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ad2014. 2. 7. 20:39


저 스스로를 덕후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덕후 하면 생각나는 편견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은 그리 즐겨보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 입대 전에 봤던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마지막으로 챙겨본 애니메이션이네요. 그 외에는 트위터 등의 SNS를 하게 되면서 인터넷 상에서 패러디 소재로 즐겨 사용되는 작품의 개요나 해당 패러디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이 쪽 세계 용어로 해설하자면 큐베가 개객기인 줄은 알지만 마도카 마기카는 안 봤고 소방차 게임은 알지만 가면라이더 가이무는 안 봤다는 것입죠.


그런 와중에 겨울왕국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역할은 입소문이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안팎으로 겨울왕국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화제가 되었고 궁금증을 못 이긴 저는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보게 됩니다. 예. 맞습니다. 그 유명한 <Let It Go>입니다.




모종의 루트를 통해 스포일러를 거하게 당해버린 터라 스토리는 이미 꿰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et It Go를 통해 보여준 엘사의 매력적인 퍼포먼스는 저를 영화관으로 끌고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3분 남짓한 동영상 한 방에 '영업'당했습니다.


저작권 정책이 빡세기로 전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디즈니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장면을 개봉 2주만에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겨울왕국의 전세계적인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역시 반세기가 넘은 회사의 장사 짬밥은 다르군요.



그리하여 영화관에 갔다 왔습니다. 어느새 여왕폐하 만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또 갔다 왔습니다. 덤으로 2회차 시청 때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포토티켓이라는 물건을 만들어봤는데 윈도우 7+크롬 32+IE 11 환경에서 포토티켓용 액티브X를 설치하기 위해 온갖 삽질을 다 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액티브X는 사라져야 마땅할 악의 축입니다.




10여 년 만에 디즈니 만화동산을 시청했습니다. 아 맞잖아요. 일요일 아침 8시.

그건 그렇고 영화표를 마트 영수증으로 바꾼 양반은 포토티켓 프로그래머랑 같이 좀 맞자...


그리고 며칠 뒤에 제 손에는 이 책이 손에 들려져 있었습니다. 인트로가 점점 길어집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전에 리뷰를 시작합니다.




리뷰에 앞서 공지 하나.

스포일러 주의!


아이템 특성상 겨울왕국을 이미 본 사람들을 소비자로 겨냥하여 구성된 탓에 리뷰도 이에 맞게 진행됩니다. 초반에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리뷰를 작성해보려고 했는데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도 내용인데다 제 리뷰 스타일을 봐서는 스포일러 없이는 도저히 진행이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스포일러 잔뜩 섞인 리뷰를 진행합니다. 그런고로 아직 겨울왕국을 안 보신 분은 이 페이지 말고 영화관 예매 페이지를 검토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리뷰는 아래의 아이템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동일한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함께 보시면 리뷰에서 다루는 설정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리뷰/음반] Frozen Soundtrack : Deluxe Edition / 겨울왕국 OST





▶ The Art of Frozen


우선 '아트북'(또는 '원화집')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작중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물에 관한 컨셉 아트와 설정, 작품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제작과정과 제작진들의 코멘트 등을 다루는 책으로 설정덕후들에게 있어 필독서로 여겨지는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책은 겨울왕국의 원제인 프로즌(Frozen)의 설정을 다루는 아트북입니다.


일반적인 도서와는 달리 직사각형의 짧은 변에 본딩이 된 하드커버 사양으로 전면에는 엘사와 안나가 그려진 커버로 랩핑되어 있습니다. 커버라는 역할에 걸맞지 않게 얇고 긁힘에 약하기 때문에 다룰 때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고보니 디즈니에서 이전에 내놓은 아트북들도 이런 형태였군요. 사이즈가 제법 거대해서 보관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커버의 후면은 엘사가 다 잊어를 열창하며 건설한 얼음궁전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바코드 부근을 보면 정가는 $40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입수한 가격이 3만원 중후반대라 현지 가격은 좀 더 쌀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커버를 벗기면 커다란 눈 결정 하나만 그려져 있습니다. 본문 내용에 의하면 이 결정은 엘사를 상징하는 눈 결정 형태라고 하는군요.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커버를 벗긴 뒷면은 아무 그림도 없는 파란색 벌판입니다.





껍데기 소개는 이쯤 하고 알맹이로 들어갑시다. 우선 첫 페이지.





목차는 원작 소개와 프롤로그, 그리고 4개의 챕터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와 각 챕터의 순서는 다름아닌 겨울왕국 영화 본편에서의 스토리 진행 순서로 이 책이 겨울왕국을 본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목차를 넘기면 나오라는 여왕님은 안 나오고 빼곡한 영문이 반겨줍니다. 분명 영화 자체는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 책은 저연령보다는 어느정도 코어한 팬들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탓에 본문의 내용은 생각보다 제법 딱딱한 편입니다. 토익 파트7 지문 읽는 느낌이군요. 덕후 여러분, 프로즌 덕질은 여러분에게 뼈와 살이 됩니다. 


덤으로 책의 커버와 속지 공통으로 지문이 굉장히 잘 묻습니다. 따라서 손에 땀이나 유분이 많은 사람이라면 장갑을 끼고 보는 것이 여러 모로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리뷰 중에 등장하는 제 손도 장갑을 착용한 상태인데 이거 벗는다고 빙룡이 해방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Introduction : "눈의 여왕"부터 겨울왕국까지


도입부에는 겨울왕국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The Snow Queen)>이 지금의 겨울왕국으로 제작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루는 이야기에 따르면 눈의 여왕의 애니메이션 기획은 무려 1930년 후반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40년대에 제작이 진행되었지만 얼마 못 가서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미국의 군인과 국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국방홍보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디즈니가 맡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좌초되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 눈의 여왕 기획이 재발굴되어 2000년대 초반에 걸쳐 기획이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디즈니의 연이은 흥행실패로 인한 재정 문제로 다시 엎어졌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제작이 진행되고 기획과 스토리가 꾸준히 갈아엎어지고(...) 최종적으로 로페즈 부부가 참가하면서 스토리가 한 번 더 엎어진(......) 결과물이 현재의 겨울왕국입니다. 참 많이도 엎어졌군요. 디즈니로서는 오랜 근성의 결과물이 대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면서 여러 모로 감회가 남달랐을 듯 합니다.


덤으로 최종적으로 엎어진 스토리는 OST의 2번 디스크에 수록된 영화 미삽입곡(Outtake)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 Prologue : 가족사


프롤로그에서는 엘사와 안나의 가족사와 더불어 영화의 기획 전반,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콘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 페이지는 가족사라는 제목답게 엘사와 안나가 어릴 적의 가족사진.. 아니, 그림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안나의 왼쪽에 보이는 검은머리 아가씨는 다름아닌 엘사입니다. 이 일러스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페이지에서는 겨울왕국 팬덤 사이에서 뜨거운 떡밥 중 하나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엘사가 기획 당시에는 악역이었지만 스토리 수정으로 현재의 엘사가 되었다는 엘사 악역설이죠. 사실 엘사 악역설에 대한 떡밥은 바로 앞의 introduction에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프로듀서 피터 델 베초의 멘트를 옮겨봅니다.


[ "We did a version where the Snow Queen was the villain, but we wanted to end with them reunited, and it was very hard to redeem her at the end. We decided on an adventure about two people who initially misunderstand each other; it allows for the bonding at the end." ]


여기에서 villain을 문자 그대로 '악당'으로 해석하면 악역설에 얼추 맞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페이지(...정확히는 옆 페이지)에 적힌 감독 제니퍼 리의 멘트도 함께 보면 악역설은 단지 'villain'이라는 단어 하나로 생긴 오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 "Elsa was going to be the complete antagonist," explains director Jennifer Lee. "They kept calling her the 'villain'. But there came a point where we said, 'We can't use that word anymore.' You care about someone who's been forced to hide who they are. Elsa's not a villain, she just makes some bad choices because she's in a very difficult situation.

"John Lasseter always says you have to understand why every character does what they do, whether they're bad guys or good guys," she continues.  

"You have to understand their philosophy, even if you don't believe in it. Elsa became more the yin to Anna's yang, as opposed to the bad guy. it's richer, and their relationship is more interesting." ]


그러니까 저 긴 멘트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기획 단계에서 엘사가 완벽한 대립자(antagonist)의 위치였기 때문에 'villain'이라고 불린 것은 사실이지만 어감이 너무 강해서 곧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엘사는 악당이 아니라 단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나쁜 선택을 하고 마는 캐릭터라고 말하고 있지요. 여기에 "모든 캐릭터는 선역이든 악역이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 제작책임자(Executive Producer) 존 라세터의 멘트를 인용한 것을 보면 엘사가 악역으로 디자인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덧붙여줍니다.





...사실 이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엘사 악역설 떡밥이었고 아직도 할 말이 더 남았지만 이쯤에서 일단 주제를 넘겨봅시다. 이러다가 아트북 리뷰가 아니라 엘사 악역설 해설집이 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극중에 삽입된 몇몇 장면의 콘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시는 장면은 엘사와 안나의 어린 시절입니다. 삽입곡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으로 잘 알려진 장면이죠. 콘티와 함께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그려낸 일러스트도 제법 흥미롭습니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부르는 내내 깨방정을 부리는 안나의 귀여운 매력이 잘 살아나는 씬입니다. 덤으로 이 장면에서는 디즈니의 두 전작, <주먹왕 랄프>와 <라푼젤>의 이스터 에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콘티에는 주먹왕 랄프의 것은 빠졌군요. 





안나의 실수로 아렌델을 도망치다시피 떠나는 엘사의 콘티. 엘사가 불러낸 빙룡...은 아니고 엘사가 얼린 분수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엘사 악역설에 크게 일조한 <Let It Go>의 콘티입니다. 이 콘티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고 나서 엘사 악역설의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잦았죠. 그도 그럴 것이 저 표정들 어쩔거야...


뒤에서 조금 더 언급하겠지만 안나와는 달리 엘사의 캐릭터 설정은 꽤 많은 변천을 거쳤습니다. 스토리가 엎어질 때마다 엘사의 캐릭터도 같이 엎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이 때문에 엘사의 캐릭터성은 기획 내내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 Let It Go의 콘티에 얽힌 이야기는 뜬금없게도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챕터에서 언급됩니다. 제작책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 "At other times, you can really see a character develop. Elsa's song 'Let it Go' is just remarkable, and Idina Menzel's performance is breathtaking. It would have been completely unbelievable to have a character change that much in a nonmusical setting in that amount of screen time." ]


그렇습니다. 실험적으로 여러가지 컨셉이 부여되고 고쳐지던 엘사에게 지금의 캐릭터성을 부여해준 계기가 바로 엘사의 솔로 넘버인 Let It Go입니다. 이 이야기가 앞서 언급한 악역설과 엮여서 '엘사는 원래 악역이었는데 제작진이 렛잇고를 듣고 캐릭터를 엎어서 지금의 엘사가 되었다'고 와전되어 알려지게 되었죠.





겨울왕국에서 약방의 감초와 같은 활약을 보여준 올라프의 첫 등장을 그린 콘티입니다. 이 장면의 삽입곡인 <In Summer>는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나 라이온킹의 <Hakuna Matata>와 같은 개그 넘버이지만 가사를 잘 파보면 의외로 이 작품의 주제를 제법 꿰고 있기도 합니다. 이 점은 바로 옆 페이지의 <Frozen Heart>도 마찬가지이죠. 물론 이 곡은 개그곡은 아니지만...


콘티 소개는 이쯤 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챕터로 들어갑니다. 프롤로그에서 분량을 이만큼이나 잡아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 Chapter 1 : 대관식


피오르드(Fjord) 지형에 자리잡은 아렌델 왕국의 평화로운 모습이 챕터 1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피오르드 지형은 노르웨이에서 자주 볼 수 있지요. 작품의 무대인 'Arendelle Kingdom'이 노르웨이의 Kjerag 지역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을 감안하면 국가명도 노르웨이어로 읽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읽는 사람에 따라 '아렌델', '아란델', '에렌델' 등 여러가지 표기로 불리고 있지만 저는 노르웨이어를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한국어 자막판을 따라 '아렌델'로 표기합니다.





챕터 1의 초반부는 겨울왕국 제작팀이 직접 노르웨이를 답사하면서 수집한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렌델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실제 주택 사진과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아렌델의 주택이 보이는군요.





주택 뿐만 아니라 작중에 등장하는 아렌델의 예배당, 성 등의 건축물도 노르웨이의 실제 건축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아렌델의 성. 건물의 형태는 왼쪽 사진의 Borgund Stave 교회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성의 내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내에 꾸며진 문양들 또한 노르웨이의 전통 문양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공주들의 방. 오른쪽 위에는 얼어붙은 엘사의 방도 보입니다.





건물의 외관과 내부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건축양식은 북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대부분의 실내 조형물이 서양식 건물 하면 생각나는 대리석 등의 석재가 아닌 목재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안나 / Anna

본격적인 등장인물 소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첫 타자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안나입니다. 이 책의 구성을 생각하면 대관식 때 입었던 드레스가 아닌 겨울 외투의 모습이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긴 한데(이 부분은 엘사 파트에서 좀 더 언급합니다.) 작중에서 가장 많이 선보인 모습이라 먼저 등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영화 포스터에서 저 모습으로 등장했으니... 





표정이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성격을 보면 역대 디즈니 공주의 집대성, 쉽게 말해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식 말괄량이 공주이자 사고뭉치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동생 캐릭터입니다. 작품 내내 깨알같이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렛잇고 여왕님을 보러 영화관에 온 관객들을 안나의 팬으로 만들었죠. 덤으로 개그 캐릭터로도 대활약했습니다.


김상진 애니메이터가 그린 원화 차트를 보면 표정에서부터 풍부한 감정표현을 담아내고 있는데 원화에서 보여주는 표정들은 본편에서 3D 기술로 훌륭하게 구현되었습니다. 2회차 이상 달리실 분들은 캐릭터들의 섬세한 표정변화 모션에 주목하는 것을 권장해봅니다.





앞에서 안 나왔다고 궁시렁거렸던 드레스는 여기에서 나오는군요. 그리고 겨울 외투의 초안도 볼 수 있는데 엘사와는 달리 캐릭터의 분위기가 현재와 거의 유사합니다. 기획 단계에서의 굴곡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초기부터 귀엽고 애교 넘치는 캐릭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덤으로 안나의 겨울 외투 디자인은 원작 눈의 여왕의 주인공인 '겔다'의 오마주로 추정됩니다.





...뭐, 이 쪽의 컨셉 아트들은 좀 예외이긴 하네요. 누구세요?





안나의 3D 모델링과 함께 드레스의 프로토타입,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안나도 볼 수 있습니다. 드레스의 색상이 모노톤으로 단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은 어째 프로토타입이 더 화려한 듯 싶습니다.





- 엘사 / Elsa

안나와 함께 겨울왕국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주인공, 엘사입니다. 디즈니가 지금껏 수많은 공주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엘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대 디즈니 공주들과는 여러모로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작품 내내 소심하고 온순하면서 솜사탕같은 연약한 멘탈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기품과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덤으로 작중에서 디즈니의 온갖 클리셰를 혼자서 깨부수는 고도의 셀프디스를 보여주는데다 사회 속 소수자(특히 성 소수자)의 대변자라는 해석이 붙기 시작하면서 수 차례 엎어진 설정, 독특한 캐릭터성과 더불어 분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파도 파도 팔 거리가 계속 나와...





이전 버전의 엘사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디자인입니다. 컨셉아트에서 그려진 표정을 보면 성격도 지금의 엘사와는 달리 상당히 까칠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디즈니에서 엘사 악역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스토리보드 작가 폴 브릭스의 한 마디가 최종적으로 못을 박습니다. 아 글쎄, 엘사는 악당 아니라니까요.


[ "Elsa is interesting because she could be perceived as the villain, but she's not." ]





덤으로 챕터의 이름이 '대관식'인 만큼 이 페이지에서는 어릴 적부터 여왕 대관식까지의 엘사만 다루고 있습니다. '눈의 여왕'으로 각성한 엘사는 그 뒤에 나오겠지요?





- 한스 / Hans of the Southern Isles*1

주역 남캐 1, 한스입니다. 전형적인 디즈니 왕자의 디자인이지만 엘사와 더불어 디즈니의 클리셰를 제대로 박살내는 인물이죠.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스포일러를 이미 당하고 관람했던지라 충격은 덜했지만 만약 스포일링 없이 관람했다면 제대로 뒤통수 맞은 느낌이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즈니는 잘 생기고 매너좋은 남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훌륭한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1  극중에서 크리스토프가 안나에게 한스의 성을 물었을 때 안나가 '서던 제도의(of the Southern Isles)'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안나는 한스의 성이 진짜 저것인 줄로 알고 있다는 것이 디즈니의 공식 설정(......)입니다.]





한스는 디즈니 역사를 통틀어 가장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고 능수능란한 속임수를 사용한 악역입니다. 정체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완벽한 디즈니 왕자였죠. 그래서 해외의 디즈니 팬덤에서는 한스에게 <미녀와 야수>의 개스톤과 더불어 역대 디즈니 악역 투톱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내려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꿈과 희망의 디즈니답지 않게 현실적이어서 더 무서운 악당이라고 봐도... 아무튼 겨울왕국이 낳은 재미있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 위즐턴의 공작 / The Duke of Weaseltown Weselton 

겨울왕국에서 어떤 의미로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위즐턴의 공작입니다. 시종일관 좀스러운 행동을 보인 탓에 그저 그런 찌질이로 묻힐 수 있지만 사실 국가원수 모독에 암살 기도까지 저지르는 질 나쁜 악당이죠. '위즐타운'을 '위즐턴'으로 정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는 서구권에서 족제비(weasel)가 비열하고 야비한 동물의 대명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위즐타운은 안나의 샌드위치 드립과 더불어 한국어로는 살리기 어려운 뉘앙스라 더빙판/자막판 번역 과정에서는 단순 직역으로 처리되었는데 실제로는 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복선입니다.





의상 디자인...이라고 해놓고 안나의 의상 디자인 파트라고 읽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의상들의 설정화를 다루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안나의 의상 해설에 할애했습니다. 실제 극중에서의 비중도 안나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만...





의상 곳곳에 새겨진 패턴은 위의 건축양식에서 다룬 노르웨이 전통 문양의 응용입니다. 작품의 무대를 북유럽으로 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입니다. 덤으로 크리스토프는 초반의 콘티를 제외하면 여기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아렌델의 국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회장에 참석한 고위급 인사들과 경비병의 의상 디자인으로 마무리됩니다. 덧붙여 오른쪽 위의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 안나, 엘사, 한스를 제외한 사람들은 옷만 다르고 얼굴은 모두 Ctrl C+Ctrl V입니다.





- Chapter 2 : 황야


북쪽 산으로 도주한 엘사를 찾기 위한 엘사원정대와 그 배경을 다루는 챕터입니다.





건물의 규모를 설명할 때도 사람이 몇 번 나오긴 했지만 나무의 높이를 가늠하는 척도로 안나를 그려넣은 것이 깨알같군요.





덩치로만 보면 이 작품 최강의 사나이(......)인 오큰과 그가 운영하는 잡화상이 보입니다. "Yeah?"를 우♂야↘ "야?"로 발음하는 것과 안나에게 끼워팔기로 떠넘기려던 음식이 루테피스크*2인 것을 볼 때 이 작품의 배경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출신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루테피스크(lutefisk) : 북유럽 노르딕 문화권의 전통 생선요리입니다. 찜과 구이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지며 겨울왕국에서는 찜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판에서는 '생선찜'으로 번역되었죠.]





올라프를 처음 만나는 장소입니다. 작품 내내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던 겨울이 처음으로 아름답게 그려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전환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컬러 키의 설정 페이지입니다. 제가 미술 전공이 아닌지라 컬러 키를 지정하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문자 그대로 작품에 색을 입히는 과정인 만큼 많은 고찰을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많은 참고가 되겠지요. 





- 크리스토프 / Kristoff

주역 남캐 2, 명색이 남주인공인데 이제서야 등장한 크리스토프입니다. 본편의 흐름에 따라 챕터가 진행되는 이 책의 특성상 대관식 챕터가 지나간 후에 크리스토프가 등장하는 것이 맞죠. 남주인공이긴 한데 이 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백합 자매애(sisterhood)인지라 여러 방면에서 미묘하게 취급이 좋지 않은 비운(?)의 캐릭터입니다. 남주인공인데도 여주인공과의 듀엣곡이 없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크리스토프는 겨울왕국의 메인 캐릭터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겨울왕국 OST의 미수록 악곡 모두를 뒤져봐도 크리스토프의 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겨울왕국의 스토리가 최종적으로 엎어질 때까지 크리스토프라는 캐릭터는 없었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설정과 작품 내에서의 미묘한 비중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 스벤 / Sven

크리스토프의 애완동물이자 친구인 순록, 스벤입니다. 디즈니에서는 이 녀석의 디테일과 행동패턴을 연구하기 위해 살아있는 실제 순록을 섭외해서 관찰했다고 하죠. 참고로 라이온 킹 때도 그랬습니다. 그렇슴다. 라이온 킹을 제작할 때는 실제 사자님을 모셔왔었습니다. [......]





할부 방금 끝난 썰매의 프로토타입. 아이러니하게도 작중에 등장한 썰매는 이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 올라프 / Olaf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는 겨울왕국의 개그 담당, 올라프입니다. 머리-가슴-배 3단 구성에 당근 코로 장식된 전형적인 서구형 눈사람으로 모 게임에 나오는 도끼 든 바이킹과는 딱히 관련은 없는 모양입니다.


엘사의 초월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엘사가 만들어낸 생명체인만큼 엘사의 기질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올라프는 엘사의 여러 내면 중에서도 안나를 향한 사랑과 배려의 결정체라는 분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어쨌든 생물은 아니기에 생물이었다면 공포물이 될 수 있는 연출도 우스꽝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크리처의 장점입니다.





뜬금없는 장면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주제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는 올라프의 스코어, <In Summer>입니다.





- 트롤 / Trolls

챕터 2에서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캐릭터는 트롤(들)입니다. 일반적으로 트롤 하면 생각나는 형상과는 달리 둥근 바위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라프와 더불어 개그성 짙은 유쾌한 스코어를 선보이지만 의외로 이들의 스코어인 <Fixer Upper>는 겨울왕국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아주 정확히 꿰고 있습니다.





트롤 자체가 추상적인 캐릭터인만큼 초기의 디자인은 지금의 트롤을 전혀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입니다.





챕터 2의 마지막은 북쪽 하늘에 걸쳐진 오로라와 이를 바라보는 엘사원정대의 일러스트로 마무리됩니다. 이 때 올라프가 본편에서 말한 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하죠. 덤으로 이 작품의 배경이 북유럽임을 각인시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 Chapter 3 : 얼음궁전


노린 연출이었을까요. 챕터 2의 마무리에 걸쳐진 오로라가 챕터 3의 시작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위에 렛잇고 여왕님의 얼음성도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얼음궁전의 디자인과 함께 얼음궁전의 초기 디자인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어째 러시아의 성 바실리 성당이 생각나는 디자인이었군요.


......레드얼럿2의 소비에트 전투연구소를 떠올리신 분은 계시려나?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얼음궁전은 노르웨이 특유의 전통 건축양식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초기 디자인을 보면 노르웨이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을 반영하려 한 듯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된 디자인은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세련된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이질감을 느끼게 해서 '눈의 여왕'의 신비스러움을 더 부각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음궁전 안의 엘사는 현재의 엘사가 아닌 이전 기획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엘사의 눈 결정도 보이는군요. 엘사의 얼음마법 특수효과를 제작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팀이 캘리포니아 공대의 물리학 교수에게 눈 결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는 제작후기가 있습니다.





디자인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만 얼음궁전에 홀로 격리된 고독한 여왕의 이미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군요.





- 눈의 여왕 엘사 / Elsa the Snow Queen

드디어 나오셨습니다. 엘사 더 스노우 퀸, 눈의 여왕입니다. 안데르센의 원작에서는 눈의 여왕이 초자연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겨울왕국에서는 눈의 여왕에게 직접 스토리가 부여되면서 훨씬 더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눈의 여왕>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눈의 여왕이 아닌 <겨울왕국>이라는 작품으로 독립할 수 있었죠.


짙어진 화장과 조금 더 날카로워진 표정, 그리고 렛잇고 클립에서 선보인 화려한 퍼포먼스 덕분에 엘사는 렛잇고 클립만 본 사람들에게 도도한 냉미녀 캐릭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본편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죠. 옷만 갈아입었다 뿐이지 근본은 여전히 따뜻한 가슴을 가진 순둥이 엘사입니다.





엘사의 원화 차트를 보면 표정이 상당히 농염합니다. 덕분에 디즈니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섹시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요. 눈의 여왕으로 각성하면서 차갑고 당당한 이미지로 돌아서는가 싶었지만... 그랬다면 우리의 여왕님이 아니죠. 아시다시피 이 상태에서도 소심하기 짝이 없는데 이게 오히려 갭 모에로 작용해서 여왕님이 더 귀여운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눈의 여왕이 된 엘사의 헤어스타일이 상당히 독특한데 제작팀은 이를 '불꽃이 훑은 머리(flame licked hair)'로 칭하고 있습니다. 눈의 여왕이라는데 불꽃머리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지요. 그 덕분인지 '불의 여왕 엘사' 패러디물에도 의외로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컨셉이 여러 번 엎어진 엘사답게 스노우 퀸의 초기 디자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릅니다. 거기에 OST의 미사용 트랙을 통해 성격 또한 지금과는 달리 심술궂고 비틀려있음을 짐작할 수 있죠.





스스로를 억압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서 해방되면서도 고립되고 고독한 여왕, 그리고 격식을 버리면서도 '여왕'으로서의 우아함을 잃지 않을 것. 이러한 조건을 부각시키기 위해 스노우 퀸의 의상을 디자인할 때 많은 연구가 필요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섹시한 엘사가 탄생했습니다...?





착하고 온순한 지금의 쿠크다스 멘탈 여왕님과는 달리 일러스트에서 묘사되는 초창기의 엘사는 꽤 트리키한 모습입니다. 안나 못지않은 장난꾸러기 엘사라... 순둥이 소심쟁이 여왕님에 익숙한지라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





다른 증거는 다 떼놓고 저 그림만 보자면 엘사 악역설을 긍정할 수밖에 없군요. 컨셉이 거하게 엎어진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만약 저 컨셉이 수정 없이 그대로 완성되고 성격도 지금보다 더 뒤틀려있다면... 겨울왕국의 지금과 같은 흥행은 없었으리라 장담합니다.





- 마시멜로 / Marshmallow

엘사가 만들어낸 또다른 눈사람, 마시멜로입니다. 덧붙여 한국판 성우는 괴물 전문 성우(......)인 시영준입니다.

안나를 향한 엘사의 사랑이 담긴 올라프와는 달리 마시멜로는 스스로 고립되려고 하는 엘사의 기질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 동적 방어기제라고 하더군요. 다만 만든 사람이 사람인지라 흉악한 외관과는 달리 작중에서 사람을 한 명도 해치지 않았죠.





지금은 거대한 골렘의 모습이지만 초창기에는 올라프 2호였던 시절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덧붙여 마시멜로라는 이름을 붙인 올라프의 뉘앙스를 보면 이름이라기보다는 '마시멜로같이 생긴 놈' 정도의 별명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공식 설정으로 굳어졌습니다. 아예 이 녀석의 등장 BGM 제목부터가 <Marshmallow Attack!>이죠.





- Chapter 4 : 아렌델로 돌아가다


겨울왕국의 클라이막스를 다루는 마지막 챕터. 그 시작은 꽁꽁 얼어붙은 아렌델입니다.





초반에 힘을 쫙 뺐더니 마지막 챕터에서 끄적거릴 말이 사실상 바닥났습니다. 지금부터는 얼어붙은 아렌델과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들을 감상해주세요.











이 작품의 절정이자 주제를 담고 있는 장면. '진정한 사랑(True Love)'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아 그러니까 겨울왕국 안 보신 분은 이 리뷰 보면 안 된다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가장 마지막은 <Love Is an Open Door>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 이런 전개였다면... 겨울왕국이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기는 글러먹었겠죠? 이걸 굳이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면으로 넣은 걸 보면 겨울왕국이 말하고자 했던 것과 더불어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엎어진 설정에서는 안나와 한스가 결혼했었죠. 물론 여기에서도 한스는 악당이었지만...





맨 뒤에는 참고문헌과 사사(Acknowledgments/謝辭; 감사의 말)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여왕님께서 직접 만드신 국립 아렌델 스케이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겨울왕국에 대해 좀 더 알고싶은 사람에게 있어 필독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겨울왕국 아트북이었습니다.



▶ 추천대상

- 겨울왕국을 본 사람

- 그림 그리는 사람

- 안나덕후, 엘사덕후


▶ 비추천대상

- 겨울왕국을 안 본 사람

- 영어울렁증 환자


평소에도 영화를 자주 보지 않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본 것은 십여 년 전의 둘리 극장판 이후로 겨울왕국이 처음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통틀어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유례없는 화제작이었기에 호기심 삼아 본 것이었습니다만...


이미 스포일러를 당하고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개와 구성은 흥미로웠고 전통과 클리셰 파괴를 적절히 조합한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폐하 만세(+엘사느님 하악하악)를 외치는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7년 전에 알게 된 미쿠 이후로는 그동안 딱히 매력을 느낀 여성 캐릭터가 없었는데 말이죠. 리뷰가 전체적으로 엘사에게 쏠려있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여러분은 리뷰를 제대로 읽으셨습니다. (...)


아무튼 엘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아트북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자면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책입니다. 겨울왕국의 제작진이 직접 밝히는 설정과 뒷이야기만으로도 겨울왕국의 팬에게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디테일 설정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배우는 사람이나 2차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설정의 안나와 엘사가 그려진 일러스트북을 기대했다면 다소 미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엘사의 팬이라면 의외로 낮은 엘사의 비중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극중에서의 비중이 안나 쪽이 더 높았기에 아트북에서의 비중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여담으로 겨울왕국 관련 도서들이 인터넷 서점들에서 최상위 랭킹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의외로 겨울왕국 동화책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특히 <A Sister More Like Me>라는 책은 본편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엘사와 안나의 유년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 공식 외전인지라 겨울왕국 팬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지요. 아마 이 책도 구입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들 보라고 만든 동화책이 어째 성인들에게 더 화제가 된 듯 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갑시다. 이상, 엘사덕후 리츠였습니다.



Posted by Litz Blaze