 부분을 청각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 귀가 소위 말하는 황금귀도 아닌데다 그동안 사용하던 이어폰들도 5만원을 넘지 않는 중저가들 뿐이라 철저히 주관으로 원고를 만들어야 하는 소리에 대한 평가를 작성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유코텍의 전작들을 위주로 수시로 비교 청음을 해가며 짬이 날 때마다 노트에 평가를 기록하는 중인데...
이걸 정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어질거립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쓴 리뷰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독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임무 기간은 이달 말까지이니 마감 직전까지는 아마 ES503의 평가가 포스팅될 겁니다.
포스팅 뒤에는 독자의 평가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음 번에 체험단이나 베타테스터를 지원하려면 그 전에 심적, 물리적 여유를 좀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OTL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