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8. 4. 10. 03:59



현대인들은 지금 휴대폰으로도 그럭저럭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지 센서의 성능만 보자면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하이엔드'라 불리던 십여 년 전의 플래그십 디지털 카메라를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사진만으로는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구입을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카메라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의 주 피사체, 행동 패턴, 경제적인 요건, 예술적인 취향 등 수많은 변수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사진을 취미의 영역에서 즐기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는가 하면 사진이 곧 생업과 연결되는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도 있습니다.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죠.


이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딱 이거다! 싶은 카메라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던 와중, 소니는 이 질문에 대한 단순하고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니가 무슨 기능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다 넣어봤어."





캐치프레이즈는 그 대상이 나타내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소니가 이 녀석을 내놓으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를 위한 완벽한 선택(Perfection for all. Everything you need.)"




2018년 2월 26일(한국 시간으로 27일), 소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WPPI 컨퍼런스에서 α7(이하 α를 A로 표기)의 3세대 모델을 공개합니다.

사실 소니 미러리스 최초의 프레스 플래그십 모델인 α9(이하 A9)이 등장하면서 3세대 플랫폼의 서막을 열었고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고해상도 사양인 α7R의 3세대 모델인 α7RⅢ(이하 A7R3)가 뒤이어 등장하면서 A7의 3세대 모델 출시도 기정사실화 되었죠. 다만 이전 세대들과는 달리 엔트리 모델인 A7 대신 상위 모델들이 먼저 출시되면서 α7Ⅲ는 A9이나 A7R3에서 이것저것 들어내서 적당히 너프한 모델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어떤 물건이 나왔길래 이런 말을 하냐면... 3월 20일 예약판매 당일 소니코리아 쇼핑몰 서버가 폭발했습니다. 네. 249만 9천원짜리 물건을 파는 사이트에 사람들이 텍사스 소떼마냥 몰려들어 서버가 터졌다 이 말입니다. 그 덕분에 수 분 이내로 끝날 것 같았던 예약판매는 뻗어버린 서버가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며 F5를 찍어대는 사람들과의 전쟁을 치르며 1시간 40분이 흘러서야 겨우 예약주문을 성공합니다. 이것은 근성의 승리...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지금부터 이번 언박싱의 주인공, 소니 α7Ⅲ(이하 A7III 또는 A7M3)를 소개합니다.






예약판매의 꽃은 누가 뭐래도 남들보다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겠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약판매의 인기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예약판매 구매자 특전 사은품입니다. 이번 예약판매로 A7III를 구입하여 택배를 받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구성품을 얻었습니다.


- A7III 바디킷 또는 렌즈킷

- UHS-Ⅱ 규격 64GB SDXC 메모리카드

- 예약판매 한정판 A7III 전용 가죽 스트랩 세트

-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는 무상보증 1년 연장



처음에는 메모리카드 저거 얼마 하겠냐 싶었는데 UHS-Ⅱ 규격은 엌 소리나게 비싸더군요. 그리고 소니가 왜 저걸 예판 사은품으로 넣어줬는지는 A7III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뒤에서 하도록 하죠.





메인 디쉬를 받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예판 사은품부터 먼저 살펴봅시다. 먼저 아까 언급한 엌 소리나게 비싼 UHS-Ⅱ 규격 64GB SDXC 카드입니다.

타사의 메모리 카드는 제조사 로고와 메모리카드의 브랜드명으로 라벨 디자인을 구성하는 데에 반해 SF-G64라는 모델명이 붙은 이 녀석은 쓰기 속도와 읽기 속도를 대문짝만하게 써놨습니다. 네. 짧고 굵습니다. 기똥차게 빠릅니다.


이런 고성능 메모리카드를 사은품으로 넣은 이유는 다름아닌 A7III의 연사 퍼포먼스를 위해서입니다. 메모리카드의 성능이 제대로 받쳐줘야 A7III의 특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SD카드로서는 상당히 비싼 물건이기에 선뜻 손이 가기는 어렵다보니 이런 식으로 사은품으로 넣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 예약판매 사은품은 한정판 가죽 스트랩 세트인데 뭔가 있어보이는 상자에 대놓고 A7III 전용 한정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스트랩 세트의 구성은 넥스트랩과 핸드스트랩, 그리고 렌즈캡 분실방지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트랩은 통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넥스트랩은 소니 알파 브랜드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덧대어 포인트를 줬습니다. 안쪽 면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있어 실용성 면에서도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넥스트랩과 핸드스트랩의 한쪽 면에는 A7III의 엠블럼, 반대편에는 G MASTER 브랜드의 엠블럼이 음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소니가 미놀타로부터 카메라 사업을 인수하면서 알파 마운트와 더불어 고급 렌즈군인 G라는 이름도 함께 이어받았고, 미놀타 렌즈의 복각 뿐만이 아니라 소니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고급 렌즈군도 G 렌즈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라인업을 출범하면서 G보다 한 단계 위의 최고급 렌즈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바로 G MASTER(통칭 GM)죠. 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압도적인 화질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가격을 가지는 렌즈군이기도 합니다.


...제가 과연 GM 렌즈를 써볼 일이 있을까요?





여기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구매한 사양은 번들 렌즈가 제공되지 않는 바디킷 사양으로 모델명은 ILCE-7M3입니다. 바디킷 사양이면 ILCE-7M3K가 되죠.










소니가 늘 그렇듯 패키지 디자인은 항상 간결합니다. 기존 세대 모델들과 유사한 포장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상자 뒷면에 빽빽하게 몰아넣은 제품 소개가 압권이라면 압권입니다. 벌써부터 무시무시한 문구들이 여럿 보이는군요.





풀프레임 카메라의 포장이라고 해서 상당한 덩치를 가질 줄 알았지만 의외로 상자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15년 전에 소니에서 내놓은 컴팩트 카메라의 패키지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입니다. 그나저나 의외로 15년 전의 패키지도 그리 촌스럽지는 않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언박싱 시간입니다. 저희 집에 들어오는 아이템들이 늘 그렇듯 보물 탐사대 두 명에게 언박싱을 부탁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을 열자 해골 씨와 아리스 씨가 종이 책자 여러 장을 발견하였습니다. 





뭔가 월척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예감 적중. 아리스 씨가 부직포에 싸여진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실루엣을 보아하니 이건 카메라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해골 씨는 어디 갔죠?





"이봐! 이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아리스 씨가 마지막 구성품인 배터리 세트를 발견합니다.





박스 탐사를 끝낸 아리스 씨의 전리품 소개. 바디킷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A7III

- 넥스트랩

- 배터리

- 충전용 어댑터

- 마이크로 USB 데이터 케이블

- 사용설명서, 정품 보증서 등 각종 문서 1식


어... 아마 제가 구입했던 카메라 중 가장 간결한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터리 관련 구성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배터리는 아쉽게도 하나만 들어있지만 배터리의 가격이 가격인 만큼 엔트리 모델을 표방하는 A7III로서는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뭔가 좀 휑... 해보이죠?


여기서 잠시, 아까 실종되었던 해골 씨의 행방을 찾아봅시다.





해골 씨는 박스 속의 깊고 어두운 함정에 빠져 있어 구조를 위해 LTF 1035-3.1 트럭 크레인을 투입했습니다. 해골 씨가 빠져있던 깊고 휑한 공간은 먼저 출시된 3세대 바디들의 패키지에서는 배터리 충전기가 들어있던 자리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A7III 패키지에는 배터리 충전기가 없습니다. 아무리 원가에 민감한 엔트리 모델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250만원짜리 카메라인데 배터리 충전기 하나 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앞서 상자 비교에 등장한 15년 전 컴팩트 카메라[리뷰]도 충전기는 기본 품목이었습니다.


바디에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 USB 단자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용 어댑터가 들어있긴 한데 아무리 충전 중에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라도 충전기를 따로 제공하는 것과 바디의 충전 기능에 의존하는 것은 활용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해골 씨가 빠졌던 함정 건너편에는 A7 시리즈 공용 넥스트랩이 들어있습니다. 흰색 글씨와 주황색 액센트는 의외로 인쇄가 아닌 자수로 마감되어 번들 스트랩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새가 나옵니다. 다만 Ⅲ라는 숫자 하나 빠졌을 뿐인데 미묘하게 허전하군요. 예판 구매자는 가죽 스트랩이라는 선택지도 있으니 그러려니 합시다.


사실 저는 미놀타 시절의 알파셀렉션 스트랩(일명 '수건 스트랩')이 소니에서 애프터마켓 상품으로 복각되기를 기대했는데 소니는 수건 스트랩은 커녕 넥스트랩 자체를 애프터마켓 상품으로 안 내놓더군요. 그나마 있는 거라고는 크롭바디용 얇은 스트랩들밖에...





활자는 보기만 해도 머리아픈 아리스 씨를 위해 각종 문서류는 간소하게 구성되었습니다.

각각 알파 시스템 가이드북, 카메라 본체와 배터리의 사용설명서, 정품 보증서입니다.





알파 시스템 가이드북은 소니에 처음 입문하는 타 바디 유저들을 위한 렌즈군 및 액세서리 뽐뿌 유발 광고책자입니다. 소니 유저들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죠.


문제라면 사용설명서인데... A7III가 담고 있는 방대한 기능을 설명하기에는 좀 과하게 얇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풀 사이즈 사용설명서는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링크]로 따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자는 표지 포함 92페이지인데 PDF 파일은 642페이지군요. 덧붙여 이미징 엣지 등의 번들 소프트웨어도 다운로드[링크]로 제공합니다.





부속품 소개는 여기까지. 여기서부터는 A7III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카메라 개봉기에 카메라가 이제서야 나온다고 하는데 원래 진짜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이쯤에서 탐사대는 잠시 퇴장하고 주인공을 만나보도록 합시다.





정면에서 바라본 A7III는 2세대 A7 시리즈와 거의 유사한 외관입니다. 클래식 카메라의 테이스트를 어느 정도 따르는 1세대와는 달리 2세대부터는 알파만의 패밀리 룩을 점차 갖춰나가고 있죠.


정면의 7III이라는 이름표를 가리고 2세대 바디와 나란히 놓으면 면밀히 살펴보지 않는 한 구분이 어려울 정도인데 이 때문에 아재 사진사들이 내무부 장관님 몰래 2세대에서 3세대로 갈아타기 쉽게 하기 위한 소니의 배려라는 농담 반 진담 반 멘트가 나오고 있죠.





측면에서는 슬슬 차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층 더 두툼해진 그립과 위엄돋는 메모리 슬롯 덮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군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로고와 NFC 태그도 각인되어 있습니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외관 상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후면입니다. 일명 '조이스틱'으로 불리는 멀티 셀렉터가 추가되고 몇몇 버튼의 레이아웃이 변경되었습니다.

타 브랜드에서 소니로 넘어오는 유저들이 가장 고생하는 부분이 인터페이스의 적응이라고 하는데 미놀타 카메라를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별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친숙함이 더 들지도 모르죠.


사실 저는 캐논 카메라가 가장 쓰기 어렵습니다. 가끔 캐논 카메라를 렌트해서 사용하는데 미놀타 카메라를 오래 써서 그런지 캐논의 인터페이스는 꽤 헷갈리더군요.





소니가 2006년에 알파 브랜드를 인수하고 가장 처음 시도한 이미지 메이킹은 이미지 컬러의 부여입니다. 물론 미놀타의 알파 시스템을 등에 업은 상태라 완전한 신참은 아니지만 DSLR 시장에 처음 뛰어드는 소니로서는 강렬한 이미지를 원했습니다. 그런 소니가 선택한 색상은 기존의 카메라 브랜드들이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주황색이죠.


소니의 알파 시리즈는 항상 오렌지빛 액센트가 들어갑니다. 초창기 알파는 전면의 알파 엠블럼을 주황색으로 칠하고 마운트에 가느다란 주황색 몰딩을 두르는 것으로 존재를 알렸지만 최초의 풀 프레임 DSLT인 A99를 기점으로 알파 엠블럼을 크롬으로 처리하는 대신 마운트를 주황색의 굵은 포인트 링으로 감싸는 마감을 사용합니다. 결론적으로 이전보다 한층 더 강렬한 캐릭터가 붙었죠.





1세대와 2세대 바디를 사용하셨던 분들이라면 한 눈에 알아보시겠지만 이전 세대 대비 그립의 두께가 눈에 띄게 두툼해졌습니다. 말 그대로 거대해진 배터리의 영향이죠.





사진에서는 단순한 페인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니 엠블럼은 음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사실 워낙 얕은 각인이라 만져보기 전까지는 그냥 페인팅으로 오해하기 딱 좋죠.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아서 타사 바디를 사용하는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부분인데 A7 시리즈는 총 3가지의 라인업으로 구성됩니다. A7 시리즈는 기본기를 담당하는 엔트리 모델인 A7 라인업, 고화질에 특화된 고해상도 모델인 A7R 시리즈, 그리고 고감도와 동영상에 특화된 A7S 시리즈로 나뉩니다. 즉, 지금 소개하는 A7III는 엔트리 라인인 A7의 3세대 모델이라는 의미죠. A7M3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여기서 M은 Mark로 읽습니다. 즉, 이 녀석의 풀 네임은 α7 Mark Ⅲ입니다.





그립에 부착된 셔터버튼과 커맨드 다이얼은 매장에서 수없이 만져보던 2세대 모델들과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셔터감은 2세대와 확실히 차이가 날 정도로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2세대를 매장에서 처음 만져봤을 때 너무나도 가벼운 셔터감 때문에 크게 실망했었죠. 3세대의 셔터 버튼은 사각거리면서도 묵직한 기분 좋은 셔터감을 제공합니다.


셔터버튼 옆에는 셀프타이머 표시등을 겸하는 AF 보조광 램프가, 커맨드 다이얼 아래에는 리모콘 수광부가 붙어있습니다. 소니의 미러리스들은 유선 릴리즈 단자가 없기 때문에 무선 리모콘을 릴리즈로 사용하는데 혹시나 해서 미놀타 A200의 리모콘으로 무선 릴리즈를 시도해봤는데 미동도 하지 않더군요. 쳇.





2세대 A7부터 뒷면에도 명판이 붙기 시작했는데 정작 2세대의 시작인 A7II는 명판이 없어 엔트리 모델이라고 차별하는가 싶은 씁쓸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3세대로 넘어오면서 A7III에도 드디어 뒷면 명판이 붙었습니다. 아무 기능도 없는 저 조그만 이름표 하나가 괜히 기분 좋아지는 포인트입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기존 A7 시리즈 유저들로부터 가장 많은 환영을 받은 개선은 역시 멀티 셀렉터의 추가입니다. 그리고 A9에서 첫 선을 보인 AF-ON 버튼 기반의 AF 조작 인터페이스도 그대로 이식되었습니다. 뒷면 커맨드 다이얼과 클릭휠의 크기가 더 커져 조작감이 좋아진 것도 소소한 개선점입니다.


그리고 동영상을 자주 촬영하는 유저들에게는 동영상 촬영버튼의 위치 변경도 눈여겨 볼 변경점입니다. 이전 세대까지는 메모리 슬롯 잠금버튼 자리에 동영상 촬영버튼이 있었죠. 





WPPI에서 처음으로 제원이 공개되면서 직업 사진가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요소를 꼽자면 누가 뭐라고 해도 메모리 듀얼 슬롯 채용입니다. 수 개월 전부터 A7III의 제원을 예상하던 사람들이 모두 듀얼 슬롯만큼은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소니는 직업 사진가들까지도 잡겠다는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을 요소이지만 직업 사진가에게 있어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백업할 수 있는 듀얼 슬롯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업용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척도로 듀얼 슬롯을 꼽는 사람까지도 있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이 녀석은 엔트리 모델입니다. 급 나누기? 그거 먹는 건 가요?


그나저나 메모리 슬롯 도어에 잠금버튼이 달린 건 처음 보는군요. 아무래도 실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장치가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2번 슬롯은 SD카드와 함께 메모리스틱 듀오를 지원하는데 이걸 보니 역시 소니는 소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식 뷰파인더(EVF)는 전작 기준으로 A7RII와 동급 사양입니다. 다른 3세대 바디들보다는 떨어지지만 종전의 A7II와 비교하면 개선된 사양이죠. 3세대부터는 칼 자이스가 자랑하는 T* 코팅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T* 코팅은 난반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EVF가 또렷한 화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성능 코팅이지만 청소하기가 더럽게 빡세기로도 유명하니 더러워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도록 합시다.


EVF는 시야율 100%, 배율 0.78배, 236만 화소 사양의 OLED 디스플레이로 고화질 모드인 120fps와 저전력 모드인 60fps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20fps 모드를 사용하면 기존 광학식 뷰파인더(OVF)를 사용하는 유저들도 제법 쾌적한 촬영이 가능합니다. EVF 특유의 이질감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차 격차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죠. 아직까지는 OVF가 EVF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언젠가는 OVF가 지금의 수동 변속기처럼 감성만의 영역으로 취급받을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 추가.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의 품질을 선택하는 옵션이 존재하나 먼저 출시된 3세대 바디인 A9과 A7RIII의 뷰파인더의 프레임 레이트가 제원 상에 표기된 것과 달리 A7III는 공식 제원에서 프레임 레이트가 명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A7III의 프레임 레이트는 120fps/60fps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 놈의 아이피스는 먼지가 징그럽게 잘 붙는군요. 이 녀석을 소품 삼아 사진 촬영하실 분들은 반드시 아이피스 한 번 닦고 촬영하시길 바랍니다.





풀 프레임 DSLT인 A99를 기점으로 소니는 알파 브랜드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데 그 중 하나가 핫슈의 변경입니다. 미놀타 알파는 오토락 슈라 불리는 미놀타 전용 핫슈를 사용했고 소니 알파도 이를 따랐습니다. 그랬던 것이 A99부터는 현재와 같은 멀티 인터페이스 슈, 약칭 Mi 슈로 변경됩니다.


타사의 플래시는 장착조차 불가능했던 오토락 슈와는 달리 Mi 슈는 타 브랜드의 핫슈와 동일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보시다시피 내부에는 수많은 접점이 자리잡고 있으니 타사에서는 핫슈 커버를 훌렁훌렁 벗기고 다니던 분들도 Mi 슈가 달린 카메라를 쓸 때만큼은 핫슈 커버를 덮고 다니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그건 그렇고 모드 다이얼에 잠금 버튼을 빼버린 건 상당히 의외군요. 이런 걸로 급 나누기냐...











3인치 디스플레이는 상단 90도, 하단 45도 틸트가 가능한 사양입니다. 아쉽게도 스위블이나 180도 틸트는 지원하지 않아 셀피 촬영은 불가능합니다...만 풀 프레임 바디로 셀카를 촬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원표 상에서 이전 세대보다 유일하게 성능이 떨어진 부분이기도 한데 디스플레이의 화소가 줄어든 대신 터치 포커스 기능이 추가되어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여 AF 영역을 지정하거나 뷰파인더 촬영 중에 터치패드처럼 디스플레이를 드래그하여 AF 포인터를 옮길 수 있습니다. 화질을 소폭 희생한 대신 편의성을 챙긴 구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니와 캐논은 '구라 액정'으로 유명한데 두 구라 액정의 성격은 정 반대입니다. 모니터 상의 이미지가 실제 사진보다 더 예쁘게 보여서 컴퓨터에서 열어보고 실망하는 쪽이 캐논이라면 소니는 그 반대로 망했다고 생각한 사진이 집에서 열어보니 의외로 작품인 상황이 왕왕 발생합니다.





디스플레이의 좌측면에는 I/O 단자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각 단자 커버들은 방진방적을 강조하는 카메라답게 커버 내부에 실링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USB 단자를 채용한 것이 눈에 띄는데 하나는 최근의 추세에 따라 USB-C타입 단자를 장착하였습니다. USB-C 규격의 빠른 데이터 전송을 활용하여 스튜디오 촬영 시에는 작업용 PC와 연결하여 상시  테더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듀얼 슬롯과 더불어 직업 사진가를 노렸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구성이죠.


A7II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USB 충전 중 촬영도 A7III에서는 지원합니다. 사실 이 충전 중 촬영의 부재로 A7II를 구입하지 않고 차기작 출시를 기다리다보니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건 그렇고 상당히 뜬금없는 부분에서 급 나누기를 시도했군요.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은 다른 3세대 바디에서는 PC 싱크 터미널이 있던 자리입니다. 다양한 조명을 사용하는 스튜디오 촬영을 하게 되면 PC 싱크 터미널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도 있을텐데 이걸 굳이 빼버릴 줄은... 정 아쉬우면 핫슈에 PC 싱크 어댑터를 부착할 수도 있긴 하지만요.





짧은 배터리 수명은 2세대 A7 뿐만이 아닌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시 라이브 뷰를 작동하는 미러리스의 구조적인 한계에 가깝죠.


그랬던 것이 3세대로 넘어와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배터리가 NP-FW50에서 NP-FZ100으로 변경되면서 배터리 용량이 2.2배 증가하고 카메라 자체의 전력설계도 개선되면서 더이상 배터리 수명으로는 아쉬운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배터리 하나 바뀌었을 뿐이지만 CIPA 기준 촬영가능 매수가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실제로는 배터리 하나로 1000장 이상은 가뿐하게 촬영이 가능하다는 3세대 유저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언박싱 촬영을 위한 장시간 디스플레이 가동에도 불구하고 버텨주는 배터리를 보면 1년 넘게 기다려서 3세대 구입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듭니다.





배터리 커버는 위와 같이 분리가 가능합니다. 세로그립을 장착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죠. 배터리실 내부에는 알루미늄 하우징을 씌워 배터리 방열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대용량 배터리인만큼 발열 관리도 그만큼 중요한 요소죠.


발열 하니까 생각난 것 하나. 모든 패널을 마그네슘 합금으로 둘러싼 다른 3세대 바디들과는 달리 A7III의 바디는 프런트 패널, 탑 패널, 이너 프레임은 마그네슘 합금으로 구성되었고 백 패널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은 역시 단가 때문이겠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강도가 마그네슘 합금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방열이라는 관점에서는 플라스틱이 금속을 따라갈 수 없다보니 다른 3세대보다는 구조적으로 발열에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장시간 필드 촬영을 염두에 둔다면 고려가 필요한 요소죠. 물론 A7III에는 과열보호 옵션이 있어 센서에 손상을 줄 정도로 카메라가 과열되면 자동으로 촬영이 중단됩니다.





렌즈캡을 열어보면 E 마운트와 함께 위엄 넘치는 2400만 화소급 35mm 풀 프레임 CMOS 센서가 맞이해줍니다. 말 그대로 미러 없이 바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렌즈 교체할 때를 제외하면 잽싸게 렌즈든 렌즈캡이든 뭐든 덮어주어야 합니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마운트를 고정하는 나사가 4개에서 6개로 증가하였습니다. 고화질 고성능을 보유한 크고 무거운 렌즈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마운트 자체의 내구성을 챙길 필요가 생긴 것이죠.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제가 구입한 사양은 바디킷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첫 E 마운트 카메라입니다. 그런 고로 렌즈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네. 그렇습니다. 렌즈를 샀습니다. 렌즈 없는 카메라는 팥 없는 찐빵이죠.





A7III와 함께 구입한 렌즈는 FE 55mm F1.8 ZA입니다. 통칭 55.8로 불리는 녀석이죠. 초창기에는 쩜팔 주제에 무슨 백만원이 넘냐고 폭풍같이 욕을 먹었지만 이 녀석의 진가가 밝혀지고 난 후에는 이 가격에 이 화질이면 오히려 혜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렌즈죠. 물론 현재는 실질 구매가가 더 내려갔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인 렌즈입니다. 거기에 자그마한 크기로 A7 시리즈의 장점인 기동성을 더욱 빛내주기에 명실공히 E 마운트의 간판스타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지요.





렌즈 측면에 붙은 엠블럼은... 그렇습니다. 칼 자이스의 상징이자 간지의 상징, 파란 방패입니다.

예로부터 파란 방패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필드로 나가는 전사들에게 명품으로 인정받았죠. 실제로 제 주변에서는 파란 방패를 사용하기 위해 소니로 이주한 타 브랜드 유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렌즈를 마련했으니 A7III에 마운트 해보도록 합시다. 합체!

















합체 완료. 적당히 각지고 고풍스러운 바디와 단순미를 강조한 렌즈가 만들어내는 깔끔한 직선의 조합은 A7III을 한층 더 고급지게 보이도록 합니다. 





렌즈를 장착했으니 이제 카메라의 전원을 켜보도록 하죠. 한국 판매사양이라 그런지 언어선택 화면에서 한국어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계 등의 기본적인 세팅을 끝내고 촬영화면에 들어가나 싶었는데... 왓더. 갓 출고된 배터리는 그냥 방전 상태군요. 일단 충전 좀 시키고 옵시다.

















충전이 완료되었으니 카메라를 쥐어보겠습니다. 카메라의 그립은 바디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두툼한 편입니다. 이전 세대의 A7을 사용했던 유저라면 확연히 체감할 수 있을 수준이지요. 다만 카메라의 덩치가 작다보니 새끼손가락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놀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작업용 장갑을 S 사이즈로 착용할 정도로 그리 큰 손도 아닌데 말이죠.


소니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A9 출시와 함께 그립의 길이만 늘려주는 확장그립 액세서리를 함께 출시하였습니다. 물론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세로그립을 장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아무리 미러리스라도 풀 프레임 카메라가 이 정도 사이즈로 나온다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그만큼 A7 시리즈의 출시는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뒤엎기에 충분했습니다. 미놀타 시절부터 7이라는 이름은 레퍼런스급 바디이기도 하지만 '혁신'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었는데 세계 최초의 AF 카메라인 α-7000이 그 대표적인 예시죠. 미놀타의 마지막 7인 α-7D는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기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미놀타의 팬들은 7의 이름이 붙은 카메라를 항상 기대했었죠.


저는 소니의 이름으로 등장한 A7 시리즈도 미놀타 7의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A7 시리즈가 카메라 시장을 뒤흔든 게임 체인저가 된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탁상용 소형 삼각대에 올려도 안정적인 자태를 자랑합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마운트된 55.8 렌즈의 단점인 자주포 사거리급 최소초점거리 때문에 이 조합으로는 소품 접사질은 못 한다는 거죠. 얼른 24-105G를 영입해야 할텐데...


슬슬 충전도 끝났으니 화면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촬영 모드에서의 디스플레이 구성은 위와 같습니다. 촬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표시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다 쳐내고 히스토그램이나 전자식 수평계만 남겨둘 수도 있습니다. 아예 라이브 뷰를 끄고 EVF 촬영용 정보 패널로만 작동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죠.





동영상 촬영 시의 손 배치는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저는 동영상 촬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눈여겨보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A7III의 동영상 촬영기능 또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입니다.


4K 영상을 풀 프레임 리드아웃으로 촬영하고 S-Log를 지원한다는 제원표를 보자마자 동영상 촬영을 눈여겨 보던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죠. S-Log가 뭔가 해서 설명을 읽어봤는데 사진으로 치자면 RAW 촬영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단지 동영상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정을 통한 전문적인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죠.








소니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생한다는 메뉴 구성은... 사실 저도 좀 어렵군요. 메뉴 화면에서 멀티 셀렉터와 클릭휠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 자체는 편리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메뉴화면 구성의 직관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바디의 표기 상에는 C1부터 C4까지 4개의 커스텀 버튼이 자리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클릭휠과 AF-ON, AEL버튼까지 커스텀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상시의 습관에 따라, 혹은 기존에 사용하던 타사의 바디와 유사하게 카메라를 세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진 상에는 C3 버튼의 기본 설정인 AF 모드로 표시되지만 촬영 후 기존에 사용하던 미놀타 7D의 조작감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C3 버튼을 포함한 여러 버튼의 설정을 변경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디스플레이는 틸트를 지원합니다. 하이 앵글이나 로우 앵글 촬영에서 상당히 편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군요.





EVF 상단에는 접안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EVF가 켜지고 디스플레이가 꺼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전 세대 모델들은 이 접안 센서가 너무 민감해서 디스플레이를 틸트하기만 해도 디스플레이가 꺼지는 불상사가 자주 발생했다고 하는데 A7III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A7III의 외형을 쭉 훑어봤습니다. 이쯤에서 A7III을 보고 왜 다들 미쳤다고 입을 모았는지 딱히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한 맛보기 샘플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10fps의 고속연사위상차 693포인트+콘트라스트 425포인트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이죠.


물론 이면조사형(BSI) CMOS 센서의 채택을 통한 15스탑의 다이나믹 레인지 확보와 EV -3의 저조도 AF 검출능력 확보, 확장이 아닌 통상감도가 ISO 51200까지 올라가는 정신나간 고감도 성능 등 A7III의 특기를 늘어놓자면 끝도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AF 시스템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소니의 플래그십 바디인 A9에서 AF 시스템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A7RIII의 10연사 기계식 셔터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연사 성능이나 AF 성능에서 의도적으로 제한을 걸어 소위 말하는 급 나누기를 시도하는 타사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행보입니다. 물론 충전기를 빼먹고 PC 싱크 터미널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인 급 나누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의 핵심을 구성하는 요소를 상위 모델에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풀 프레임 시장에서 본격적인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거죠.





- EYE-AF는 소니 알파가 자랑하는 킬러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촬영하고자 하는 인물의 눈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AF인데 2세대까지는 그럭저럭 신기한 기능에 머물렀다면 3세대부터는 놀라울 정도의 추적능력을 자랑합니다. 화면 빼곡히 때려박은 위상차 센서와 센서 장인 소니가 갈고닦은 알고리즘 덕분이지요.


사실 샘플로 실제 인물을 촬영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월급쟁이의 애환을 담아 모니터 속 그녀를 담아봅니다. 자, 보시죠. 





소니 카메라로 촬영하는만큼 소니 광고모델 아이유 씨를 모셔봤습니다.

...네. 사실 그냥 덕심으로 찍은 겁니다.


EYE-AF가 작동 중일 때 모니터 속 아이유의 눈을 추적하는 AF 포인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니터가 아니라 위상차 정보를 파악하기 더 용이한 실제 인물이었다면 훨씬 더 정밀한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아이 AF는 아이유같은 미녀만 초점을 잘 잡는 것은 아닙니다. 






...네. 그렇습니다. 평창의 수호신이자 신 스틸러, 인면조의 얼굴에도 AF를 때려박아 주십니다.

일단 사람같이 보이는 것은 다 초점을 잡아줍니다. 이쯤 되면 경이롭기까지 하군요.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초창기 때만 해도 DSLR의 AF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위상차 AF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CMOS 표면에 직접 위상차 검출 픽셀을 이식하는 PDAF 기술이 개발되어 미러리스 카메라도 위상차 AF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은 변했습니다. 구조적으로 핀 교정이 필요없는 장점이 부각되고 위상차 센서를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AF 성능이 떨어져서 미러리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확실히 옛말이 되었습니다.





- 10fps 고속연사도 A7III 런칭 전까지만 해도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제원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 정도 스펙은 준 플래그십급 성능이거든요.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A7III은 A7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입니다.




제 인생영화 중 하나인 퍼시픽 림에서 집시 데인저가 엘보우 로켓으로 카이주를 맛깔나게 후려치는 장면을 연사로 찍어봤습니다. 이쯤 되면 경이롭기까지 하군요. (2)


더 놀라운 점은 RAW+JPEG 모드로 연사를 날렸는데 버퍼를 비우는 시간이 예상 외로 대단히 짧았다는 것입니다. 카메라 자체의 충분한 버퍼 메모리와 더불어 예판 사은품으로 제공된 UHS-Ⅱ SD카드와의 시너지라고 보면 좋을 듯 합니다.






A7III는 저에게 있어 두 번째 알파 세븐입니다. 첫 번째 알파 세븐은 바로 미놀타의 마지막 세븐인 DYNAX 7D죠. 왜 알파가 아닌 다이낙스인고 하니 미놀타 시절에는 일본 내수용 브랜드로 α, 북미 시장용 브랜드로 MAXXUM, 두 시장을 제외한 국가의 브랜드로 DYNAX를 사용했습니다. 즉, α=DYNAX죠. 소니로 넘어와서는 국가 불문하고 모두 알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선배 알파 세븐은 APS-C 센서를 사용하는 크롭 바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7III보다 두툼한 덩치를 자랑하는 것을 보면 새삼 A7III가 얼마나 작은 녀석인지 체감하게 됩니다. 물론 7D가 크롭 바디 치고 한 덩치 하는 점도 있긴 합니다. 





미놀타의 인터페이스는 처음 접할 떄 사람을 당황시키에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온갖 버튼과 다이얼이 백 패널과 톱 패널을 빼곡히 덮고 있어 사실상 1버튼 1기능인데 익숙해지면 이만큼 편한 인터페이스도 찾기 드뭅니다.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모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에 비해 소니의 인터페이스는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에서 미놀타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언급을 했었죠. 왜 그럴까요?








그 실마리는 AF 조작체계에 있습니다. 두 개의 버튼과 8방향 포인터를 베이스로 한 AF 컨트롤러는 서로 다른 브랜드임에도 닮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구성입니다. 같은 이름을 이어받은 카메라다운 구성이랄까요.








이왕이면 뷰파인더 왼쪽에 다이얼 하나 더 달아서 쌍견장을 완성해줬으면 좋겠지만 플래그십인 A9에만 쌍견장을 달아준 걸 보면 소니 얘네들도 쌍견장이 폭풍간지를 완성한다는 것을 알긴 아는 모양입니다. 쳇...








이번에는 맨 위에서 언급했던 올해로 15세 되신 어르신, U20을 모셔왔습니다. 저의 첫 소니 카메라이자 저의 첫 카메라죠.

U20을 사용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고 그렇게 살아온 지 15년이 지나 다시 소니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감회가 새롭군요.





제가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지면서 15년간 모아온 카메라들인데 늘어놓고 보니 공교롭게도 죄다 소니 아니면 미놀타입니다.

구입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소니 U20→미놀타 A200→미놀타 X-370→미놀타 7D→소니 A7III 순입니다. 어쩌다보니 모두가 한 다리 건너 친척인 녀석들이군요.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압도적인 스피드의 퍼포먼스를,





다른 누군가는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의성을,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는 고독한 예술성을 추구합니다.





A7III는 그 모두를 만족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기초이자 균형을 이루고 있는 베이스 모델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갖추고 그 이상까지도 추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모델입니다. 소니는 WPPI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서두에 이 녀석을 "The Basic Model."로 소개했는데 소니가 추구하는 기본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발전이 어디까지일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사실 2세대만 해도 배터리 문제만 잡으면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3세대에 와서 아예 판을 갈아 엎어버리는군요.





사실 정식 리뷰도 아닌 개봉기 촬영에 이 정도로 시간을 쏟아본 적은 처음입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많은 카메라입니다. 저의 첫 번째 풀 프레임 카메라로서, 그리고 두 번째 알파 세븐이자 두 번째 소니 카메라로서 걸고 있는 기대가 큽니다. 조만간 렌즈군과 액세서리를 갖추고 필드에서 진가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모두를 위한 완벽한 선택"


다소 거만할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이지만 실제로 만져보고 느낀 점은 소니의 자신감에서 나온 캐치프레이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실 원래 이런 글은 까는 맛이 있어야 제맛인데 이건 뭐... 적어도 개봉기 단계에서는 충전기 누락 말고는 깔 게 없습니다. 본격적인 진가는 실전에서 밝혀질테니 A7III로 인생 사진을 건지러 갈 날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요.


많은 사람들이 A7III를 기다렸고 소니는 기대를 뛰어넘는 답변으로 그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포스팅하는 4월 10일부터 A7III의 정식 판매가 시작됩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달궈놓은 판을 용광로로 만드느냐, 얼음장으로 만드느냐는 소니의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습니다. 일단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꽤나 오랫동안 뜨거울 것 같군요.



Posted by Litz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