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알고도 속아보자, 서울모터쇼
별로 건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어보는 무언가가 가끔은 있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7 서울 모터쇼가 딱 그런 케이스인데 보도자료를 보면서 볼만한 차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인지라 가보긴 가봐야겠지 하고 되뇌이면서 머리는 비우고 연장은 잔뜩 챙기는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준비를 하고 새벽 KTX에 탑승했습니다.
킨텍스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직전의 구부정한 날씨와 함께 거대한 스팅어 현수막이 반겨줍니다. 서두에서 할 말 다 해버리면 본문에 쓸 내용이 없으니 바로 본문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모터쇼 개장 첫 날에 찾아갔는데 후기를 왜 이제서야 쓰냐고 물어보신다면... 월화수목금금금에 야근까지 달리기 때문이라고 변명해봅니다.
#1. 본문은 눌러야 열립니다
▶ 현대자동차/제네시스
일반 개장 전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자율주행과 IoT 기술, 그리고 IT 산업과 자동차의 융합을 준비하는 청사진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자동차만 놓고 보자면 역대 현대 부스 중 가장 볼 거리가 없었습니다.
현대 부스의 메인을 장식하는 모델은 FE 컨셉트입니다.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FCEV)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나룸대로 FCEV 업계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갈 줄 알았던 현대가 의외로 수소연료 인프라의 느린 보급 탓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최근의 대세인 퓨어 EV(전기자동차)가 아닌 FCEV를 메인으로 들고 나왔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군요.
FE 컨셉트의 항속거리는 약 800km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EV 대비 FCEV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긴 항속거리와 짧은 충전시간입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수소연료 충전소가 국내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죠.
현대의 홈그라운드인 울산에서 투싼 FCEV가 택시 모델로 소량 보급되고 있긴 합니다만 보조금 얹으면 그럭저럭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까지 내려오는 EV와는 달리 FCEV는 아직까지 연료전지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았기에 일반 소비자에게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투싼 FCEV의 가격은 보조금 얹어서 8천만원 중반 선인데 이 돈을 주고 국산 소형 SUV를 구입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국산 중형 세단은 언제나 쏘나타의 독무대였습니다. 하지만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9세대 말리부라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죠. 쏘나타의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심지어 중형차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차들이 턱밑까지 쫓아오자 현대가 꺼내든 카드는 7세대 LF의 대대적인 페이스 리프트, 이른바 쏘나타 뉴 라이즈입니다.
페이스 리프트라고 해봐야 헤드램프와 범퍼만 살짝 손보는 코스매틱 체인지가 전부인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풀 스킨 체인지에 가깝게 디자인을 뜯어고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대가 최근 밀어붙이는 패밀리룩인 캐스캐이딩 그릴 기반의 디자인이 들어갔지요.
페이스 리프트 모델임에도 출시 전에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하는 등 현대가 나름대로 공을 들인 덕분인지 뉴 라이즈의 판매량은 이전 LF 대비 상당량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신차효과일지, 아니면 성공한 페이스 리프트 사례로 남게 될지는 조금 두고봐야 할 것 같군요.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번 모터쇼의 딱 둘밖에 없는 월드 프리미어 중 하나입니다. 월드 프리미어 딱지 붙이고도 이 정도로 감흥이 없기는 쉽지 않은데...
출시 전부터 디자인 논란이 많았고 지금도 호불호를 상당히 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2017년 불경기 와중에 유일하게 판매량 월 10000대를 넘기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랜저의 이름값이란...
그랜저 HG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그나마 프로모션 할인빨로 연명하고 있었지만 IG의 등장 이후 존재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 어슬렁... 아니, 아슬란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IG의 고급화 모델인 UG의 개발 떡밥이 포착된 상태인데 UG가 아슬란의 이름을 이어받을지, 아니면 그랜저의 가지치기가 될 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현대가 매년 모터쇼마다 공개하던 벨로스터 기반의 미드십 테스트 모델인 RM 시리즈가 올해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RN30이라는 녀석이 등장했지요. 이름에서 추정할 수 있듯 3세대 i30을 기반으로 제작된 컨셉트카로 현대가 추진 중인 고성능 브랜드인 N의 테스트 모델 중 하나입니다. 말이 컨셉트카지 N 브랜드 런칭과 함께 출시가 예고된 i30 N의 테스트카라고 보면 됩니다.
비록 친숙한(?) RM은 아니지만 N 브랜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역할로서는 RM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정도로 보면 적당하겠군요.
제네시스는 이번 모터쇼부터 현대와는 별도의 부스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미디어 데이에서 한국어 통역이나 자막도 없이 영어로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지요. 렉서스가 일본인 사장이 직접 한국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과는 정 반대의 행보죠.
한국에서는 EQ900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G90의 특별주문 사양인 G90 스페셜 에디션이 공개되었습니다. 현대... 아니 제네시스는 이 차량을 유명 행사의 의전차량으로 제공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죠.
G90 스페셜 에디션은 기본적으로 미국사양 G90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후방 방향지시등이 별도의 등화 없이 브레이크등이 깜박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임팔라에 적용되어 많은 운전자들에게 빅엿을 먹이는 바로 그 방식이죠. 한국 브랜드가 꼭 이런 것까지 따라해야 속이 시원하겠냐...
▶ 기아자동차
스팅어로 시작해서 스팅어로 끝나는 구성이었습니다. 이토록 스팅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아의 새로운 전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는 처음 선을 보이는 프로젝트명 CK, 스팅어가 기아 부스의 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2011년에 등장한 GT 컨셉트가 대호평을 받은 이후 수많은 떡밥을 남기다가 6년이 지나서 양산형이 공개되었죠. 군더더기가 살짝 붙긴 했지만 컨셉트카가 가지고 있던 강렬한 캐릭터를 잘 살려냈습니다.
구성만 보자면 패스트백 스타일의 5도어 테라스 해치백이지만 기아는 이 차를 스포츠 세단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팅어가 직접 경쟁하게 될 상대가 재규어 XE. 렉서스 IS같은 중형 스포츠 세단이기에 세단으로 불러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포르쉐 파나메라도 해치백이지만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같은 플래그십 세단과 직접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세단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이미 해외 보도자료를 통해 실내 이미지가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시차량은 틴팅 필름을 짙게 바른 실내 비공개 사양이 되었습니다. 시승까지는 무리라도 실내만큼은 공개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트렁크 리드 우측에 붙은 GT 엠블럼과 함께 AWD 엠블럼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아로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 세단 플랫폼이 되는데 이 플랫폼은 조만간 등장할 제네시스 G70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2.0L 터보, 3.3L 트윈터보, 2.2L 디젤의 세 가지 사양으로 공개되었는데 이 중 3.3L 사양은 제로백 4.9초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사양이 사실이라면 4천만원대에 제로백 5초 아래를 찍는 무시무시한 가성비를 자랑하게 되지요.
디자인과 성능 외에 주목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엠블럼입니다.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될 당시에는 익숙한 타원형 KIA 엠블럼을 사용했지만 내수 사양에는 스팅어 전용 엠블럼이 적용되었습니다. 기아차에서는 오피러스, 모하비에 이은 세 번째 전용 엠블럼이죠.
E자 모양은 후륜구동 엔진의 배치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사실 스팅어의 S가 아닌 E가 된 이유는 기아가 최근에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인 '에센시스', '에센투스'의 예고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즉, 제네시스처럼 별도 브랜드를 출범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팅어를 시작으로 럭셔리 디비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와 해외 포럼을 가리지 않고 기아의 기존 브랜드 때문에 고급 이미지를 씌우기 힘들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되는 만큼 기아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이슈죠.
스팅어와 함께 모하비 후속모델, 프로젝트 RJ로 알려진 K9 후속모델이 럭셔리 디비전으로 편입된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니 일단 지켜봅시다.
양산모델과는 별개로 스팅어 카펠라 GT라는 이름의 쇼카 사양도 등장했습니다. 바디의 굴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도장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보다도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 인테이크 등을 둘러싼 크롬 파트가 모두 카본파이버 파트로 바뀐 것이 더 눈에 띄는군요. 카본파이버 파트는 시판 사양에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어... 음.... 어째 점점 스팅어에서 이은혜 씨로 주제가 넘어가고 있는 듯 하지만 넘어갑시다. 아무튼 스팅어 카펠라 GT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강력한 씬 스틸러였습니다.
뭐걍 옹의 사진은 옆의 링크에 좀 더 모아두었으니 시간 나면 한 번 눌러주세요. [링크]
작년 추석 시즌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프리미엄 고속버스 사업을 위해 개발된 그랜버드 프리미엄 골드 익스프레스는 결국 작년 추석 시즌에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양산 직전의 테스트 도중 전력계통에 과부하가 걸리는 결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같은 시기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경쟁모델 유니버스 프레스티지 역시 노조 파업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데뷔는 추석 시즌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결국 노조 문제가 결함보다 빨리 해결되면서 고객들의 시승 평가는 레그룸이 여유로운 그랜버드 쪽이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스에게 선수를 뺏기고 맙니다.
▶ 한국지엠/캐딜락
전반적인 전시장의 구성 퀄리티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데뷔 11년차인 캡티바를 또 끌고 나왔는데 어느 자동차 전문매체는 이를 두고 노인학대라고 대차게 깠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작년에는 볼트(Volt)를 들고 나오더니 올해는 볼트(Bolt)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무슨 차이인고 하니 작년에 나온 녀석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이번에 나온 녀석은 퓨어 EV입니다. 그러니까 작년에 나온 녀석처럼 기름 먹는 전기자동차라고 억지 주장을 부리는 것이 아닌 진짜 전기자동차죠. 먼저 나온 볼트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는 미국에서 제작한 차량이 직수입될 예정입니다. 한국지엠도 르노삼성처럼 제조사가 아닌 수입사로 점점 넘어가려는 걸까요.
사실 전기자동차라는 점을 떼놓고 보더라도 꽤 잘 빠진 소형 해치백입니다. 리어 오버행만 조금 더 확보하면 MPV로서도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새가 나올 것 같습니다.
특기할 점은 제원상 항속거리가 383km에 이른다는 것인데 배터리 기술이 항속거리를 결정하는 열쇠라는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용 배터리 끝판왕 중 하나인 LG화학의 위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볼트에는 LG화학의 배터리와 LG계열사가 제작한 모터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사실 순수 항속거리 싸움으로 보자면 테슬라의 차량들이 500km를 찍었지만 저 쪽은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갔고 이 쪽은 5천만원 언저리라는 것이 포인트입죠.
볼트의 엔진룸...이 아닌 모터룸입니다. 모터의 발열량이 상당한지, 아니면 제어의 효율성을 위해서인지 빨간색 냉각수 서지탱크를 3개나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300으로 정통 사골을 끓이던 한국GM이 드디어 J400 크루즈를 한국 시장에 가져왔습니다. 문제라면 중형차 따귀를 풀스윙으로 때리는 정신나간 가격정책 탓에 초장부터 망했다는 평이 압도적이었고 결국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놀란 한국지엠이 출시되지마자 200만원 가까이 할인을 때리는 눈물의 똥꼬쇼를 벌였습니다. 피아트 500 사태의 쉐보레 판이라고나 할까요. 처음부터 저 가격으로 내놓았으면 그럭저럭 신차효과 받으면서 자리를 잡았을텐데...
그러고보면 크루즈의 모터스포츠 참가도 참 꾸준합니다. 매년 슈퍼레이스 사양의 전시차를 들고 나오는 것은 덤이고요. 전시차가 레이싱 사양이라 그런지 여기에서만큼은 컴패니언 모델이 아니라 레이싱 모델 또는 그리드 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요.
...그리고 저 오른쪽 뒤에 고대 유물도 하나 보이는군요.
한국 시장에서 소형 SUV라는 카테고리를 처음 개척했지만 높은 가격과 취향을 심하게 타는 투박한 외관 탓에 외면받았던 트랙스는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페이스 리프트 이전부터 만듦새 자체는 상당히 좋다는 평을 받았던데다 후발주자들이 죄다 고가정책을 쓰면서 동급 중에서는 딱히 비싼 게 아닌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죠.
카마로 SS는... 다 필요없고 엔진룸만 봅시다. 6.2L 자연흡기 OHV 엔진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V8! V8! V8!
사실 캐딜락은 수입차로 분류되지만 GM 그룹이니... 4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사실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한국 시장에는 이제서야 정식출시를 한다고 합니다. 니들 2년동안 뭐했냐...
▶ 쌍용자동차
이번 모터쇼에서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를 내놓은 제조사입니다. 저 위에 언급했던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논외로 칩시다.
저 위에 노인학대라고 까였던 쉐보레 캡티바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사골을 우리다 못해 냄비가 기화할 것 같았던 렉스턴의 2세대 모델 Y400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1세대 Y200이 2001년에 데뷔했으니 무려 16년만에 등장한 후속작이죠.
전반적인 디자인의 골격은 쌍용이 이전부터 꾸준히 선보였던 컨셉트카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거기에 쌍용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티볼리의 디자인 요소가 상당부분 가미되었죠. 이 탓에 덩치 커진 티볼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서브네임 붙이는 센스가 날이 갈수록 괴악해지는 쌍용답지 않게 의외로 G4라는 평범한 서브네임을 달았습니다. G4라니까 Generation 4th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쌍용은 Great 4 Revolution, 그러니까 위대한 4가지 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4를 강조하는지 설명을 좀 해줘 이 양반들아...
트렁크 리드에는 티볼리 에어와 마찬가지로 전용 엠블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엠블럼에 G4라고 떡 하고 박혀있으니 상당히 어색하군요.
렉스턴의 세일 포인트라면 아무래도 국내에 얼마 남지않은 바디 온 프레임(통칭 '프레임 바디') 방식의 SUV라는 점입니다. 쌍용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정통 SUV라는 문구와 함께 Y400에 들어가는 신작 프레임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렉스턴 단일 모델로만 보자면 16년이지만 Y200의 프레임이 1980년대 말에 등장한 코란도 훼미리에 쓰던 물건이었고 이 프레임의 원조인 이스즈 빅혼은 1981년에 등장한 차량인만큼 프레임만 보자면 약 40년만에 세대교체를 한 셈입니다.
유로6 규제를 맞추다보니 배기량이 200cc 늘면서 졸지에 법적으로 대형 SUV가 된 코란도 C는 판매량을 회복할 길이 막막합니다. 대형차 세금 내는 준중형 SUV라니...
회사 차로 코란도 스포츠가 1대 있어서 종종 몰아봅니다만... 타면 탈수록 드는 생각은 쌍용이 주장하는 화물칸 넓은 중형 SUV보다는 보닛 달린 더블캡 1톤 트럭에 더 가깝습니다. 승용차로 타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지만 국내에는 코란도 스포츠 외의 픽업트럭이 아예 없다보니 별다른 개선 없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요.
▶ 르노삼성
신차는 아예 없지만 의외로 이것저것 준비한 것이 많은 부스였습니다. 르노 브랜드의 도입 소문만 무성한 두 대가 드디어 한국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고 왔기 때문이죠.
작년에 참고출품 격으로 등장했던 클리오가 드디어 국내 정식 출시 준비를 마쳤습니다. SM2로 들어오네 뭐네 추측이 많았는데 결국은 클리오 본명대로 들어오는 것이 유력하다는 르노삼성 직원의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먼저 들어온 QM3와 마찬가지로 전량 해외생산 분량이 수입되어 판매될 예정입니다.
소형 승용차 시장의 무덤이자 해치백 승용차의 무덤인 한국에 소형 해치백을 들고 오는 패기는 뭐랄까... 캡처가 QM3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수입될 때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클리오와 캡처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사한 점이 많지요. 트렁크 해치의 dCi 엠블럼에서 추측할 수 있듯 디젤 엔진의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데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QM3의 1.5L 엔진이 들어올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사실 저는 경차를 타다보니 클리오의 실내에 별다른 불만을 느끼지 않았는데 제가 내리자마자 탄 사람이 "ㅅㅂ, 좁아!"를 외치고 며칠 뒤에 모터쇼를 찾아간 제 친구가 클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내장재에 실망했다고 불평하는 것을 보니 제가 자동차 실내를 평가하는 기준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작년부터 출시 준비를 하던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는 올해 중순부터 공식적으로 시판될 예정입니다. 트위지와 같은 마이크로카 카테고리가 한국에는 아예 없었기에 이 차가 법적으로 자동차와 오토바이 중 어떤 분류를 받게 될 지에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오토바이가 아닌 경차로 확정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모델은 탈착식 간이 뒷좌석을 삭제하고 운전석 뒤에 격벽을 설치한 '카고' 사양입니다. 쉽게 말해서 밴 버전이죠.
트위지는 다른 르노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생산물량이 수입되어 판매되지만 빠르면 내년부터 농기계 제조사인 대동공업을 통한 국내생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삼성상용차가 망한 지 약 17년만에 대구에서 생산하는 삼성차가 되겠군요. 덧붙여 트위지는 원래 도어에 창문이 없는 구조인데 한국 시판사양에는 해외에서 옵션으로 판매되는 탈착식 간이창문이 추가되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QM6와 SM6는 르노삼성을 먹여살리는 대표적인 밥줄로 자리잡았습니다. 공개 당시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은 ㄷ자 모양의 주간주행등도 이제는 슬슬 친숙해지는군요.
▶ 네이버
도대체 모터쇼에 왜 나왔나 싶지만 의외로 큰 부스를 배정받았습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커넥티드 카 기술을 홍보하러 온 만큼 직접 만든 자동차보다는 자동차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전시차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모델, 포니입니다. 어째저째 1세대 모델을 구해왔군요. 등장 당시에는 국민차였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독특한 차량입니다. 한국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몇 안 되는 패스트백 세단이죠.
이 외에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과 최신 자동차 기술을 상징하는 목적으로 추정되는 테슬라 모델 S가 전시되었지만 사진은 생략합니다.
▶ 캠시스
캠시스는 원래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전자부품 제조사입니다. 그런데 쌍용과 르노삼성의 전직 연구원들이 설립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코니자동차의 지분을 대거 인수하면서 이번 모터쇼에서 완성차 부스로 등장했습니다.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TX700e는 2년 전에 코니자동차 브랜드로 선보인 TX500e의 후속 뻘 되는 모델입니다. 문제는 차폭이 경차 기준인 1.6m를 약간 넘어버리면서 전작 코니트럭과는 달리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캠시스 직원에게 경차 혜택은 고려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대책으로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마이크로카 PM100의 픽업 사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 사이즈에 적재함을 달면 뭐가 들어가려나...
▶ BMW/미니
속칭 '독일 3사'의 일원으로서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회사 중 하나인 BMW는 독일 3사 중 하나인 아우디가 스스로 몰락하면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듯한 인상이 보였습니다. 자동차만 보자면 절대 쉬어가는 차가 아니지만요.
7시리즈만큼은 절대 M 버전을 내놓지 않겠다던 BMW의 철칙은 6세대 7시리즈에도 이어지는가 싶더니 M은 아닌 M 퍼포먼스 사양이 등장했습니다. M760Li가 그 주인공이죠. 공식적으로는 M의 하위 버전인 M 퍼포먼스 패키지이지만 롤스로이스 고스트에 쓰던 6.6L 12기통 엔진을 때려박으면서 카탈로그 스펙 609마력을 찍었습니다. 이쯤 되면 그냥 M7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M760Li는 등장만으로도 살다살다 7시리즈에 M자가 붙을 줄은 몰랐다며 많은 차덕후들의 어이를 출가시켰습니다. 저 덩치에 무광 건메탈을 입히니 여러 모로 무시무시하군요.
이재용이 계악하면서 한국 한정으로 '그 분의 차'로 유명세를 날린 i8입니다. 컨셉트카 시절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양산시킨 배짱은 지금 봐도 파격적이군요.
M시리즈의 막내 M2는 세이프티 카 사양으로 등장했습니다. 레이스를 TV 중계로만 보면 세이프티 카가 슬렁슬렁 마실 다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뒤따르는 레이싱 머신들의 타이어 온도 유지와 냉각계통 보호를 위해 상당한 속도로 질주합니다. 이 때문에 세이프티 카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채택하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죠.
미니는 이번 모터쇼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시에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갖다놓은 차는 길거리에서 늘 보던 컨트리맨과 클럽맨이라는 뜻입니다.
3세대 클럽맨은 2세대의 특징이었던 비대칭 수어사이드 도어가 평범한 스윙도어로 대체되면서 특유의 아이코닉함이 줄어들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실용성을 챙긴 것인데... 사실 현 시점의 미니 브랜드는 고성능 패션카를 노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재규어/랜드로버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는 재규어보다는 랜드로버에 더 많이 쏠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규어가 가져온 차들은 I-타입을 제외하면 모두 이전에 공개했던 모델들이기 때문이죠.
재규어의 얼굴마담 F-타입은 SVR 버전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사실 2015년에 등장했던 프로젝트 7 버전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에 SVR은 상대적으로 심심해보이는군요.
레이싱카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 전시는 르노삼성 부스에서 자주 하던 일인데 이번에는 재규어 부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포뮬러 1의 전기자동차 버전인 포뮬러 E에 출전하는 I-타입입니다. 포뮬러 E 출범 당시에만 해도 르노 SRT_01E의 원메이크 레이스였는데 참여 브랜드가 늘고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오래간만에 재규어가 모터스포츠 복귀를 선언하면서 그 무대를 포뮬러 E로 정했죠. 재규어로서는 전기자동차 분야에 진출한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고요.
레인지로버는 SVA 다이나믹 버전으로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과 함께 최고급 SUV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는데 벤틀리가 벤테이가를 내놓고 그 롤스로이스마저 컬리넌을 공개하면서 사막의 롤스로이스 타이틀을 압수해버리자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를 벤테이가와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래이드하고 현재의 레인지로버 포지션은 5세대 디스커버리로 대체한다는 플랜을 세우고 있습니다.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이은 4번째 레인지로버인 레인지로버 벨라가 공개되었습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중간 포지션을 맡게 될 미드사이즈 모델로 기존에 선보였던 패밀리룩을 총 정리한 듯 한 인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5세대 디스커버리가 레인지로버의 포지션을 이어받게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5세대 디스커버리가 한국에서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레인지로버의 염가판으로 등장했던 디스커버리가 이제는 레인지로버를 대체한다니 브랜드 역사가 길어지면 별의 별 일이 다 생기는군요.
▶ 포르쉐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로 한국에서 줄줄이 판매중지를 먹으면서 폭스바겐 그룹 소속 브랜드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포르쉐와 만 딱 두 브랜드만 서울모터쇼에 참가했습니다. 사실 포르쉐는 디젤 라인업 몇 개 판매중지 먹어도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처럼 개점휴업을 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은 아니라서 말이죠.
포르쉐가 안락한 GT 카를 만들겠다면서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사람에게 "독일 놈들이 생각하는 안락함은 그냥 x나 빠른 거구나..."라는 이상한 인식을 심어준 파나메라, 그 중에서도 2세대 파나메라 터보 모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550마력에 이르는 괴물이지만 포르쉐는 이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는지 터보 S와 터보 S 하이브리드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이브리드는 918에 적용된 기술로 연비가 아닌 출력 증강에 몰빵한 하이브리드 기술이죠.
포르쉐의 플래그십 슈퍼세단으로 파나메라가 자리잡고 있지만 포르쉐를 상징하는 진정한 기함은 누가 뭐래도 911입니다. 911 카레라 GTS는 이전에도 몇 번 모습을 비춘 적이 있지만 볼 때마다 이 녀석의 뒷태는 입을 벌어지게 만듭니다.
3세대 박스터와 2세대 카이맨은 각각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718이라는 이름을 추가로 부여받았습니다. 즉, 718 박스터와 718 카이맨이 되는 셈이죠. 이렇게 묶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포르쉐가 박스터를 카이맨보다 높은 서열이라고 규정해버리는 바람에 카이맨 오너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습니다.
출시 전까지는 카이엔의 후광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 할 것 같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카이엔과 어깨동무하는 개념없는 가격이 반겨주는 바람에 시장에서의 반응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은 마칸입니다. 그러게 브랜드 불문하고 작은 차는 비싸면 안 팔린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거늘...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 그 중에서도 대표 격인 르망 24시의 LMP1 클래스에 출전하여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919 하이브리드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실차가 아닌 레고아트로 등장했군요. 어차피 쇼카인만큼 임팩트를 더 남기겠다는 의도일까요.
▶ 마세라티
작년과 똑같습니다. 이 멘트 외에는 더 붙일 말이 없을 정도로 정말 똑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마세라티 부스는 출입인원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드라마 PPL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쏟아부으면서 기블리같은 엔트리 모델은 도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차가 되었습죠.
작년에 데뷔 신고를 한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는 상당한 호평과 함께 팔리고 있습니다. FCA 그룹에 편입된 이후 대중브랜드 크라이슬러와 부품을 공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명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이기에 마세라티의 차세대 밥줄을 짊어진 모델이기도 하지요.
▶ 메르세데스 벤츠
올해의 벤츠 부스는 수 년 전의 폭스바겐 부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산차 부스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규모와 수많은 전시차들... 그 와중에도 컴패니언 모델을 세우지 않는 벤츠의 철칙은 여전했습니다.
분명히 차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BMW 5시리즈에 비해 인지도가 밀리는 E 클래스를 지켜보기 안타까웠던지 벤츠는 E 클래스 쿠페와 E 클래스 카브리올레를 메인으로 올리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AMG 출범 50주년 기념작인 AMT GT 컨셉트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주 전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 이은 두 번째 무대군요. AMG의 스포츠 세단으로 데뷔할 예정으로 현재 공개된 제원으로는 무려 800마력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실제 양산형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기대가 큰 모델입니다.
어... 음.... 사실 S 클래스 마이바흐를 턴테이블에 올려놓지는 않더라도 일반인 시승이 가능하도록 전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뒷좌석에 타보고 싶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습니다.
벤츠는 아예 AMG 부스를 따로 설치하여 AMG 모델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유독 기합을 넣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대목이죠. GLE63 AMG도 그 중 하나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파격 그 자체였던 쿠페 타입의 SUV도 이제는 슬슬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녹색 지옥의 짐승(Beast of the Green Hell), 바퀴 달린 헐크(Hulk on a wheel) 등등 온갖 무시무시한 녹색 별명을 가진 AMG GT R이 AMG 부스의 얼굴마담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별명이 붙을 만도 한 것이 2016년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에서 온갖 슈퍼카들을 씹어먹으며 포디엄을 싹쓸이했기 때문이죠. 덧붙여 '녹색 지옥'은 뉘르부르크링의 별명이기도 합니다.
녹색을 메인 컬러로 내세운 AMG의 센스랄지 취향이랄지... 녹색이 자동차에 올렸을 때 이렇게 멋진 색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보통 녹색 자동차 하면 압축진개차... 그러니까 청소차만 생각하잖습니까.
▶ 푸조/시트로엥
어... 그러니까 신차를 내놓긴 했는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 게 없을까요.
범퍼와 도어에 에어캡을 붙인 듯한 에어 범프라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내세우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C4 칵투스는 원톤 에디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등장했습니다. 원톤이 되니 에어 범프가 컬러풀하게 돋보인 기존 사양보다는 차분해 보이는군요.
푸조는 3008 GT와 5008 GT를 신작으로 내놓았습니다. 어... 그런데 너무 평소의 푸조다운 차라 뭐라 덧붙일 말이...
▶ 만
작년에 해외업체 최초의 한국 모터쇼 월드 프리미어 출품이라는 업적을 남긴 이후로도 한국시장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만이 상용차 부스에 대해 떨어지는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컴패니언 모델이었습니다. 상당히 김 빠지지만 효과적인 선택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군요.
작년에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적이 있는 TGS 27톤 덤프를 비롯한 TGS 시리즈와 TGM 시리즈가 메인 모델로 출품되었습니다. 사실 부스에 찾아온 사람들은 TGS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더 많은 듯 하지만 어쨌든 브랜드 이름 알리기의 일환이니 그러려니 합시다.
한국에 들어온 외제 버스를 꼽자면 선롱버스의 두에고와 시티부, 그리고 만의 자회사인 네오플란의 2층 버스 정도일 겁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는 국산 버스가 시장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사실 그만큼 국산 버스의 수준이 상당히 높기도 하고요. 그런 한국 시장에 네오플란이 아닌 만 브랜드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는 라이온즈 시티가 그 주인공이죠. 시내버스 업계부터 진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외입니다.
▶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 깎는 장인들의 신작은 또 하이브리드입니다. 전시차들도 하이브리드입니다. 참 뭐랄까... 한결같군요.
토요타의 메인을 장식하는 모델은 프리우스 프라임입니다. 4세대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양으로 4세대 프리우스의 충격적인 디자인을 그럭저럭 잘 수습했습니다. 플러그인 모델의 전시 불문율인 급속충전기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도대체 이 충전기는 언제쯤 주유소만큼 보급한답니까.
처음에는 렉서스가 또 컨셉트카를 내놓았는가 싶었는데 모델명을 보니 정규 라인업입니다. 네, 이거 양산형 모델입니다. 렉서스 양반들, 이번에 사고 한 번 제대로 친 것 같군요. LC500h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컨셉트카 LF-LC의 양산형 모델로 BMW i8처럼 Ctrl+C Ctrl+V 수준은 아니지만 컨셉트카 시절의 독특한 실루엣을 거의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렉서스는 LC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말하고 있지요.
▶ 닛산/인피니티
작년에 이어 닛산 부스의 신차는 없습니다. 그래도 그냥 나오기는 만망했는지 꽤 재미있는 컨셉트카 하나도 가지고 나왔습니다.
GT-R의 한국 수입이 공식적으로 중단된 이후 닛산의 사골 포지션은 370Z가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도 벌써 데뷔 9년차입니다. 370Z의 후속모델이 될 7세대 페어레이디 Z는 올해 10월에 개최 예정인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된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지요.
독특한 뒷태를 자랑하는 컨셉트카, 그립즈 컨셉트는 이래뵈도 원본 모델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페어레이디 Z의 1세대 모델인 240Z의 랠리카 사양이죠. 닛산은 240Z 랠리카를 현대적인 요소로 재해석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쿠페 스타일의 헤드라인과 높은 지상고, 그리고 독특한 바디 컬러 정도가 240Z 랠리카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요소죠.
인피니티의 막내 포지션을 차지하게 된 Q30입니다. 최초 출시는 2015년, 한국 최초 공개는 작년의 부산 모터쇼이지만 각종 인증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면서 결국 2017년 서울모터쇼를 통해서야 출시를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땅 밟기 참 어렵군요.
옆집 LC500h와 마찬가지로 컨셉트카 시절의 에센스를 거의 그대로 물려받은 인피니티의 새로운 쿠페, Q60이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 이 녀석도 Q30만큼은 아니지만 인증이 늦어지는 바람에 올해로 데뷔가 늦춰진 케이스입니다. 한국닛산 니들 일을 어떻게 하는거냐. 아니면 환경부가 문제냐.
▶ 혼다
한 줄로 요약합니다. NSX가 나왔습니다.
혼다는 CR-V 신형과 어코드가 잘 나간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NSX가 나왔습니다.
1990년에 등장한 1세대 NSX는 혼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차였습니다. 세계 유명 스포츠카들과 맞짱뜨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버블경제가 터지기 직전의 풍부한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어가며 수많은 카레이서와 공돌이를 갈아넣은 끝에 얻어낸 역작이지요. 문제는 NSX가 출시된 직후 버블이 터지면서 폭발적인 세간의 관심에 비해 판매령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NSX를 개발하면서 얻어낸 수많은 신기술은 혼다를 지금까지 먹여살리고 있으니 마냥 손해 본 장사는 아니지요.
아무튼, 그런 전설의 1세대가 2005년에 단종된 이후 10여 년이 흐른 2016년에 2세대 NSX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세대 NSX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위에서 한국 출시가 아닌 한국 방문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혼다 코리아는 NSX를 수입할 계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NSX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환경인증 통과와 더불어 NSX 전용 정비 라인을 전국에 깔아야 하는데 한국은 이 정도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된 상황인데...
쇼카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이거. 아무튼 컴패니언 모델이 배정되지 않았음에도 혼다 부스의 스포트라이트를 혼자서 쓸어가는 위엄을 보였습니다. 사실 이 차는 컴패니언 모델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2세대 NSX의 개발 과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혼다 개발팀이 비교 테스트를 위해 익명으로 포르쉐 911 GT3을 구입했는데 하필 이 녀석이 리콜에 당첨되면서 포르쉐로 수리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주가 혼다 개발팀임을 눈치 챈 포르쉐가 수리가 끝난 911 GT3의 엔진커버 아래에 이런 말을 적어놨다고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나중에는 다른 쪽(모터스포츠)에서 뵙겠습니다. 포르쉐로부터. (Good luck Honda from Porsche. See you on the other side.)>
덤으로 같은 목적으로 맥라렌 MP4-12C도 구입했고 이 차도 리콜에 당첨되었는데 맥라렌은 ECU에 기록된 데이터를 열람하면서 "도대체 어떤 놈이 330km/h로 때려밟은거지?"라는 의문만 남기고 끝내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후문이 남아있습니다.
NSX 바로 옆이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혼다의 새로운 FCEV, 클래리티는 어째 주간주행등의 디자인 탓에 르노 모델이 생각나는군요.
전반적인 실루엣은 혼다가 예전에 출시했던 하이브리드 모델인 인사이트를 연상하게 합니다.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후륜에 휠 스커트를 살짝 덮은 것은 더더욱 1세대 인사이트를 생각나게 하는 요소죠.
혼다 하면 이륜차 사업부도 유명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저는 오토바이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쪽에서는 컴패니언 모델 사진만 실컷 찍고 왔습니다.
#2.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모터쇼를 보고 오면 항상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개최 시기가 너무 안 좋다는 것이죠.
앞으로는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 뒤로는 중국 상하이 모터쇼 사이에 끼어있어 국제모터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관심을 못 받고 참가 브랜드들도 한국에서의 월드 프리미어급 신차 공개를 미루고 모터쇼보다는 자동차 영업소로서 부스를 운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거기에 올해는 국산차들의 신차 로드맵으로 볼 때 굵직굵직한 신차 출시가 죄다 내년에 몰려있어 국산 브랜드들도 내놓을 차가 없었다는 것이 악재였습니다. 스팅어와 렉스턴이 없었다면 올해 모터쇼는 진짜 망했을 겁니다.
나름대로 예상은 하고 올라갔지만 예상보다 훨씬 볼만한 차가 없어서 상당히 허탈했던 모터쇼였습니다. 부산모터쇼보다 볼 거리가 더 없는 서울모터쇼라니... 개인적으로 이번 모터쇼의 의의는 작년 말에 중고로 영입한 1985년식 미놀타 70-210mm F4 김밥 렌즈의 인물사진 테스트를 원 없이 했다 정도일까요.
올해는 글렀고, 내년에는 신차가 펑펑 터져나올 예정이니 내년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